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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 26 Dec, 2025
밤 11시 카페에서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라고 답변 달기
밤 11시 카페에서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라고 답변 달기 또 같은 질문 밤 11시. 홍대 24시간 카페. 노트북 배터리 17%. 아메리카노 세 번째. 고객센터 채널 켜니까 미읽음 37개. 다 비슷한 질문이다. "이 기능 언제 나와요?" "유료 버전은 얼마예요?" "이거 왜 안 돼요?"복붙 답변 솔직히 템플릿 있다. 노션에 저장해둔 답변 100개.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검토 중이에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근데 오늘은 그냥 솔직하게 썼다.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저희도 빨리 만들고 싶은데, 개발 리소스가 부족해서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보내고 나니까 불안하다.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 며칠째 반복 월요일: 12시까지 답변 35개. 화요일: 1시까지 답변 41개. 수요일: 지금. 11시. 37개 남음. 팀원들한테 맡기고 싶다. 근데 초기 스타트업이 어디 그런가. 대표가 직접 응대해야 진심 전달된다고 믿는다. 민준이(개발팀장)는 "형 그냥 자동 응답 돌려" 라고 했다. 안 된다. 우리 유저 2만 명인데.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는 거 보여줘야지.실제로 바뀌는 건 없음 문제는 이거다. 답변은 달아주는데 해결은 못 해준다. "검토 중이에요" 달고 나면 실제로 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린다. 근데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개발 일정, 투자 미팅, 마케팅. 다 급하다. 그 기능 개발하려면 민준이 2주는 붙잡아야 하는데 지금 버그 수정도 밀려 있다. 결국 또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유저는 기다려준다 신기한 건 이거다. 진심으로 답하면 사람들이 기다려준다. "알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서비스 좋아요. 천천히 해도 돼요." "응원합니다 대표님!" 이런 댓글 보면 울컥한다. 새벽 1시 카페에서 혼자 눈물 글썽. 우리 서비스 무료인데. 광고도 아직 안 붙였는데. 이렇게 응원해준다.이게 일이다 민준이가 그랬다. "형 그거 일 아니야. 시간 낭비야." 아니다. 이게 일이다. 유저 피드백 안 듣고 사무실에서 기능만 만들면 아무도 안 쓰는 서비스 된다. 실제로 이번 주에 받은 피드백으로 다음 스프린트 우선순위 3개 바꿨다. "AI 편집 속도가 너무 느려요" "영상 길이 제한 풀어주세요" "협업 기능 필요해요" 이거 20명한테 들으면 트렌드다. 50명한테 들으면 필수 기능이다. 24시간 카페의 의미 왜 집에서 안 하고 카페 오냐고? 집에서 하면 침대가 보인다. 침대 보이면 '내일 하지' 된다. 카페 오면 주변에 사람들 있다. 다들 뭔가 하고 있다. 나도 해야 할 것 같다. 옆자리 대학생은 시험공부. 건너편 직장인은 노트북으로 야근. 창가 프리랜서는 태블릿으로 작업. 다들 밤늦게까지 뭔가 한다. 나만 놀 수 없지. 며칠째 월요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밤 11시쯤 카페 온다. 고객 답변하고, 피드백 정리하고, 다음 날 회의 자료 만들고, 집 간다. 반복이다. 지민이(마케팅)가 물었다. "형 그거 루틴이에요?" 루틴이라기보다는 의무. 창업하면 고객이 상사다. 상사 질문에 답 안 하면 짤린다. 우리는 아직 짤릴 수 없다. 템플릿을 벗어나는 순간 오늘 한 유저가 물었다. "서비스 언제까지 무료예요?" 템플릿 답변은 이거다. "아직 미정입니다. 공지 드리겠습니다." 근데 솔직하게 썼다. "솔직히 돈 벌어야 해서 곧 유료화할 거예요. 근데 지금 쓰시는 분들한테는 평생 무료 혜택 드릴게요. 초기부터 믿고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5분 뒤 답장 왔다. "진심 느껴져요. 유료 돼도 쓸게요. 화이팅!" 이거다. 이 맛에 한다. 투자자는 모른다 지난주 투자 미팅에서 말했다. "저 매일 고객 응대 직접 합니다." 투자자가 웃었다. "대표가 그걸 왜 해요? 외주 주세요." 설명했다. "초기 스타트업은 고객 목소리가 생명입니다." 고개 끄덕이더니 말했다. "확장성이 없네요." 확장성. 투자자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 근데 지금은 확장보다 생존이다. 2만 명 유저 붙잡는 게 먼저다. 답변 25개 남음 시계 보니까 자정 넘었다. 배터리 5%. 충전기 안 가져왔다. 옆자리 대학생한테 빌려야 하나. 민망하다. 근데 어쩌나. 답변 다 달고 가야 하는데. "저기요, 혹시 맥북 충전기..." "아 네! 여기요." 고맙다.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일 내일 아침 팀 회의. 민준이가 물을 거다. "형 어제 일찍 잤어?" "응, 12시에." 거짓말. 실제로는 새벽 2시에 집 갔다. 답변 다 달고, 피드백 정리하고, 회의 자료 만들고. 팀원들은 모른다. 대표가 밤마다 혼자 뭐 하는지.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나 이렇게 열심히 해" 같은 거. 그냥 묵묵히 한다. 이게 내 일이니까. 왜 하냐고 물으면 사실 잘 모르겠다. 돈 벌려고? 아직 월급도 100만원. 성공하려고? 확률 5%도 안 된다. 증명하려고? 누구한테? 그냥 한다. 시작했으니까. 유저들이 믿어주니까. 팀원들이 따라오니까.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이 답변에 진심 담아서 쓸 수 있는 동안은. 계속한다. 답변 완료 자정 넘어 1시. 마지막 답변 달았다. "검토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보내기 누르고 노트북 덮었다. 내일 또 30개 올라올 거다. 모레도, 다음 주도. 며칠째 반복. 몇 달째 반복. 이게 창업이다.고객 목소리 듣는 게 일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그렇게 믿으면서 답변 단다.
- 25 Dec, 2025
SNS에 브랜딩하는 대표의 이중성
SNS에 브랜딩하는 대표의 이중성 아침 10시, 업로드 버튼 앞에서 침대에 누워서 인스타 스토리 편집 중이다. 어제 카페에서 찍은 사진. 맥북 앞에 앉은 내 뒷모습. 커피 잔이 옆에 있고, 화면에는 대시보드가 떠 있다. "업로드 하지 말지" 5분째 고민 중이다. 사실 그 사진 찍을 때 실제로는 넷플릭스 보고 있었다. 피곤해서 일 손 놓고 쉬던 중이었다. 근데 문득 '아 사진 찍어야지' 싶어서 급하게 대시보드 켰다. 이게 가식인가? 브랜딩인가?결국 올렸다. "오늘도 열심히💪" 이라는 텍스트와 함께. 조회수가 올라간다. 100, 150, 200. 근데 마음이 찝찝하다. 브랜딩이라는 이름의 연극 우리 회사는 직원 4명짜리 스타트업이다. 사무실도 없다. 다들 집에서 일한다. 그런데 SNS에는 "팀과 회의 중💡" 사진을 올린다. 사실 그 날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오프라인 회의였다. 평소엔 슬랙으로만 소통한다. 근데 그걸 굳이 설명할 필요 있나? 투자자 소개받을 때도 SNS가 중요하다고 했다. "창업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게 신뢰감을 준대요." 그래서 올린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카페에서 노트북 앞에 앉은 사진. 팀원들과 포스트잇 붙이며 브레인스토밍하는 사진. 밤늦게까지 코딩하는 사진. 근데 안 올리는 것도 있다.새벽 4시까지 유튜브 보다 잔 날. 팀원한테 짜증 낸 날. 투자 미팅에서 거절당한 날. 통장에 200만원 남은 거 보고 식은땀 난 날. 그건 안 올린다. 당연히. 근데 그게 진짜 나인데. 조회수라는 마약 스토리 조회수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본다. 500 넘으면 기분 좋다. "오늘 컨디션 좋은데?" 싶어서 더 올리고 싶어진다. 200 이하면 불안하다. "요즘 사람들이 관심 없나?" 걱정된다. 웃긴 건, 실제 사업이랑은 별 상관없다는 거다. 인스타 조회수 높다고 MAU가 늘어나지 않는다. 근데 자꾸 신경 쓰인다. 선배 대표가 그러더라. "SNS는 도구야. 목적이 되면 안 돼." 맞는 말이다. 근데 실천이 안 된다. 팔로워 1000명 넘었을 때 이상하게 뿌듯했다. 투자 받았을 때보다 기뻤다. 솔직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 얼마 전에 팀원이 물었다. "형은 인스타에 왜 맨날 일하는 것만 올려요?"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다른 거는 보여주기 싫어서? 실은 나도 넷플릭스 본다. 친구들이랑 술도 마신다. 요즘은 롤도 다시 시작했다. 근데 그걸 올리면 "놀 시간에 일이나 하지" 소리 들을 것 같다. 특히 투자자나 비즈니스 관계자들한테. 26살 대표가 게임한다고 하면 신뢰 떨어질까? 20대 창업가가 평일 낮에 친구들이랑 논다고 하면? 그래서 안 올린다. 일하는 모습만 큐레이션해서 올린다. 그게 내 브랜드니까. 근데 가끔 답답하다. 진짜와 가짜 사이 작년에 유명한 창업가 인스타 봤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명상한대. 팀원들이랑 저녁 회식도 자주 하고. 투자 유치 소식도 올리고.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그래서 따라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운동하는 사진 올렸다. (사실 그 날 하루만 그랬고 다음 날부터 다시 1시에 일어났다) 팀 회식 사진도 올렸다. (월급 밀려서 미안한 마음에 내가 쏜 거였는데) 근데 댓글이 달렸다. "부럽네요! 저도 이런 팀 만들고 싶어요." 그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사기꾼이 된 것 같았다. 보여주기와 숨기기의 균형 요즘은 생각을 바꿨다. SNS는 하이라이트 릴이다. 전체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매일 성공하는 사람 없다. 다들 힘든 거 숨기고 좋은 것만 보여주는 거다. 그걸 인정하니까 좀 편해졌다. 이제는 올릴 때 기준이 있다. "이게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나?" 도움 안 되면 안 올린다. 조회수 높아도. 개인 계정은 따로 만들었다. 친구들만 팔로우하는 비공개 계정. 거기엔 진짜 일상을 올린다. 롤 게임 중인 화면. 편의점 야식 먹방. "오늘 투자 미팅 망했다" 같은 솔직한 얘기. 그게 진짜 나다. 비즈니스 계정은 브랜딩용이다. 회사를 알리는 창구다. 거기서는 대표 역할을 한다. 역할극인 거 맞다. 근데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나한테 정직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연극인가 어제 후배가 물었다. "형, 인스타 계속 신경 쓰면서 힘들지 않아요?" 솔직히 힘들다고 했다. 근데 필요하다고도 했다. 우리는 작은 회사다. 알려지려면 SNS가 중요하다. 대표가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그게 싫으면 안 해도 된다. 근데 그럼 성장이 더디다. 결국 선택이다. 브랜딩을 할 거냐, 말 거냐. 나는 하기로 했다. 대신 규칙을 정했다. 하루에 30분만 신경 쓴다. 조회수는 주 1회만 확인한다. 개인 계정에서는 진짜 나로 산다. 완벽하진 않다. 가끔 새벽에 몰래 조회수 확인한다. 다른 창업가 인스타 보면서 비교한다. 근데 예전보단 낫다. 적어도 내가 연극하고 있다는 걸 안다. 무대 위에 있을 때와 내려왔을 때를 구분한다. 이중성을 인정하기 결국 우린 다 이중적이다. 회사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가 다르다. SNS에서의 나와 실제 나도 다르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자기 자신을 속이면 안 된다. 나는 SNS에 브랜딩한다. 회사 알리려고 의도적으로 올린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다. 밤에 혼자 있을 때 불안하다. "이거 의미 있나?" 싶을 때 있다. 팀원들 월급 주고 나면 통장 텅 빈다. 그런 것도 나다. 근데 그걸 SNS에 올릴 필요는 없다. 브랜딩은 전략이다. 진짜 나를 지우는 게 아니다. 비즈니스를 위한 선택적 공개다. 그 차이를 아는 게 중요하다. 요즘은 인스타 올릴 때 덜 고민한다. "이게 회사에 도움 되나?" 생각하고 올린다. 도움 안 되면 안 올린다. 끝. 개인 계정에는 마음대로 올린다. 친구들한테 진짜 나를 보여준다. 거기서 충전한다. 둘 다 나다. 대표인 나와 26살 이영준이라는 사람.결국 연극이 나쁜 건 아니다. 무대 내려와서 가면 벗을 줄만 알면. 나는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내일도 올릴 거다. 근데 밤엔 가면을 벗는다. 그게 내 방식이다.
- 13 Dec, 2025
주말이 없는 일상의 실체
주말이 없는 일상의 실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모른다 아침에 눈 떴다. 핸드폰 봤다. 수요일이었다. 어제가 화요일인 줄 알았는데 월요일이었나 보다. 아니다. 일요일이었다. 휴일이었다는 걸 1시간 뒤에 알았다. 팀 슬랙에 메시지 없어서.창업하고 나서부터다. 요일 감각이 사라진 게. 월요일에 투자 미팅. 화요일에 개발. 수요일에 팀 회의. 목요일에 개발. 금요일에 또 미팅. 토요일에 개발. 일요일에 개발. 패턴이 없다. 아니, 패턴이 하나다. 계속 일한다. 대학 다닐 땐 금요일 저녁이 제일 좋았다. '이제 주말이다' 그 설렘. 지금은 금요일도 그냥 금요일이다. 내일도 카페 간다. 노트북 편다. 코드 친다. 휴식의 정의가 바뀌었다 휴식이 뭐였지? 예전엔 아무것도 안 하는 거였다. 침대에 누워서 넷플릭스. 폰 보다 잠들기. 그게 쉬는 거였다. 지금은 다르다. 일 안 하면 불안하다. 토요일 오후에 친구가 불렀다. 대학 동기. 취업했다는 애. "야, 오늘 저녁 한강 갈래?" 가고 싶었다. 진짜로. 근데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갔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그 시간에 신규 기능 하나 만들 수 있다. 투자 PT 자료 손볼 수 있다. "미안, 오늘 일 있어." 거짓말은 아니다. 일이 있긴 했다. 아니, 일을 만들었다.친구는 이해한다고 했다. "너 바쁘지, 창업가니까." 그 말이 위로인지 압박인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노트북 켰다. 코드 짰다. 3시간 동안. 그게 내 토요일 저녁이었다. 쉬었나? 모르겠다. 일했으니까 뭔가 했다는 기분은 든다. 근데 개운하진 않다. 일요일도 그냥 하루다 일요일이 제일 이상하다. 다들 쉰다. SNS 보면 브런치 사진, 공원 사진, 가족 모임 사진. 나는? 카페에 있다. 어제와 같은 자리. 같은 아메리카노. 주인아저씨가 말 걸었다. "주말에도 나오네요?" "네, 뭐... 할 게 있어서요." 아저씨는 고개 끄덕이고 갔다. 대단하다는 표정인지, 불쌍하다는 표정인지.일요일 오후 3시. 부모님한테 전화 왔다. "뭐해? 오늘 일요일인데." "일하고 있어요." "일요일에도 일해? 쉬어야지." 쉬고 싶긴 하다. 근데 어떻게? 런웨이 4개월 남았다. 투자 안 받으면 문 닫는다. 팀원 4명 월급 줘야 한다. 100만원씩이지만 그게 400만원이다. 한 달에 400만원. 4개월이면 1600만원. 남은 돈 2000만원. 계산하다 보니 전화 끊어져 있었다. 다시 걸지 않았다. 설명하기 귀찮아서. 아니다. 설명해도 이해 못 할 거 같아서.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팀원들한테 미안하다. 다들 20대 초반이다. 놀아야 할 나이다. 연애해야 하고, 여행 가야 하고. 근데 나랑 같이 카페에 앉아 있다.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아무도 불평 안 한다. 그게 더 미안하다. 지난주 일요일. CTO인 준혁이가 말했다. "형, 우리 주말에 쉬는 거 어때요?" 순간 멈칫했다. '쉰다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 일정이 빠듯해서..." 준혁이는 웃었다. "농담이에요, 형. 저도 할 거 많아요." 농담이었나? 진짜였나? 모르겠다. 물어보기 무섭다. 우리 모두 주말을 포기했다. 아니, 주말이 없어진 거다. 대신 뭘 얻었나? MAU 2만. 좋은 건가? 모르겠다. 수익은 아직이다. 투자자들은 관심 없다. "재미있는데,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돌려 거절. 그럼 우리는 뭐하는 거지? 주말 없이 일하는데 결과는 언제 나오지? 성공한 사람들도 그랬대 밤에 유튜브 봤다. 성공한 창업가 인터뷰. "초기에는 주말도 없이 일했죠. 365일 24시간 일만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은 웃으면서 말했다. 추억처럼. 나도 나중에 저렇게 말할까? '그땐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다' 이렇게? 지금은 모르겠다. 보람은 없고 힘들기만 하다. 조회수 보니까 500만. 댓글 3만 개. "역시 성공하려면 희생이 필요하네요." "저도 주말 반납하고 일할게요." "멋있습니다." 멋있나? 나는 왜 안 멋있게 느껴지지? 다음 영상도 봤다. 또 성공한 사람. "주말에 쉬는 사람은 경쟁에서 집니다. 남들이 쉴 때 일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죠." 맞는 말 같다. 근데 피곤하다. 남들 쉴 때 일하면 성공한다. 그럼 나는 성공하나? 2년 뒤에? 5년 뒤에? 보장이 없다. 그게 제일 무섭다. 진짜 문제는 끝이 없다는 거다 주말에 일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끝이 안 보인다는 게 문제다. 다음 주도 이럴 거고, 다음 달도 이럴 거고, 내년도 이럴 거다. 언제까지? 투자 받을 때까지? 그럼 받고 나면? 그땐 더 바빠진다. 직원 늘고, 책임 커지고. 그럼 언제 쉬지? 대기업 다니는 동기는 말했다. "힘들어도 주말은 있잖아. 퇴근은 하잖아." 맞다. 걔는 금요일 저녁에 회사 나오면 월요일까지 자유다. 나는? 항상 일한다. 퇴근이 없다. 카페에서 집으로 옮기는 것뿐이다. 이게 맞나? 싶다. 성공하면 맞는 거다. 실패하면 틀린 거다. 그 판단은 나중에 난다. 지금은 모른다. 그냥 계속 가는 수밖에 없다. 가끔 현타 온다 지난주 토요일 밤이었다. 고등학교 친구들 단톡방이 떴다. 모임 잡는다고. "다음 주 토요일 어때? 다들 시간 되지?" 다들 된다고 했다. 나만 빼고. "나는 힘들 것 같아. 미팅 있어." 거짓말이다. 미팅 없다. 근데 가기 싫었다. 가면 물어볼 거다. "요즘 어때? 잘 돼?" 대답이 없다. "잘 되고 있어" 라고 하긴 싫고, "망해가고 있어" 라고 하긴 더 싫고. 걔들은 주말에 만난다. 술 마신다. 얘기한다. 웃는다. 나는 카페에 있다. 혼자. 노트북 앞에. 누가 더 나은 삶인가? 모르겠다. 비교하기 싫다. 근데 자꾸 비교하게 된다. 동기 인스타 봤다. 제주도 여행 사진. "주말에 충전 완료!" 충전. 그게 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래도 계속한다 주말이 없다. 휴일이 없다. 쉬는 날이 없다. 근데 멈출 수가 없다. 이미 1년 6개월 달렸다. 여기서 포기하면 그동안 뭐였나? 팀원들 있다. 얘들 월급 줘야 한다. 믿고 따라온 애들이다. 부모님도 있다. "아들이 사업한다"고 자랑한다는데. 실패하면 뭐라 하지? 나 자신도 있다. 26살. 증명하고 싶다. 나이 어려도 할 수 있다고. 그래서 내일도 카페 간다. 모레도 간다. 그 다음 날도.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상관없다. 요일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계속 움직이는 거다. 멈추면 끝이니까. 결국 선택이었다 누가 시킨 건 아니다. 내가 선택했다. 창업을. 이 삶을. 주말 포기도 내 선택이다. 친구들 못 만나는 것도. 연애 안 하는 것도. 후회하냐? 아직은 아니다. 나중에 후회할까?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한다. 하루하루. 오늘이 수요일인지 토요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늘도 뭔가 했다는 거다. 그걸로 족하다. 지금은.주말은 없다. 근데 멈추지 않는다. 이게 26살 창업가의 일상이다.
- 10 Dec, 2025
연애를 접다 - 창업의 숨겨진 비용
연애를 접다 - 창업의 숨겨진 비용 언제부터였을까 창업하고 연애를 접었다. 정확히는 접은 게 아니라 자동으로 멈췄다. 마지막 데이트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1년 반 전쯤? 그때는 아직 학교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 하던 시절이었다. "바쁘다"는 말을 몇 번 했더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시작이었다. 창업하고 나서는 아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투자 받고, 팀 꾸리고, 개발하고, 유저 모으고.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연애는 자동으로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났다.근데 요즘 들어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연애를 다시 할 수 있을까? 아니, 하고 싶기는 한 걸까? 데이팅 앱을 지운 날 창업 초기에 데이팅 앱을 깔았던 적이 있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프로필을 만들었다. "26세, 스타트업 대표, AI 툴 개발 중." 사진은 데모데이 발표하던 거 올렸다. 나름 멋있어 보였다. 매칭은 꽤 됐다. 근데 대화가 문제였다. "언제 시간 돼요?" "이번 주는 좀..." "다음 주는요?" "그때도 피칭이..." 3번 정도 이러니까 상대방도 포기했다. 당연하지. 나도 나한테 짜증났을 거다. 결정적이었던 건 한 번은 진짜 시간 내서 만났던 날이었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데 슬랙 알림이 계속 왔다. 서버가 다운됐다고. 긴급 상황. "죄송한데 급한 일이 생겨서..." 30분 만에 자리를 떴다. 택시 타고 가면서 노트북 켰다. 상대방한테 사과 메시지 보냈는데 답은 안 왔다. 그날 밤 앱을 지웠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데이팅 앱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연애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연애할 여유가 없었다. 팀원들의 연애 팀원 중에 한 명이 최근에 연애를 시작했다. 좋아 보였다. 회의 끝나고 저녁 약속 있다고 먼저 간다. 주말에 연락하면 "오늘은 좀..."이라고 한다. 당연한 거다. 주말인데. 근데 나는 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약간 서운하기도 하고. '나는 매일 밤새우는데 쟤는 데이트하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싫었다. 완전 꼰대 마인드잖아. 대표가 이러면 안 되는데. 그 팀원한테 말했다. "좋겠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는데." 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형도 하면 되잖아요." 그래, 하면 된다. 근데 어떻게?하루에 4시간 자고 일하는 사람이 연애를 해? 데이트 시간은 어디서 나와? 주말에 만나? 나는 주말도 일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부모님의 잔소리 한 달에 한 번 부모님이랑 통화한다. 요즘은 그것도 미루게 된다. 어머니가 물어보신다.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 "아니요. 바빠서요." "그래도 나이가 있는데. 친구 소개팅이라도 해봐." "나중에요. 지금은 회사가..." "회사, 회사. 회사만 하다가 늙는다." 전화 끊고 나면 기분이 묘하다. 어머니 말이 틀린 건 아니니까. 26살. 동기들은 연애하고, 어떤 애들은 결혼도 준비한다. 나는 뭐하나 싶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지금 연애하면 상대방한테 미안할 것 같다. 시간도 못 내고, 돈도 없고, 미래도 불확실하고. 이런 상태로 누구를 만나? 그게 예의인가? 차라리 성공하고 만나는 게 맞지 않나. 그때는 여유도 있고, 자신감도 있고. 근데 성공이 언제인데? 런웨이 4개월 남았다. 다음 투자 유치 안 되면 문 닫을 수도 있다. 그럼 다 끝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애 생각할 여유가 어딨어. 새벽 3시의 생각 코딩하다가 문득 멈춘다. 새벽 3시. 인스타를 켠다. 타임라인에 동기 커플 사진이 올라온다. 제주도 여행. 좋아 보인다. 댓글을 단다. "부럽다 ㅋㅋ" 진짜 부럽다. 창업하면서 포기한 게 많다. 졸업, 취업, 안정적인 미래. 그리고 연애. 근데 연애는 좀 다르다. 다른 건 나중에 해도 되는데, 연애는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26살. 나이가 많은 건 아닌데, 창업하면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2년이 10년 같다. 30살 되면 어떨까. 그때도 이러고 있을까. 아니면 성공해서 여유가 생길까. 모르겠다. 확실한 건 지금은 안 된다는 것.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노트북을 다시 켠다. 코드를 짠다. 이게 지금 할 수 있는 전부다. 숨겨진 비용 창업의 비용을 계산할 때 사람들은 돈만 생각한다. 투자금, 운영비, 월급. 근데 진짜 비용은 따로 있다. 시간, 건강, 관계. 그중에서도 연애는 가장 조용히 사라지는 것 같다. 극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어느 날 보면 그냥 없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그냥 없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지금은 집중할 때'라고 생각했다. 성공하면 다 돌아온다고. 근데 요즘은 확신이 안 선다. 정말 돌아올까? 아니면 이게 새로운 일상이 되는 걸까? 팀원이 데이트하고 오는 걸 보면 생각한다. '나도 저랬는데.' 대학교 2학년 때는 연애가 제일 중요했다. 데이트 약속 있으면 다른 건 다 미뤘다. 지금은 반대다. 회사가 제일 중요하고, 다른 건 다 미룬다. 언제 바뀐 걸까. 그리고 다시 바뀔 수 있을까. 혼자 먹는 저녁 저녁은 주로 혼자 먹는다. 팀원들이랑 회의하면서 먹을 때도 있지만, 그건 회의지 식사가 아니다.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사무실에서 먹는다. 노트북 켜놓고. 유튜브 틀어놓고. 커플 유튜브가 추천에 뜬다. 클릭한다. 보면서 먹는다. '재밌겠다.' 그런 생각을 한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영화 보고, 같이 산책하고. 근데 나는 지금 뭐해. 편의점 도시락 먹으면서 커플 유튜브 보고 있어. 웃긴다. 진짜 웃겨. 포크를 내려놓는다. 갑자기 배가 안 고프다. 노트북을 닫는다. 코딩으로 돌아간다. 이게 더 편하다. 언젠가는 팀원이 물어봤다. "형은 언제 연애할 거예요?" "엑싯하고." "그게 언제인데요?" "모르지." "그럼 계속 혼자?" "그런 셈이지." 쟤가 웃었다. "그건 좀 슬프지 않아요?" 슬프다. 맞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지금은 회사가 먼저다. 팀원 4명 먹여 살려야 하고, 투자자들 믿음 배신하면 안 되고, 유저들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내 개인 감정은 그다음이다. 연애는 사치다. 지금의 나한테는. 그래서 접었다. 정확히는 접은 게 아니라 미뤘다. 나중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나중으로. 카페에서 본 커플 오늘 카페에서 작업하는데 옆 테이블에 커플이 앉았다. 대학생으로 보였다. 과제하면서 장난치고, 웃고, 커피 나눠 마시고. 노트북 화면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자꾸 소리가 들렸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모르면 나한테 물어봐야지." "너도 모르잖아." "그래도 같이 고민하면 되지." 같이 고민하면 된다.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나는 혼자 고민한다. 회사 문제도, 개발 이슈도, 투자 전략도. 전부 혼자. 팀원들이 있지만, 결국 결정은 내가 한다. 책임도 내가 진다. 외롭다. 인정한다. 외롭다. 창업이 외로운 건 알았다. 근데 이렇게까지 외로운 줄은 몰랐다. 연애를 하면 덜 외로울까? 아니면 더 외로울까? 누군가 옆에 있는데 시간을 못 내면, 그게 더 외로운 거 아닐까. 차라리 지금처럼 아예 없는 게 나은 건가. 모르겠다. 카페를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커플들이 많이 보였다. 다 행복해 보였다. 4개월 후 런웨이가 4개월 남았다. 4개월 안에 투자 유치를 하거나, 수익화를 하거나, 아니면 문을 닫거나. 요즘은 이 생각밖에 안 난다. 연애? 그건 4개월 후에 생각하자. 살아남으면. 근데 4개월 후에 살아남으면 또 다른 4개월이 온다. 그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창업은 끝이 없다. 항상 다음 목표가 있고, 다음 위기가 있고, 다음 선택이 있다. 그러면 연애는 평생 못 하는 건가? 성공한 창업가들 보면 다들 연애하던데.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어떻게 한 거지? 시간을 어떻게 만든 거지? 아니면 나보다 더 잘해서 여유가 생긴 걸까? 나는 왜 이렇게 벅차기만 한 걸까? 진짜 비용 창업하면서 계산했던 것들이 있다. 투자금 5000만원, 월 운영비 1200만원, 팀원 월급 100만원씩. 다 맞았다. 숫자는 정확했다. 근데 계산 못 했던 게 있다. 새벽 4시까지 일하면서 잃는 건강. 친구들 모임에 못 가면서 멀어지는 관계. 부모님 전화를 피하면서 쌓이는 죄책감. 그리고 연애를 포기하면서 느끼는 외로움. 이건 숫자로 안 나온다. 엑셀 시트에 안 뜬다. 근데 진짜 비싼 비용이다. 돈은 다시 벌 수 있다. 투자 받으면 된다. 근데 시간은? 관계는? 감정은? 26살의 나는 다시 안 온다. 이 순간은 다시 안 온다. 그걸 지불하면서 창업하는 거다. 알고 있었나? 계약서에 이런 조항은 없었는데. 그래도 근데 후회는 안 한다. 연애 못 하는 거 외롭지만, 회사 만드는 건 재밌다. 새벽까지 코딩하는 거 힘들지만, 유저 피드백 오면 신난다. 돈 없는 거 불안하지만, 우리 서비스 쓰는 사람 2만 명이다. 이게 내가 선택한 길이다. 연애는 나중에 해도 된다. 30살에 해도, 35살에 해도. 지금은 이 길을 끝까지 가보고 싶다. 외롭지만, 또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다. 팀원들이 있고, 유저들이 있고, 만들고 있는 뭔가가 있다. 그게 지금은 충분하다. 거짓말이다. 충분하지 않다. 근데 참을 수는 있다. 4개월, 아니 1년, 2년. 언젠가는 여유가 생길 거다. 그때 생각하자.새벽 4시. 오늘도 혼자 코딩한다. 외롭지만 익숙하다. 이게 내 일상이니까.
- 09 Dec, 2025
팀원이 친구인데 왜 대표 역할을 해야 할까
팀원이 친구인데 왜 대표 역할을 해야 할까 25일의 저주 매달 25일만 되면 배가 아프다. 알림이 뜬다. "이체 예정 알림 - 400만원." 팀원 네 명, 각자 100만원씩. 통장 잔고는 720만원. 이체하고 나면 320만원 남는다. 런웨이 계산하면 다음 달 25일 전에 뭐든 해야 한다. "형 입금 확인했어요 ㅋㅋ" 문자가 온다. 대학 동기 민준이다. 웃는 이모티콘 다섯 개 붙여서. 나도 웃는 이모티콘 보낸다. 근데 웃긴지 모르겠다. 창업하기 전엔 그냥 친구였다. 같이 수강신청 F5 누르던 사이. 새벽 3시에 라면 끓여 먹으면서 LOL 하던 사이. "야 너 발표 준비 안 했냐 ㅋㅋ" 이러던 사이. 이젠 내가 걔 월급 주는 사이다.처음엔 다 똑같았다 작년 여름에 시작했다. 창업 동아리 해커톤에서 만난 넷. 민준이는 프론트엔드, 수현이는 디자인, 재훈이는 마케팅, 나는 백엔드. "우리 이거 진짜로 해볼까?" 누가 먼저 말했는지 기억 안 난다. 술 먹고 했던 얘기였다. 근데 다음 날 다들 단톡방에 "진심이었음 ㅋㅋ" 이랬다. 처음 3개월은 다 똑같았다. 대표가 누군지도 몰랐다. 법인 등록할 때 누군가는 대표여야 해서 내가 한 거다. "네가 제일 나이 많잖아 ㅋㅋ" 그래서 된 대표다. 엔젤 투자받기 전까진 괜찮았다. 밤새 작업하다가 새벽 라면 끓여 먹고, "오늘 커밋 몇 개?" 이러면서 장난치고, 주말에 PC방 가서 한 판 하고. 그냥 동아리 프로젝트 열심히 하는 느낌. 근데 5000만원이 들어온 날부터 달라졌다. "이제 월급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재훈이가 물었다. 맞다. 투자금은 우리 돈이 아니다. 회사 돈이다. 회사원이면 월급 받아야 한다. "얼마 줘?" 민준이가 물었다. 나도 모르겠다. 얼마 주는 게 맞나. 100만원? 200만원? 대기업 신입 연봉 5000만원인데 우린? 근데 돈 떨어지면 우린 죽는데? "일단 100씩 받자. 돈 아껴야지 뭐." 수현이가 말했다. 다들 동의했다. 나도 100만원 받기로 했다. 대표라고 더 받으면 이상할 것 같았다. 근데 그날부터 뭔가 이상해졌다.친구는 잘못한 게 없다 민준이는 잘못한 게 없다. 월요일 오후 2시에 일어난다. 문제없다. 우리 출근 시간 자유다. 카페 가서 노트북 켜고 작업한다. 오후 6시까지. 네 시간 일했다. "형 저 오늘 이만 들어갈게요. 약속 있어서요 ㅋㅋ" 단톡방에 메시지 남긴다. 괜찮다. 우리 퇴근 시간도 자유다. 다음 날도 네 시간. 그다음 날도 네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 정도? 한 달이면 80시간? 나는 하루에 12시간 일한다. 주말도 일한다. 한 달에 360시간? 계산하면 안 되는데 자꾸 계산된다. 민준이한테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잘못한 게 없으니까. 우리 회사 규칙이 원래 그러니까. 내가 만든 규칙이니까. 그리고 민준이도 열심히 한다. 코드 퀄리티 좋다. 커밋 메시지 깔끔하다. 문서화 잘한다. 문제없다. 근데 왜 화가 날까.말을 꺼낸 날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민준이랑 카페에서 작업하다가 말했다. "민준아." "응?" "요즘 작업 시간이 좀 짧은 것 같은데." "아 진짜? 몇 시간 정도 하는 것 같아?" "글쎄 하루에 네 시간?" "그 정도 되나? 음 근데 효율적으로 하면 괜찮지 않아? ㅋㅋ" 효율적으로. "그래도 좀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 우리 지금 런웨이 얼마 안 남았잖아." "아 그래? 근데 형 너무 스트레스 받는 거 아니야? 일이 전부는 아니잖아." 일이 전부는 아니다. 맞다. "나 이번 주 금요일 여행 가거든? 한 3일? 괜찮지?" "어 뭐 갔다 와. 근데 급한 작업 있는데." "주말에 하면 되지 뭐 ㅋㅋ" 주말에 하면 된다. 맞다. 근데 왜 기분이 나쁠까. 집에 와서 생각했다. 민준이는 직원이다. 나는 대표다. 대표는 직원한테 지시할 수 있다. 근데 민준이는 내 친구다. 친구한테 지시하는 건 이상하다. 그럼 난 뭐지. 월급날의 거리감 25일만 되면 느낀다. 내가 이체 버튼 누르는 사람이라는 게. 민준이는 받는 사람이라는 게. "형 입금 확인했어요 ㅋㅋ 고마워요~" 고맙다고 한다. 친구가 나한테 고맙다고 한다. 월급 받고. 뭐라고 답해야 할까. "어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긴 개뿔. 내 통장 잔고 320만원인데. "당연한 거지 뭐?" 당연하긴 한데 기분이 이상한데. "ㅋㅋ 수고했어!" 이렇게 답한다. 수고했다고 한다. 사장이 직원한테 하는 말을 한다. 친구 사이가 아니라 고용 관계가 된 느낌이다. 25일만 되면. 재훈이도 월급 받고 문자 보낸다. "형 감사합니다~" 존댓말한다. 평소엔 반말하는데 월급 받는 날엔 존댓말한다. 수현이는 아무 말도 안 한다. 입금 확인하고 읽씹한다. 그게 더 편한 건가. 모르겠다. 네 명한테 400만원 이체하고 나면 혼자 카페 간다. 아메리카노 시켜놓고 통장 본다. 320만원. 다음 달엔 어떻게 하지. 친구들은 여행 얘기한다. "다음 달에 제주도 갈까?" 나는 투자 유치 얘기한다. "다음 달까지 IR 자료 만들어야 돼." 같은 회사 다니는데 다른 세상 사는 느낌이다. 대표라는 역할 투자자 만나면 묻는다. "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동기들이랑 시작했습니다." "아 좋네요. 케미가 좋겠어요." "네 그렇습니다." 케미가 좋다. 맞다. 근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대표님이 제일 어리신 거 같은데 팀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네 저희는 수평적 문화를 지향합니다." 수평적 문화. 좋은 말이다. 근데 실제론 뭔지 모르겠다. 수평적이면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 근데 나만 다른 것 같다. 나만 걱정한다. 나만 불안하다. 나만 새벽 4시에 잔다. "직원들과 갈등은 없나요?" "아뇨 친구들이라 괜찮습니다." 친구들이라 괜찮다. 진짜 그럴까. 민준이한테 "내일 데모데이인데 작업 끝내야 돼" 라고 말해야 할 때. 친구로서 말해야 하나. 대표로서 말해야 하나. 친구로서 말하면 "형 너무 조급한 거 아니야?" 돌아온다. 대표로서 말하면 "아 네 알겠습니다" 돌아온다. 근데 표정이 이상하다. 어느 쪽도 아닌 것 같다. 둘 다인 것 같다. 모르겠다. 혼자인 시간들 팀원들 퇴근하고 나면 혼자 남는다. "형 먼저 갈게요~" 민준이가 노트북 닫는다. 오후 7시다. "어 들어가." 나는 노트북 켠다. 카페 자리에 혼자 앉아 있으면 생각한다. 나도 7시에 퇴근하고 싶다.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 싶다. 롤 한 판 돌리고 싶다. 넷플릭스 보고 싶다. 근데 안 된다. 회사가 망하면 어떻게 하지. 투자자한테 뭐라고 하지. 부모님한테 뭐라고 하지. 팀원들은 생각 안 하나. 궁금하다. 어제 민준이 인스타 스토리 봤다. 친구들이랑 홍대 갔다. 웃는 사진 올렸다. "오랜만의 금요일~" 캡션 달았다. 나는 그 시간에 IR 자료 만들었다. 인스타에 안 올렸다. 올릴 게 없었다. 재훈이는 주말에 등산 갔다. "힐링~" 스토리 올렸다. 나는 주말에 코딩했다. 오류 잡았다. "디버깅 완료" 스토리는 안 올렸다. 팀원들은 나를 대표로 본다. 친구로 본다. 둘 다 본다. 잘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나는 혼자라는 것이다. 말 못 하는 고민들 부모님한테 전화 왔다. "아들아 요즘 어때?" "네 괜찮아요." "회사는 잘 되고?" "네 잘 되고 있어요." 거짓말이다. 잘 안 된다. 런웨이 3개월 남았다. 팀원들이랑 관계도 이상하다. 근데 말 못 한다. 부모님한테 "친구들한테 월급 주는 게 힘들어요" 이러면 뭐라고 할까. "그럼 그만둬" 하실 거다. 친구들한테도 말 못 한다. 민준이한테 "너 요즘 일 너무 적게 하는 것 같아" 이러면 관계 깨진다. 재훈이한테 "런웨이 얼마 안 남았어" 이러면 불안해한다. 창업 동아리 선배한테 전화했다. 고민 얘기했다. "그래 힘들지. 나도 그랬어."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음 시간 지나면 정리돼. 남을 사람은 남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 무슨 뜻이지. 친구들이 떠난다는 뜻인가. 고민 상담 받으려고 전화했는데 더 불안해졌다. 혼자 끙끙 앓는다. 새벽 4시까지 생각한다. 답은 안 나온다. 25살 대표의 무게 대학 동기들은 취업했다. 인스타에 입사 소식 올라온다. "새출발!" "열심히 하겠습니다!" 댓글 단다. "축하해 ㅋㅋ" 연봉 얼마 받나 궁금하다. 물어보진 않는다. 근데 알 것 같다. 신입 연봉 4000만원? 5000만원? 나는 월급 100만원 받는다. 1년에 1200만원. 4분의 1이다. 근데 나는 대표다. 직원 네 명 책임진다. 투자금 5000만원 책임진다. 회사 망하면 내 책임이다. 동기들은 퇴근하면 끝이다. 주말엔 쉰다. 회사 망해도 이직하면 된다. 나는 퇴근 개념이 없다. 주말도 일한다. 회사 망하면 끝이다. 근데 월급은 4분의 1이다. 이게 맞나. 부모님은 "졸업은 언제 하냐" 물으신다. 휴학 4학기째다. 복학 계획 없다. 근데 말씀드리면 걱정하신다. "친구들은 다 취업했다며?" "네 그렇죠." "너도 졸업하고 취업하면 안 되겠니?" 취업하면 편하다. 월급 받고 퇴근하고 주말 쉬고. 친구들한테 월급 줄 일도 없고. 혼자 고민할 일도 없고. 근데 안 된다. 여기까지 왔는데. 1년 반 했는데. 투자금 받았는데. 팀원들 믿고 있는데. 그만두면 나는 뭐가 되는 거지. 25살 대표. 무겁다. 친구와 대표 사이 민준이가 말했다. "형 요즘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예민하다. 맞다. 나도 안다. "미안 요즘 스트레스가 좀 있어서." "형이 너무 혼자 짊어지려고 하는 것 같아. 우리도 같이하는 건데." 같이한다. 맞다. 근데 느낌이 다르다. 민준이는 직원이다. 월급 받는다. 퇴근한다. 나는 대표다. 월급 준다. 못 퇴근한다. 이 차이를 민준이는 모른다. 아니 알 수 없다. 대표 해보지 않았으니까. "그래 미안하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봐." "ㅇㅇ 우리 그냥 편하게 하자. 친구잖아." 친구다. 맞다. 근데 나는 네 월급 주는 사람이다. 네가 여행 가는 동안 일하는 사람이다. 회사 망하면 너한테 미안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친구인가. 민준이는 악의가 없다. 게으른 것도 아니다. 그냥 우리 회사 시스템이 자유로운 거다. 내가 만든 시스템이다. 근데 나는 그 시스템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라서. 친구와 대표 사이. 둘 다이면서 둘 다 아닌 느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느낌. 혼자다. 변하는 관계 6개월 전만 해도 민준이랑 매일 붙어 다녔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코딩하고 같이 게임하고. "야 이거 봐 ㅋㅋ" 하면서 밈 공유하고. 요즘은 단톡방에서만 얘기한다. "내일 몇 시 미팅이에요?" 존댓말한다. 대표한테 존댓말하는 거다. 친구한테 하는 게 아니다. 만나도 회의한다. "이번 주 목표가 뭐야?" 내가 묻는다. 친구한테 물을 질문이 아니다. 대표가 직원한테 물을 질문이다. "형 요즘 우리 왜 이래?" 수현이가 물었다. 맞다. 우리 왜 이러지. "뭐가?" "그냥 예전이랑 다른 것 같아. 재미없어." 재미없다. 맞다. 요즘 재미없다. "그래? 미안 내가 너무 일 얘기만 하나 봐."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거리감이 느껴져." 거리감. 정확한 표현이다. 월급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거리감. 걱정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의 거리감. 책임지는 사람과 안 지는 사람의 거리감. "그냥 기분 탓 아닐까 ㅋㅋ" 웃어넘겼다. 근데 기분 탓이 아니다. 우리 변했다. 내가 변했다. 아니 역할이 변했다. 친구 사이에 고용 관계가 끼어들었다. 월급이 끼어들었다. 책임이 끼어들었다. 돌아갈 수 있을까. 예전으로. 모르겠다. 답이 없는 질문 새벽 3시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 본다. 질문이 맴돈다. 친구를 직원으로 대해야 하나. 직원을 친구로 대해야 하나. 둘 다 하면 안 되나. 둘 다 하면 이상한가. 대표는 외로워야 하나. 친구들이랑 창업하면 안 되는 건가. 다른 창업가들은 어떻게 하지. 궁금하다. 검색한다. "친구와 창업" "공동 창업자 갈등" "팀원 관리" 글들 읽는다. 비슷한 고민들이다. 근데 답은 다 다르다.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정기적인 1:1 미팅을 하세요." "친구와 일은 분리하세요." 분리한다. 어떻게. 월급 주는데 어떻게 분리해. 댓글 읽는다. "저도 친구랑 했다가 망했어요 ㅠㅠ" "친구는 친구로 남겨두세요." "결국 돈 문제로 갈라섰습니다." 무섭다. 우리도 그렇게 될까. 민준이가 문자 보낸다. 새벽 3시에. "형 자요? 나 잠 안 와서 그런데 내일 점심 같이 먹을래요? 회의 말고 그냥 밥." 그냥 밥. 오랜만이다. "ㅇㅇ 좋아 몇 시?" "12시 어때요?" "오키" 핸드폰 내려놓는다. 민준이도 뭔가 느낀 건가. 우리 관계가 이상하다는 걸. 내일 점심 때 얘기해야 하나. "야 우리 요즘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근데 말하면 어떻게 되지. 해결이 될까. 아니면 더 어색해질까. 모르겠다. 새벽 4시가 됐다.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내일 민준이를 만나면 나는 뭘까. 친구를 만나는 걸까. 직원을 만나는 걸까. 둘 다인 것 같으면서 둘 다 아닌 것 같다. 25살 대표. 이런 거구나.친구인데 대표고, 대표인데 친구다. 답은 아직 모르겠다.
- 03 Dec, 2025
월 100만원씩 4명이 일하는데 수익은 0원입니다
월 100만원씩 4명이 일하는데 수익은 0원입니다 오늘의 지출 카페 라떼 4500원. 점심 김밥 4000원. 저녁 치킨 18000원. 오늘 하루 26500원 썼다. 근데 오늘 매출은 0원이다. 어제도 0원. 그제도 0원. 이번 달 내내 0원.25일이 무서운 이유 팀원 4명. 나 빼고. 월급 각각 100만원씩. 총 400만원. 서버비 50만원. AWS 청구서 볼 때마다 심장 쿵. 광고비 100만원. 페이스북, 인스타, 구글. 유저는 늘어야 하니까. 합치면 550만원이 매달 25일에 빠져나간다. 근데 들어오는 돈은 0원이다. 엔젤 투자금 5000만원. 지금 남은 거 2200만원. 계산기 두들겨봤다. 4개월. 4개월 후면 통장이 텅 빈다.팀원들 몰래 하는 계산 민수는 개발. 프론트엔드 다 걔가 한다. 지훈이는 디자인. UI/UX 감각 좋다. 현우는 마케팅. SNS 운영하고 광고 돌린다. 수진이는 영업. 파트너사 미팅 다닌다. 다 나보다 한두 살 어리다. 학교 후배들. "형, 저희 믿어요." 이 말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얘네들 알바하면 월 150은 벌 텐데. 취업하면 신입이어도 3000은 받는다. 근데 나한테는 100만원. "나중에 성공하면 스톡옵션으로 보상할게." 이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건지 요즘 매일 생각한다. 새벽 3시에 민수가 커밋 올린 거 보면 눈물 난다. 얘도 잠은 자야 하는데.부모님한테는 말 못 한다 엄마가 어제 전화했다. "요즘 어떠니? 돈은 모아지고 있고?" "네. 잘 되고 있어요." 거짓말이다. 아빠는 공무원이었다. 정년퇴직 2년 남았다. 평생 월급 꼬박꼬박 받으며 사셨다. 그런 아버지한테 "투자금 4개월 후면 바닥입니다" 라고 말할 수가 없다. 작년에 창업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 표정 기억난다. "그래. 해봐라. 근데 1년 해보고 안 되면 취업해라." 벌써 1년 6개월 지났다. 안 된 건 아니다. 유저는 2만 명이다. 근데 돈을 못 버는 거다. 이게 더 무섭다. 아예 망한 것도 아니고. MAU 2만의 함정 월간 활성 유저 2만 명. 숫자로 보면 괜찮아 보인다. 투자 미팅 갈 때 이 숫자 말하면 반응 좋다. "오, 견인력은 있네요?" 근데 다음 질문이 칼이다. "수익 모델은요?" "...지금은 유저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수익화?" "다음 분기부터 프리미엄 모델 도입 예정입니다." 계획은 있다. 근데 확신은 없다. 무료로 쓰던 사람들이 돈 낼까? 월 9900원짜리 구독권. 누가 살까? 밤마다 이것만 생각한다. 유저 2만 중에 1%만 전환돼도 200명. 200만원이다. 5%면 1000만원. 근데 현실은 0.1%도 안 될 것 같은 불안. 경쟁사를 볼 때마다 비슷한 서비스 하는 곳 3개 안다. 하나는 시리즈 A 받았다. 30억. 하나는 MAU 10만. 우리보다 5배 많다. 하나는 작년에 문 닫았다. 세 번째 거 보면 위로된다. 우린 아직 살아있으니까. 첫 번째 거 보면 자괴감 든다. 우린 왜 못 받았을까. 두 번째 거 보면 조급해진다. 우린 왜 안 늘어날까. 경쟁사 대표 나이 봤다. 32살. 나보다 6살 많다. 경력도 네이버 5년 다녔다. 나는 대학교 4학년 휴학생이다. 투자자들이 날 보는 눈이 느껴진다. "애가 열심히는 하는데..." 열심히는 하는데. 이 말이 제일 무섭다. 동기들 인스타그램 요즘 인스타 잘 안 본다. 보면 흔들려서. 그래도 가끔 본다. 동기 재현이가 삼성 입사했다. 축하 댓글 500개. "연봉 얼마야?" DM 왔는데 답 안 했다. 수지는 공기업 들어갔다. 9급 공무원. "칼퇴 최고" 라는 스토리 올렸다. 나는 칼퇴가 뭔지 모른다. 퇴근 개념 자체가 없다. 민재는 대기업 마케터 됐다. 신입인데 4000 받는다고 들었다. 나는 월급이 없다. 나한테는 월급 줄 사람이 없으니까. 부럽냐고 물으면 솔직히 부럽다. 매달 통장에 돈 꽂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근데 후회되냐고 물으면 아니다. 아직은. 새벽 4시의 계산 지금 시각 새벽 3시 47분. 오늘도 계산기 두들긴다. 광고비를 50만원으로 줄이면? 2개월 더 버틴다. 팀원 월급을 80만원으로 깎으면? 절대 못 한다. 내가 알바라도 뛰면? 언제 개발하지. 추가 투자 받으면? 지금 실적으로는 힘들다. 부모님한테 손 벌리면? 차라리 접겠다. 대출 받으면? 담보가 뭐가 있나. 모든 경우의 수 다 계산해봤다. 결론은 하나다. 4개월 안에 수익 만들거나. 망하거나. 그래도 출근은 한다 오늘도 카페 간다. 1시에 일어나서. 민수랑 2시에 회의. 새 기능 기획. 지훈이랑 3시에 디자인 리뷰. 현우는 광고 성과 보고. 전환율 0.8%래. 수진이는 파트너사 미팅 갔다. 좋은 소식 있대. 애들 얼굴 보면 힘이 난다. 진짜다. "형, 이번 업데이트 대박날 것 같아요." 민수 이 말에 웃었다. "그래. 대박 나야지." 대박 나야 한다. 4개월 후에 우리가 살아있으려면. 매출 0원인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26살 대표가 증명하려면. 오늘의 지출 2 저녁 치킨 18000원. 팀원들이랑 나눠 먹었다. "형, 오늘 제가 살게요." 민수가 말했다. "야, 됐어. 내가 산다." 100만원밖에 못 주면서 치킨값도 못 내면 안 되지. 카드 긁었다. 개인 카드. 회사 카드 아니다. 요즘 팀 경비는 다 내 개인 카드로 긁는다. 회사 통장은 월급이랑 서버비 때문에 아껴야 해서. 오늘 하루 총지출 44500원. 오늘 매출 0원. 내일도 똑같을 것이다. 모레도. 글피도. 근데 나는 내일도 카페 간다. 팀원들 만나러. 우리 서비스 만들러. 0원짜리 매출이지만 20000명이 쓰는 서비스. 언젠가는 돈을 벌 서비스. 그렇게 믿는다. 믿어야 한다. 안 믿으면 내일 못 일어난다.4개월.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 우리 한번 해보자.
- 03 Dec, 2025
대학교 4학년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 비교의 악순환
대학교 4학년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 비교의 악순환 새벽 3시의 인스타그램 또 잠이 안 온다. 코딩하다가 막히면 습관처럼 인스타그램을 켠다. 피드 첫 번째. 민수 친구 입사 축하 글. 사진 다섯 장. 정장 입은 민수, 회사 로비, 동기들이랑 회식. 좋아요 347개. "축하해!!", "부럽다 ㅠㅠ", "연봉 얼마야?" 댓글 줄줄이. 스크롤. 지현이도 내정자. 대기업. "22년간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아요 521개. 또 스크롤. 준영이는 공기업. "드디어 사회인 1일차." 한 명도 아니고. 일주일 사이에 다섯 명. 나는 지금 카페 구석에서 에너지드링크 세 번째 캔 따고 있다. 오늘 투자 미팅 두 번 다 거절당했다. "좋은데요, 근데 트랙션이 아직..." 같은 소리. 통장엔 380만원. 다음 달 팀원들 월급 400만원.폰 잠금. 다시 켠다. 민수 프로필 들어간다. 스토리 본다. 신입사원 연수. 회사 식당. "오늘 메뉴 개꿀." 회사 카드로 끊은 스벅. 부럽냐고? 솔직히 모르겠다. 부러운 건 확실성이다. 매달 250만원이 찍히는 통장. 4대 보험. 명함에 적힌 회사 이름. "뭐 하세요?" 물으면 3초 안에 설명 끝나는 직업. 나는? "AI 기반 숏폼 편집 툴 만들고 있어요." "아 유튜브요?" "아니... 그게 아니라..." 5분 설명해도 "아 그렇구나..." 하는 반응. 근데 민수 월급으로는 내 꿈 못 산다. 이게 문제다. 점심 먹다가 온 카톡 오후 2시. 일어났다. 엄마 카톡. "아들 밥 먹었니" "응" "민수 엄마가 민수 취업했다고 자랑하시더라" "..." "너는 학교는 언제 가니" 읽씹. 답장 못 하겠다. 우리 부모님 세대한테 '창업'은 '백수'랑 비슷한 말이다. 특히 졸업도 안 하고 하는 창업은. "요즘 젊은 애들은 다 창업한다며?" 이런 반응. 아니 다 안 한다고. 내 과 120명 중에 나밖에 없다고. 지난번 명절 때. 큰아버지가 물었다. "취업은 안 하고 뭐 한다고?" "창업했어요." "아 장사? 뭐 파는데?" "아니 서비스를..."설명 포기했다. 아빠는 더 직접적이다. "1년 반 했으면 됐다. 이제 취업 준비해라. 너 학점 괜찮잖아." "아빠, 지금 투자 받았고 서비스 성장하고 있어." "그래서 돈은 버니?" "아직은..." "봐라. 안 되는 거야." 안 되는 게 아니라 안 된 거다. 아직. 차이를 모르신다. 통화 끊고 나면 항상 이런 생각. '아 취업할까.' 10초 뒤. '미쳤나. 지금 포기하면 1년 반이 뭐가 되냐.' 이 루프를 하루에 세 번씩 돈다. 팀 회의에서 나온 말 저녁 7시. 팀원들이랑 치킨 시켜놓고 회의. 주형이가 말했다. "형, 솔직히 물어봐도 돼요?" "어 말해봐."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해요? 돈 없잖아요." 다들 침묵. 현우가 거든다. "저는 괜찮은데, 근데 집에서 취업하라고 난리예요. 제 친구들 다 취업했거든요." 알지. 나도 안다고. "4개월 더 해보자. 그때까지 MAU 5만 만들고, 수익화 모델 하나는 검증하자. 그때도 안 되면..." 말 끝을 못 맺었다. 그때도 안 되면 뭐? 해산? 그 말을 어떻게 하냐. 민지가 웃으면서 말한다. "괜찮아요 대표님. 저희 믿고 있어요." 고맙지만 미안하다. 쟤네도 26살이다. 내 나이. 친구들 취업하는 거 보면서 여기 있는 거다.회의 끝나고 혼자 남았다. 치킨 먹다 만 것 포장해 달라고 했다. 내일 아침 먹으려고. 아껴야 한다. 카페 나오는데 옆 테이블 대학생들 얘기가 들렸다. "너 삼성 지원했어?" "응 근데 떨어질 듯." "에이 너 학점 되는데?" 부럽다. 삼성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게. 난 삼성 서류도 못 넣는다. 휴학생이라. 복학하면? 졸업하고 취업하면 28살. 그때 신입으로 들어가서 3년 차면 31살. 그때까지 남들 따라가는 인생. 싫다. 그건 싫다. 성공한 20대 창업가 기사 밤 11시. 침대에 누워서 또 폰. 기사 하나 떴다. "25세 창업가, 시리즈A 50억 투자 유치." 클릭 안 하려다가 했다. 사진 본다. 나랑 동갑. 정장 입고 투자자들이랑 악수. "고등학교 때부터 코딩 시작, 20살에 첫 창업, 23살에 엑싯, 25살에 재창업." 아 닫아야지. 근데 계속 본다. "성공 비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뻔한 말. "부모님 지원? 없었습니다. 모두 제 힘으로." 진짜? 의심된다. 댓글 본다. "요즘 애들은 이렇게 대단해?" "나 25살 때 뭐 했지..." "부모 찬스 아닐까?" 마지막 댓글. "이런 애들은 소수고 대부분 망한다는 거 아무도 안 알려줌ㅋㅋ" 좋아요 1200개. 폰 던진다. 이불 뒤집어쓴다. 왜 비교하냐고? 안 하고 싶다. 근데 자꾸 비교하게 만든다. 인스타도, 기사도, 부모님도, 세상이. 26살. 이 나이에 성공 못 하면 늦는다는 강박. 누가 만든 건지 모르겠는데 다들 믿는다. 나도 믿는다. 민수는 대기업 2년 차 되면 28살. 나는? 28살에 뭘까. 유니콘? 아니면 백수? 둘 중 하나다. 중간은 없다. 이게 무섭다. 새벽 코딩과 다짐 새벽 1시. 결국 일어났다. 노트북 켠다. 코드 짠다. 새 기능. 유저들이 원하던 거. 3일 안에 배포하겠다고 공지했다. 손이 움직인다. 머리는 복잡한데 손은 안다. 이걸 왜 하는지. 언제 시작했는지. 1학년 때. 과 친구들이랑 해커톤 나갔다. 밤새서 만든 앱. 상 못 받았다. 근데 재밌었다. 내가 만든 게 작동하는 게. 누군가 쓰는 게. 2학년 때. 동아리에서 토이 프로젝트. 우리끼리 쓰려고 만든 시간표 앱. 과 전체로 퍼졌다. 500명이 썼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이거 직업 될 수도 있겠다.' 3학년 여름. 창업 결심. 부모님한테 말씀드렸다. "1년만 해보게 해주세요." "안 되면?" "취업할게요." "약속이다." 지금 1년 6개월. 약속 깼다. 근데 그만둘 수가 없다. MAU 2만. 적은 숫자 아니다. 2만 명이 내가 만든 걸 쓴다. 매일. 리뷰 읽는다. "이거 없으면 일 못 해요." "개발자분들 사랑해요." "유료 전환하면 바로 결제할게요." 이게 나를 붙잡는다. 돈? 아직 없다. 명예? 아무도 모른다. 안정? 없다. 근데 있다. 내가 만든 게 누군가한테 쓸모 있다는 것. 이게 전부다. 민수는 회사 톱니바퀴 하나다. 나쁜 말 아니다. 톱니바퀴도 필요하다. 근데 나는 톱니바퀴 되기 싫다. 기계 자체를 만들고 싶다. 새벽 3시. 기능 완성. 커밋. 푸시. 배포 예약. 침대로 기어간다. 내일 또 일어나면 또 비교할 거다. 민수 봤나, 준영이 연봉 들었나, 나는 뭐 하고 있나. 근데 괜찮다. 비교는 하루만 하는 거다. 일은 365일 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 솔직히 말한다. 확신 없다. 4개월 뒤에 망할 수도 있다. 부모님 말씀이 맞을 수도 있다. 민수가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근데 안 해봤는데 어떻게 알아. 대학교 4학년들. 지금 대부분 취업했다. 현명한 선택이다. 비난 안 한다. 부럽기도 하다. 근데 나는 다른 길 간다. 멍청할 수도 있다.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간다. 비교는 계속될 거다. 인스타는 계속 열릴 거다. 새벽마다 현타 올 거다. 근데 아침마다 노트북은 열릴 거다. 코드는 짜질 거다. 미팅은 나갈 거다. 망하면 그때 가서 취업한다. 28살? 30살? 늦었다고? 그럼 뭐 어쩔래. 그게 내 인생인데. 지금은 26살. 창업 1년 6개월 차. 통장에 380만원. 팀원 4명. MAU 2만. 이게 내 스펙이다. 민수 스펙이랑 비교하면 진다. 당연히. 근데 나는 나랑 비교한다. 1년 전 나. 6개월 전 나. 어제 나. 그거면 된다.내일도 인스타 열 거다. 또 비교할 거다. 근데 내일도 코딩할 거다. 그게 답이다.
- 02 Dec, 2025
투자자 미팅 때 정장 입는 이유 - 26살이 50대처럼 보여야 하나
26살, 정장 입고 거울을 본다 오후 2시. 미팅 1시간 전이다. 샤워하고 옷장을 열었다. 검은색 정장 바지, 흰 셔츠, 네이비 넥타이. 이 조합은 이제 패턴이 됐다. 투자자 미팅이 있으면 자동으로 손이 간다. 거울 앞에 섰다. 이상하다. 내가 맞나? 26살인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넥타이를 매면 목이 답답했다. 평소처럼 후드티 입으면 안 될까? 답은 알고 있다. 안 된다. 작년 겨울, 첫 번째 투자자 미팅에서 떨어졌다. 피드백은 명확했다. "학생이시네요?" 투자자는 웃으면서 말했는데, 그 웃음이 멍이 들 정도로 아팠다. 내가 한 일이 뭔데. 2년을 코딩했는데. 5000만원 투자받은 게 뭔데. 다 학생 같다고? 그 이후부터 옷에 신경을 썼다. 정장을 샀다. 가죽 구두도 샀다. 헤어도 자주 잘랐다. 모두 같은 이유로. 나이를 속이기 위해. 거울에서 자신을 못 알아봤다. 셔츠 소매가 팔목을 졸라맸다. 넥타이가 얼굴을 작게 만들었다. 혼자 생각했다. 이게 나한테 도움이 되나? 아니면 해로운 거 아닌가? 투자 유치라는 게 결국 신뢰인데, 나를 감춘 채로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넥타이의 무게 투자자들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이 계속 맴돈다. 내가 만든 서비스는 틱톡 세대를 위한 거다. 숏폼 비디오 편집 툴. 우리 타겟은 20대다. MZ 세대다. 근데 그 고객들을 사겠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할 때는 나 자신을 거짓말하고 있다. 이게 아이러니다. 미팅에서 만난 투자자들 대부분 50대다. 한두 명은 60대다. 그들은 "젊은 세대의 관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경험 많은 CEO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순이다. 하지만 난 그 모순을 입으로 해결한다. 정장으로. 정장을 입으면 확실히 말을 더 듣는다. 세 번 미팅 했는데 정장 입었을 때가 다 성공했다. 피칭 자료는 똑같다. 말도 같다. 다른 건 옷뿐이다. 그게 정말 다인 걸까? 팀원들은 내가 정장 입고 나갈 때마다 "대표 좀 멋있네"라고 한다. 농담으로. 근데 그 뒤에 "근데 어색한데?"라고 덧붙인다. 맞다. 어색하다. 내가 내 몸 안의 오래된 버전을 걷고 다니는 느낌이다. 어제 미팅에서 투자자가 물었다. "CEO분은 어디서 일하셨어요?" 나이를 짐작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난 빠르게 말했다. "지금 이 회사가 처음이고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배우는 중입니다." 말을 끝내고 생각했다. 이 정장이 없었으면 이 질문 자체가 더 많이 나왔을 걸.딱 한 번만 안 입은 날 우리 투자자들 중에 한 명은 30대다. 한국 유명 창업가.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랑 첫 미팅은 카페에서 했다. 정장 안 입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깜빡했다. 시간이 없었다. 가다가 연락 받고 바로 갔다. 흑 후드티, 검은 청바지, 스니커. 전형적인 개발자 스타일이었다. 미팅 분위기가 완전 달랐다. 그 투자자는 내가 한 말을 진짜 듣는 거 같았다. 중간에 끼어들었다. 맞아, 그 생각 좋은데? 하면서. 끝나고 30분을 더 얘기했다. 투자 조건도 다른 투자자보다 낫게 왔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봤다. "그때 당신이 편해 보였어. 거짓말을 안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게 좋았어." 그 말을 들으니 현타가 왔다. 그동안 내가 정장으로 뭐를 했단 말인가. 신뢰를 얻었나? 아니다. 의심만 샀다. 상대가 속으로 생각했을 거다. 저 애는 왜 자기 나이를 감추려고 할까? 뭔가 숨기려는 건 아닐까? 그 후로 미팅 날씨가 바뀌었다. 정장 입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조금 벗어났다. 어제도 반팔 셔츠에 슬랙 바지로 갔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질문이 내 나이가 아니라 사업에 집중됐다. 근데 여전히 불안하다. 중요한 미팅이면 자동으로 정장을 입으려는 손이 움직인다. 습관처럼. 트라우마처럼.나이는 언제쯤 무기가 될까 26살이라는 게 정말 약점일까? 아니면 그냥 나의 자신감 부족이 약점인 걸까? 생각해보니 우리 고객들은 25살이다. 내 또래다. 그들한테 내가 26살이라는 건 강점이다. 그들을 이해하니까. 그 다음 세대를 예측하니까. 근데 투자자 앞에서는 약점이 된다. 경험 부족으로 읽히니까. 말이 안 되는 거다.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현재 세대를 공략하는 스타트업한테 창업자의 나이는 큰 의미가 없어야 한다. 오히려 나이가 적을수록 목표 고객에 가깝다는 뜻이다. 근데 투자자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나이 많은 CEO = 신뢰도 높음. 이 등식이 깨질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우리 팀원들은 다 20대다. 한 명은 아직 학생이다. 개발은 정말 잘한다. 근데 투자 때문에 자기한테 경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보인다. 내 트라우마를 팀한테 전해 주고 싶지 않은데, 이미 전해진 것 같다. 어제 회의 때 한 팀원이 물었다. "대표, 우리 너무 어린 거 아닐까?" 아니야. 우리가 하는 게 맞아. 이 서비스를 이만큼 만든 게 우리인데. 왜 자꾸 미안해하지? 근데 그 말을 하면서도 내 머리는 다음 투자 미팅을 생각했다. 정장을 입을지 입지 않을지. 그냥 한번 안 입어보자. 진짜로. 중요한 미팅이든 뭐든. 그리고 떨어지면? 그땐 그때다. 적어도 날 감춘 채로 신뢰를 받은 게 아닐 테니. [IMAGE_4]거울에서 넥타이를 풀었다. 다음 미팅은 이대로 가기로 했다.
- 02 Dec, 2025
오후 1시에 일어나는 대표의 생산성 논쟁
오후 1시에 일어나는 대표의 생산성 논쟁 알람이 울린다. 오후 1시 5분. 핸드폰을 집어 들고 슬랙을 본다. 팀원들 메시지 12개. 아침부터 일했단 거네. "좋아, 나도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지." 침대에서 나온다. 어제는 새벽 4시에 잤다. 투자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영준 대표, 저는 매일 6시에 일어나요. 성공한 사람들은 다 아침형이더라고요." 카페에서 나오며 생각한다. 그럼 난 왜 성공 못 한 거냐. 새벽 4시까지 코딩하는 이유 사실 선택이 아니다. 필요다. 낮 시간은 미팅, 디버깅, 팀원 리뷰로 끝난다. "이거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일단 이렇게 수정해봤는데요." "아 이건 이렇게..." 문제는 이 시간들이 하나도 빠질 수 없다는 것. 직원이 4명이고, 나는 메인 개발자니까. 진짜 코딩하는 시간은 밤이다. 집에 가서 모니터 켜면 오후 9시. 팀원들 메시지 답장하고, 깃허브 풀리퀘스트 확인하고, 버그 패치하다 보면 새벽이다. 새벽 3시가 돼야 집중력이 생긴다. 왜 그럴까. 모르겠다. 그냥 그런 거 같다.새벽 4시에 자고 오후 1시에 깨는 게 비효율적인가. 그럼 밤 9시에 자고 아침 6시에 깨야 한다는 말인가. 그럼 미팅은 언제 하지. 투자자들은 언제 만나지. 팀원들한테 월급을 언제 주지. 낮에 할 게 너무 많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신화 카페에서 만난 투자자는 50대 초반이었다. "요즘 젊은 창업가들도 아침형이더라고. 5시 기상, 헬스장 가고..." 커피를 마신다. "네. 저도 아침에 운동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말은 그렇게 했는데. 속으로는 생각했다. 당신은 임원이라서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잖아. 내 하루는 24시간이 다 회사다. 헬스장? 농담 같다. 그 투자자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일했을 때 성공했다고 했다. 그럼 그건 좋다. 근데 난 왜? 난 새벽 4시까지 코드 짜고도 뭐가 문제라는 건지. 일어나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깨어 있는 시간에 뭘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나. 슬랙 알림과 카페 일정 오후 1시. 카페 가자. 맥북을 메고 나온다. 오후 2시. "이영준, 버그 났어." 코드를 본다. 30분이 걸린다. 오후 3시. 투자자 미팅. 정장을 입는다. 매번 그렇다. 나이를 티내고 싶지 않으니까. 오후 5시. 미팅 끝. 카페로 돌아온다. 슬랙에 알림 7개. 답장한다. 오후 7시. 팀원들 만난다. "이번 주 목표 달성률 60%네." "어? 뭐가 안 됐어?" "걔 쪽 기능이..." 회의는 1시간 반. 오후 9시. 집에 간다. 저녁은 안 먹었다. 라면을 끓인다.오후 10시. 코드를 본다. 집중 못 한다. 틱톡을 본다. "트렌드 분석이야." 라고 생각한다. 30분이 간다. 오전 12시. 드디어 집중된다. 키보드를 치기 시작한다. 오전 2시. 깃허브에 푸시한다. "오늘 3개 버그 수정" 오전 4시. 침대에 눕는다. 생각한다. 내일은 뭐하지. 생산성을 재정의해야 한다 주 40시간 근무가 기준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특히 스타트업은. 아침 형 인간의 이미지는 좋다. 태양 뜨는 시간에 일어나고, 명확한 업무 시간이 있고, 일과 개인 시간이 분리되는. 아니. 그건 직장인이다. 직장인은 좋다. 창업가는 다르다. 런웨이가 4개월이면. 모든 시간이 일이다. 밤도, 낮도, 주말도. 자는 시간만 아니면. 아니, 자는 시간도 문제로 떠오른다. 새벽 3시에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난다. 침대에서 일어난다. 노션에 정리한다. 다시 자본 수 없다. 차라리 계속 일한다. 오후 1시에 일어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건. 대체 누구 기준인가. 누가 정한 건가. 세상이?투자자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저는 밤에 더 잘해요." "제 리듬이 있어요." "인간이 다 아침형 인간일 순 없잖아요." 근데 그러면 금방 말이 나온다. "또 핑계 대네." "이 정도 패기가 없으면 성공 못 해." 그래서 그냥 웃었다. "네, 노력하겠습니다." 오후 1시의 그 느낌 어제 또 새벽에 못 잤다. 실패가 싫어서다. "저희 서비스요, 이번 달까지 3만 MAU 가야 하거든요." "어? 지난달이 2만이었는데?" "네, 50% 성장해야 해요." 내가 한 말이다. 달성 못 하면? 뭐 하지. 투자자 후속 투자는? 팀원들 월급은? 내 등록금은? 침대에서 나온다. 오후 1시 5분. 핸드폰을 본다. 슬랙 알림. "대표님, 유입이 어제보다 5% 떨어졌어요." 아. 몸이 무겁다. 이건 나이 때문인가. 26살인데 벌써 이래. 샤워를 한다. 찬물로. 깨어나야 한다. 낮 시간은 금이다. 밤 시간은 진주다. 그래서 난 밤을 산다.오후 1시. 또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