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없는 일상의 실체

주말이 없는 일상의 실체

주말이 없는 일상의 실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모른다

아침에 눈 떴다. 핸드폰 봤다. 수요일이었다.

어제가 화요일인 줄 알았는데 월요일이었나 보다. 아니다. 일요일이었다.

휴일이었다는 걸 1시간 뒤에 알았다. 팀 슬랙에 메시지 없어서.

창업하고 나서부터다. 요일 감각이 사라진 게.

월요일에 투자 미팅. 화요일에 개발. 수요일에 팀 회의. 목요일에 개발. 금요일에 또 미팅. 토요일에 개발. 일요일에 개발.

패턴이 없다. 아니, 패턴이 하나다. 계속 일한다.

대학 다닐 땐 금요일 저녁이 제일 좋았다. ‘이제 주말이다’ 그 설렘.

지금은 금요일도 그냥 금요일이다. 내일도 카페 간다. 노트북 편다. 코드 친다.

휴식의 정의가 바뀌었다

휴식이 뭐였지?

예전엔 아무것도 안 하는 거였다. 침대에 누워서 넷플릭스. 폰 보다 잠들기. 그게 쉬는 거였다.

지금은 다르다. 일 안 하면 불안하다.

토요일 오후에 친구가 불렀다. 대학 동기. 취업했다는 애.

“야, 오늘 저녁 한강 갈래?”

가고 싶었다. 진짜로.

근데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갔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그 시간에 신규 기능 하나 만들 수 있다. 투자 PT 자료 손볼 수 있다.

“미안, 오늘 일 있어.”

거짓말은 아니다. 일이 있긴 했다. 아니, 일을 만들었다.

친구는 이해한다고 했다. “너 바쁘지, 창업가니까.”

그 말이 위로인지 압박인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노트북 켰다. 코드 짰다. 3시간 동안.

그게 내 토요일 저녁이었다.

쉬었나? 모르겠다. 일했으니까 뭔가 했다는 기분은 든다. 근데 개운하진 않다.

일요일도 그냥 하루다

일요일이 제일 이상하다.

다들 쉰다. SNS 보면 브런치 사진, 공원 사진, 가족 모임 사진.

나는? 카페에 있다. 어제와 같은 자리. 같은 아메리카노.

주인아저씨가 말 걸었다. “주말에도 나오네요?”

“네, 뭐… 할 게 있어서요.”

아저씨는 고개 끄덕이고 갔다. 대단하다는 표정인지, 불쌍하다는 표정인지.

일요일 오후 3시. 부모님한테 전화 왔다.

“뭐해? 오늘 일요일인데.”

“일하고 있어요.”

“일요일에도 일해? 쉬어야지.”

쉬고 싶긴 하다. 근데 어떻게?

런웨이 4개월 남았다. 투자 안 받으면 문 닫는다. 팀원 4명 월급 줘야 한다. 100만원씩이지만 그게 400만원이다.

한 달에 400만원. 4개월이면 1600만원. 남은 돈 2000만원.

계산하다 보니 전화 끊어져 있었다.

다시 걸지 않았다. 설명하기 귀찮아서.

아니다. 설명해도 이해 못 할 거 같아서.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팀원들한테 미안하다.

다들 20대 초반이다. 놀아야 할 나이다. 연애해야 하고, 여행 가야 하고.

근데 나랑 같이 카페에 앉아 있다.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아무도 불평 안 한다. 그게 더 미안하다.

지난주 일요일. CTO인 준혁이가 말했다.

“형, 우리 주말에 쉬는 거 어때요?”

순간 멈칫했다. ‘쉰다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 일정이 빠듯해서…”

준혁이는 웃었다. “농담이에요, 형. 저도 할 거 많아요.”

농담이었나? 진짜였나?

모르겠다. 물어보기 무섭다.

우리 모두 주말을 포기했다. 아니, 주말이 없어진 거다.

대신 뭘 얻었나?

MAU 2만. 좋은 건가? 모르겠다. 수익은 아직이다.

투자자들은 관심 없다. “재미있는데,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돌려 거절.

그럼 우리는 뭐하는 거지? 주말 없이 일하는데 결과는 언제 나오지?

성공한 사람들도 그랬대

밤에 유튜브 봤다. 성공한 창업가 인터뷰.

“초기에는 주말도 없이 일했죠. 365일 24시간 일만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은 웃으면서 말했다. 추억처럼.

나도 나중에 저렇게 말할까? ‘그땐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다’ 이렇게?

지금은 모르겠다. 보람은 없고 힘들기만 하다.

조회수 보니까 500만. 댓글 3만 개.

“역시 성공하려면 희생이 필요하네요.” “저도 주말 반납하고 일할게요.” “멋있습니다.”

멋있나? 나는 왜 안 멋있게 느껴지지?

다음 영상도 봤다. 또 성공한 사람.

“주말에 쉬는 사람은 경쟁에서 집니다. 남들이 쉴 때 일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죠.”

맞는 말 같다. 근데 피곤하다.

남들 쉴 때 일하면 성공한다. 그럼 나는 성공하나? 2년 뒤에? 5년 뒤에?

보장이 없다. 그게 제일 무섭다.

진짜 문제는 끝이 없다는 거다

주말에 일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끝이 안 보인다는 게 문제다.

다음 주도 이럴 거고, 다음 달도 이럴 거고, 내년도 이럴 거다.

언제까지? 투자 받을 때까지? 그럼 받고 나면? 그땐 더 바빠진다. 직원 늘고, 책임 커지고.

그럼 언제 쉬지?

대기업 다니는 동기는 말했다. “힘들어도 주말은 있잖아. 퇴근은 하잖아.”

맞다. 걔는 금요일 저녁에 회사 나오면 월요일까지 자유다.

나는? 항상 일한다. 퇴근이 없다. 카페에서 집으로 옮기는 것뿐이다.

이게 맞나? 싶다.

성공하면 맞는 거다. 실패하면 틀린 거다.

그 판단은 나중에 난다. 지금은 모른다.

그냥 계속 가는 수밖에 없다.

가끔 현타 온다

지난주 토요일 밤이었다.

고등학교 친구들 단톡방이 떴다. 모임 잡는다고.

“다음 주 토요일 어때? 다들 시간 되지?”

다들 된다고 했다. 나만 빼고.

“나는 힘들 것 같아. 미팅 있어.”

거짓말이다. 미팅 없다. 근데 가기 싫었다.

가면 물어볼 거다. “요즘 어때? 잘 돼?”

대답이 없다. “잘 되고 있어” 라고 하긴 싫고, “망해가고 있어” 라고 하긴 더 싫고.

걔들은 주말에 만난다. 술 마신다. 얘기한다. 웃는다.

나는 카페에 있다. 혼자. 노트북 앞에.

누가 더 나은 삶인가?

모르겠다. 비교하기 싫다. 근데 자꾸 비교하게 된다.

동기 인스타 봤다. 제주도 여행 사진. “주말에 충전 완료!”

충전. 그게 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래도 계속한다

주말이 없다. 휴일이 없다. 쉬는 날이 없다.

근데 멈출 수가 없다.

이미 1년 6개월 달렸다. 여기서 포기하면 그동안 뭐였나?

팀원들 있다. 얘들 월급 줘야 한다. 믿고 따라온 애들이다.

부모님도 있다. “아들이 사업한다”고 자랑한다는데. 실패하면 뭐라 하지?

나 자신도 있다. 26살. 증명하고 싶다. 나이 어려도 할 수 있다고.

그래서 내일도 카페 간다.

모레도 간다. 그 다음 날도.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상관없다. 요일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계속 움직이는 거다.

멈추면 끝이니까.

결국 선택이었다

누가 시킨 건 아니다.

내가 선택했다. 창업을. 이 삶을.

주말 포기도 내 선택이다. 친구들 못 만나는 것도. 연애 안 하는 것도.

후회하냐? 아직은 아니다.

나중에 후회할까?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한다. 하루하루.

오늘이 수요일인지 토요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늘도 뭔가 했다는 거다.

그걸로 족하다. 지금은.



주말은 없다. 근데 멈추지 않는다. 이게 26살 창업가의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