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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서비스가요' - 반복되는 설명의 피로

'저희 서비스가요' - 반복되는 설명의 피로

"저희 서비스가요" - 반복되는 설명의 피로 오늘도 설명 카페에서 미팅 3개. 전부 서비스 설명. "저희 서비스가요, AI가 숏폼 영상을 자동으로 편집해주는..." 똑같은 멘트를 7번째 반복했다. 입에서 자동재생 되는 수준.상대방 표정이 보인다. "아~ 영상 편집 앱?" 아니 그게 아니고. "앱은 아니고요, 웹 기반 SaaS인데..." 다시 설명 시작. 10분 뒤. "근데 프리미어랑 뭐가 달라요?" 아 진짜. 100번째 설명 작년 11월부터 세어봤다. 진짜로. 투자자, 멘토, 기자, 예비 창업가, 고객, 친구 부모님까지. 총 127번 설명했다. 노션에 기록해뒀다. 근데 신기한 게. 127명이 127가지로 이해한다. "아 자막 자동으로 달아주는 거?" "영상 템플릿 파는 건가?" "AI가 촬영도 해줘요?" "유튜브 업로드도 자동?" 다 아니다. 근데 맞기도 하다. 복잡하다.우리 서비스는 이거다.긴 영상 올리면 AI가 하이라이트 찾아서 숏폼으로 자동 편집 플랫폼별 최적화까지간단하잖아. 근데 이게 안 통한다. 세대 차이인가 40대 이상한테 설명하면 더 힘들다. "숏폼이 뭐예요?" 부터 시작. 틱톡, 릴스, 쇼츠. 이것부터 설명해야 함. "아 요즘 애들이 보는 그 짧은 거?" 맞긴 한데. 그럼 이제 "AI가 어떻게 하이라이트를 찾냐" 설명. "사람이 보는 게 더 정확하지 않나요?" 맞다. 근데 그럼 비싸다. 시간 오래 걸린다. "그럼 품질이 떨어지는 거 아니에요?" 아니 우리 모델이... 학습 데이터가... 정확도가... 말하다 보면 나도 헷갈린다. 20대도 모른다 더 충격적인 건 동세대. 친구들한테 설명해도 "아~ 그거?" 하고 끝. 진짜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 "ㅇㅇ 대박이다. 근데 돈은 어떻게 벌어?" 그게... 프리미엄 모델이... 구독제... 엔터프라이즈... "아 그냥 유료 버전 있는 거구나." 맞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닌데.학교 친구들은 더 심하다. "너 유튜브 하는 거야?" "영상 만드는 회사?" "편집 알바 구해?"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ㅇㅇ 비슷해" 하고 만다. 설명 스킬이 문제인가 처음엔 내 설명이 별로인 줄 알았다. PPT 30번 넘게 고쳤다. "AI 기반" → "자동화" → "스마트" → "원클릭" 단어 바꿔가며 테스트. 1분 버전, 3분 버전, 10분 버전. 다 준비했다. 엘리베이터 피치 연습했다. 거울 보면서. 유튜브에서 "효과적인 설명법" 찾아봤다. 스토리텔링, 비유, 데모, 숫자. 다 써봤다. 근데 결과는 비슷하다. "아~ 그러니까 영상 편집해주는 거네요?" 이 문장을 127번 들었다. 이해한 척 최근엔 상대방 반응으로 안다. 진짜 이해: "오 그럼 이런 기능도 있어요?" 이해한 척: "와 대박이네요. 화이팅!" 이해 포기: "음... 어려운 건 잘 모르겠고..." 투자 받을 때 제일 힘들었다.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히 설명해주세요." 20분 설명했다. 최선을 다했다. "좋은데, 시장이 좀 더 명확했으면..." 명확하게 설명했는데. 내가 부족한 건가. 밤새 PPT 또 고쳤다. 소용없었다. 팀원들도 제일 어이없는 건 우리 팀. 4명이 6개월 같이 만들었다. 근데 밖에서 설명하는 거 들어보면. "우리 서비스? 음... AI로 영상 편집하는?" 개발자 친구는 "숏폼 자동 생성 툴"이라고 한다. 디자이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SaaS" 마케터는 "바이럴 영상 제작 플랫폼" 다 틀린 말은 아닌데. 다 다르다. 우리끼리도 통일이 안 된다. 회의 때 "우리 정체성이 뭐야?" 얘기 나왔다. 3시간 논쟁. 결론 없음. 고객은 더 모른다 가입자 2만 명. 근데 우리 서비스 제대로 쓰는 사람 3천. 나머지는 회원가입만 하고 방치. CS 문의 보면 알 수 있다. "이거 어떻게 써요?" "업로드가 안 돼요" (잘못된 파일 형식) "왜 유료예요?" (무료 플랜 있음) "프리미어 파일 열려요?" (웹 서비스인데) 튜토리얼 만들었다. 영상으로. "너무 길어서 안 봤어요" 피드백 옴. 30초짜리 만들었다. "이해가 안 돼요" 뭘 어쩌라는 건지. 설명 지옥 요즘 미팅 잡기 두렵다. 또 설명해야 하니까. "서비스 소개 좀 해주세요" 이 멘트만 들으면. 아 또 시작이구나. 피곤하다. 근데 웃기게도. 설명 안 하면 안 된다. 투자 받으려면. 고객 늘리려면. 언론 나가려면. 계속 설명해야 한다. 똑같은 말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한테. 100번 설명하면 1명 이해한다. 그 1명이 투자자면 좋겠다. 대부분 아니다. 이해받고 싶다 솔직히 인정받고 싶은 것 같다. "아 그거 진짜 필요하네요" "왜 진작 생각 못 했지?" "이거 대박 나겠는데요" 이런 말 듣고 싶다. 가끔 듣긴 한다. 근데 그 다음이 문제다. "그래서 지금 매출은?" 없다. "투자는 얼마나?" 5천. "만?" 아니 백. "팀은 몇 명?" 4명. "전부 20대?" 분위기 식는 게 느껴진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근데. 그런데. 이 단어들이 칼이다. 버티는 중 어제 고등학교 친구 만났다. "너 뭐 한다고?" 설명 시작했다. 30초 만에 "아 어렵다. 아무튼 잘 돼라" 화나려다가 그냥 웃었다. 설명 못 하는 게 내 잘못만은 아닌 것 같다. 혁신은 원래 이해 안 된다고. 위로해본다. 아이폰 나왔을 때도 다들 "전화기에 터치?" 넷플릭스도 "DVD 우편?" 우버도 "남의 차 타기?" 지금은 다 당연하잖아. 우리 서비스도 3년 뒤엔 당연해질까. 그때쯤 "아 그거 원래 있던 건 줄 알았어요" 이 말 듣는 게 목표다. 오늘도 설명 내일 투자사 미팅 있다. PPT 또 봤다. 뭘 고칠지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가야지. "저희 서비스가요..." 128번째 설명 준비 중. 언젠간 통하겠지. 아니면 설명 없이도 알아볼 정도로 크거나. 둘 중 하나.오늘도 설명했다. 내일도 할 거다. 지칠 때까지.

창업 동아리만이 유일한 네트워크라는 불안감

창업 동아리만이 유일한 네트워크라는 불안감

창업 동아리가 내 전부라는 게 무섭다 오늘도 같은 사람들오늘 미팅 3개 했다. 다 같은 사람들이다. 아침엔 팀 미팅. 저녁엔 창업 동아리 선배. 밤엔 같은 과 후배. 결국 다 아는 사람들. 다 20대 초중반. 다 학생이거나 막 졸업한 애들. 투자사 대표 만나러 가면서 생각했다. 내 명함함에 있는 명함이 몇 개나 될까. 세어봤다. 12장. 그 중에 제대로 된 투자자나 사업가는 3명. 나머지는 다 동아리 사람들이다. VC 대표님이 물었다. "다른 투자사는 어디 만나보셨어요?"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아는 투자자가 없다. 엔젤 투자 받을 때도 선배 소개였다. "네트워크 넓히시면서 하세요." 조언을 들었다. 어떻게? 어디서? 누구를? 사회생활을 안 해봤다는 게대학교 3학년 때 창업했다. 인턴도 안 해봤다. 알바는 편의점이랑 과외 전부다. 명함 주고받는 법도 몰랐다. 엔젤 투자자 만날 때 명함을 한 손으로 받았다가 혼났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이메일 쓰는 것도 어렵다. "안녕하세요"로 시작해야 하나 "OO님"으로 시작해야 하나. 팀원들한테 물어보면 얘네도 모른다. 다들 비슷한 처지다. 링크드인 켜봤다. 연결된 사람 78명. 다 대학 동기들이다. 투자자나 사업가는 손에 꼽는다. 프로필 사진도 어정쩡하다. 정장은 없고 후드티 입고 찍은 거. 동기 녀석이 대기업 입사했다. 인스타에 명함 올렸다. "OO그룹 신입사원 OOO입니다." 댓글에 부장님들이 응원 메시지 달았다. 부럽다. 얘는 이미 회사 네트워크에 들어갔다. 나는? 창업 동아리 단톡방이 전부다. 투자 라운드는 어떻게런웨이 4개월 남았다. 시리즈 A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모른다는 거다. 투자사 리스트는 구글링하면 나온다. 근데 그 다음이 막막하다. 콜드메일 보내야 하나. IR 자료는 어떻게 만들지.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책정하지. 물어볼 사람이 없다. 선배한테 물어봤다. "나도 Pre-A까지밖에 안 받아봤어." 그 선배도 학생 때 창업했다. 결국 비슷한 처지다. 투자사 홈페이지 들어가면 "IR 문의" 폼이 있다. 거기에 사업계획서 넣고 보내면 끝인가? 그게 다인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대표들 모임 같은 데 가보고 싶다. 근데 어떻게 가지. 초대받아야 하나. 회비 내면 되나.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링크드인에서 투자자들한테 메시지 보냈다. 3명. 2명은 읽씹. 1명은 "좋은 기회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자동 답장. 이게 맞는 방법인가. 모르겠다. 동아리 선배가 말했다 "네트워킹 이벤트 가봐." 가봤다. 스타트업 밋업. 50명 정도 모였다. 대표들이 많았다. 명함 돌리는데 다들 능숙하다. "아 OO 대표님" "저번에 OO에서 뵀죠" 이미 다 아는 사이다. 나는 구석에서 맥주 마셔댔다. 말 걸기가 어렵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저는 AI 숏폼 서비스 하는데요" 이렇게? 촌스럽다. 한 명이 다가왔다. "어떤 일 하세요?" "AI 기반 숏폼 편집 서비스요." "아 몇 년차세요?" "1년 반이요." "학생이세요?" "...네." 대화가 끊겼다. "열심히 하세요" 하고 가버렸다.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여기 사람들은 이미 다 연결돼 있다. 나는 외부인이다.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팀 전부 20대 초중반이다. 다 학생이거나 갓 졸업한 애들.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 마케터 1명. 전부 나랑 동아리 출신이다. 실력은 있다. 근데 경험은 없다. 다들 이게 첫 회사다. 투자 받으려면 팀 소개가 중요하다고 한다. "저희 개발자는 전 OO에서 5년..." 이런 거. 우리는? "전 OO대학교 컴공과 4학년입니다" 이게 다다. 요즘 팀원들 얼굴이 어둡다. 동기들 취업 소식에 흔들리는 것 같다. 어제 개발자 한 명이 말했다. "형 솔직히 우리 회사 망하면 어떡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나도 모르겠어. 근데 해보는 거지." 이게 전부였다. 밤에 혼자 생각했다. 내가 팀을 이끌 자격이 있나. 나도 경험 없는데. 부모님은 모른다 한 달에 한 번 전화한다. "요즘 어떠니" "잘 지내요." 투자 받는 얘기 하면 모르신다. "투자? 돈 빌리는 거야?" "아니요 주식을 주고..." "그게 뭐야." 설명하다가 포기했다. 이해 못 하신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월급 받잖아" "저도 나중에 더 많이 벌어요" "언제? 졸업은 언제 하고?" 전화 끊고 나면 허무하다. 세대 차이인가. 아니면 내가 설명을 못 하는 건가. 아버지는 공무원이셨다. 평생 한 직장. 어머니는 주부. 창업은 남의 나라 얘기다. "돈 필요하면 말해" 이 말이 제일 싫다. 안 받고 싶다. 받으면 진 것 같다. 근데 통장 보면 100만원 남았다. 다음 달 팀원들 월급 어떻게 주지. 성공한 애들 보면 뉴스에 나온다. "25세 대표, 시리즈 B 100억 투자 유치." 인스타 보면 나온다. 창업 선배가 데모데이에서 상 받았다. 링크드인에도 나온다. "OO 스타트업, 글로벌 VC로부터..." 부럽다. 질투난다. 초조하다. 얘네는 어떻게 한 거지. 나랑 뭐가 다를까. 프로필 들어가서 본다. 경력 칸이 길다. "전 OO 인턴" "OO 프로그램 수료" "OO 액셀러레이터". 나는? "OO대학교 재학 중" "창업 동아리 회장" 끝. 네트워크가 다르다. 멘토가 있다. 투자자들을 안다. 나는 혼자다. 아니다. 창업 동아리 애들이랑만 있다. 새벽 3시에 이런 생각한다. 그리고 못 잔다. 결국 아는 사람들 오늘도 카톡 확인했다. 30개 알림. 다 같은 단톡방이다. 창업 동아리 방. OB 방. 학교 과방. 전부 같은 사람들이다. 새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걸 안다. 근데 어떻게 만나지. 행사 가면 어색하다. 말 걸기 부담스럽다. 명함 주고받아도 연락 안 한다. 결국 편한 사람들한테 돌아온다. 같은 나이. 같은 고민. 같은 불안. 팀원이 말했다. "형 우리 너무 갇혀 있는 거 아냐." 맞는 말이다. "나가보자" 라고 했다. 어디로? 어떻게? 둘 다 모른다. 투자자를 만날 자격 VC 파트너가 물었다. "멘토 있으세요?" "창업 동아리 선배요." "그 분은 어느 정도 규모 회사 운영하시나요?" "...시리즈 A 받으셨어요." 표정이 미묘했다. "음... 좀 더 시니어한 분들과..." 알겠다. 내 네트워크가 얕다는 얘기다. "다른 투자사는 어디 만나보셨어요?" 또 이 질문. "아직 많이는..." "이 분야 전문 투자자 아세요?" "검색해봤는데..." 대화가 안 이어진다. 준비가 안 됐다는 티가 난다. 집에 오면서 검색했다. "VC 파트너 연결 방법" "투자자 네트워킹 방법". 나오는 답변들. "업계 행사 참석" "소개 받기" "실적으로 증명". 결국 사람을 알아야 한다. 소개를 받아야 한다. 근데 소개해줄 사람이 없다. 창업 동아리 선배한테 부탁할까. 근데 그 선배도 네트워크가 넓지 않다. 루프다. 계속 같은 원 안에서 돈다. 이게 현실이다 27살에 창업한 선배가 있다. 지금 30살. 시리즈 B 받았다. 그 형이 말했다. "네트워크는 시간이 필요해. 나도 2년 걸렸어." 2년.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런웨이는 4개월이다. 시리즈 A는 최소 6개월 걸린다고 한다. 브릿지 투자 받아야 한다. 근데 브릿지 투자자도 모른다. 창업 동아리 교수님한테 물어봤다. "제자 중에 투자하시는 분 없으세요?" "글쎄... 한번 알아볼게." 일주일 지났다. 답 없다. 현실이 이렇다. 나는 사회생활을 안 해봤다. 네트워크가 없다. 혼자서 투자 라운드를 돌아야 한다. 가능한가? 모르겠다. 팀원들 보면 미안하다. 얘네 미래도 내 손에 달렸다. 무섭다.결국 아는 사람들한테만 물어보고 있다. 이게 한계다.

4명이 함께하는 스타트업, 관계 관리가 가장 어려워

4명이 함께하는 스타트업, 관계 관리가 가장 어려워

4명이 함께하는 스타트업, 관계 관리가 가장 어려워 오늘도 말 한마디 조심했다 카페에서 팀 회의했다. 1시간 반. 서비스 방향성 얘기하다가 민수가 말했다. "형, 근데 이거 정말 되는 거 맞아요?" 순간 멈췄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될 거야"라고 하면 무책임해 보이고. "모르겠어"라고 하면 팀이 무너질 것 같고. 결국 "우리가 해봐야지 뭐"라고 얼버무렸다. 민수 표정이 애매했다. 확신 찬 리더십을 원하는 건지. 솔직함을 원하는 건지. 26살 대표한테 뭘 기대하는 건지 모르겠다. 회의 끝나고 민수한테 따로 물어봤다. "너 요즘 힘들어?" "아니요, 괜찮아요." 아니다. 목소리가 다르다. 그냥 넘어갔다. 더 파고들면 어색해진다.친구 같은데 친구는 아니다 우리 팀 4명. 나 포함해서. 다 대학 동기거나 과 선배다. 예진이는 디자이너. 민수는 백엔드. 상현이는 마케팅. 나는 프론트엔드 겸 대표. 창업 전엔 그냥 친구였다. 술 마시고 게임하고 대학 과제 같이 했다. 지금도 저녁 먹으면서 농담한다. 예전처럼. 근데 다르다. 분명히 다르다. 예진이가 디자인 수정 요청하면 "이거 다시 해줄래?"라고 못 한다. "이 부분 피드백 좀 주고 싶은데"라고 돌려 말한다. 상현이가 마케팅 예산 쓴 걸로 결과가 안 나오면 직접 말 못 한다. 팀 회의에서 "우리 예산이 한정적이니까"라고 에둘러 말한다. 친구였으면 "야 이거 뭐야"라고 했다. 지금은 못 한다. 내가 월급 주는 사람이니까. 아니, 월급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100만원씩 주니까.성과 얘기가 제일 무섭다 지난주 투자자 미팅 있었다. 망했다. "팀 역량이 보이지 않아요." 그 말이 계속 맴돈다. 사실 맞는 말이다. 우리 서비스 MAU 2만인데 3개월째 정체다. 예진이 디자인은 예쁜데 UX 개선이 느리다. 상현이 마케팅은 열심히 하는데 전환율이 안 나온다. 민수 코드는 깔끔한데 속도 최적화가 부족하다. 이걸 어떻게 말하지. "예진아, 너 디자인 속도 좀 올려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말하면 상처받는다. 예진이는 밤새워 작업한다. 나도 안다. 근데 결과가 중요하다. 투자자는 과정 안 본다. "상현아, 마케팅 성과가 좀..." 이것도 못 한다. 상현이는 우리 중에 제일 나이 많다. 28살. 취업 포기하고 나랑 했다. 책임감 느껴진다. 그래서 팀 회의에서 "우리 모두 더 분발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한다. 추상적으로. 아무도 안 찔리게. 근데 그럼 아무것도 안 바뀐다. 어제 예진이한테 직접 말했다. "예진아, 이번 UI 작업 언제까지 가능해?" "이번 주는 힘들 것 같아요." "우리 데모데이가 2주 남았는데..." "알아요. 근데 지금도 밤 3시까지 하는데요." 말을 멈췄다. 더 밀어붙이면 관계가 깨진다. 그냥 "알았어, 최대한 해보자"라고 했다. 밤에 예진이한테 카톡 왔다. "형, 제가 부족한 거 알아요. 죄송해요." 가슴이 아팠다. 내가 뭘 하고 있나.월급이 제일 미안하다 이번 달 월급 날 다가온다. 통장에 500만원 남았다. 4명 월급 400만원. 사무실비, 서버비 빼면 마이너스다. 월급 100만원씩 준다. 친구들이 취업하면 신입도 3000만원은 받는다. 우리는 연봉 1200만원이다. 4대보험도 없다. 퇴직금도 없다. 매달 송금할 때마다 메시지 쓴다. "이번 달도 고생했어. 조금만 더 힘내자." 빈말 같다. 본인도 믿지 않는 말. 상현이가 농담처럼 말했다. "형, 우리 언제 월급 200 받아요?" "곧. 수익화 되면." "그게 언제인데요?" "...곧." 곧이 언제인지 나도 모른다. 투자 받으면?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이번 IR 피칭 3곳 다 떨어졌다. 민수 부모님이 "제대로 된 회사 다녀라"라고 하신다는 얘기 들었다. 민수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눈빛이 달랐다. "괜찮아요, 형. 저 여기 좋아요." 근데 정말 괜찮을까. 예진이는 카드값 밀렸다고 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진짜다. "형, 우리 회사 법인카드 없죠?" "...미안." 내 통장도 빈다. 부모님한테 손 벌리고 싶지 않다. 근데 이번 달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대전 계신 부모님한테 전화해야 한다. "아빠, 나..." 이 말이 목에서 안 나온다. 나이가 계속 걸린다 투자자 미팅에서 물어봤다. "대표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26살입니다." "아, 학생이시네요." "휴학 중입니다." "졸업은 언제 하시고요?" "...미정입니다." 표정이 바뀌었다. 아. 또 이거다. "젊은 게 장점이긴 한데, 경험이 좀..." 말을 흐렸다. 다 안다. '어린애들 장난'이라고 생각한다는 거. 팀원들 앞에서는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 Z세대가 타겟이잖아. 우리가 제일 잘 알아." 근데 혼자 있으면 불안하다. 정말 나한테 이걸 맡겨도 되나. 예진이가 물어봤다. "형, 우리 안 될 것 같으면 말해줘요. 저도 준비 있어야 하잖아요." "뭔 소리야, 될 거야." "근데 형도 불안해 보여요." 들켰다. 숨기려고 했는데. "나이가 어려서 걱정돼요?" 상현이가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니고..." "저는 솔직히 그래요. 형이 26살인 게. 근데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말을 멈췄다. 알아. 다 알아. 나도 내가 어리다고 생각한다. 경험 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인정하면 팀이 무너진다. "우리 나이도 다 20대 중반이잖아. 함께 배우는 거지." 이렇게 말했다. 설득력 없어 보였다. 대표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 월요일 아침. 아니, 낮 1시. 일어났다. 민수한테 카톡 와 있다. "형, 오늘 몇 시에 모여요?" 10시에 온 메시지다. "2시쯤?" 답장 보냈다. "네." 짧다. 기분 나쁜 짧음. 카페 도착했다. 2시 10분. 다들 와 있다. 노트북 켜고 작업 중이다. "미안, 늦었어." "괜찮아요." 괜찮지 않은 목소리다. 예전에는 다 같이 늦게 왔다. 1시, 2시. 근데 요즘 팀원들은 11시쯤 온다. 나만 늦는다. 대표가 제일 늦는다. "우리 출근 시간 정할까?" 상현이가 말했다. "그래, 좋지. 몇 시?" "11시요?" "11시." 근데 나는 11시에 못 일어난다. 새벽 4시에 자니까. "형은 개발자니까 밤에 집중하는 거 이해해요. 근데 우리는..." 예진이가 말했다. "우리는?" "일과가 있으면 좋겠어요. 뭔가 회사 같은 느낌?" 회사. 맞다. 우리는 회사다. 친구 모임 아니다. 스터디 그룹 아니다. 근데 나는 대표처럼 안 행동한다. "알았어. 내가 맞춰볼게." 거짓말이다. 못 맞춘다. 지금까지도 못 맞췄다. 저녁 회의에서 민수가 말했다. "형, 우리 제대로 된 사무실 구할 생각 없어요? 카페에서만 하면..." "돈이 없어서." "그래도..." "지금은 안 돼. 나중에." 나중에. 항상 나중에다. 월급도 나중에 올려주고. 사무실도 나중에 구하고. 복지도 나중에 만들고. 근데 나중에가 언제인지 모른다. 대표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비전 제시? 나도 내일이 불안하다. 의사결정? 혼자 결정하면 독단이라고 하고 물어보면 우유부단하다고 한다. 책임? 다 내 책임이다. 망하면 내 잘못이다. 그게 무섭다. 동기들 인스타가 제일 독이다 어제 대학 동기 인스타 봤다. 입사 인증샷. "네이버 입사했습니다🎉" 좋아요 300개. 축하 댓글 50개. 연봉 5000만원은 받을 거다. 우리는 같은 학번이다. 같은 수업 들었다. 근데 걔는 네이버 다니고 나는 런웨이 4개월 남은 스타트업 대표다. 스크롤 내렸다. 또 다른 동기. "카카오 최종 합격!" 부럽다. 솔직히 부럽다. 내가 뭐 하고 있나. 26살에 친구들 월급 100만원씩 주면서 희망 고문하고 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돼"라고 말하면서 본인도 확신 없다. 상현이가 말했다. "형, 저희 동기들 다 취업했어요. 저만 이러고 있어요." "곧 된다고." "곧이 언제요?" 대답 못 했다. 예진이 카톡 프로필 사진 봤다. 여행 사진이다. 제주도. 언제 갔다 왔지? 우리 팀은 휴가도 제대로 못 쓴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아니, 시간은 있다. 근데 쉬면 안 될 것 같다. 매일이 급하다. 부모님한테 전화 왔다. "취업한 친구들 보니까 어때?" "괜찮아요." "넌 언제 졸업하고?" "나중에요." "나중에가 언제야. 네 친구들은 다 직장 다니는데." 끊었다. 혼자 생각했다. 내가 잘못 선택한 건가. 친구들처럼 취업할 걸. 월급 안정적으로 받고 주말에 쉬고. 근데 그럼 평생 후회할 것 같다. 해보지도 않고. 근데 지금도 후회한다. 팀원들한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얘들 인생이 꼬이는 건 아닐까. 책임감이 너무 무겁다 새벽 3시. 잠이 안 온다. 내일 민수 생일이다. 케이크라도 사줘야 하나. 5만원. 통장에서 5만원이 아깝다. 이게 말이 되나. 예진이가 감기 걸렸다고 했다. "형, 오늘 집에서 작업해도 돼요?" "그래, 푹 쉬어." "근데 데드라인이..." "괜찮아, 건강이 먼저지." 거짓말이다. 데드라인 미루면 안 된다. 투자 미팅이 이번 주다. 근데 억지로 나오라고 할 수 없다. 내가 4대보험도 안 해주면서. 상현이 부모님이 병원 입원하셨다고 했다. "형, 내일 하루만 쉬어도 될까요?" "당연하지. 가봐야지." "죄송해요." "뭔 죄송해. 당연한 거지." 근데 속으로는 불안하다. 일정이 밀린다. 마케팅 캠페인 런칭이 이번 주인데. 내가 대신 할 수 있나. 모른다. 상현이만 할 수 있다. 이게 회사 맞나. 아파도 미안해하고. 가족 일 있어도 눈치 보고. 내가 만든 회사가 이런 곳이다. 창업할 땐 '수평적 문화'라고 했다. 지금은 '미안한 문화'다. 민수가 이직 제안 받았다고 했다. "형한테 먼저 말하고 싶어서요. 네이버에서 연락 왔어요." "가고 싶어?" "...모르겠어요. 근데 연봉이..." 말을 멈췄다. 알아. 우리 12배는 줄 거다. "가." "형?" "가. 네가 결정해. 난 뭐라고 안 할게." "근데 형은..." "나는 괜찮아. 네 인생이 중요하지." 겉으론 쿨한 척했다. 속으론 무너졌다. 민수 없으면 서비스 못 돌린다. 나 혼자 백엔드 다 할 수 없다. 근데 붙잡을 수 없다. 내가 뭘 줄 수 있나. 밤에 민수한테 카톡 왔다. "형, 저 안 갈게요. 우리 끝까지 해봐요." "너 결정한 거 해. 나 신경 쓰지 마." "아니요. 저도 믿어요. 우리가 만드는 거." 고맙다. 근데 미안하다. 내가 민수 인생 책임질 수 있나. 없다. 근데 민수는 날 믿는다. 이 무게가 너무 무겁다. 그래도 아직은 오늘 아침. 아니, 점심. 카페에서 모였다. 다들 피곤해 보인다. 나도 피곤하다. "오늘 뭐부터 할까?" "데모 준비요." "그래, 데모." 2주 후 데모데이다. 투자자 50명 앞에서 10분 발표한다. 이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투자 못 받으면 3개월 후 끝이다. "우리 할 수 있을까?" 예진이가 물었다. "모르겠어. 근데 해야지." "만약 안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점심 먹으면서 예전 얘기 나왔다. 창업 처음 할 때. "우리 유니콘 만들자!" 그때는 다 웃었다. 지금은 아무도 안 웃는다. 유니콘은커녕 생존이 목표다. "그래도 우리 여기까지 왔잖아." 상현이가 말했다. "맞아, 망하지 않고." "긍정적이네." "뭐, 어쨌든." MAU 2만. 적은 숫자 아니다. 2만 명이 우리 서비스 쓴다. 매일 로그인한다. 누군가는 우리가 필요하다. "다음 달에 프리미엄 기능 오픈하면 어떨까?" 민수가 말했다. "수익화?" "응. 해봐야지." "근데 유저들이 돈 낼까?" "모르지. 근데 안 하면 계속 모르잖아." 맞다. 해봐야 안다. 저녁 회의 끝나고 맥주 마셨다. 편의점 맥주 4캔에 만원. 회식비다. 치킨은 못 시킨다. "형, 우리 언제 성공해요?" 예진이가 물었다. "곧." "또 곧이네." "이번엔 진짜야." "맨날 진짜래." 다들 웃었다. 피곤한 웃음이다. 근데 포기한 웃음은 아니다. 집에 돌아왔다. 새벽 1시. 노트북 켰다. 코드 짜야 한다. 내일 배포 목표다. 카톡 왔다. 상현이다. "형, 자기 전에. 오늘 고생했어." "너도." "우리 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 근데 해보는 거지." "그래, 해보는 거지." 코드 짰다. 3시간. 배포했다. 에러 없다. 작은 성취다. 내일 또 카페 간다. 팀 만난다. 회의한다. 고민한다. 부딪친다. 미안해한다. 그래도 계속한다.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근데 아직은 포기 안 한다. 팀원들도 아직 있다. 그럼 나도 계속한다. 26살. 어린 나이다. 경험 없다. 돈도 없다. 근데 시간은 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게 20대 아닌가. 아닐 수도 있다. 근데 믿고 싶다.관계 관리가 제일 어렵다는 게 웃긴 일이다. 4명밖에 안 되는데.

비수익화 2년, 이게 정상인가요?

비수익화 2년, 이게 정상인가요?

비수익화 2년, 이게 정상인가요? 창업 18개월, 수익 0원 창업한 지 이제 1년 6개월. 정확히는 573일째다. 세어봤다. 수익은 얼마냐고? 0원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14만원. 누가 프로 플랜 결제했다가 환불했다. 그것도 3개월 전 얘기다. 요즘 VC 미팅 나가면 다들 묻는다. "트랙션은요?" "MAU 2만입니다." "수익화는요?" "... 준비 중입니다." 준비 중. 1년 반 동안 준비 중이다.다른 팀들은 어떤지 궁금하다 동아리 선배가 만든 팀. 작년에 첫 매출 냈다던데. 월 300만원이라고 했다. 적다고? 나한텐 부럽다. 창업 커뮤니티 가면 다들 말한다. "초기엔 수익 신경 쓰지 마세요." "PMF 찾는 게 먼저죠." 좋은 말이다. 근데 언제까지? 우리 서비스 쓰는 사람 2만 명이다. 그 중에 한 명이라도 돈 낼 생각이 있을까? 무료로 쓰다가 유료 전환하는 비율. 다른 B2C SaaS는 2-3%래. 우린 0.007%다. 계산해봤다. 14만원 ÷ 2만 명 = 7원. 1인당 생애가치 7원짜리 서비스.AI 스타트업은 다 이렇다더라 투자자들은 위로한다. "AI 스타트업은 원래 그래요." "기술 고도화가 먼저죠." 그래서 찾아봤다. 국내 AI 스타트업 사례들. A사: 창업 2년, 시리즈A 받음, ARR 미공개 B사: 창업 3년, 유료 전환 시작, MRR 500만원 C사: 창업 1년, 무료 베타, 10만 MAU 다들 비슷하다. 숫자를 안 밝히거나. 밝혀도 애매하거나. "트랙션 좋아요" = 사용자는 많은데 돈은 없다 "고객 피드백 받는 중" = 아직 팔 게 없다 "올해 수익화 목표" = 작년에도 그랬다 우리만 느린 건 아닌 것 같다. 근데 확신은 없다. 경쟁사 대시보드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다들 어떻게 버티는지.런웨이는 4개월 남았다 엔젤 투자 5000만원 받은 게 작년 2월. 지금 통장에 1600만원 남았다. 팀원 4명 월급 400만원. 사무실 없으니 고정비는 낮다. 서버비 50만원. 기타 잡비 50만원. 월 500만원씩 쓴다. 3.2개월 남았다. 시리즈A는 물 건너갔다. "수익화 모델 명확해지면 다시 연락 주세요." 브릿지 투자? 엔젤한테 또 손 벌리기 민망하다. 부모님한테 말씀드릴까 생각했다. "사업 자금 좀..." 말이 안 나온다. 지난주에 전화 왔었다. "졸업은 언제 하니?" "...다음 학기요." "취업 준비는?" 취업. 동기들 연봉 보면 4500 정도 받는다. 지금 내 월급(?)은 0원이다. 아니, 마이너스다. 생활비는 대출로 메꾼다. 유료화를 시도했다 3개월 전에 유료 플랜 냈다. 월 9900원. 반응은 좋았다. "가격 혜자네요!" "이 정도면 써볼게요." 결제한 사람: 7명. 1주일 후: 4명. 1개월 후: 1명. 지금: 0명. 피드백 받으려고 연락했다. "왜 환불하셨어요?" 대답은 비슷했다. "필요한 기능이 없어서요." "무료 버전으로도 충분해요." "자주 안 써서요." 우리 서비스가 뭔가? AI로 숏폼 자동 편집해주는 툴. 유튜브 쇼츠, 틱톡, 릴스 원클릭 생성. 경쟁 제품들 많다. 캡컷은 무료다. 프리미어 쓰는 사람들은 우릴 안 본다. 우리만의 강점? "빠릅니다." "퀄리티 좋습니다." "UI 직관적입니다." 근데 그게 돈 낼 이유가 되나? 팀 회의에서 물었다. "우리 서비스 너네는 돈 내고 쓸 거야?" 다들 웃었다. 대답은 안 했다. 피봇해야 하나 CTO 동현이가 말했다. "B2B로 가자." 기업한테 API 팔자는 얘기다. MCN, 에이전시, 미디어 회사. 일리 있다. B2C는 한 명당 만원 받기 어렵다. B2B는 계약 하나에 몇백 받을 수 있다. 근데 우린 B2C로 시작했다. 제품도, 브랜딩도, 모든 게. 피봇하려면 다시 만들어야 한다. 4개월 안에 가능할까? 투자자한테 물어봤다. "B2B 피봇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죠. 근데 레퍼런스는요?" "...없는데요." "그럼 먼저 몇 개 따 오세요." 계약 따려면 영업해야 한다. 영업 경험 있는 사람: 0명. 우린 다 개발자 출신이다. 코딩은 할 수 있다. 팔 줄은 모른다. 주변 반응이 달라졌다 작년엔 다들 응원했다. "창업 멋있다!" "젊을 때 해봐야지." 요즘은 다르다. "아직도 그거 해?" "힘들겠다..." 뉘앙스가 바뀌었다. 응원에서 걱정으로. 걱정에서 동정으로. 동기 결혼식 갔다. "너는 뭐 해?" "창업했어." "아... 힘들겠네. 돈은 벌어?" 예전엔 "오!" 였다. 이젠 "아..." 다. 부모님 친구분 만났다. "취업 안 하고 뭐 한대?" "아이구... 요즘 그게 되니?" 어머니가 변명하셨다. "걔가 원래 컴퓨터를 잘해요." 잘하는데 돈은 못 번다. 팀원들한테 미안하다 월급 100만원씩 준다. 서울에서 100만원으로 사나? 다들 부모님 지원 받으면서 버틴다. 나도 그렇고. 지난달에 민수가 말했다. "형, 저 알바 좀 해도 될까요?"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래, 해." 이게 맞나? 풀타임으로 일하는데. 알바를 또 해야 한다. 지원이는 졸업 유예했다. 부모님이 복학하래. "졸업장은 따 놔라." 맞는 말이다. 근데 복학하면 팀 나가야 한다. "형, 전 계속할게요." "괜찮아?" "...네." 목소리가 확신 없었다. 회의 끝나고 치킨 시켰다. 카드 긁었다. 한도 초과. "어? 잠깐만." 다른 카드 꺼냈다. 팀원들 눈치 봤다. 다들 폰만 봤다. 성공 사례를 보면 조급해진다 넷플릭스 보다가 AI 다큐 나왔다. 20대 창업가가 나온다. "저희 ARR 10억 달성했습니다." 창업 2년 만에. 부럽다. 아니, 화난다. 왜 우린 안 되는데? 우리도 열심히 한다. 매일 15시간씩 일한다. 무엇이 다른가? 아이템? 타이밍? 운? 아니면 우리가 못하는 건가? 링크드인 보면 더 우울하다. "Series A $5M raised!" "Reached $1M ARR!" 다들 잘한다. 우린 $0 ARR이다. 알고리즘이 비웃는 것 같다. 성공 스토리만 띄워준다. 실패하는 팀 얘기는 안 나온다. 망하면 조용히 사라진다. 우리도 그렇게 될까? 포기하는 상상을 한다 가끔 생각한다. 그만두면 어떨까? 복학하고. 졸업하고. 취업하고. 월급 400만원 받으면. 적금도 들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친구들이랑 술 마실 때. 카드 걱정 안 하고. 주말에 쉬고. 연차 쓰고 여행 가고. 평범하게 사는 거다. 근데 그 상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2년 버텼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그냥 시간 낭비였나? "창업 경험"이라고 포장해도. 면접관은 물을 거다. "성과는요?" "...수익은 없었습니다." 경험치는 쌓였다. 개발 실력, 기획 능력, 협업 스킬. 근데 이력서에 쓸 수 있나? "무수익 스타트업 대표 18개월" 그래도 멈출 순 없다 어제 새벽 4시. 코딩하다가 창밖 봤다. 불 켜진 창문이 몇 개 보였다. 누군가도 깨어 있다. 어쩌면 나처럼. 뭔가를 만들고 있을지도. 돈 안 되는 거. 아무도 안 믿어주는 거. 그래도 만들고 있는 거. 우리만 그런 건 아닐 거다. 팀 단톡방 봤다. 동현: "내일 새 기능 배포할게요" 민수: "피드백 10개 더 받았어요" 지원: "내일 회의 때 공유할게요" 새벽 4시에도 다들 일한다. 비수익화 18개월. 정상인지 모르겠다. 우리만 느린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우린 아직 포기 안 했다. 런웨이 4개월. 그 안에 뭔가 만들어야 한다. B2B든 피봇이든. 유료 전환율 올리든. 4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믿고 싶다.내일 또 투자자 미팅이다. 이번엔 수익 얘기 좀 덜 나왔으면 좋겠는데.

저녁 치맥 회의가 일인지 노는 건지 모르겠어

저녁 치맥 회의가 일인지 노는 건지 모르겠어

저녁 7시, 또 치맥 오늘도 저녁 7시가 됐다. 팀원들한테 단톡 던졌다. "저녁 어디서?" 답은 뻔하다. "치맥?" "굿굿" "ㅇㅋ" 회사 사무실이 없으니까 저녁 회의가 곧 치맥이다. 처음엔 진짜 회의였다. 노트북 펴놓고 피그마 보면서 진지하게 얘기했다. 근데 요즘은 모르겠다. 이게 회의인지 그냥 노는 건지. 홍대 뒷골목 치킨집. 단골이 됐다. 사장님이 알아본다. "사장님들 오셨네요!" 우리는 사장이 한 명인데 사장님들이래. 뭐 다 대표 마인드로 일하긴 한다. 그렇게 세뇌시켰다. 테이블에 앉았다. 치킨 2마리 주문. 맥주 4병. 계산하면 6만원쯤. 런웨이 4개월 남았는데 한 끼에 6만원. 근데 이게 회의니까 괜찮다고 합리화한다.맥주 한 잔 하면서 시작 첫 잔은 진지하다. "오늘 개발 진행 상황 공유할게." 메인 개발자인 내가 말한다. 다들 고개 끄덕인다. 맥주 홀짝이면서 듣는다. "로그인 기능 리팩토링 끝났고, 내일부터 편집 알고리즘 개선 들어간다." "오 좋은데?" "걸리는 시간?" "일주일?" 여기까진 회의다. 분명히 회의다. 디자이너 재민이가 폰 꺼낸다. 피그마 켠다. "이번 온보딩 화면 봐봐." 다들 목 빼고 본다. 치킨 먹으면서. "폰트 좀 키우면?" "색감은 좋은데." "여기 버튼 위치가..." 이것도 회의다. 맥주 마시면서 하는 회의. 마케터 수진이가 끼어든다. "근데 있잖아, 요즘 틱톡 트렌드가..." 여기서부터 애매하다. 이게 트렌드 분석인가? 그냥 숏폼 떠드는 건가? "진짜 요즘 챌린지가 미쳤어." 수진이가 폰 보여준다. 다들 "오" 하면서 본다. 누가 댓글 읽는다. 웃는다. 맥주 한 병씩 비웠다. 치킨 한 마리 반 먹었다.두 번째 잔부터 흐려진다 "한 잔 더?" "당연하지." 두 번째 맥주 따른다. 여기서부터 경계가 흐려진다. 회의인지 술자리인지. "근데 우리 서비스 진짜 되는 거 맞아?" 막내 동현이가 갑자기 던진다. 무거워진다. 다들 치킨만 씹는다. "되게 해야지 뭐." 내가 대답한다. 대표니까. "투자 더 받으면 되지." 근데 내 목소리가 확신 없이 들린다. "근데 형, 요즘 투자 분위기 안 좋잖아." 재민이가 말한다. "맞아, 우리 지난번 IR 피칭 갔을 때도..." 수진이가 거든다. 이건 회의다. 분명히 회의다. 회사 미래 얘기하잖아. 근데 맥주 마시면서 하는 게 맞나? "에이 씨, 너무 무겁게 가지 말자." 내가 분위기 바꾼다. "일단 서비스 개선 열심히 하고, 다음 달에 VC 한 군데 더 컨택하면 돼." "그래그래, 우리 서비스 개쩌는데." 동현이가 맞장구친다. "MAU 2만 넘었잖아." "수익화만 되면 장땡이지." 낙관론으로 바뀐다. 맥주가 그렇게 만든다. 술김에 다 잘될 것 같다. 근데 내일 아침 되면 또 불안하다는 거 안다. 치킨 두 마리 다 먹었다. 맥주 3병째. 세 번째 잔은 그냥 수다 "사장님, 맥주 4병 더요!" 누가 외쳤는지 모르겠다. 다들 취했다. 나도 취했다. "야 근데 있잖아, 저번에 투자자 미팅 때..." 재민이가 웃으면서 말한다. "형이 긴장해서 물 세 번 마셨어 ㅋㅋㅋ" "닥쳐 ㅋㅋㅋㅋ" 내가 웃으면서 받아친다. "너도 피그마 발표할 때 떨었잖아." "그건 레이저 포인터가 고장 나서..." "핑계 ㅋㅋㅋ" 다들 깔깔댄다. 이건 회의 아니다. 그냥 술자리다. 친구들이랑 마시는 거랑 똑같다. 근데 우리는 친구가 맞긴 하다. 창업 전부터 알던 사이. 같은 과, 같은 동아리. 대표와 직원이기 전에 친구다. "야 동현아, 너 여자친구는 어떻게 됐어?" 수진이가 묻는다. "에이, 그거..." 동현이가 얼굴 붉힌다. 연애 얘기 나온다. 회사랑 1도 상관없는 얘기. 근데 다들 진지하게 조언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카톡은 이렇게 보내야 돼." 30분 흘렀다. 회사 얘기 하나도 안 나왔다. 맥주만 비웠다.계산하면서 드는 생각 11시 넘었다. 슬슬 일어날 시간이다. "계산할게요!" 사장님한테 말한다. 카드 긋는다. 법인카드. 영수증 본다. 82,000원. 치킨 2마리, 맥주 8병, 소주 2병 (언제 시켰지?), 감자튀김. 8만원. 팀원 한 명 하루 인건비다. 우리는 월급을 일당으로 환산하면 33,000원씩 받는다. 오늘 회의비로 2.5일 치 월급 쓴 거다. 근데 이게 회의 맞나? 진짜 회의였던 시간은 처음 30분. 개발 진행 상황, 디자인 피드백. 그다음 30분은 애매하다. 회사 고민 얘기했으니 반은 회의? 마지막 3시간은 그냥 술자리. 밖에 나왔다. 밤바람 분다. 취기가 깬다. 팀원들이 재잘거린다. "오늘 회의 알차게 했다!" "ㅇㅈ ㅇㅈ" 나만 생각한다. '회의였나?' 회의인지 노는 건지 숙소 들어왔다. (원룸이지만 숙소라고 부른다. 더 프로 같아서.) 노트북 켠다. 술 깨려고 물 마신다. 오늘 회의록 쓴다. 항상 쓴다. 회의 후엔 노션에 정리한다. 근데 오늘은 쓸게 별로 없다. "로그인 리팩토링 완료", "온보딩 화면 수정안 검토", "다음 주 VC 미팅 준비". 끝. 4시간 동안 이것만? 8만원 내고 이것만? 스타트업 블로그 들어간다. 다른 창업자들 글 본다. "효율적인 회의 문화", "스타트업의 소통 방식", "린한 조직 운영". 다들 멋있게 쓴다. 데일리 스탠드업 15분, 위클리 회고 1시간, 명확한 아젠다와 액션 아이템. 우리는? 치맥 4시간, 아젠다 없음, 액션 아이템 애매함. 근데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친구다. 대학 동기들이 모여서 창업했다. 회사 만들기 전부터 같이 술 마셨다. 회사 만들었다고 갑자기 딱딱하게 회의할 수 있나? "안건 1번", "안건 2번" 이러면서? 우리 나이 평균 25살인데? 근데 또 생각한다. 우리는 회사다. 투자 받았다. 책임이 있다. 망하면 안 된다. 친구처럼 편하게 일하는 게 좋은 건가? 아니면 제대로 된 조직처럼 굴러가야 하나? 답 모르겠다. 다른 팀들은 어떨까 인스타 들어간다. 창업자 팔로우 많이 해놨다. 다들 피드에 회의 사진 올린다. "오늘의 오피스 뷰 ☕️📊" - 멋진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포스트잇 가득, 다들 정장. "팀 워크숍 🚀" - 세미나실, 빔 프로젝터, 발표 자료. "금요일 회고 시간 🎯" - 깔끔한 회의실, 노트북들, 텀블러. 우리 사진은? "오늘도 굳 🍗🍺" - 치킨집, 맥주병, 셀카. 비교된다. 우리만 이렇게 대충 하나? 아니다. 다른 친구 생각난다. 작년에 창업한 선배. 얘도 비슷했다. 맨날 저녁에 삼겹살 회의. 근데 지금 시리즈 A 받았다. 또 다른 후배는 완전 빡세게 한다. 아침 8시 출근, 저녁 7시 퇴근, 회의는 회의실에서만. 근데 팀원 3명 나갔다. 분위기 안 맞는다고. 정답은 없는 건가? 생산성이라는 함정 유튜브 켠다. 생산성 영상 많이 본다. "1일 1깃커밋", "아침 루틴", "시간 관리". 어제 본 영상. "성공한 스타트업의 회의 문화". 실리콘밸리 어쩌고. 아마존의 6페이지 메모 어쩌고. 우리랑 다르다. 우리는 치맥하면서 "야 이거 어떻게 생각해?" "오 굿인데?" 끝. 근데 생각해보면, 오늘 회의에서 나온 게 있긴 하다. 재민이가 보여준 온보딩 화면. 다들 치킨 먹으면서 봤지만, 피드백 제대로 했다. "이 버튼 위치 옮기자", "폰트 키우자", "컬러 톤 맞추자". 재민이가 실시간으로 피그마 수정했다. 20분 만에 결정됐다. 정식 회의였으면? 회의 일정 잡고, 회의실 예약하고, 발표 자료 만들고, 회의하고, 회의록 쓰고, 다음 회의 잡고. 일주일 걸렸을 수도. 또 있다. 수진이가 한 틱톡 트렌드 얘기. 그냥 수다인 줄 알았다. 근데 나중에 "우리도 챌린지 하나 만들어볼까?" 아이디어 나왔다. 술김에 나온 얘기지만 괜찮았다. 동현이랑 나눈 투자 얘기도. "요즘 투자 분위기 안 좋다"는 현실적인 얘기. 정식 회의였으면 이런 솔직한 말 안 나왔을 수도. 대표인 나한테 눈치 봤을 거다. 치맥하면서 편하게 말하니까 나온 얘기들. 그럼 이게 맞는 건가? 치맥 회의가 우리 방식인 건가? 근데 또 불안하다. 8만원 쓰면서 이게 맞나 싶고. 런웨이 4개월인데 매일 이러면 안 될 것 같고.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하나 침대에 누웠다. 천장 본다. (천장에 곰팡이 생겼다. 집주인한테 말해야 하는데.) 생각을 정리한다. 우리는 친구다. 그게 우리 강점이다. 편하게 얘기한다. 솔직하게 말한다. 위계 없이 아이디어 낸다. 새벽에도 연락 된다. 급할 땐 주말도 일한다. 불평 없이. 이게 다 친구라서 가능하다. 근데 우리는 회사기도 하다. 투자자한테 책임져야 한다. 매출 만들어야 한다. 성장해야 한다. 치맥만 하면서 안 된다. 그럼 어떻게? 아이디어 떠올랐다. 내일 팀원들한테 말해봐야겠다. "매주 월요일 오후 3시, 정식 회의 하자. 카페에서. 1시간. 아젠다 미리 정하고. 회의록 쓰자." "나머지는 자유. 치맥도 하고. 근데 월요일 1시간만 빡세게." 중간 지점. 우리다운 방식과 제대로 된 회사 사이. 이게 답일까? 모르겠다. 해봐야 안다. 어쨌든 내일도 새벽 3시. 잠이 안 온다. 맨날 이 시간에 이런 생각한다. '우리 잘하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스타트업에 정답은 없다. 남들 따라 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근데 하나는 확실하다. 오늘 치맥하면서 웃었다. 팀원들 얼굴 밝았다. "내일 봐!" 하면서 헤어질 때 다들 즐거워 보였다. 대기업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한테 들었다. 회의 시간에 다들 죽은 눈. 돌아가면서 형식적으로 발표. 끝나면 다들 한숨. 우리는 다르다. 치맥 회의 끝나고 다들 신난다. "오늘 굿이었다!" "내일 이거 해보자!" 에너지가 있다. 그게 스타트업 아닐까. 물론 돈은 중요하다. 효율도 중요하다. 성장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근데 에너지 없이 어떻게 버티나. 창업은 마라톤이다. 즐기면서 뛰지 않으면 중간에 포기한다. 치맥이 우리 에너지원이면 어때. 그것도 우리 방식이다. 내일도 저녁 7시쯤 단톡 올 거다. "저녁 어디서?" "치맥?" "ㅇㅋ" 갈 거다. 치킨 먹고 맥주 마시면서 떠들 거다. 일도 하고 수다도 떨 거다. 그게 우리 회의다.회의인지 노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계속 간다. 치맥 들고.

사무실 없이 카페에서 회의하는 스타트업의 민망함

사무실 없이 카페에서 회의하는 스타트업의 민망함

사무실 없이 카페에서 회의하는 스타트업의 민망함 아메리카노 한 잔의 무게 오전 11시. 홍대 카페 입성.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요." 6500원. 오늘 사무실 임대료다.창가 자리 앉았다. 콘센트 확인. 와이파이 비번 받음. 노트북 펴고 노션 켰다. 팀원들한테 메시지. "홍대 ㅇㅇ카페 2층, 12시까지 오셈" 이게 우리 출근이다. 사무실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00만원. 우리 런웨이로는 불가능하다. 카페가 답이다. 근데 매번 민망하다. 배터리 95%의 긴장감 팀원 2명 도착. 12시 10분. "커피 시켜야 되나?" "일단 앉아. 나중에." 노트북 3대 펼쳤다. 화면 공유는 서로 보여주기. 회의 시작. 기획 검토. "이 부분 UI 수정하면..." 옆 테이블 손님이 쳐다본다. 신경 쓰인다.목소리 낮췄다. "작게 얘기하자." 30분 지남. 배터리 78%. 충전 시작. 콘센트 하나에 멀티탭. 노트북 3대 + 휴대폰 2개. 완전히 점령한 느낌이다. 미안하다. 근데 어쩔 수 없다. 4시간의 민망함 1시간 지났다. 커피 다 마심. 직원 한 명이 일어났다. "저 아이스라떼 하나 더 시킬게요." 5500원 추가 과금. 우리 자리 유지비다. 바리스타가 테이블 닦으러 왔다. "혹시 더 주문하실 거 있으세요?" 눈치 100단이다. "아 네 조금 있다 더 시킬게요." 회의는 계속된다. 개발 이슈 논의. "이거 API 연동이 안 되는데..." 주변에 대학생들. 과제하는 중. 우리랑 똑같은 노트북. 똑같은 나이. 근데 우리는 회사다.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다.2시간 반 경과. 배터리 45%. 슬슬 배터리 세이브 모드. 밝기 줄였다. 눈 아프다. 투자자 미팅용 카페 3시. 투자자 미팅 있다. 팀원들 보냈다. "너희 먼저 가 있어. 나 5시에 간다." 자리 그대로 유지. 짐 놓고 감. 30분 뒤 돌아왔다. 자리 그대로다. 다행이다. 노트북 배터리 22%. 위험 수위. 4시 40분. 투자자 도착 전에 준비. 테이블 정리. 휴지통 비움. IR 자료 켬. 화면 밝기 최대. "안녕하세요!" 악수. 명함 교환. "여기서 뵙네요. 사무실은...?" "아 저희 리모트로 운영하고 있어서요. 유연하게." 거짓말은 아니다. 포장만 했다. 투자자가 주문했다. "저 카페라떼요." 나도 시켰다. 아메리카노 또. 오늘 세 번째다. 속 쓰리다. 회의 시작. 30분 예정. 배터리 11%. 충전하면 선 지저분하다. 참는다. 집중한다. "저희 MAU가 2만이고요..." 설명 중 배터리 경고. 5%. 노트북이 어두워진다.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충전 꽂았다. 민망하다. 투자자는 이해한다는 표정. 근데 나는 안다. 저 표정 뜻. '사무실도 없구나.' 저녁 7시의 현실 미팅 끝. 투자자 갔다. 결과는 모호하다. "검토해볼게요." 탈락이다. 안다. 테이블에 혼자 앉았다. 노트북 배터리 87%. 충전됐다. 근데 나는 방전됐다. 주변 보니 저녁 먹는 사람들. 우리는 점심도 안 먹었다. 김밥 시켰다. 카페에서 김밥. 완전 민망하다. 바리스타가 또 왔다. "손님 저희 8시에 마감이에요." 5시간 있었다. 커피 4잔. 계산하면 2만 6천원. 오늘 사무실비다. 사무실이 필요한 순간 집 왔다. 새벽 1시. 침대에 누웠다. 오늘 회의 정리한다. 노션에 기록. 투자 미팅 후기. "카페에서 진행. 배터리 이슈로 집중 어려웠음. 다음은 코워킹 스페이스 고려." 코워킹도 하루 1만원이다. 월 20일 쓰면 20만원. 그럼 월세 30만원짜리 사무실 알아볼까. 계속 계산한다. 근데 답은 없다. 돈이 없다. 내일도 카페다. 모레도 카페다. 다음 투자 받을 때까지. 친구 메시지 왔다. "야 우리 회사 사무실 개쩐다. 루프탑 있음 ㅋㅋ" 대기업 신입이다. 부럽다. 우리 사무실은 스타벅스다. 다음 라운드까지 사실 부끄럽다. 26살 대표. 사무실 없음. 명함에 주소는 집 주소다. 미팅 때 말 못 한다. "혹시 사무실 한 번 방문해도 될까요?" "아 저희 이사 준비 중이라..." 거짓말 또 한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살아남는 게 먼저다. 사무실은 시리즈 A 받고. 지금은 런웨이 4개월. 4개월 안에 트랙션 만들어야 한다. 그럼 카페든 어디든 상관없다. 증명하면 된다. 노트북 덮었다. 불 껐다. 내일 또 카페 간다. 배터리 풀충 해뒀다.사무실 없어도 회사는 돌아간다. 근데 마음은 안 돌아간다.

MAU 2만, 이게 성공인가 실패인가

MAU 2만, 이게 성공인가 실패인가

MAU 2만, 이게 성공인가 실패인가 새벽 3시의 노션 페이지 또 비교하고 있다. 경쟁사 A는 MAU 5만.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는데. 경쟁사 B는 15만. 걔네는 투자 3억 받았더라. 우리는 2만.노션에 경쟁사 분석 페이지를 만들었다. 3개월 전에. 그때부터 매일 들어간다. MAU, DAU, 앱 순위, SNS 팔로워 수. 다 적어놨다. 엑셀 그래프까지 그렸다. 이게 건강한 습관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안 볼 수가 없다. 팀원들한테는 말 안 했다. "우리만 보자"고 맨날 얘기하면서. 정작 나는 매일 밤 남들 숫자 보고 있다. 2만이 뭔데 솔직히 2만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모른다. 처음 1000명 찍었을 땐 개쩐다고 생각했다. 5000 넘었을 땐 투자자들한테 자랑했다. 1만 넘었을 땐 팀 회식했다. 근데 2만 찍고 나니까. 별로 안 기쁘다. 왜냐면 다른 애들 보면 10만, 20만이더라. 유튜브에서 "창업 3개월 만에 MAU 5만" 이런 썸네일 보면. 우리는 뭐지? 싶다.투자자 미팅에서 물어봤다. "저희 숫자가 어떤가요?" 돌려 말하더라. "초기 단계니까요", "방향은 좋아 보여요".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명확한 답을 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비교의 늪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앱 대시보드 본다. 어제 가입자 몇 명, MAU 얼마. 그 다음 경쟁사 앱 순위 확인. 우리보다 위에 있으면 기분 나쁘다. 점심 먹으면서 경쟁사 인스타 본다. 좋아요 개수 센다. 댓글 읽는다. "완전 좋아요 ㅠㅠ" 이런 거 보면. 우리도 저런 댓글 달리나? 확인한다. 저녁에 팀 미팅하면서 "우리만 보자"고 한다. 근데 미팅 끝나고 혼자 또 본다. 경쟁사 블로그, 보도자료, 채용 공고까지.비교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벤치마킹이라고 하면 되니까. 근데 이건 벤치마킹이 아니다. 그냥 집착이다. 경쟁사가 투자 받았다는 기사 뜨면. 하루 종일 기분 안 좋다. 코딩도 안 된다. 그냥 기사 계속 읽는다. 댓글도 읽는다. "축하합니다!" 이런 거. 우리는 언제쯤 저런 기사 날까. 팀원들은 모른다 개발자 친구가 어제 물어봤다. "형 요즘 왜 그래? 예전엔 안 그랬잖아." 뭐가? 했더니. "맨날 다른 앱 얘기만 해." 아차 싶었다. 미팅 때 자꾸 경쟁사 얘기를 꺼낸 거다. "쟤네는 이런 기능 있던데", "저 디자인 괜찮지 않아?" 이런 식으로. 팀원들 입장에선 기분 나빴을 거다. 우리 걸 못 믿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대표가 흔들리면 팀도 흔들린다.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숨기려고 한다. 근데 새는 거다. 말투에서, 표정에서. 디자이너 친구는 아예 대놓고 말했다. "형, 우리 MAU 2만인데 뭐가 문제야? 6개월 전엔 0이었잖아." 맞는 말이다. 근데 위로가 안 됐다. 왜냐면 나는 숫자의 절대값보다. 상대적 위치가 더 신경 쓰이니까. 투자자들의 반응 지난주에 IR 미팅 3개 잡았다. 2만 숫자 보여줬다. 반응이 다 달랐다. 첫 번째 투자자: "오, 괜찮은데요?" 근데 표정이 별로. 투자 안 할 거라는 느낌. 두 번째 투자자: "시장이 어떻게 되는데 2만이에요?" 차갑다. 다음 슬라이드도 안 넘어갔다. 세 번째 투자자: "초기 트랙션으로는 나쁘지 않아요. 근데 성장률이..." 결국 문제는 성장률이다.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2만이 많냐 적냐가 중요한 게 아니구나. 얼마나 빨리 느냐가 중요한 거다. 근데 우리는 느리다. 한 달에 2000명씩 는다. 경쟁사는 5000명씩 는다. 숫자 뒤의 사람들 가끔 사용자 리뷰 읽는다. "진짜 편해요", "이거 없으면 불편할 듯". 이런 거 보면 좋다. 2만 명 중 누군가는 우리 서비스로 시간 절약하고 있다는 거니까. 근데 그 감동이 오래 안 간다. 리뷰 닫고 다시 대시보드 보면. 그냥 숫자다. 2만이라는 숫자. 경쟁사는 5만이라는 숫자. 이게 문제다. 사람을 숫자로만 본다. MAU, DAU, Retention Rate. 전부 숫자. 실제로 우리 서비스 쓰는 대학생, 직장인, 프리랜서. 그 얼굴은 안 보인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사람 안 본다. 숫자 본다. 그래서 나도 숫자에 집착하게 된 거다. 악순환이다. 성공의 기준 성공이 뭔지 모르겠다. 창업하기 전에는 단순했다. "서비스 만들어서 사람들이 쓰면 성공이다." 이렇게 생각했다. 근데 지금은 다르다. 2만 명이 쓰는데도 성공한 거 같지 않다. 왜? 남들이 더 많으니까. 그럼 5만 되면? 아마 그때도 10만 보면서 아쉬워할 거다. 10만 되면 20만 보고. 끝이 없다. 이 게임의 룰이 뭔지 모르겠다. 누가 정했나. MAU 몇이면 성공인가. IPO 해야 성공인가. 유니콘 되어야 하나. 선배 창업가한테 물어봤다. "형, MAU 얼마면 성공이에요?" 웃으면서 말하더라. "그거 네가 정하는 거야." 개소리처럼 들렸다. 근데 며칠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비교를 멈추는 법 멈추고 싶다. 이 비교를. 근데 어떻게 멈추나. 노션에 경쟁사 분석 페이지 지웠다. 어제. 5분 뒤에 다시 만들었다. 외워서. 브라우저에 경쟁사 즐겨찾기 삭제했다. 오늘 아침. 점심 때 다시 추가했다. 안 된다. 의지로는. 그래서 다른 방법 생각 중이다. 루틴을 바꾸는 거. 아침에 대시보드 보는 대신. 사용자 리뷰부터 읽기. 경쟁사 앱 순위 보는 대신. 우리 서비스 직접 써보기. 숫자가 아니라 경험에 집중하기. 말은 쉽다. 실천은 어렵다. 근데 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2만이 5만 돼도. 5만이 10만 돼도. 행복하지 않을 거다. 오늘 MAU 오늘 MAU는 20,347명이다. 어제보다 132명 늘었다. 경쟁사 A는 52,000명 넘었다. 어제보다 800명 늘었다. 이 숫자가 나한테 뭘 의미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근데 한 가지는 안다. 132명이 어제 우리 서비스를 찾았다는 것. 그들에게 우리가 필요했다는 것. 그거면 되는 건가. 잘 모르겠다.비교는 끝이 없다. 근데 오늘도 본다.

'학생이시네요?' - 그 한 마디의 위력

'학생이시네요?' - 그 한 마디의 위력

"학생이시네요?" - 그 한 마디의 위력 오늘도 들었다 투자사 미팅 끝나고 나왔다. 30분 피칭, 15분 질의응답. 끝날 때쯤 투자심사역이 물었다. "이영준 대표님, 학생이시네요?" 웃으면서 한 말이었다. 근데 웃을 수가 없었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면서 계속 생각났다. 그 말투, 그 표정. 악의는 없었다. 그냥 사실 확인이었다. 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쁠까. 카페 들어와서 노트북 켰다. 아무것도 안 된다. 코드가 안 보인다. 자꾸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맴돈다.첫 번째 들었을 때 6개월 전이었다. 첫 외부 미팅. 액셀러레이터 소개로 잡은 자리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정장 입고 갔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완벽했다. 3일 밤새워 만들었다. 시장 규모, 경쟁사 분석, 비즈니스 모델. 다 준비했다. 15장 넘어가자마자 질문이 들어왔다. "대표님은 학생이신가요?" 그때는 화가 났다. 진짜 화가 났다. 내가 준비한 게 이렇게 많은데, 학생이라는 게 중요한가? "네, 휴학 중입니다. 하지만..." 하고 변명하기 시작했다. 경력 얘기하고, 프로젝트 얘기하고. 근데 상대방 표정이 안 바뀌었다. 그냥 듣고 있을 뿐이었다. 미팅은 30분 만에 끝났다. "검토해보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결과는 2주 뒤 거절 메일이었다.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미팅이 10번 더 있었다. 8번 들었다. "학생이시네요?" 질문을.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아직 학교 다니세요?" "졸업은 언제 하실 예정이에요?" "학생 신분으로 법인 설립이 가능한가요?" 말은 다르지만 의미는 같다. '너 어린데 괜찮아?' 팀원한테 물어봤다. "형, 나 미팅 때 어려 보여?" 걔는 웃으면서 말했다. "대표님 베이비페이스잖아요." 농담이었지만 웃을 수 없었다. 거울 보면서 생각했다. 26살. 어린가? 근데 마크 저커버그는 19살에 창업했다. 배민 김봉진 대표는 20대였다. 나이가 문제는 아니잖아.정장을 입기 시작했다 3개월 전부터 전략을 바꿨다. 후드티 벗고 정장 입었다. 네이비 수트, 흰색 셔츠. 구두도 샀다. 29만원짜리. 미팅 전날 옷 다려놓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왁스 바른다. 거울 보면서 연습한다. "안녕하세요, 저희 서비스는..." 효과가 있었다. 질문 빈도가 줄었다. 10번 중 8번에서 5번으로. 근데 질문이 바뀌었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이건 더 대답하기 어렵다. 학생이냐는 예스 노로 답하면 된다. 근데 나이는? "26살입니다"라고 하면 "아, 그러시구나" 하는 표정이 나온다. 그 표정 알아. '어리네' 하는 거. 정장 입은 내가 우습다는 생각도 든다. 학교 MT 때 선배들이 정장 입고 술게임 하던 거 생각난다. 코스프레 같다는 생각. 근데 안 입으면 더 안 된다. "경험이 중요하죠" 요즘 내 대답법이다. 나이 질문 나오면 이렇게 받는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은..." 그리고 빠르게 화제를 돌린다. 팀 소개, 프로젝트 히스토리, 지표. 숫자로 말한다. MAU 2만, 재방문율 45%, MOM 12%. 가끔 먹힌다.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렇군요." 그럼 20분은 더 버틸 수 있다. 근데 가끔은 안 먹힌다. "경험이요? 좋은 생각이네요. 그런데 창업이 처음이시죠?" 칼같이 들어온다. 할 말이 없다. "네, 첫 창업입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희 팀원 중에 2년 차 개발자가..." 또 변명이 시작된다.팀원들 앞에서는 "형, 오늘 미팅 어땠어요?" 저녁에 치맥하면서 막내가 물었다. "괜찮았어. 반응 좋았어." 거짓말이었다. 팀원들한테는 말 못 한다. 내가 학생이라서 투자 안 받는다는 얘기. 걔들도 다 20대다. 나보다 어린 애도 있다. 그럼 걔들은 뭐가 되는 거야. 미팅에서 들은 말 그대로 전하면 사기가 떨어진다. "투자자가 대표님 나이 물어봤대요?" 그럼 팀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안 되겠다 싶은 공기. 그래서 편집한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어. 다음 주에 2차 미팅 잡혔어." 희망 고문인 줄 알면서도 계속한다. 월급 100만원 받는 애들한테 현실 말해줄 수가 없다. 밤에 혼자 있을 때 생각한다. 내가 대표 자격이 있나. 나이 때문에 팀을 망치는 건 아닐까. 좀 더 나이 많은 사람을 대표로 세우면 어떨까. 부모님 전화 "아들, 요즘 어떻게 지내냐?" 엄마 전화였다. 한 달 만이다. "잘 지내요." "밥은 먹고 다니고?" "네." "그래, 그나저나 복학은 언제 할 거냐?" 이 질문도 패턴이다. 매번 나온다. "엄마, 아직 회사 일이..." "학교는 나와야지." 아빠가 전화 바꿔 받는다. "이영준, 아빠다. 요즘 투자 받았다며?" "네, 얼마 전에..." "그래, 얼마 받았어?" "5000만원이요." 침묵이 흐른다. "그게... 많은 거냐?" "네, 시작하기엔 괜찮은 금액이에요." "그래." 아빠 목소리가 작아진다. "학교 친구들은 다 취업했다며?" 할 말이 없다. "네, 대부분..." "너도 졸업하고 대기업 들어가면 4~5천은 받을 텐데." 연봉 얘기다. 매번 나온다. "아빠, 저 지금 하는 게..." "알아, 알아.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근데 백업 플랜은 있어야지." 백업 플랜. 실패를 전제로 한 질문이다. 전화 끊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부모님한테도 나는 학생이다. 창업가가 아니라. SNS에 올리는 것들 인스타그램 켰다. 스토리에 올릴 사진 찾는다. 오늘 찍은 미팅 장소 사진. "Good meeting today" 문구 넣는다. 이모지 하나. 💼 피드에는 팀 회의 사진 올린다. "Late night session with the team 🚀" 다들 웃고 있는 사진. 실제론 런웨이 얘기하다가 분위기 안 좋아졌지만. 조회수 확인한다. 120명. 좋아요 35개. 댓글 3개. "화이팅!", "멋있다 형", "성공하자". 고마운 말들이다. 근데 공허하다. 동기 인스타 구경한다. 삼성 입사 소식. 800명이 좋아요 눌렀다. "축하해!" 댓글이 50개 넘는다. 부러운가? 아니다. 근데 흔들린다. 다른 동기는 현대차 합격. "꿈을 이뤘습니다" 글에 정장 입은 사진. 세련됐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었다. 휴학 안 했으면. 창업 인플루언서 피드 본다. "26살에 시리즈A 100억 유치" 기사. 나랑 동갑이다. 근데 100억. 나는 5000만원. 스마트폰 끈다. 다시 켠다. 또 본다. 새벽 3시까지. 어제 있었던 일 다른 창업가 만났다. 32살. 2년 선배다. 카페에서 조언 구하려고 만났다. "저도 나이 문제로 고민 많았어요." 그가 말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20대 후반이 제일 애매해요." "어떤 면에서요?" 물었다. "너무 어려서 신뢰 못 받고, 그렇다고 경력 쌓기엔 시간이 없고." "그럼 어떻게 하셨어요?" "30 넘으니까 좀 나아지더라고요. 근데 그때까지 버티는 게 힘들죠." 30까지 4년이다. 4년을 버텨야 한다는 말인가. 런웨이는 4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조언 하나 해드릴게요." 그가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나이 문제 계속 신경 쓰지 마세요. 신경 쓸수록 더 어려 보여요." "근데 계속 질문받는데요." "그래도요. 자신감이 중요해요. 학생이냐고 물으면 '네, 학생이에요. 그래서요?' 이렇게 받아쳐야 해요." 쉽게 말한다. 근데 그게 안 된다. 나는 매번 변명부터 한다. 그게 문제인 걸 알면서도. 진짜 문제는 집에 와서 생각했다. 진짜 문제가 뭘까. 나이? 경험? 아니면 내 태도?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내가 불안하다. 26살에 4명 먹여 살려야 한다. 5000만원으로 4개월 버텨야 한다. 그 뒤는 모른다. 투자자들이 나이 물어보는 거, 이해한다. 그들 입장에서 나는 리스크다. 검증 안 된 20대.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나이지만, 그들 돈은 안 돌아온다. "학생이시네요?" 이 질문의 진짜 의미는 뭘까. '당신을 믿을 수 있나요?' 일 거다. 나이를 묻는 게 아니라 신뢰를 묻는 거다. 그럼 답은 하나다.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말로가 아니라 결과로. MAU 2만을 10만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근데 그게 4개월 안에 가능할까. 모르겠다. 솔직히 모르겠다. 내일 미팅 내일 또 미팅이 있다. 시리즈A 투자사. 기대는 안 한다. 근데 가야 한다. 정장 다려놨다. 구두 닦았다. 헤어왁스도 샀다. 2만원짜리.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어제 다시 만들었다. 40페이지. "학생이시네요?" 질문 나올 것 같다. 10번 중 5번 나온다고 했으니까. 확률 50%. 이번엔 어떻게 대답할까. "네, 학생입니다. 하지만 저희 지표를 보시면..." 이것도 변명이다. "네, 휴학 중입니다. 그래서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아니다. "네, 학생입니다." 짧게 끊고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간다. 그게 나을까. 모르겠다. 새벽 4시다. 못 자겠다. 노트북 켜서 코드 본다. 컴포넌트 하나 수정한다. 푸시 알림 로직. 작은 거라도 고쳐야 마음이 편하다. 창밖이 밝아온다. 아침이다. 또 하루가 시작된다."학생이시네요?" 이 질문에 완벽한 답은 없다. 아직은. 근데 계속 찾아야 한다. 4개월 안에.

부모님 전화는 왜 자꾸 피하게 될까

부모님 전화는 왜 자꾸 피하게 될까

부모님 전화는 왜 자꾸 피하게 될까 통화 거부 21회 엄마 전화가 또 왔다. 화요일 저녁 8시. 이번 주만 세 번째다. "나중에 할게요" 문자 보내고 거절 버튼을 눌렀다. 스물한 번째다. 지난달부터 세고 있다. 왜 세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숫자로 만들면 덜 미안할 것 같아서. 팀원들이랑 회의 중이었다는 핑계를 댔다. 실제로는 카페에서 혼자 틱톡 보고 있었다. 경쟁사 분석이라고 하면 일인데, 사실 그냥 보고 있었던 거다. 전화를 안 받는 이유를 안다. 통화하면 딱 세 가지가 나온다. "밥은 먹냐" "돈은 있냐" "졸업은 언제 하냐" 처음 두 개는 대충 넘어간다. "네 먹어요", "있어요" 하면 끝이다. 근데 마지막 질문. 이게 문제다.졸업이라는 단어 "졸업은 언제 하냐" 이 질문 앞에서 나는 27살이 아니라 중학생이 된다. 숙제 안 한 거 들킨 중학생. 학원 빠진 고딩. 용돈 다 쓴 대학생. 그 시절로 돌아간다. 목소리도 작아진다. "아... 그게... 다음 학기에..." 거짓말이다. 다음 학기에 복학할 생각 없다. 지금 복학하면 회사 접어야 한다. 매일 수업 들으면서 개발하고 투자 미팅 돌 수 없다. 근데 그걸 어떻게 말해. "엄마 나 학교 안 다닐 거 같아. 회사가 잘 될 것 같거든." 이렇게? 지난번에 한 번 말했다. 작년 설날에. "저 복학 좀 늦출게요. 회사가 지금 중요한 시기라..." 아빠가 끊었다. "중요한 시기가 언제 안 중요하냐. 졸업장 없으면 나중에 후회한다." 그 후로 안 꺼낸다. 엄마는 가끔 물어본다. 나는 "다음 학기요" 만 반복한다. 거짓말이 쌓인다. 통화할 때마다 쌓인다. 그래서 전화를 안 받는다. 5000만원의 무게 엔젤 투자 5000만원 받았을 때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나 투자 받았어. 5000만원." "우와 대단하다. 근데 그게 뭐냐?" 설명했다. 회사 지분 15% 주고 받는 돈이라고. 이걸로 1년은 버틸 수 있다고. 팀원들 월급도 주고 마케팅도 하고. "그래 잘됐다. 근데 졸업은 하고 하는 거지?" 또 졸업이다. 그때 깨달았다. 엄마한테 5000만원은 그냥 숫자다. 투자도, 지분도, 런웨이도 다 외계어다. 그냥 "우리 아들이 뭔가 하고 있구나" 정도. 진짜 중요한 건 졸업장이다. 눈에 보이는 거. 액자에 걸 수 있는 거. 친척들한테 자랑할 수 있는 거. "조카 대학 졸업했어요. 좋은 데 취업했고요." 이게 엄마가 원하는 문장이다. "조카 회사 차렸어요. 투자 받았고요." 이건 불안한 문장이다. 불안한 자랑이다.동기들의 인스타 어제 대학 동기 인스타를 봤다. 민석이. 입사 인증샷이었다. 네이버 사옥 앞에서. 정장 입고. 사원증 목에 걸고. "드디어 사회인 1일차 :)" 좋아요 342개. 댓글 67개. "축하해!" "부럽다ㅠㅠ" "네이버 대박" "민석아 저녁 쏴" 스크롤 내렸다. 지훈이도. 삼성전자. 수빈이도. 카카오. 다들 입사했다. 졸업하고 취업했다. 부모님이 원하는 루트를 탔다. 나도 댓글 달았다. "ㅊㅋㅊㅋ" 하트 이모티콘 세 개. 근데 속으로 계산했다. 민석이 연봉 5500만원쯤 될 거다. 네이버 신입이면. 지훈이는 6000 넘을 수도. 나는? 우리 회사 통장에 3400만원 남았다. 이번 달 월급 400만원 나가면 3000. 3개월 버틴다. 그 안에 투자 못 받으면 끝이다. 민석이는 매달 월급 들어온다. 12개월 계속. 내년에도. 모레도. 나는 3개월 후를 모른다. 부모님이 걱정하는 게 이해된다. 진짜로. 새벽 2시의 현타 가끔 새벽에 잠 못 잔다. 코딩하다가 멈춘다. 화면 보다가 생각에 빠진다. "나 뭐하는 거지?" 27살. 4학년 휴학 중. 회사는 1년 반. 수익은 0원. 직원 4명. 런웨이 3개월. 이게 이력서에 뭐라고 쓰이는 거지? "AI 스타트업 대표 (실패)"? 만약 지금 접으면. 복학하면. 빠르면 내년에 졸업한다. 29살에 신입 지원한다. "27살에 뭐 했어요?" "창업했습니다. 실패했고요." "배운 게 있다면?" "...돈 관리?" 면접관이 고개 끄덕일까? 민석이는 지금 경력 쌓는다. 1년 후면 경력 1년차다. 나는? 1년 후에도 "전 창업 준비 중입니다" 할 수도 있다.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나는 도박하는 거다. 확률 낮은 복권 긁고 있는 거다. "그냥 졸업하고 취업해라. 안정적으로 살아라." 틀린 말이 아니다.성공하면 다 괜찮을 거라는 착각 근데 나는 계속한다. 왜? 성공할 것 같아서? 아니다. 확신 없다. 그냥... 성공하면 다 괜찮을 것 같아서. 성공하면 엄마가 이해할 거다. "그래 네가 옳았구나" 할 거다. 졸업 안 한 것도, 전화 안 받은 것도, 다 이해될 거다. "우리 아들 회사 대표야. 직원 50명이야. 투자 50억 받았어." 이 말 한 번 하면. 그동안의 불안이 다 정당화될 거다. 근데 그게 착각인 걸 안다. 성공은 확률이다.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게 아니다. 스타트업 10개 중 9개는 망한다. 나도 알고, 부모님도 알고, 다 안다. 근데 나는 "우리는 그 1개다" 라고 믿는다. 믿어야 한다. 안 믿으면 못 한다. 부모님은 "9개 중 하나면 어쩔래" 라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부모니까. 이 간극을 메울 방법이 없다. 말로 설득할 수 없다. 그냥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전화를 안 받는다. 보여줄 게 없는데 뭘 말해. "아직이에요" 만 반복할 건데 왜 통화해. 아빠의 한마디 작년에 집에 갔을 때다. 추석. 아빠랑 둘이 산책했다. 동네 뒷산. 아빠가 말했다.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근데 졸업은 해라." "왜요? 졸업장이 뭐가 중요한데요." "보험이다." "보험이요?" "실패해도 졸업장은 있어야지. 그게 너를 지켜준다." 그때는 반발했다. "전 안 망해요"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요즘은 그 말이 자꾸 생각난다. 망하면 어쩌지? 29살에 학교 돌아가서 졸업하고 30살에 신입 지원하면? 동기들은 그때 대리고 과장이고 할 텐데? 아빠 말이 맞는 걸까? 근데 지금 복학하면 회사는? 팀원들은? 여기까지 온 1년 반은? 답이 없다. 엄마의 카톡 오늘 아침에 엄마한테 카톡이 왔다. "아들 요즘 바쁘지? 밥 잘 먹고 다녀라. 사랑한다." 읽고 답장 안 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네 잘 먹어요" 하면 거짓말 같고.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요" 하면 무거워지고. "저도 사랑해요" 하면... 눈물 날 것 같고. 그냥 안 읽은 척하고 싶었다. 근데 카톡은 읽음 표시가 뜬다. 저녁에 다시 문자가 왔다. "통화 가능? 5분만" 또 안 받았다. 미안하다. 진짜로. 근데 지금은 통화할 수 없다. 보여줄 게 없어서. 들려줄 좋은 소식이 없어서. "다음 달에 투자 받을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면 "그래 잘됐다 근데 졸업은?" 이 나올까 봐. 언젠가는 언젠가는 전화받을 거다. 좋은 소식 있을 때. 투자 받았을 때. 매출 나왔을 때. 기사 났을 때. "엄마 저 000 투자 받았어요. 10억." "와 진짜? 우리 아들 대단하다." "이제 괜찮을 것 같아요. 회사도 안정됐고." "그래 다행이다. 근데 아들아." "응?" "졸업은?" 또 그 질문이 나올 거다. 아마도. 근데 그때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졸업보다 더 큰 거 해냈잖아요." 엄마가 이해할까? 모르겠다. 근데 적어도 떳떳하게 말할 수는 있을 거다. 그때까지는 전화를 피할 거다. 미안하지만.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3개월. 다음 투자 유치까지. 그 후에 다시 생각한다. 졸업? 복학? 그건 그때 가서. 지금은 일단 버티는 거다.통화 거부 21회. 오늘도 하나 추가됐다.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근데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미안해 엄마.

틱톡을 '트렌드 분석'이라고 부르는 순간

틱톡을 '트렌드 분석'이라고 부르는 순간

틱톡을 '트렌드 분석'이라고 부르는 순간 11시 39분, 노션 켜놓고 노션 창 3개 띄워놨다. 피그마도 켰다. 그 상태로 틱톡 보는 중. "트렌드 파악하는 거야." 혼잣말이다. 믿진 않는다. 숏폼 20개째. 스크롤이 자동이다.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인다. 킥킥 웃으면서 보다가, 문득 멈춘다. '이거... 일하는 건가?'창업하고 이 질문 진짜 많이 한다. 일과 딴짓의 경계. 특히 밤에. 낮에는 괜찮다. 카페에서 맥북 펴고 있으면 일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실제로 코드도 짠다. 미팅도 한다. 근데 밤 11시, 침대에 누워서. 틱톡 보면서 '트렌드 분석'이라고 우기는 순간. 이건 뭐냐. 솔직히 모르겠다. 합리화의 단계 1단계: "우리 타겟층이 Z세대잖아." 맞는 말이다. 서비스 쓰는 애들 90%가 10대 후반~20대 초반. 틱톡 안 보면 어떻게 알아. 2단계: "요즘 트렌드 안 보면 뒤처져." 이것도 맞다. 숏폼 편집 툴 만드는데 숏폼을 안 보면 안 된다. 당연하다. 3단계: "레퍼런스 모으는 거야." 노션에 '트렌드 분석' 페이지도 있다. 가끔 URL 저장한다. 진짜로. 4단계: "..." 더 이상 할 말 없음. 그냥 재밌어서 보는 거다.새벽 2시까지 본 적 있다. 200개 넘게. 레퍼런스는 3개 저장했다. 효율 1.5%. 근데 그 3개가 다음 날 기획 회의에서 쓰였다. "이런 전환 효과 어때요?" 그래서 또 헷갈린다. 진짜 일 vs 가짜 일 팀원들이랑 이 얘기 한 적 있다. 치킨 먹으면서. "형 틱톡 보는 거 일이에요 딴짓이에요?" CTO 재민이가 물었다. 걔도 똑같이 한다. "일이지. 트렌드 파악." "근데 3시간씩 봐요?" "...그건 좀 많긴 하다." 다들 웃었다. 우리 다 똑같다.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핑퐁한다. '경쟁사 분석'이라고 부른다. 실제로는 킥킥거리면서 본다. 근데 가끔, 진짜로 일이 되는 순간이 있다. "어? 이 트랜지션 미쳤는데?" 하면서 스크린샷 찍는다. 슬랙에 공유한다. "이거 구현 가능해?" 그게 진짜 기능이 된다. 그러니까. 100개 보면 1개가 일이다. 나머지 99개는 딴짓이다. 근데 그 1개 때문에 100개를 봐야 한다고 우긴다. 수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 투자자 앞에서 VC 미팅 갔다. 지난주. "요즘 Z세대 트렌드를 어떻게 캐치하세요?" 질문 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매일 틱톡, 인스타 릴스 보면서 분석합니다. 저도 타겟층이니까요." 자신감 있게.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음... 2-3시간?" 실제로는 5시간이다. 반으로 줄여 말했다.투자자 표정이 미묘했다. '그게 일이야?' 같은 느낌. "효율적인 방법 같네요." 말은 그렇게 했다. 믿는 것 같진 않았다. 투자는 안 됐다. 3주 뒤 거절 메일 왔다. "팀 구성은 좋으나 트랙션이 부족" 틱톡 때문은 아니다. 근데 좀 찔렸다. 부모님 전화 왔을 때 "준아, 요즘 뭐 해?" "일 열심히 하고 있어요." "힘들지?" "괜찮아요." 거짓말은 아니다. 일은 한다. 근데 그 순간 폰에 틱톡 켜져 있었다. 화면에는 고양이 영상. 통화 끝나고 씁쓸했다. '나 진짜 뭐하는 거지?' 부모님은 내가 맥북 앞에서 밤새 코딩하는 줄 안다. 실제로는... 반반이다. 코딩 반, 틱톡 반. 그렇게 말하면 실망하실까 봐 못 한다. 동기 취업한 날 고등학교 동기 인스타 스토리. "네X버 입사했습니다 🎉" 축하 DM 보냈다. "ㅊㅋㅊㅋ 대박" 근데 기분이 묘했다. 걔는 출근한다. 9시에 일어나서, 사무실 간다. 칼퇴한다. 월급 받는다. 나는? 오후 1시에 일어나서, 카페 간다. 맥북 켜고 틱톡 본다. '트렌드 분석'이라고 한다. 누가 더 일하는 거지? 연봉 4천만원. 걔네 초봉이다. 나는 월급도 없다. 투자금으로 버틴다. '난 창업가야. 다르지.' 되뇌었다. 확신은 없었다. 그날 밤, 틱톡 3시간 봤다. 레퍼런스는 1개 저장했다. 진짜 질문 틱톡을 보는 게 일인가? 대답하기 어렵다. 개발자가 유튜브 보면서 튜토리얼 찾는 건 일이다. 당연하다. 기획자가 경쟁사 앱 써보는 것도 일이다. 맞다. 그럼 숏폼 편집 툴 만드는 대표가 숏폼 보는 건? 논리적으로는 일이다. 근데 감정적으로는 딴짓 같다. 특히 30개째 고양이 영상 볼 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일이 아니다. 기준을 만들어봤다 고민 끝에 규칙 정했다.10개 보면 1개는 스크린샷 찍기 30분에 한 번은 노션에 메모하기 새벽 2시 넘으면 끄기3번을 못 지킨다. 어제도 4시까지 봤다. 1번도 잘 안 된다. 재밌는 건 저장만 하고 분석은 안 한다. 2번은... 가끔 한다. "요즘 ~~~ 트렌드" 이런 식으로. 그리고 다시 본다. 규칙이 의미 없다. 나를 못 속인다. 솔직하게 틱톡 보는 거, 80%는 딴짓이다. 인정한다. 근데 그 20%가 진짜로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도 나오고, 트렌드도 잡힌다. 문제는 20% 찾으려고 100% 시간 쓴다는 거. 비효율적이다. 안다. 근데 어쩌겠어. 나도 20대다. 재밌다. 보고 싶다. '일'이라고 포장하면 죄책감이 덜하다. 그래서 계속 그렇게 부른다. 팀원들한테는 "야, 틱톡 너무 많이 보지 마." 회의 때 말했다. "형도 보잖아요." 재민이가 태클. "나는 일로 보는 거야." "저희도요." 다들 웃었다. 우리 다 안다. 서로 거짓말하는 거. 근데 뭐, 괜찮다. 우리 모두 20대고, 숏폼 만드는 회사다. 틱톡 안 보고 어떻게 만들어. 결론은 없다 틱톡이 일인지 딴짓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인 것 같다. 비율이 문제다. 2:8이면 딴짓이다. 8:2면 일이다. 나는 지금 3:7 정도? 아니, 솔직히 2:8. 개선하고 싶다. 근데 안 된다. 내일도 틱톡 볼 거다. '트렌드 분석'이라고 부르면서.창업가의 자기기만. 오늘도 레벨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