엔젤 투자 5000만원이 4개월인 현실 - 돈의 무게

엔젤 투자 5000만원이 4개월인 현실 - 돈의 무게

엔젤 투자 5000만원이 4개월인 현실 - 돈의 무게

5000만원이라는 숫자

작년 11월이었다. 엔젤 투자 5000만원 받았다고 팀원들이랑 고깃집 갔다.

“대표님 대박!”

“이제 진짜 시작이다!”

다들 신나했다. 나도 그랬다.

5000만원. 대학생한테는 천문학적 숫자다.

알바로 모으면 몇 년? 아니 평생?

그때는 진짜 큰돈인 줄 알았다.

회사 계좌에 찍힌 50,000,000원. 스크린샷 찍었다.

지금 보면 웃긴다.

첫 달의 착각

12월. 투자금 들어온 첫 달.

사무실 알아봤다. 망했다.

강남 공유 오피스 1인당 40만원. 4명이면 160만원.

보증금은 또? 500만원.

“일단 카페에서 하자.”

팀원들 월급. 각자 100만원씩 주기로 했다.

400만원.

서버비 월 80만원.

디자인 툴 구독료 10만원.

노션, 슬랙, 피그마… 다 합치면 15만원.

법인 세무 대행 월 30만원.

첫 달 지출: 535만원.

“뭐야 생각보다 적네?”

착각이었다.

2월의 현실

3개월 지났다.

계좌 잔액: 1800만원.

뭐에 썼지?

엑셀 켜서 정리했다.

월급 1200만원 (3개월분)

서버비 240만원

툴 구독료 75만원

세무 대행 90만원

마케팅 광고비 200만원 (효과 없었음)

AWS 크레딧 소진 후 추가 과금 150만원

팀 회식비 80만원 (투자 축하, 밸런타인데이, 생일 2번)

명함 제작 8만원

법무법인 자문료 50만원

기타 잡비 120만원

합계: 3213만원.

남은 돈: 1787만원.

런웨이? 2개월 남았다.

3월에 또 535만원 나갔다.

4월 예정 535만원.

5월 중순이면 끝이다.

팀원들한테 말 못 하는 것

“대표님 이번 달 월급 언제 들어와요?”

“아 25일!”

웃으면서 답했다.

속으로는 계산기 두들겼다.

25일까지 계좌 잔액 유지 가능? 가능하다. 아직은.

팀원들은 모른다. 런웨이 2개월인 거.

말해야 하나?

“우리 5월까지밖에 못 버텨”

이렇게 말하면?

다들 이력서 쓰겠지.

당연하다. 100만원이라도 꼬박꼬박 받는 게 중요하니까.

나도 그랬을 것 같다. 그 입장이면.

근데 지금은 대표다.

혼자 떠안아야 한다.

밤에 잠 안 온다.

투자 더 받으면 되잖아?

쉽게 말한다. 다들.

“투자 더 받으면 되지”

“시리즈A 준비해”

“데모데이 나가봐”

해봤다. 다.

IR 덱 30장 만들었다.

투자사 20곳 메일 보냈다.

답장 온 곳: 3곳.

미팅 잡힌 곳: 1곳.

미팅 결과?

“MAU 2만은 너무 적어요. 10만 찍고 다시 오세요.”

“수익화 모델이 불분명해요.”

“좋은데… 조금 더 지켜보고 싶습니다.” (거절임)

26살 대표. 휴학생. 졸업도 안 했다.

“경험이 부족해 보이시는데요.”

이 말이 제일 아팠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100만원의 무게

팀원 중 한 명. 민수.

“대표님 저 다음 달부터 월급 좀 올려주실 수 있나요?”

”…얼마?”

“120만원만요. 20만원만요.”

민수 집이 지방이다. 서울 자취한다.

월세 50만원. 식비 30만원. 통신비 5만원. 교통비 10만원.

100만원으로는 빡빡하다는 거 안다.

“조금만 기다려줘. 매출 나오면 바로 올려줄게.”

“네… 알겠습니다.”

민수 표정이 어두워졌다.

미안했다.

근데 나도 돈이 없다.

20만원 x 4명 = 80만원.

한 달 런웨이가 보름 줄어든다.

못 올려준다.

부모님한테 전화 왔다

“아들아 요즘 어때?”

“잘 지내요.”

“밥은 잘 먹고?”

“네.”

”…돈은 괜찮아?”

침묵.

“네 괜찮아요.”

거짓말이다.

“졸업은 언제 할 거야?”

“아직 생각 중이에요.”

“회사는 잘 돼가?”

“네 잘 돼요.”

또 거짓말.

부모님한테 손 벌리고 싶지 않다.

“사업 어렵다” 말하면 “그럼 학교 다녀” 할 거다.

맞는 말이다. 근데 지금 접을 수 없다.

여기까지 왔는데.

동기들 SNS

인스타 스토리 올라온다.

“첫 출근 ㅎㅎ”

“신입 연수 힘들다아”

“선배님들이 회식 사주심 ㅋㅋ”

같은 과 동기. 대기업 들어갔다.

연봉 4500만원이라던데.

4500만원. 1년에.

나는? 5000만원으로 5개월 버텼다.

내 월급은? 0원이다.

팀원들 월급 주고 나면 내 몫은 없다.

부럽다. 솔직히.

매달 300만원씩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거.

근데 부러워하면 안 된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5000만원이 4개월인 이유

처음 생각했다.

“1년은 버티겠지?”

월 400만원씩만 써도 1년 넘는다고 계산했다.

개나 소나.

실제로는 월 800만원씩 나갔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돈이 샌다.

  • 서버 트래픽 터지면 AWS 과금 폭탄
  • 디자이너 외주 맡기면 건당 50만원
  • 법률 자문 한 번에 30만원
  • 광고비는 쓴 만큼 효과 제로
  • 세금계산서 끊으면 10% 부가세

돈이 물이다. 줄줄 샌다.

5000만원이 50억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500만원도 무섭다.

지금 뭐 하고 있나

새벽 3시.

노션 켜놨다. “매출화 전략 v2.3”

5번째 수정이다.

  • 프리미엄 모델 도입?
  • 광고 붙이기?
  • 기업 B2B 전환?

다 해봤다. 효과 없었다.

유저들은 공짜만 원한다.

“유료 전환하면 떠나요.”

“광고 뜨면 앱 지울 거예요.”

피드백이 이렇다.

그럼 어떻게 돈을 벌지?

모르겠다.

투자사는 “MAU 10만 찍어라” 한다.

유저는 “무료로 해라” 한다.

팀원은 “월급 올려달라” 한다.

부모님은 “졸업해라” 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근데 나는?

26살 대표의 무게

어제 악몽 꿨다.

팀원들한테 “다음 달 월급 못 준다” 말하는 꿈.

“대표님 진짜요?”

“저희 어떡해요?”

“믿고 따라왔는데…”

식은땀 흘리며 깼다.

시계 봤다. 새벽 5시.

다시 못 잤다.

26살. 대표.

이 타이틀이 무겁다.

친구들한테는 멋있어 보인다는데.

“와 너 진짜 대단하다”

“나는 용기도 없어”

멋있긴 개뿔.

매일 불안하다.

4개월이 남긴 것

5000만원으로 4개월 버텼다.

배운 건?

돈의 가치다.

100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10만원 아끼려고 밤새 고민하는 거.

진짜 사업은 돈 관리라는 거.

그리고.

나는 아직 어리다는 거.

경험 부족하다는 거.

혼자서는 안 된다는 거.

근데 포기는 안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남은 돈으로 2개월 더 버틴다.

그 사이에 매출 만들든지.

투자 더 받든지.

뭐든 해본다.

26살. 아직 젊다.

망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믿는다.


5000만원이 4개월이라니. 계산 다시 해본다.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