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Jan, 2026
졸업해서 연봉 4천대 vs 지금의 불확실성
동기 취업 소식 오늘도 인스타에 취업 소식이 떴다. 동기 재현이다. 네이버 합격. 축하 댓글 50개 넘었다. 나도 '축하해ㅋㅋ' 남겼다. 근데 손가락이 무겁더라.재현이는 우리 과 수석 졸업이다. 토익 950, 인턴 2번, 공모전 상도 받았다. 나는 휴학계 냈을 때 재현이가 "너 미쳤냐"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때 나는 "1년 후에 보자"고 했다. 1년 6개월 지났다. 재현이는 연봉 4500이다. 나는 통장에 200만원 남았다. 계산을 했다. 재현이는 지금부터 매달 300만원씩 받는다. 세금 떼면 250 정도. 1년이면 3000만원이다. 나는? 런웨이 4개월이다. 4천대 vs 불확실성 새벽 3시에 엑셀을 켰다.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케이스 1: 작년에 복학했다면2024년 2월 졸업 2024년 상반기 공채 지금쯤 입사 6개월차 연봉 4000~4500 예상 지금까지 번 돈: 약 1500만원 부모님 잔소리: 0케이스 2: 지금 상황창업 1년 6개월 투자금 5000만원 중 4000 소진 MAU 2만 (근데 수익 0) 팀원 4명 월급: 각 100만원 내 월급: 0원 부모님 전화: 한 달에 1번으로 줄임엑셀 창을 3시간 동안 봤다. 숫자는 명확했다. 취업이 합리적이다. 100% 확실한 현금 흐름이다. 근데 마우스가 안 움직였다. 지난주 미팅 지난주에 투자사 미팅이 있었다. 40대 파트너가 물었다. "대학은 졸업하셨어요?" "휴학 중입니다." "아... 그럼 졸업하고 다시 오시죠. 그때 얘기해요." 미팅은 15분 만에 끝났다. 준비한 자료 30페이지 중 5페이지 보여줬다. 나올 때 파트너가 말했다. "어리니까 경험 쌓는다 생각하세요."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봤다. 26살이 어린가? 집에 와서 동기들 링크드인을 봤다. 프로필 사진들이 다 정장이다. '주니어 개발자', '마케터', 'Associate'라는 직함이 붙었다. 나는 'CEO'다. 근데 직원 4명이고 사무실도 없다. 어느 게 더 어른 같나? 팀원들 월급 날 매달 25일이 지옥이다. 팀원 4명 월급 날이다. 100만원씩 4명. 400만원이다. 통장에서 빠지는 걸 보면 심장이 떨린다. 얘네는 나 믿고 취업 안 했다. 동기들이 대기업 가는 거 보면서 "형, 우리 서비스 대박 나죠?"라고 물었다. 나는 "당연하지ㅋㅋ"라고 했다. 근데 집에 와서 계산했다. 런웨이 4개월이면 10월까지다. 10월 이후는? 모른다. 부모님한테 손 벌릴까? 아니다. 아버지가 "공부나 해라"고 하실 게 뻔하다. 추가 투자? 아까 그 미팅 결과를 봤다. 대출? 담보가 없다. 팀원들한테 "월급 못 줄 수도 있어"라고 말할까? 그럼 다 나간다. 그날 밤에 취업 공고를 봤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경력 3년 이상'이 대부분이다. 신입 공고도 있다. '24년 상반기 졸업 예정자'. 나는 휴학생이다. 창을 껐다. 재현이 축하 회식 어제 재현이가 단톡방에 "축하 회식 ㄱㄱ"라고 했다. 동기 7명이 모였다. 다들 취업했다. 나만 "사업 중"이다. 재현이가 물었다. "요즘 어때? 사업은?" "그냥 열심히 하고 있지ㅋㅋ" "투자 더 받았어?" "아직은... 미팅 많이 하는 중." 민수가 끼어들었다. "야 솔직히 힘들면 취업해. 우리 회사 신입 뽑는데." "ㄴㄴ 괜찮아." "연봉 4천은 줘. 너 스펙이면 충분해." 4천. 그 숫자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회식 끝나고 집 가는 길에 계산했다. 4천만원. 세후 3천. 월 250만원. 지금 나는 0원이다. 팀원들 월급 주고 나면 마이너스다. 250만원이면 뭘 할까? 부모님한테 용돈 드리고, 적금 들고, 옷도 사고. 지금은? 편의점 도시락도 고민한다. 새벽의 현타 어제 새벽 4시에 잤다. 오늘 오후 2시에 일어났다. 핸드폰을 봤다. 재현이가 회사 식당 사진을 올렸다. "점심 꿀". 연어 덮밥이다.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계란 3개, 김치, 햇반. 컴퓨터를 켰다. 노션에 오늘 할 일이 20개다. 하나도 안 하고 싶었다. 유튜브를 켰다. '26살 창업 성공'. '20대 IPO'. '학생 CEO 투자 받는 법'. 영상을 10개 봤다. 다들 성공했다. 나는? MAU 2만. 6개월 전이랑 똑같다. 수익. 0원. 1년 전이랑 똑같다. 투자. 거절 15번. 계속 늘어난다. 그때 팀원한테 슬랙 메시지가 왔다. "형 이번 달 월급 언제 들어와요? 카드값 나가서요ㅠ" "25일이지ㅋㅋ 걱정 마" 근데 통장 잔액은 200만원이다. 4명 주면 마이너스 200이다. 카드를 꺼냈다. 한도 300만원 남았다. 이걸로 돌려막기 할까? 선택지 요즘 계속 생각한다. '저 선택지도 좋을 수도 있었는데.' 친구들 인스타 볼 때마다 그렇다. 입사 인증, 회사 식당, 팀 회식, 워크샵. 댓글에 '부럽다', '축하해', '대단해'가 달린다. 내 인스타는? '창업 일상', '새벽 코딩', '팀 회의'. 댓글은 5개다. 다 팀원들이 단 것이다. 좋아요는 50개. 절반은 봇 같다. 근데 나는 계속 올린다. '성공한 척'. '여유 있는 척'. '확신 있는 척'. 실제로는? 매일 불안하다. 매일 흔들린다. 매일 후회한다. '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 질문을 100번 했다. 답은 매번 다르다. 월요일: 그래도 창업한다. 화요일: 취업할걸. 수요일: 모르겠다. 목요일: 창업이 맞다. 금요일: 복학할까? 주말: 일단 버틴다. 결국 아무것도 안 바뀐다. 그냥 흘러간다. 부모님 전화 어제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한 달 만이다. "아들, 요즘 어떠니?" "네 잘 지내요." "사업은 잘 되니?" "네 잘 되고 있어요." "투자는 더 받았어?" "곧 받을 것 같아요." "그래... 근데 아들아." "네?" "졸업은 언제 하니? 친구들 다 취업했다는데." 심장이 철렁했다. "엄마, 나 지금 잘 하고 있어요." "엄마는 걱정돼서 그래. 사업 안 되면 어쩌려고." "안 될 리 없어요. 투자도 받았고, 서비스도 잘 나가고." "그래도 학교는 나와야지. 졸업장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 "엄마, 나 바빠요. 먼저 끊을게요." 전화를 끊었다. 손이 떨렸다. 어머니 말이 맞다.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 사업 망하면 백업이 필요하다. 근데 인정하기 싫다. 내가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 같아서. 결론 없는 밤 지금 새벽 3시다. 내일 투자사 미팅이 있다. 자료는 안 만들었다. 만들어도 별로일 것 같다. 근데 가야 한다. 안 가면 끝이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본다. '연봉 4천대 vs 지금의 불확실성' 어느 게 맞는 선택일까? 답은 모르겠다. 5년 후에 알 수 있을까?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재현이는 지금 집에서 잘 자고 있을 것이다. 내일 아침 9시에 출근한다. 월급 통장에 돈 들어온다. 확실하다. 나는? 내일 미팅에서 또 거절당할 것이다. 통장은 비어간다. 불확실하다. 근데 그만둘 수 없다. 왜? 모르겠다. 그냥 여기까지 왔으니까. 팀원들이 있으니까. 포기하면 진 것 같으니까.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다. 그래도 내일 일어나면 노션을 켤 것이다. 코드를 짤 것이다. 미팅 자료를 만들 것이다. 그게 나다. 연봉 4천대를 포기하고 불확실성을 선택한 26살. 후회하냐고? 매일 한다. 그래도 계속하냐고? 어쩔 수 없다.오늘도 답은 없다. 그냥 내일도 해본다.
- 28 Dec, 2025
'저희 서비스가요' - 반복되는 설명의 피로
"저희 서비스가요" - 반복되는 설명의 피로 오늘도 설명 카페에서 미팅 3개. 전부 서비스 설명. "저희 서비스가요, AI가 숏폼 영상을 자동으로 편집해주는..." 똑같은 멘트를 7번째 반복했다. 입에서 자동재생 되는 수준.상대방 표정이 보인다. "아~ 영상 편집 앱?" 아니 그게 아니고. "앱은 아니고요, 웹 기반 SaaS인데..." 다시 설명 시작. 10분 뒤. "근데 프리미어랑 뭐가 달라요?" 아 진짜. 100번째 설명 작년 11월부터 세어봤다. 진짜로. 투자자, 멘토, 기자, 예비 창업가, 고객, 친구 부모님까지. 총 127번 설명했다. 노션에 기록해뒀다. 근데 신기한 게. 127명이 127가지로 이해한다. "아 자막 자동으로 달아주는 거?" "영상 템플릿 파는 건가?" "AI가 촬영도 해줘요?" "유튜브 업로드도 자동?" 다 아니다. 근데 맞기도 하다. 복잡하다.우리 서비스는 이거다.긴 영상 올리면 AI가 하이라이트 찾아서 숏폼으로 자동 편집 플랫폼별 최적화까지간단하잖아. 근데 이게 안 통한다. 세대 차이인가 40대 이상한테 설명하면 더 힘들다. "숏폼이 뭐예요?" 부터 시작. 틱톡, 릴스, 쇼츠. 이것부터 설명해야 함. "아 요즘 애들이 보는 그 짧은 거?" 맞긴 한데. 그럼 이제 "AI가 어떻게 하이라이트를 찾냐" 설명. "사람이 보는 게 더 정확하지 않나요?" 맞다. 근데 그럼 비싸다. 시간 오래 걸린다. "그럼 품질이 떨어지는 거 아니에요?" 아니 우리 모델이... 학습 데이터가... 정확도가... 말하다 보면 나도 헷갈린다. 20대도 모른다 더 충격적인 건 동세대. 친구들한테 설명해도 "아~ 그거?" 하고 끝. 진짜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 "ㅇㅇ 대박이다. 근데 돈은 어떻게 벌어?" 그게... 프리미엄 모델이... 구독제... 엔터프라이즈... "아 그냥 유료 버전 있는 거구나." 맞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닌데.학교 친구들은 더 심하다. "너 유튜브 하는 거야?" "영상 만드는 회사?" "편집 알바 구해?"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ㅇㅇ 비슷해" 하고 만다. 설명 스킬이 문제인가 처음엔 내 설명이 별로인 줄 알았다. PPT 30번 넘게 고쳤다. "AI 기반" → "자동화" → "스마트" → "원클릭" 단어 바꿔가며 테스트. 1분 버전, 3분 버전, 10분 버전. 다 준비했다. 엘리베이터 피치 연습했다. 거울 보면서. 유튜브에서 "효과적인 설명법" 찾아봤다. 스토리텔링, 비유, 데모, 숫자. 다 써봤다. 근데 결과는 비슷하다. "아~ 그러니까 영상 편집해주는 거네요?" 이 문장을 127번 들었다. 이해한 척 최근엔 상대방 반응으로 안다. 진짜 이해: "오 그럼 이런 기능도 있어요?" 이해한 척: "와 대박이네요. 화이팅!" 이해 포기: "음... 어려운 건 잘 모르겠고..." 투자 받을 때 제일 힘들었다.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히 설명해주세요." 20분 설명했다. 최선을 다했다. "좋은데, 시장이 좀 더 명확했으면..." 명확하게 설명했는데. 내가 부족한 건가. 밤새 PPT 또 고쳤다. 소용없었다. 팀원들도 제일 어이없는 건 우리 팀. 4명이 6개월 같이 만들었다. 근데 밖에서 설명하는 거 들어보면. "우리 서비스? 음... AI로 영상 편집하는?" 개발자 친구는 "숏폼 자동 생성 툴"이라고 한다. 디자이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SaaS" 마케터는 "바이럴 영상 제작 플랫폼" 다 틀린 말은 아닌데. 다 다르다. 우리끼리도 통일이 안 된다. 회의 때 "우리 정체성이 뭐야?" 얘기 나왔다. 3시간 논쟁. 결론 없음. 고객은 더 모른다 가입자 2만 명. 근데 우리 서비스 제대로 쓰는 사람 3천. 나머지는 회원가입만 하고 방치. CS 문의 보면 알 수 있다. "이거 어떻게 써요?" "업로드가 안 돼요" (잘못된 파일 형식) "왜 유료예요?" (무료 플랜 있음) "프리미어 파일 열려요?" (웹 서비스인데) 튜토리얼 만들었다. 영상으로. "너무 길어서 안 봤어요" 피드백 옴. 30초짜리 만들었다. "이해가 안 돼요" 뭘 어쩌라는 건지. 설명 지옥 요즘 미팅 잡기 두렵다. 또 설명해야 하니까. "서비스 소개 좀 해주세요" 이 멘트만 들으면. 아 또 시작이구나. 피곤하다. 근데 웃기게도. 설명 안 하면 안 된다. 투자 받으려면. 고객 늘리려면. 언론 나가려면. 계속 설명해야 한다. 똑같은 말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한테. 100번 설명하면 1명 이해한다. 그 1명이 투자자면 좋겠다. 대부분 아니다. 이해받고 싶다 솔직히 인정받고 싶은 것 같다. "아 그거 진짜 필요하네요" "왜 진작 생각 못 했지?" "이거 대박 나겠는데요" 이런 말 듣고 싶다. 가끔 듣긴 한다. 근데 그 다음이 문제다. "그래서 지금 매출은?" 없다. "투자는 얼마나?" 5천. "만?" 아니 백. "팀은 몇 명?" 4명. "전부 20대?" 분위기 식는 게 느껴진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근데. 그런데. 이 단어들이 칼이다. 버티는 중 어제 고등학교 친구 만났다. "너 뭐 한다고?" 설명 시작했다. 30초 만에 "아 어렵다. 아무튼 잘 돼라" 화나려다가 그냥 웃었다. 설명 못 하는 게 내 잘못만은 아닌 것 같다. 혁신은 원래 이해 안 된다고. 위로해본다. 아이폰 나왔을 때도 다들 "전화기에 터치?" 넷플릭스도 "DVD 우편?" 우버도 "남의 차 타기?" 지금은 다 당연하잖아. 우리 서비스도 3년 뒤엔 당연해질까. 그때쯤 "아 그거 원래 있던 건 줄 알았어요" 이 말 듣는 게 목표다. 오늘도 설명 내일 투자사 미팅 있다. PPT 또 봤다. 뭘 고칠지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가야지. "저희 서비스가요..." 128번째 설명 준비 중. 언젠간 통하겠지. 아니면 설명 없이도 알아볼 정도로 크거나. 둘 중 하나.오늘도 설명했다. 내일도 할 거다. 지칠 때까지.
- 27 Dec, 2025
피칭 영상 500번 찍고 나서 깨달은 것
피칭 영상 500번 찍고 나서 깨달은 것 1번째 영상: "안녕하세요 저희는요" 처음 찍은 피칭 영상은 3분짜리였다. 정장 입고, 머리 넘기고, 대본 외웠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AI 기반 숏폼 편집 솔루션을 제공하는..." 30초 만에 지웠다. 거울 보니까 대학생 면접 연습 같았다.100번째 영상: 후드티로 갈아입음 정장 벗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팀원 조언. 후드티 입고 찍었다. 근데 이것도 이상했다. 투자자들이 "학생이세요?" 물어봤던 게 떠올랐다. 차라리 평범한 셔츠가 나았다. "젊음"을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었으니까. 250번째 영상: 숫자를 넣기 시작함 피칭의 70%는 데이터다. 나머지 30%가 스토리. "저희 MAU는 2만입니다" "전월 대비 23% 성장했습니다" "사용자 1인당 세션 타임 12분입니다" 나이는 안 물어봤다. 숫자가 말해줬으니까. 어린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근거 없이 패기만 부린 게 문제였다.367번째 영상: "혁신"이란 단어 뺌 "저희는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이 문장 쓰는 순간 신뢰 떨어진다. 혁신적인지는 상대방이 판단한다. 내가 말하는 게 아니다. "기존 편집 툴은 27번 클릭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3번으로 줄였습니다" 이게 혁신이다.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로 보여주는 것. 421번째 영상: 실패담을 넣음 "저희는 처음에 망했습니다"로 시작했다. 초기 버전은 MAU 200명이었다. 6개월 동안 기능만 추가했다. 사용자는 안 늘었다. 그래서 다 엎고 UI 갈아엎었다. MAU 2만 됐다. 투자자들 반응이 달랐다. "배우는 팀이네요" 나이가 어려서 경험이 없는 게 아니다. 경험을 빠르게 쌓는 거다.500번째 영상: 3문장으로 줄임 최종 버전은 45초다. "저희는 숏폼 편집 시간을 90% 줄입니다" "현재 MAU 2만, 월 성장률 23%입니다" "시리즈 A 목표는 내년 MAU 50만입니다" 끝. 질문 있으면 받는다. 없으면 데모 보여준다. 피칭은 설득이 아니다. 대화의 시작이다. 깨달은 것들 1. 나이는 핸디캡이 아니다 26살이 약점이 아니었다. "경험 부족"을 스스로 강조한 게 문제였다. 투자자들은 나이를 안 봤다. 실행력을 봤다. MAU 2만 만든 건 나이 30살도 쉽지 않다. 26살이 만들었으면 더 대단한 거다. 2. "젊음" vs "빠름" "저희는 젊어서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 별로 "저희는 2주 만에 새 기능 배포합니다" - 좋음 젊음을 어필하지 마라. 속도를 보여줘라. 20대의 강점은 젊음이 아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시간이 있다는 것. 3. 정장 vs 후드티는 중요하지 않다 옷은 상관없었다. 편한 걸 입어라. 투자자들이 보는 건 PPT다. 너의 티셔츠 브랜드가 아니다. 다만 기본은 지켜라. 구겨진 옷, 더러운 머리는 안 된다. 존중의 문제다. 4. 피칭은 연기가 아니다 대본 외우지 마라. 숫자를 외워라. "저희 retention rate가 뭐더라..." 하면 끝이다. "68%입니다" 바로 나와야 한다. 유창하게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확신 있게 말하는 것. 더듬어도 된다. 숫자만 정확하면. 5. 500번 찍으면 늘까? 안 늘었다. 450번까지는. 달라진 건 마지막 50번이었다. "왜 찍는가"를 알았을 때. 투자자를 설득하려고 찍는 게 아니다. 우리가 뭘 하는 회사인지 내가 이해하려고 찍는 거다. 500번 찍으니까 나도 알게 됐다. 우리가 뭘 파는지. 지금도 찍는다 500번 찍고 끝난 게 아니다. 이번 주에만 3개 더 찍었다. 데이터가 바뀌니까. MAU 2만이 2.3만 됐다. 성장률도 23%에서 27%로. 피칭 영상은 살아있는 문서다. 회사가 자라면 영상도 자란다. 이제는 10분 만에 찍는다. 500번 연습했으니까. 결론이 아닌 것 "500번 찍으면 투자받는다" - 아니다. "젊어도 피칭 잘하면 된다" - 이것도 아니다. 500번 찍으면서 배운 건 하나다. 우리 회사를 가장 잘 설명하는 건 형용사가 아니라 숫자라는 것. "혁신적인 스타트업" 말고 "MAU 2만, 월 성장률 27%" 라고 하면 나이는 안 물어본다. 투자 얘기를 시작한다. 그게 다였다.투자자 미팅 또 잡혔다. 이번엔 501번째 버전 보내야지.
- 26 Dec, 2025
밤 11시 카페에서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라고 답변 달기
밤 11시 카페에서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라고 답변 달기 또 같은 질문 밤 11시. 홍대 24시간 카페. 노트북 배터리 17%. 아메리카노 세 번째. 고객센터 채널 켜니까 미읽음 37개. 다 비슷한 질문이다. "이 기능 언제 나와요?" "유료 버전은 얼마예요?" "이거 왜 안 돼요?"복붙 답변 솔직히 템플릿 있다. 노션에 저장해둔 답변 100개.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검토 중이에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근데 오늘은 그냥 솔직하게 썼다.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저희도 빨리 만들고 싶은데, 개발 리소스가 부족해서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보내고 나니까 불안하다.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 며칠째 반복 월요일: 12시까지 답변 35개. 화요일: 1시까지 답변 41개. 수요일: 지금. 11시. 37개 남음. 팀원들한테 맡기고 싶다. 근데 초기 스타트업이 어디 그런가. 대표가 직접 응대해야 진심 전달된다고 믿는다. 민준이(개발팀장)는 "형 그냥 자동 응답 돌려" 라고 했다. 안 된다. 우리 유저 2만 명인데.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는 거 보여줘야지.실제로 바뀌는 건 없음 문제는 이거다. 답변은 달아주는데 해결은 못 해준다. "검토 중이에요" 달고 나면 실제로 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린다. 근데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개발 일정, 투자 미팅, 마케팅. 다 급하다. 그 기능 개발하려면 민준이 2주는 붙잡아야 하는데 지금 버그 수정도 밀려 있다. 결국 또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유저는 기다려준다 신기한 건 이거다. 진심으로 답하면 사람들이 기다려준다. "알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서비스 좋아요. 천천히 해도 돼요." "응원합니다 대표님!" 이런 댓글 보면 울컥한다. 새벽 1시 카페에서 혼자 눈물 글썽. 우리 서비스 무료인데. 광고도 아직 안 붙였는데. 이렇게 응원해준다.이게 일이다 민준이가 그랬다. "형 그거 일 아니야. 시간 낭비야." 아니다. 이게 일이다. 유저 피드백 안 듣고 사무실에서 기능만 만들면 아무도 안 쓰는 서비스 된다. 실제로 이번 주에 받은 피드백으로 다음 스프린트 우선순위 3개 바꿨다. "AI 편집 속도가 너무 느려요" "영상 길이 제한 풀어주세요" "협업 기능 필요해요" 이거 20명한테 들으면 트렌드다. 50명한테 들으면 필수 기능이다. 24시간 카페의 의미 왜 집에서 안 하고 카페 오냐고? 집에서 하면 침대가 보인다. 침대 보이면 '내일 하지' 된다. 카페 오면 주변에 사람들 있다. 다들 뭔가 하고 있다. 나도 해야 할 것 같다. 옆자리 대학생은 시험공부. 건너편 직장인은 노트북으로 야근. 창가 프리랜서는 태블릿으로 작업. 다들 밤늦게까지 뭔가 한다. 나만 놀 수 없지. 며칠째 월요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밤 11시쯤 카페 온다. 고객 답변하고, 피드백 정리하고, 다음 날 회의 자료 만들고, 집 간다. 반복이다. 지민이(마케팅)가 물었다. "형 그거 루틴이에요?" 루틴이라기보다는 의무. 창업하면 고객이 상사다. 상사 질문에 답 안 하면 짤린다. 우리는 아직 짤릴 수 없다. 템플릿을 벗어나는 순간 오늘 한 유저가 물었다. "서비스 언제까지 무료예요?" 템플릿 답변은 이거다. "아직 미정입니다. 공지 드리겠습니다." 근데 솔직하게 썼다. "솔직히 돈 벌어야 해서 곧 유료화할 거예요. 근데 지금 쓰시는 분들한테는 평생 무료 혜택 드릴게요. 초기부터 믿고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5분 뒤 답장 왔다. "진심 느껴져요. 유료 돼도 쓸게요. 화이팅!" 이거다. 이 맛에 한다. 투자자는 모른다 지난주 투자 미팅에서 말했다. "저 매일 고객 응대 직접 합니다." 투자자가 웃었다. "대표가 그걸 왜 해요? 외주 주세요." 설명했다. "초기 스타트업은 고객 목소리가 생명입니다." 고개 끄덕이더니 말했다. "확장성이 없네요." 확장성. 투자자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 근데 지금은 확장보다 생존이다. 2만 명 유저 붙잡는 게 먼저다. 답변 25개 남음 시계 보니까 자정 넘었다. 배터리 5%. 충전기 안 가져왔다. 옆자리 대학생한테 빌려야 하나. 민망하다. 근데 어쩌나. 답변 다 달고 가야 하는데. "저기요, 혹시 맥북 충전기..." "아 네! 여기요." 고맙다.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일 내일 아침 팀 회의. 민준이가 물을 거다. "형 어제 일찍 잤어?" "응, 12시에." 거짓말. 실제로는 새벽 2시에 집 갔다. 답변 다 달고, 피드백 정리하고, 회의 자료 만들고. 팀원들은 모른다. 대표가 밤마다 혼자 뭐 하는지.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나 이렇게 열심히 해" 같은 거. 그냥 묵묵히 한다. 이게 내 일이니까. 왜 하냐고 물으면 사실 잘 모르겠다. 돈 벌려고? 아직 월급도 100만원. 성공하려고? 확률 5%도 안 된다. 증명하려고? 누구한테? 그냥 한다. 시작했으니까. 유저들이 믿어주니까. 팀원들이 따라오니까.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이 답변에 진심 담아서 쓸 수 있는 동안은. 계속한다. 답변 완료 자정 넘어 1시. 마지막 답변 달았다. "검토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보내기 누르고 노트북 덮었다. 내일 또 30개 올라올 거다. 모레도, 다음 주도. 며칠째 반복. 몇 달째 반복. 이게 창업이다.고객 목소리 듣는 게 일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그렇게 믿으면서 답변 단다.
- 25 Dec, 2025
SNS에 브랜딩하는 대표의 이중성
SNS에 브랜딩하는 대표의 이중성 아침 10시, 업로드 버튼 앞에서 침대에 누워서 인스타 스토리 편집 중이다. 어제 카페에서 찍은 사진. 맥북 앞에 앉은 내 뒷모습. 커피 잔이 옆에 있고, 화면에는 대시보드가 떠 있다. "업로드 하지 말지" 5분째 고민 중이다. 사실 그 사진 찍을 때 실제로는 넷플릭스 보고 있었다. 피곤해서 일 손 놓고 쉬던 중이었다. 근데 문득 '아 사진 찍어야지' 싶어서 급하게 대시보드 켰다. 이게 가식인가? 브랜딩인가?결국 올렸다. "오늘도 열심히💪" 이라는 텍스트와 함께. 조회수가 올라간다. 100, 150, 200. 근데 마음이 찝찝하다. 브랜딩이라는 이름의 연극 우리 회사는 직원 4명짜리 스타트업이다. 사무실도 없다. 다들 집에서 일한다. 그런데 SNS에는 "팀과 회의 중💡" 사진을 올린다. 사실 그 날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오프라인 회의였다. 평소엔 슬랙으로만 소통한다. 근데 그걸 굳이 설명할 필요 있나? 투자자 소개받을 때도 SNS가 중요하다고 했다. "창업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게 신뢰감을 준대요." 그래서 올린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카페에서 노트북 앞에 앉은 사진. 팀원들과 포스트잇 붙이며 브레인스토밍하는 사진. 밤늦게까지 코딩하는 사진. 근데 안 올리는 것도 있다.새벽 4시까지 유튜브 보다 잔 날. 팀원한테 짜증 낸 날. 투자 미팅에서 거절당한 날. 통장에 200만원 남은 거 보고 식은땀 난 날. 그건 안 올린다. 당연히. 근데 그게 진짜 나인데. 조회수라는 마약 스토리 조회수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본다. 500 넘으면 기분 좋다. "오늘 컨디션 좋은데?" 싶어서 더 올리고 싶어진다. 200 이하면 불안하다. "요즘 사람들이 관심 없나?" 걱정된다. 웃긴 건, 실제 사업이랑은 별 상관없다는 거다. 인스타 조회수 높다고 MAU가 늘어나지 않는다. 근데 자꾸 신경 쓰인다. 선배 대표가 그러더라. "SNS는 도구야. 목적이 되면 안 돼." 맞는 말이다. 근데 실천이 안 된다. 팔로워 1000명 넘었을 때 이상하게 뿌듯했다. 투자 받았을 때보다 기뻤다. 솔직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 얼마 전에 팀원이 물었다. "형은 인스타에 왜 맨날 일하는 것만 올려요?"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다른 거는 보여주기 싫어서? 실은 나도 넷플릭스 본다. 친구들이랑 술도 마신다. 요즘은 롤도 다시 시작했다. 근데 그걸 올리면 "놀 시간에 일이나 하지" 소리 들을 것 같다. 특히 투자자나 비즈니스 관계자들한테. 26살 대표가 게임한다고 하면 신뢰 떨어질까? 20대 창업가가 평일 낮에 친구들이랑 논다고 하면? 그래서 안 올린다. 일하는 모습만 큐레이션해서 올린다. 그게 내 브랜드니까. 근데 가끔 답답하다. 진짜와 가짜 사이 작년에 유명한 창업가 인스타 봤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명상한대. 팀원들이랑 저녁 회식도 자주 하고. 투자 유치 소식도 올리고.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그래서 따라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운동하는 사진 올렸다. (사실 그 날 하루만 그랬고 다음 날부터 다시 1시에 일어났다) 팀 회식 사진도 올렸다. (월급 밀려서 미안한 마음에 내가 쏜 거였는데) 근데 댓글이 달렸다. "부럽네요! 저도 이런 팀 만들고 싶어요." 그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사기꾼이 된 것 같았다. 보여주기와 숨기기의 균형 요즘은 생각을 바꿨다. SNS는 하이라이트 릴이다. 전체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매일 성공하는 사람 없다. 다들 힘든 거 숨기고 좋은 것만 보여주는 거다. 그걸 인정하니까 좀 편해졌다. 이제는 올릴 때 기준이 있다. "이게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나?" 도움 안 되면 안 올린다. 조회수 높아도. 개인 계정은 따로 만들었다. 친구들만 팔로우하는 비공개 계정. 거기엔 진짜 일상을 올린다. 롤 게임 중인 화면. 편의점 야식 먹방. "오늘 투자 미팅 망했다" 같은 솔직한 얘기. 그게 진짜 나다. 비즈니스 계정은 브랜딩용이다. 회사를 알리는 창구다. 거기서는 대표 역할을 한다. 역할극인 거 맞다. 근데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나한테 정직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연극인가 어제 후배가 물었다. "형, 인스타 계속 신경 쓰면서 힘들지 않아요?" 솔직히 힘들다고 했다. 근데 필요하다고도 했다. 우리는 작은 회사다. 알려지려면 SNS가 중요하다. 대표가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그게 싫으면 안 해도 된다. 근데 그럼 성장이 더디다. 결국 선택이다. 브랜딩을 할 거냐, 말 거냐. 나는 하기로 했다. 대신 규칙을 정했다. 하루에 30분만 신경 쓴다. 조회수는 주 1회만 확인한다. 개인 계정에서는 진짜 나로 산다. 완벽하진 않다. 가끔 새벽에 몰래 조회수 확인한다. 다른 창업가 인스타 보면서 비교한다. 근데 예전보단 낫다. 적어도 내가 연극하고 있다는 걸 안다. 무대 위에 있을 때와 내려왔을 때를 구분한다. 이중성을 인정하기 결국 우린 다 이중적이다. 회사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가 다르다. SNS에서의 나와 실제 나도 다르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자기 자신을 속이면 안 된다. 나는 SNS에 브랜딩한다. 회사 알리려고 의도적으로 올린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다. 밤에 혼자 있을 때 불안하다. "이거 의미 있나?" 싶을 때 있다. 팀원들 월급 주고 나면 통장 텅 빈다. 그런 것도 나다. 근데 그걸 SNS에 올릴 필요는 없다. 브랜딩은 전략이다. 진짜 나를 지우는 게 아니다. 비즈니스를 위한 선택적 공개다. 그 차이를 아는 게 중요하다. 요즘은 인스타 올릴 때 덜 고민한다. "이게 회사에 도움 되나?" 생각하고 올린다. 도움 안 되면 안 올린다. 끝. 개인 계정에는 마음대로 올린다. 친구들한테 진짜 나를 보여준다. 거기서 충전한다. 둘 다 나다. 대표인 나와 26살 이영준이라는 사람.결국 연극이 나쁜 건 아니다. 무대 내려와서 가면 벗을 줄만 알면. 나는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내일도 올릴 거다. 근데 밤엔 가면을 벗는다. 그게 내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