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서비스가요' - 반복되는 설명의 피로
- 28 Dec, 2025
“저희 서비스가요” - 반복되는 설명의 피로
오늘도 설명
카페에서 미팅 3개. 전부 서비스 설명.
“저희 서비스가요, AI가 숏폼 영상을 자동으로 편집해주는…”
똑같은 멘트를 7번째 반복했다. 입에서 자동재생 되는 수준.

상대방 표정이 보인다. “아~ 영상 편집 앱?” 아니 그게 아니고.
“앱은 아니고요, 웹 기반 SaaS인데…” 다시 설명 시작.
10분 뒤. “근데 프리미어랑 뭐가 달라요?”
아 진짜.
100번째 설명
작년 11월부터 세어봤다. 진짜로.
투자자, 멘토, 기자, 예비 창업가, 고객, 친구 부모님까지.
총 127번 설명했다. 노션에 기록해뒀다.
근데 신기한 게. 127명이 127가지로 이해한다.
“아 자막 자동으로 달아주는 거?” “영상 템플릿 파는 건가?” “AI가 촬영도 해줘요?” “유튜브 업로드도 자동?”
다 아니다. 근데 맞기도 하다. 복잡하다.

우리 서비스는 이거다.
- 긴 영상 올리면
- AI가 하이라이트 찾아서
- 숏폼으로 자동 편집
- 플랫폼별 최적화까지
간단하잖아. 근데 이게 안 통한다.
세대 차이인가
40대 이상한테 설명하면 더 힘들다.
“숏폼이 뭐예요?” 부터 시작.
틱톡, 릴스, 쇼츠. 이것부터 설명해야 함.
“아 요즘 애들이 보는 그 짧은 거?” 맞긴 한데.
그럼 이제 “AI가 어떻게 하이라이트를 찾냐” 설명.
“사람이 보는 게 더 정확하지 않나요?”
맞다. 근데 그럼 비싸다. 시간 오래 걸린다.
“그럼 품질이 떨어지는 거 아니에요?”
아니 우리 모델이… 학습 데이터가… 정확도가…
말하다 보면 나도 헷갈린다.
20대도 모른다
더 충격적인 건 동세대.
친구들한테 설명해도 “아~ 그거?” 하고 끝.
진짜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
“ㅇㅇ 대박이다. 근데 돈은 어떻게 벌어?”
그게… 프리미엄 모델이… 구독제… 엔터프라이즈…
“아 그냥 유료 버전 있는 거구나.”
맞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닌데.

학교 친구들은 더 심하다.
“너 유튜브 하는 거야?” “영상 만드는 회사?” “편집 알바 구해?”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ㅇㅇ 비슷해” 하고 만다.
설명 스킬이 문제인가
처음엔 내 설명이 별로인 줄 알았다.
PPT 30번 넘게 고쳤다.
“AI 기반” → “자동화” → “스마트” → “원클릭”
단어 바꿔가며 테스트.
1분 버전, 3분 버전, 10분 버전. 다 준비했다.
엘리베이터 피치 연습했다. 거울 보면서.
유튜브에서 “효과적인 설명법” 찾아봤다.
스토리텔링, 비유, 데모, 숫자. 다 써봤다.
근데 결과는 비슷하다.
“아~ 그러니까 영상 편집해주는 거네요?”
이 문장을 127번 들었다.
이해한 척
최근엔 상대방 반응으로 안다.
진짜 이해: “오 그럼 이런 기능도 있어요?” 이해한 척: “와 대박이네요. 화이팅!” 이해 포기: “음… 어려운 건 잘 모르겠고…”
투자 받을 때 제일 힘들었다.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히 설명해주세요.”
20분 설명했다. 최선을 다했다.
“좋은데, 시장이 좀 더 명확했으면…”
명확하게 설명했는데. 내가 부족한 건가.
밤새 PPT 또 고쳤다. 소용없었다.
팀원들도
제일 어이없는 건 우리 팀.
4명이 6개월 같이 만들었다.
근데 밖에서 설명하는 거 들어보면.
“우리 서비스? 음… AI로 영상 편집하는?”
개발자 친구는 “숏폼 자동 생성 툴”이라고 한다.
디자이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SaaS”
마케터는 “바이럴 영상 제작 플랫폼”
다 틀린 말은 아닌데. 다 다르다.
우리끼리도 통일이 안 된다.
회의 때 “우리 정체성이 뭐야?” 얘기 나왔다.
3시간 논쟁. 결론 없음.
고객은 더 모른다
가입자 2만 명.
근데 우리 서비스 제대로 쓰는 사람 3천.
나머지는 회원가입만 하고 방치.
CS 문의 보면 알 수 있다.
“이거 어떻게 써요?” “업로드가 안 돼요” (잘못된 파일 형식) “왜 유료예요?” (무료 플랜 있음) “프리미어 파일 열려요?” (웹 서비스인데)
튜토리얼 만들었다. 영상으로.
“너무 길어서 안 봤어요” 피드백 옴.
30초짜리 만들었다. “이해가 안 돼요”
뭘 어쩌라는 건지.
설명 지옥
요즘 미팅 잡기 두렵다.
또 설명해야 하니까.
“서비스 소개 좀 해주세요” 이 멘트만 들으면.
아 또 시작이구나. 피곤하다.
근데 웃기게도. 설명 안 하면 안 된다.
투자 받으려면. 고객 늘리려면. 언론 나가려면.
계속 설명해야 한다.
똑같은 말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한테.
100번 설명하면 1명 이해한다.
그 1명이 투자자면 좋겠다. 대부분 아니다.
이해받고 싶다
솔직히 인정받고 싶은 것 같다.
“아 그거 진짜 필요하네요” “왜 진작 생각 못 했지?” “이거 대박 나겠는데요”
이런 말 듣고 싶다. 가끔 듣긴 한다.
근데 그 다음이 문제다.
“그래서 지금 매출은?” 없다. “투자는 얼마나?” 5천. “만?” 아니 백. “팀은 몇 명?” 4명. “전부 20대?”
분위기 식는 게 느껴진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근데. 그런데.
이 단어들이 칼이다.
버티는 중
어제 고등학교 친구 만났다.
“너 뭐 한다고?” 설명 시작했다.
30초 만에 “아 어렵다. 아무튼 잘 돼라”
화나려다가 그냥 웃었다.
설명 못 하는 게 내 잘못만은 아닌 것 같다.
혁신은 원래 이해 안 된다고. 위로해본다.
아이폰 나왔을 때도 다들 “전화기에 터치?”
넷플릭스도 “DVD 우편?”
우버도 “남의 차 타기?”
지금은 다 당연하잖아.
우리 서비스도 3년 뒤엔 당연해질까.
그때쯤 “아 그거 원래 있던 건 줄 알았어요”
이 말 듣는 게 목표다.
오늘도 설명
내일 투자사 미팅 있다.
PPT 또 봤다. 뭘 고칠지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가야지.
“저희 서비스가요…”
128번째 설명 준비 중.
언젠간 통하겠지.
아니면 설명 없이도 알아볼 정도로 크거나.
둘 중 하나.
오늘도 설명했다. 내일도 할 거다. 지칠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