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투자 5000만원이 4개월인 현실 - 돈의 무게
- 03 Dec, 2025
엔젤 투자 5000만원이 4개월인 현실 - 돈의 무게
5000만원이라는 숫자
작년 11월이었다. 엔젤 투자 5000만원 받았다고 팀원들이랑 고깃집 갔다.
“대표님 대박!”
“이제 진짜 시작이다!”
다들 신나했다. 나도 그랬다.

5000만원. 대학생한테는 천문학적 숫자다.
알바로 모으면 몇 년? 아니 평생?
그때는 진짜 큰돈인 줄 알았다.
회사 계좌에 찍힌 50,000,000원. 스크린샷 찍었다.
지금 보면 웃긴다.
첫 달의 착각
12월. 투자금 들어온 첫 달.
사무실 알아봤다. 망했다.
강남 공유 오피스 1인당 40만원. 4명이면 160만원.
보증금은 또? 500만원.
“일단 카페에서 하자.”
팀원들 월급. 각자 100만원씩 주기로 했다.
400만원.
서버비 월 80만원.
디자인 툴 구독료 10만원.
노션, 슬랙, 피그마… 다 합치면 15만원.
법인 세무 대행 월 30만원.
첫 달 지출: 535만원.
“뭐야 생각보다 적네?”
착각이었다.
2월의 현실
3개월 지났다.
계좌 잔액: 1800만원.
뭐에 썼지?
엑셀 켜서 정리했다.
월급 1200만원 (3개월분)
서버비 240만원
툴 구독료 75만원
세무 대행 90만원
마케팅 광고비 200만원 (효과 없었음)
AWS 크레딧 소진 후 추가 과금 150만원
팀 회식비 80만원 (투자 축하, 밸런타인데이, 생일 2번)
명함 제작 8만원
법무법인 자문료 50만원
기타 잡비 120만원

합계: 3213만원.
남은 돈: 1787만원.
런웨이? 2개월 남았다.
3월에 또 535만원 나갔다.
4월 예정 535만원.
5월 중순이면 끝이다.
팀원들한테 말 못 하는 것
“대표님 이번 달 월급 언제 들어와요?”
“아 25일!”
웃으면서 답했다.
속으로는 계산기 두들겼다.
25일까지 계좌 잔액 유지 가능? 가능하다. 아직은.
팀원들은 모른다. 런웨이 2개월인 거.
말해야 하나?
“우리 5월까지밖에 못 버텨”
이렇게 말하면?
다들 이력서 쓰겠지.
당연하다. 100만원이라도 꼬박꼬박 받는 게 중요하니까.

나도 그랬을 것 같다. 그 입장이면.
근데 지금은 대표다.
혼자 떠안아야 한다.
밤에 잠 안 온다.
투자 더 받으면 되잖아?
쉽게 말한다. 다들.
“투자 더 받으면 되지”
“시리즈A 준비해”
“데모데이 나가봐”
해봤다. 다.
IR 덱 30장 만들었다.
투자사 20곳 메일 보냈다.
답장 온 곳: 3곳.
미팅 잡힌 곳: 1곳.
미팅 결과?
“MAU 2만은 너무 적어요. 10만 찍고 다시 오세요.”
“수익화 모델이 불분명해요.”
“좋은데… 조금 더 지켜보고 싶습니다.” (거절임)
26살 대표. 휴학생. 졸업도 안 했다.
“경험이 부족해 보이시는데요.”
이 말이 제일 아팠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100만원의 무게
팀원 중 한 명. 민수.
“대표님 저 다음 달부터 월급 좀 올려주실 수 있나요?”
”…얼마?”
“120만원만요. 20만원만요.”
민수 집이 지방이다. 서울 자취한다.
월세 50만원. 식비 30만원. 통신비 5만원. 교통비 10만원.
100만원으로는 빡빡하다는 거 안다.
“조금만 기다려줘. 매출 나오면 바로 올려줄게.”
“네… 알겠습니다.”
민수 표정이 어두워졌다.
미안했다.
근데 나도 돈이 없다.
20만원 x 4명 = 80만원.
한 달 런웨이가 보름 줄어든다.
못 올려준다.
부모님한테 전화 왔다
“아들아 요즘 어때?”
“잘 지내요.”
“밥은 잘 먹고?”
“네.”
”…돈은 괜찮아?”
침묵.
“네 괜찮아요.”
거짓말이다.
“졸업은 언제 할 거야?”
“아직 생각 중이에요.”
“회사는 잘 돼가?”
“네 잘 돼요.”
또 거짓말.
부모님한테 손 벌리고 싶지 않다.
“사업 어렵다” 말하면 “그럼 학교 다녀” 할 거다.
맞는 말이다. 근데 지금 접을 수 없다.
여기까지 왔는데.
동기들 SNS
인스타 스토리 올라온다.
“첫 출근 ㅎㅎ”
“신입 연수 힘들다아”
“선배님들이 회식 사주심 ㅋㅋ”
같은 과 동기. 대기업 들어갔다.
연봉 4500만원이라던데.
4500만원. 1년에.
나는? 5000만원으로 5개월 버텼다.
내 월급은? 0원이다.
팀원들 월급 주고 나면 내 몫은 없다.
부럽다. 솔직히.
매달 300만원씩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거.
근데 부러워하면 안 된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5000만원이 4개월인 이유
처음 생각했다.
“1년은 버티겠지?”
월 400만원씩만 써도 1년 넘는다고 계산했다.
개나 소나.
실제로는 월 800만원씩 나갔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돈이 샌다.
- 서버 트래픽 터지면 AWS 과금 폭탄
- 디자이너 외주 맡기면 건당 50만원
- 법률 자문 한 번에 30만원
- 광고비는 쓴 만큼 효과 제로
- 세금계산서 끊으면 10% 부가세
돈이 물이다. 줄줄 샌다.
5000만원이 50억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500만원도 무섭다.
지금 뭐 하고 있나
새벽 3시.
노션 켜놨다. “매출화 전략 v2.3”
5번째 수정이다.
- 프리미엄 모델 도입?
- 광고 붙이기?
- 기업 B2B 전환?
다 해봤다. 효과 없었다.
유저들은 공짜만 원한다.
“유료 전환하면 떠나요.”
“광고 뜨면 앱 지울 거예요.”
피드백이 이렇다.
그럼 어떻게 돈을 벌지?
모르겠다.
투자사는 “MAU 10만 찍어라” 한다.
유저는 “무료로 해라” 한다.
팀원은 “월급 올려달라” 한다.
부모님은 “졸업해라” 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근데 나는?
26살 대표의 무게
어제 악몽 꿨다.
팀원들한테 “다음 달 월급 못 준다” 말하는 꿈.
“대표님 진짜요?”
“저희 어떡해요?”
“믿고 따라왔는데…”
식은땀 흘리며 깼다.
시계 봤다. 새벽 5시.
다시 못 잤다.
26살. 대표.
이 타이틀이 무겁다.
친구들한테는 멋있어 보인다는데.
“와 너 진짜 대단하다”
“나는 용기도 없어”
멋있긴 개뿔.
매일 불안하다.
4개월이 남긴 것
5000만원으로 4개월 버텼다.
배운 건?
돈의 가치다.
100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10만원 아끼려고 밤새 고민하는 거.
진짜 사업은 돈 관리라는 거.
그리고.
나는 아직 어리다는 거.
경험 부족하다는 거.
혼자서는 안 된다는 거.
근데 포기는 안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남은 돈으로 2개월 더 버틴다.
그 사이에 매출 만들든지.
투자 더 받든지.
뭐든 해본다.
26살. 아직 젊다.
망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믿는다.
5000만원이 4개월이라니. 계산 다시 해본다. 매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