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 Dec, 2025
팀원이 친구인데 왜 대표 역할을 해야 할까
팀원이 친구인데 왜 대표 역할을 해야 할까 25일의 저주 매달 25일만 되면 배가 아프다. 알림이 뜬다. "이체 예정 알림 - 400만원." 팀원 네 명, 각자 100만원씩. 통장 잔고는 720만원. 이체하고 나면 320만원 남는다. 런웨이 계산하면 다음 달 25일 전에 뭐든 해야 한다. "형 입금 확인했어요 ㅋㅋ" 문자가 온다. 대학 동기 민준이다. 웃는 이모티콘 다섯 개 붙여서. 나도 웃는 이모티콘 보낸다. 근데 웃긴지 모르겠다. 창업하기 전엔 그냥 친구였다. 같이 수강신청 F5 누르던 사이. 새벽 3시에 라면 끓여 먹으면서 LOL 하던 사이. "야 너 발표 준비 안 했냐 ㅋㅋ" 이러던 사이. 이젠 내가 걔 월급 주는 사이다.처음엔 다 똑같았다 작년 여름에 시작했다. 창업 동아리 해커톤에서 만난 넷. 민준이는 프론트엔드, 수현이는 디자인, 재훈이는 마케팅, 나는 백엔드. "우리 이거 진짜로 해볼까?" 누가 먼저 말했는지 기억 안 난다. 술 먹고 했던 얘기였다. 근데 다음 날 다들 단톡방에 "진심이었음 ㅋㅋ" 이랬다. 처음 3개월은 다 똑같았다. 대표가 누군지도 몰랐다. 법인 등록할 때 누군가는 대표여야 해서 내가 한 거다. "네가 제일 나이 많잖아 ㅋㅋ" 그래서 된 대표다. 엔젤 투자받기 전까진 괜찮았다. 밤새 작업하다가 새벽 라면 끓여 먹고, "오늘 커밋 몇 개?" 이러면서 장난치고, 주말에 PC방 가서 한 판 하고. 그냥 동아리 프로젝트 열심히 하는 느낌. 근데 5000만원이 들어온 날부터 달라졌다. "이제 월급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재훈이가 물었다. 맞다. 투자금은 우리 돈이 아니다. 회사 돈이다. 회사원이면 월급 받아야 한다. "얼마 줘?" 민준이가 물었다. 나도 모르겠다. 얼마 주는 게 맞나. 100만원? 200만원? 대기업 신입 연봉 5000만원인데 우린? 근데 돈 떨어지면 우린 죽는데? "일단 100씩 받자. 돈 아껴야지 뭐." 수현이가 말했다. 다들 동의했다. 나도 100만원 받기로 했다. 대표라고 더 받으면 이상할 것 같았다. 근데 그날부터 뭔가 이상해졌다.친구는 잘못한 게 없다 민준이는 잘못한 게 없다. 월요일 오후 2시에 일어난다. 문제없다. 우리 출근 시간 자유다. 카페 가서 노트북 켜고 작업한다. 오후 6시까지. 네 시간 일했다. "형 저 오늘 이만 들어갈게요. 약속 있어서요 ㅋㅋ" 단톡방에 메시지 남긴다. 괜찮다. 우리 퇴근 시간도 자유다. 다음 날도 네 시간. 그다음 날도 네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 정도? 한 달이면 80시간? 나는 하루에 12시간 일한다. 주말도 일한다. 한 달에 360시간? 계산하면 안 되는데 자꾸 계산된다. 민준이한테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잘못한 게 없으니까. 우리 회사 규칙이 원래 그러니까. 내가 만든 규칙이니까. 그리고 민준이도 열심히 한다. 코드 퀄리티 좋다. 커밋 메시지 깔끔하다. 문서화 잘한다. 문제없다. 근데 왜 화가 날까.말을 꺼낸 날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민준이랑 카페에서 작업하다가 말했다. "민준아." "응?" "요즘 작업 시간이 좀 짧은 것 같은데." "아 진짜? 몇 시간 정도 하는 것 같아?" "글쎄 하루에 네 시간?" "그 정도 되나? 음 근데 효율적으로 하면 괜찮지 않아? ㅋㅋ" 효율적으로. "그래도 좀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 우리 지금 런웨이 얼마 안 남았잖아." "아 그래? 근데 형 너무 스트레스 받는 거 아니야? 일이 전부는 아니잖아." 일이 전부는 아니다. 맞다. "나 이번 주 금요일 여행 가거든? 한 3일? 괜찮지?" "어 뭐 갔다 와. 근데 급한 작업 있는데." "주말에 하면 되지 뭐 ㅋㅋ" 주말에 하면 된다. 맞다. 근데 왜 기분이 나쁠까. 집에 와서 생각했다. 민준이는 직원이다. 나는 대표다. 대표는 직원한테 지시할 수 있다. 근데 민준이는 내 친구다. 친구한테 지시하는 건 이상하다. 그럼 난 뭐지. 월급날의 거리감 25일만 되면 느낀다. 내가 이체 버튼 누르는 사람이라는 게. 민준이는 받는 사람이라는 게. "형 입금 확인했어요 ㅋㅋ 고마워요~" 고맙다고 한다. 친구가 나한테 고맙다고 한다. 월급 받고. 뭐라고 답해야 할까. "어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긴 개뿔. 내 통장 잔고 320만원인데. "당연한 거지 뭐?" 당연하긴 한데 기분이 이상한데. "ㅋㅋ 수고했어!" 이렇게 답한다. 수고했다고 한다. 사장이 직원한테 하는 말을 한다. 친구 사이가 아니라 고용 관계가 된 느낌이다. 25일만 되면. 재훈이도 월급 받고 문자 보낸다. "형 감사합니다~" 존댓말한다. 평소엔 반말하는데 월급 받는 날엔 존댓말한다. 수현이는 아무 말도 안 한다. 입금 확인하고 읽씹한다. 그게 더 편한 건가. 모르겠다. 네 명한테 400만원 이체하고 나면 혼자 카페 간다. 아메리카노 시켜놓고 통장 본다. 320만원. 다음 달엔 어떻게 하지. 친구들은 여행 얘기한다. "다음 달에 제주도 갈까?" 나는 투자 유치 얘기한다. "다음 달까지 IR 자료 만들어야 돼." 같은 회사 다니는데 다른 세상 사는 느낌이다. 대표라는 역할 투자자 만나면 묻는다. "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동기들이랑 시작했습니다." "아 좋네요. 케미가 좋겠어요." "네 그렇습니다." 케미가 좋다. 맞다. 근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대표님이 제일 어리신 거 같은데 팀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네 저희는 수평적 문화를 지향합니다." 수평적 문화. 좋은 말이다. 근데 실제론 뭔지 모르겠다. 수평적이면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 근데 나만 다른 것 같다. 나만 걱정한다. 나만 불안하다. 나만 새벽 4시에 잔다. "직원들과 갈등은 없나요?" "아뇨 친구들이라 괜찮습니다." 친구들이라 괜찮다. 진짜 그럴까. 민준이한테 "내일 데모데이인데 작업 끝내야 돼" 라고 말해야 할 때. 친구로서 말해야 하나. 대표로서 말해야 하나. 친구로서 말하면 "형 너무 조급한 거 아니야?" 돌아온다. 대표로서 말하면 "아 네 알겠습니다" 돌아온다. 근데 표정이 이상하다. 어느 쪽도 아닌 것 같다. 둘 다인 것 같다. 모르겠다. 혼자인 시간들 팀원들 퇴근하고 나면 혼자 남는다. "형 먼저 갈게요~" 민준이가 노트북 닫는다. 오후 7시다. "어 들어가." 나는 노트북 켠다. 카페 자리에 혼자 앉아 있으면 생각한다. 나도 7시에 퇴근하고 싶다.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 싶다. 롤 한 판 돌리고 싶다. 넷플릭스 보고 싶다. 근데 안 된다. 회사가 망하면 어떻게 하지. 투자자한테 뭐라고 하지. 부모님한테 뭐라고 하지. 팀원들은 생각 안 하나. 궁금하다. 어제 민준이 인스타 스토리 봤다. 친구들이랑 홍대 갔다. 웃는 사진 올렸다. "오랜만의 금요일~" 캡션 달았다. 나는 그 시간에 IR 자료 만들었다. 인스타에 안 올렸다. 올릴 게 없었다. 재훈이는 주말에 등산 갔다. "힐링~" 스토리 올렸다. 나는 주말에 코딩했다. 오류 잡았다. "디버깅 완료" 스토리는 안 올렸다. 팀원들은 나를 대표로 본다. 친구로 본다. 둘 다 본다. 잘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나는 혼자라는 것이다. 말 못 하는 고민들 부모님한테 전화 왔다. "아들아 요즘 어때?" "네 괜찮아요." "회사는 잘 되고?" "네 잘 되고 있어요." 거짓말이다. 잘 안 된다. 런웨이 3개월 남았다. 팀원들이랑 관계도 이상하다. 근데 말 못 한다. 부모님한테 "친구들한테 월급 주는 게 힘들어요" 이러면 뭐라고 할까. "그럼 그만둬" 하실 거다. 친구들한테도 말 못 한다. 민준이한테 "너 요즘 일 너무 적게 하는 것 같아" 이러면 관계 깨진다. 재훈이한테 "런웨이 얼마 안 남았어" 이러면 불안해한다. 창업 동아리 선배한테 전화했다. 고민 얘기했다. "그래 힘들지. 나도 그랬어."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음 시간 지나면 정리돼. 남을 사람은 남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 무슨 뜻이지. 친구들이 떠난다는 뜻인가. 고민 상담 받으려고 전화했는데 더 불안해졌다. 혼자 끙끙 앓는다. 새벽 4시까지 생각한다. 답은 안 나온다. 25살 대표의 무게 대학 동기들은 취업했다. 인스타에 입사 소식 올라온다. "새출발!" "열심히 하겠습니다!" 댓글 단다. "축하해 ㅋㅋ" 연봉 얼마 받나 궁금하다. 물어보진 않는다. 근데 알 것 같다. 신입 연봉 4000만원? 5000만원? 나는 월급 100만원 받는다. 1년에 1200만원. 4분의 1이다. 근데 나는 대표다. 직원 네 명 책임진다. 투자금 5000만원 책임진다. 회사 망하면 내 책임이다. 동기들은 퇴근하면 끝이다. 주말엔 쉰다. 회사 망해도 이직하면 된다. 나는 퇴근 개념이 없다. 주말도 일한다. 회사 망하면 끝이다. 근데 월급은 4분의 1이다. 이게 맞나. 부모님은 "졸업은 언제 하냐" 물으신다. 휴학 4학기째다. 복학 계획 없다. 근데 말씀드리면 걱정하신다. "친구들은 다 취업했다며?" "네 그렇죠." "너도 졸업하고 취업하면 안 되겠니?" 취업하면 편하다. 월급 받고 퇴근하고 주말 쉬고. 친구들한테 월급 줄 일도 없고. 혼자 고민할 일도 없고. 근데 안 된다. 여기까지 왔는데. 1년 반 했는데. 투자금 받았는데. 팀원들 믿고 있는데. 그만두면 나는 뭐가 되는 거지. 25살 대표. 무겁다. 친구와 대표 사이 민준이가 말했다. "형 요즘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예민하다. 맞다. 나도 안다. "미안 요즘 스트레스가 좀 있어서." "형이 너무 혼자 짊어지려고 하는 것 같아. 우리도 같이하는 건데." 같이한다. 맞다. 근데 느낌이 다르다. 민준이는 직원이다. 월급 받는다. 퇴근한다. 나는 대표다. 월급 준다. 못 퇴근한다. 이 차이를 민준이는 모른다. 아니 알 수 없다. 대표 해보지 않았으니까. "그래 미안하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봐." "ㅇㅇ 우리 그냥 편하게 하자. 친구잖아." 친구다. 맞다. 근데 나는 네 월급 주는 사람이다. 네가 여행 가는 동안 일하는 사람이다. 회사 망하면 너한테 미안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친구인가. 민준이는 악의가 없다. 게으른 것도 아니다. 그냥 우리 회사 시스템이 자유로운 거다. 내가 만든 시스템이다. 근데 나는 그 시스템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라서. 친구와 대표 사이. 둘 다이면서 둘 다 아닌 느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느낌. 혼자다. 변하는 관계 6개월 전만 해도 민준이랑 매일 붙어 다녔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코딩하고 같이 게임하고. "야 이거 봐 ㅋㅋ" 하면서 밈 공유하고. 요즘은 단톡방에서만 얘기한다. "내일 몇 시 미팅이에요?" 존댓말한다. 대표한테 존댓말하는 거다. 친구한테 하는 게 아니다. 만나도 회의한다. "이번 주 목표가 뭐야?" 내가 묻는다. 친구한테 물을 질문이 아니다. 대표가 직원한테 물을 질문이다. "형 요즘 우리 왜 이래?" 수현이가 물었다. 맞다. 우리 왜 이러지. "뭐가?" "그냥 예전이랑 다른 것 같아. 재미없어." 재미없다. 맞다. 요즘 재미없다. "그래? 미안 내가 너무 일 얘기만 하나 봐."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거리감이 느껴져." 거리감. 정확한 표현이다. 월급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거리감. 걱정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의 거리감. 책임지는 사람과 안 지는 사람의 거리감. "그냥 기분 탓 아닐까 ㅋㅋ" 웃어넘겼다. 근데 기분 탓이 아니다. 우리 변했다. 내가 변했다. 아니 역할이 변했다. 친구 사이에 고용 관계가 끼어들었다. 월급이 끼어들었다. 책임이 끼어들었다. 돌아갈 수 있을까. 예전으로. 모르겠다. 답이 없는 질문 새벽 3시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 본다. 질문이 맴돈다. 친구를 직원으로 대해야 하나. 직원을 친구로 대해야 하나. 둘 다 하면 안 되나. 둘 다 하면 이상한가. 대표는 외로워야 하나. 친구들이랑 창업하면 안 되는 건가. 다른 창업가들은 어떻게 하지. 궁금하다. 검색한다. "친구와 창업" "공동 창업자 갈등" "팀원 관리" 글들 읽는다. 비슷한 고민들이다. 근데 답은 다 다르다.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정기적인 1:1 미팅을 하세요." "친구와 일은 분리하세요." 분리한다. 어떻게. 월급 주는데 어떻게 분리해. 댓글 읽는다. "저도 친구랑 했다가 망했어요 ㅠㅠ" "친구는 친구로 남겨두세요." "결국 돈 문제로 갈라섰습니다." 무섭다. 우리도 그렇게 될까. 민준이가 문자 보낸다. 새벽 3시에. "형 자요? 나 잠 안 와서 그런데 내일 점심 같이 먹을래요? 회의 말고 그냥 밥." 그냥 밥. 오랜만이다. "ㅇㅇ 좋아 몇 시?" "12시 어때요?" "오키" 핸드폰 내려놓는다. 민준이도 뭔가 느낀 건가. 우리 관계가 이상하다는 걸. 내일 점심 때 얘기해야 하나. "야 우리 요즘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근데 말하면 어떻게 되지. 해결이 될까. 아니면 더 어색해질까. 모르겠다. 새벽 4시가 됐다.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내일 민준이를 만나면 나는 뭘까. 친구를 만나는 걸까. 직원을 만나는 걸까. 둘 다인 것 같으면서 둘 다 아닌 것 같다. 25살 대표. 이런 거구나.친구인데 대표고, 대표인데 친구다. 답은 아직 모르겠다.
- 09 Dec, 2025
Z세대 대표가 보는 기성세대 투자자의 반응
Z세대 대표가 보는 기성세대 투자자의 반응 오늘도 또 들었다 "학생이시네요?" 아니요. 대표입니다. 강남역 근처 카페. 투자자 미팅 30분 전에 도착했다. 정장까지 입었다. 근데 카페 직원이 학생증 할인 되냐고 물어봤다. 씁쓸하게 웃었다. 오늘 만날 투자자도 똑같은 말 할 거다.투자자 김 대표는 45세. 2세대 창업가. 이커머스로 엑싯했다고 들었다. 정확히 1시. 그가 들어왔다. "이영준 대표님?" 악수했다. 그의 손이 크다. "생각보다 어리시네요." 시작부터 이거다. "26살입니다. 하하." 웃으면서 넘겼다. 속으론 욕 나온다. 그들이 보는 것 김 대표가 물었다. "경력이 어떻게 되세요?" 경력. 그 단어가 싫다. "대학 4학년 때 창업했습니다. 1년 6개월 됐고요." "아, 학교는 졸업하셨어요?" "휴학 중입니다."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0.5초. 근데 봤다."학교는 마치셔야죠. 요즘 같은 시대에." 요즘 같은 시대라니. 우리 서비스 MAU 2만이다. 평균 체류시간 12분. DAU/MAU 비율 35%. 숫자를 말했다. "좋네요. 근데 수익은요?" 수익화 준비 중이라고 했다. 구독 모델 테스트 중이고. "음... 언제쯤 수익 날 것 같아요?" 3개월 안에요. 자신 있게 말했다. "3개월이면... 졸업은요? 복학 계획은?" 또 학교 얘기다. 세대 차이라는 벽 김 대표가 말했다. "제가 창업했을 때도 20대였어요. 근데 그때랑 지금은 달라요." 달라요. 그 말 진짜 많이 들었다. "요즘 애들은 참을성이 없어요. 빨리 성공하려고만 하죠." 요즘 애들. 나는 하루 16시간 일한다. 주말도 없다. 참을성 없어서? "그리고 경험이 중요해요. 실패도 해봐야 하고." 경험. 그걸 쌓을 시간이 없다. 런웨이 4개월이다."우리 때는요..." 우리 때. 시작됐다. "밤새 일하고, 사무실에서 자고, 라면만 먹고..." 그거 우리도 한다. 지금도. "요즘은 워라밸이니 뭐니 하면서..." 워라밸? 나한테 그런 거 없다. 내가 설명하는 우리 세대 참았다.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저희 세대가 빠른 건 맞습니다." 김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봐' 하는 표정. "근데 그게 단점만은 아니에요." 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계속 말했다. "틱톡 알고리즘 변화. 인스타 릴스 업데이트. 유튜브 숏츠 정책. 다 실시간으로 따라갑니다." "저희 타겟이 Z세대예요. 그들이 뭘 원하는지 느낌으로 압니다. 데이터로도 증명되고요." 숫자를 보여줬다. 숏폼 평균 시청 시간 8초. 우리 툴로 만든 영상은 12초. "이건 경험으로 안 됩니다. 감각이에요." 김 대표가 처음으로 진지해졌다. "저희 팀 평균 나이 24살입니다. 다들 틱톡 크리에이터 해봤어요. 직접 써봤고, 불편함을 알고,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40대가 20대 서비스 만들 수 있나요?" 조금 건방졌나. 근데 사실이다. 그가 묻고 싶었던 것 김 대표가 웃었다. "그래서 투자 받아서 뭐 할 건데요?" 구체적으로 말했다.개발자 1명 더 채용. 200만원. 마케팅 예산 월 300만원. 서버 비용 증설. 6개월 버틴다. 그 안에 수익화 완성."학교는요?" 또 학교다. "졸업장이 중요한가요?" 솔직하게 물었다. "전 이 서비스가 성공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실패하면 그때 복학해도 늦지 않고요." 김 대표가 커피를 마셨다. 한참 생각했다. "자신감은 좋은데요. 근데 시장이 녹록치 않아요." 안다. 경쟁사 5개다. 다 우리보다 크다. "그래서 빨라야 합니다. 저희가 느린 순간 죽어요." "제 나이가 약점일 수도 있어요. 근데 강점이기도 합니다. 저희 세대를 제일 잘 아니까요." 투자는 안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투자 안 받았다. "좋은 팀이에요. 근데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요." 이르다. 또 나이 얘기다. "수익 나오면 다시 연락 주세요." 악수하고 나왔다. 지하철 탔다. 정장 벗었다. 후드티로 갈아입었다. 카톡이 왔다. 팀원들이다. "형 어떻게 됐어요?" "안 됐어." "ㅠㅠ" "괜찮아. 다음 있어." 근데 괜찮지 않다. 진짜 문제 집에 왔다. 노트북 켰다. 투자자 리스트 다시 봤다. 30명 중 26명 거절. 4명 대기. 다 비슷한 말 한다."경험이 부족해 보여요." "팀이 너무 어려요." "학교는 마치세요." "좀 더 성장하고 오세요."좀 더 성장하라고. 근데 돈이 없는데 어떻게 성장하냐. 런웨이 4개월. 팀원 월급 400만원. 서버비 100만원. 남은 돈 1500만원. 부모님한테 손 벌릴까. 안 된다. 아버지 퇴직금이다. 친구가 카톡 보냈다. "야 나 삼성 최종 합격ㅋㅋㅋ" 축하한다고 답장했다. 부럽다. 솔직히. 초봉 4500만원. 복지. 안정. 미래. 나는 뭐가 있지. MAU 2만. 수익 0원. 빚 5000만원. 그래도 새벽 3시. 코드 짰다. 에디터 속도 개선. 0.3초 줄였다. 별거 아니다. 근데 사용자는 느낀다. 피드백 왔다. "와 진짜 빨라졌어요 ㅋㅋㅋ 미쳤다" 댓글 하나에 힘이 난다. 이게 맞다. 내가 하는 일. 투자자가 뭐라든. 나이가 어리든. 우리 서비스 쓰는 2만 명이 있다. 매일 200명씩 늘고 있다. 느리다고? 우린 빠르다. 경험 없다고? 우린 감각이 있다. 학생이라고? 난 대표다. 다음 미팅 내일 또 투자자 만난다. 이번엔 30대. 스타트업 출신이래. 기대 안 한다. 근데 준비는 한다. 피치덱 수정했다. 숫자 업데이트. MAU 2만 → 2.1만. 일주일 만에 1000명 늘었다. 정장 다렸다. 구겨져 있었다. 거울 봤다. 어려 보인다. 인정한다. 근데 이게 나다. 26살 대표. Z세대. 개발자. 창업가. 졸업장 없다. 경력도 없다. 근데 실력은 있다. 팀도 있다. 서비스도 있다. 그걸로 증명할 거다. 투자 받든 못 받든. 세대 차이는 있다 김 대표 같은 사람 이해한다. 그들 시대에는 맞았다. 경험. 학벌. 나이. 근데 지금은 다르다. 변화 속도가 다르다. 시장이 다르다. 우리 세대 방식이 있다.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바꾼다. 완벽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런칭하고 고친다. 피드백 받고 개선한다. 이게 틀렸나? 데이터는 거짓말 안 한다. MAU 2.1만. 주간 성장률 5%. 리텐션 35%. 숫자로 증명 중이다. 결국 투자는 인연이다.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다. 나이 때문에 안 주는 투자자. 우리 팀 안 믿는 투자자. 그런 사람 필요 없다. 우리를 믿어주는 사람 만날 거다. 런웨이 4개월 남았다. 4개월 안에 찾는다. 못 찾으면? 수익으로 버틴다. 구독 모델 이번 달 출시한다. 목표 MRR 500만원. 무리는 아니다. 팀원들이랑 회의했다. "형 우리 할 수 있어요." "ㅇㅇ 한다." 26살 대표의 하루 오늘도 늦게 잤다. 내일도 미팅이다. 모레도 개발한다. 주말도 일한다. 힘들다. 근데 재밌다. 친구들 회사 다닐 때 난 대표 한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근데 도전은 한다. 나이 어리다고 무시당해도. 경험 없다고 거절당해도. 학생이라고 무시당해도. 계속 한다. 왜냐면 이게 내 길이니까. Z세대 대표의 길. 빠르고, 유연하고, 거침없는.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실력으로 증명한다.
- 09 Dec, 2025
저녁 치맥 회의가 일인지 노는 건지 모르겠어
저녁 7시, 또 치맥 오늘도 저녁 7시가 됐다. 팀원들한테 단톡 던졌다. "저녁 어디서?" 답은 뻔하다. "치맥?" "굿굿" "ㅇㅋ" 회사 사무실이 없으니까 저녁 회의가 곧 치맥이다. 처음엔 진짜 회의였다. 노트북 펴놓고 피그마 보면서 진지하게 얘기했다. 근데 요즘은 모르겠다. 이게 회의인지 그냥 노는 건지. 홍대 뒷골목 치킨집. 단골이 됐다. 사장님이 알아본다. "사장님들 오셨네요!" 우리는 사장이 한 명인데 사장님들이래. 뭐 다 대표 마인드로 일하긴 한다. 그렇게 세뇌시켰다. 테이블에 앉았다. 치킨 2마리 주문. 맥주 4병. 계산하면 6만원쯤. 런웨이 4개월 남았는데 한 끼에 6만원. 근데 이게 회의니까 괜찮다고 합리화한다.맥주 한 잔 하면서 시작 첫 잔은 진지하다. "오늘 개발 진행 상황 공유할게." 메인 개발자인 내가 말한다. 다들 고개 끄덕인다. 맥주 홀짝이면서 듣는다. "로그인 기능 리팩토링 끝났고, 내일부터 편집 알고리즘 개선 들어간다." "오 좋은데?" "걸리는 시간?" "일주일?" 여기까진 회의다. 분명히 회의다. 디자이너 재민이가 폰 꺼낸다. 피그마 켠다. "이번 온보딩 화면 봐봐." 다들 목 빼고 본다. 치킨 먹으면서. "폰트 좀 키우면?" "색감은 좋은데." "여기 버튼 위치가..." 이것도 회의다. 맥주 마시면서 하는 회의. 마케터 수진이가 끼어든다. "근데 있잖아, 요즘 틱톡 트렌드가..." 여기서부터 애매하다. 이게 트렌드 분석인가? 그냥 숏폼 떠드는 건가? "진짜 요즘 챌린지가 미쳤어." 수진이가 폰 보여준다. 다들 "오" 하면서 본다. 누가 댓글 읽는다. 웃는다. 맥주 한 병씩 비웠다. 치킨 한 마리 반 먹었다.두 번째 잔부터 흐려진다 "한 잔 더?" "당연하지." 두 번째 맥주 따른다. 여기서부터 경계가 흐려진다. 회의인지 술자리인지. "근데 우리 서비스 진짜 되는 거 맞아?" 막내 동현이가 갑자기 던진다. 무거워진다. 다들 치킨만 씹는다. "되게 해야지 뭐." 내가 대답한다. 대표니까. "투자 더 받으면 되지." 근데 내 목소리가 확신 없이 들린다. "근데 형, 요즘 투자 분위기 안 좋잖아." 재민이가 말한다. "맞아, 우리 지난번 IR 피칭 갔을 때도..." 수진이가 거든다. 이건 회의다. 분명히 회의다. 회사 미래 얘기하잖아. 근데 맥주 마시면서 하는 게 맞나? "에이 씨, 너무 무겁게 가지 말자." 내가 분위기 바꾼다. "일단 서비스 개선 열심히 하고, 다음 달에 VC 한 군데 더 컨택하면 돼." "그래그래, 우리 서비스 개쩌는데." 동현이가 맞장구친다. "MAU 2만 넘었잖아." "수익화만 되면 장땡이지." 낙관론으로 바뀐다. 맥주가 그렇게 만든다. 술김에 다 잘될 것 같다. 근데 내일 아침 되면 또 불안하다는 거 안다. 치킨 두 마리 다 먹었다. 맥주 3병째. 세 번째 잔은 그냥 수다 "사장님, 맥주 4병 더요!" 누가 외쳤는지 모르겠다. 다들 취했다. 나도 취했다. "야 근데 있잖아, 저번에 투자자 미팅 때..." 재민이가 웃으면서 말한다. "형이 긴장해서 물 세 번 마셨어 ㅋㅋㅋ" "닥쳐 ㅋㅋㅋㅋ" 내가 웃으면서 받아친다. "너도 피그마 발표할 때 떨었잖아." "그건 레이저 포인터가 고장 나서..." "핑계 ㅋㅋㅋ" 다들 깔깔댄다. 이건 회의 아니다. 그냥 술자리다. 친구들이랑 마시는 거랑 똑같다. 근데 우리는 친구가 맞긴 하다. 창업 전부터 알던 사이. 같은 과, 같은 동아리. 대표와 직원이기 전에 친구다. "야 동현아, 너 여자친구는 어떻게 됐어?" 수진이가 묻는다. "에이, 그거..." 동현이가 얼굴 붉힌다. 연애 얘기 나온다. 회사랑 1도 상관없는 얘기. 근데 다들 진지하게 조언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카톡은 이렇게 보내야 돼." 30분 흘렀다. 회사 얘기 하나도 안 나왔다. 맥주만 비웠다.계산하면서 드는 생각 11시 넘었다. 슬슬 일어날 시간이다. "계산할게요!" 사장님한테 말한다. 카드 긋는다. 법인카드. 영수증 본다. 82,000원. 치킨 2마리, 맥주 8병, 소주 2병 (언제 시켰지?), 감자튀김. 8만원. 팀원 한 명 하루 인건비다. 우리는 월급을 일당으로 환산하면 33,000원씩 받는다. 오늘 회의비로 2.5일 치 월급 쓴 거다. 근데 이게 회의 맞나? 진짜 회의였던 시간은 처음 30분. 개발 진행 상황, 디자인 피드백. 그다음 30분은 애매하다. 회사 고민 얘기했으니 반은 회의? 마지막 3시간은 그냥 술자리. 밖에 나왔다. 밤바람 분다. 취기가 깬다. 팀원들이 재잘거린다. "오늘 회의 알차게 했다!" "ㅇㅈ ㅇㅈ" 나만 생각한다. '회의였나?' 회의인지 노는 건지 숙소 들어왔다. (원룸이지만 숙소라고 부른다. 더 프로 같아서.) 노트북 켠다. 술 깨려고 물 마신다. 오늘 회의록 쓴다. 항상 쓴다. 회의 후엔 노션에 정리한다. 근데 오늘은 쓸게 별로 없다. "로그인 리팩토링 완료", "온보딩 화면 수정안 검토", "다음 주 VC 미팅 준비". 끝. 4시간 동안 이것만? 8만원 내고 이것만? 스타트업 블로그 들어간다. 다른 창업자들 글 본다. "효율적인 회의 문화", "스타트업의 소통 방식", "린한 조직 운영". 다들 멋있게 쓴다. 데일리 스탠드업 15분, 위클리 회고 1시간, 명확한 아젠다와 액션 아이템. 우리는? 치맥 4시간, 아젠다 없음, 액션 아이템 애매함. 근데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친구다. 대학 동기들이 모여서 창업했다. 회사 만들기 전부터 같이 술 마셨다. 회사 만들었다고 갑자기 딱딱하게 회의할 수 있나? "안건 1번", "안건 2번" 이러면서? 우리 나이 평균 25살인데? 근데 또 생각한다. 우리는 회사다. 투자 받았다. 책임이 있다. 망하면 안 된다. 친구처럼 편하게 일하는 게 좋은 건가? 아니면 제대로 된 조직처럼 굴러가야 하나? 답 모르겠다. 다른 팀들은 어떨까 인스타 들어간다. 창업자 팔로우 많이 해놨다. 다들 피드에 회의 사진 올린다. "오늘의 오피스 뷰 ☕️📊" - 멋진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포스트잇 가득, 다들 정장. "팀 워크숍 🚀" - 세미나실, 빔 프로젝터, 발표 자료. "금요일 회고 시간 🎯" - 깔끔한 회의실, 노트북들, 텀블러. 우리 사진은? "오늘도 굳 🍗🍺" - 치킨집, 맥주병, 셀카. 비교된다. 우리만 이렇게 대충 하나? 아니다. 다른 친구 생각난다. 작년에 창업한 선배. 얘도 비슷했다. 맨날 저녁에 삼겹살 회의. 근데 지금 시리즈 A 받았다. 또 다른 후배는 완전 빡세게 한다. 아침 8시 출근, 저녁 7시 퇴근, 회의는 회의실에서만. 근데 팀원 3명 나갔다. 분위기 안 맞는다고. 정답은 없는 건가? 생산성이라는 함정 유튜브 켠다. 생산성 영상 많이 본다. "1일 1깃커밋", "아침 루틴", "시간 관리". 어제 본 영상. "성공한 스타트업의 회의 문화". 실리콘밸리 어쩌고. 아마존의 6페이지 메모 어쩌고. 우리랑 다르다. 우리는 치맥하면서 "야 이거 어떻게 생각해?" "오 굿인데?" 끝. 근데 생각해보면, 오늘 회의에서 나온 게 있긴 하다. 재민이가 보여준 온보딩 화면. 다들 치킨 먹으면서 봤지만, 피드백 제대로 했다. "이 버튼 위치 옮기자", "폰트 키우자", "컬러 톤 맞추자". 재민이가 실시간으로 피그마 수정했다. 20분 만에 결정됐다. 정식 회의였으면? 회의 일정 잡고, 회의실 예약하고, 발표 자료 만들고, 회의하고, 회의록 쓰고, 다음 회의 잡고. 일주일 걸렸을 수도. 또 있다. 수진이가 한 틱톡 트렌드 얘기. 그냥 수다인 줄 알았다. 근데 나중에 "우리도 챌린지 하나 만들어볼까?" 아이디어 나왔다. 술김에 나온 얘기지만 괜찮았다. 동현이랑 나눈 투자 얘기도. "요즘 투자 분위기 안 좋다"는 현실적인 얘기. 정식 회의였으면 이런 솔직한 말 안 나왔을 수도. 대표인 나한테 눈치 봤을 거다. 치맥하면서 편하게 말하니까 나온 얘기들. 그럼 이게 맞는 건가? 치맥 회의가 우리 방식인 건가? 근데 또 불안하다. 8만원 쓰면서 이게 맞나 싶고. 런웨이 4개월인데 매일 이러면 안 될 것 같고.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하나 침대에 누웠다. 천장 본다. (천장에 곰팡이 생겼다. 집주인한테 말해야 하는데.) 생각을 정리한다. 우리는 친구다. 그게 우리 강점이다. 편하게 얘기한다. 솔직하게 말한다. 위계 없이 아이디어 낸다. 새벽에도 연락 된다. 급할 땐 주말도 일한다. 불평 없이. 이게 다 친구라서 가능하다. 근데 우리는 회사기도 하다. 투자자한테 책임져야 한다. 매출 만들어야 한다. 성장해야 한다. 치맥만 하면서 안 된다. 그럼 어떻게? 아이디어 떠올랐다. 내일 팀원들한테 말해봐야겠다. "매주 월요일 오후 3시, 정식 회의 하자. 카페에서. 1시간. 아젠다 미리 정하고. 회의록 쓰자." "나머지는 자유. 치맥도 하고. 근데 월요일 1시간만 빡세게." 중간 지점. 우리다운 방식과 제대로 된 회사 사이. 이게 답일까? 모르겠다. 해봐야 안다. 어쨌든 내일도 새벽 3시. 잠이 안 온다. 맨날 이 시간에 이런 생각한다. '우리 잘하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스타트업에 정답은 없다. 남들 따라 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근데 하나는 확실하다. 오늘 치맥하면서 웃었다. 팀원들 얼굴 밝았다. "내일 봐!" 하면서 헤어질 때 다들 즐거워 보였다. 대기업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한테 들었다. 회의 시간에 다들 죽은 눈. 돌아가면서 형식적으로 발표. 끝나면 다들 한숨. 우리는 다르다. 치맥 회의 끝나고 다들 신난다. "오늘 굿이었다!" "내일 이거 해보자!" 에너지가 있다. 그게 스타트업 아닐까. 물론 돈은 중요하다. 효율도 중요하다. 성장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근데 에너지 없이 어떻게 버티나. 창업은 마라톤이다. 즐기면서 뛰지 않으면 중간에 포기한다. 치맥이 우리 에너지원이면 어때. 그것도 우리 방식이다. 내일도 저녁 7시쯤 단톡 올 거다. "저녁 어디서?" "치맥?" "ㅇㅋ" 갈 거다. 치킨 먹고 맥주 마시면서 떠들 거다. 일도 하고 수다도 떨 거다. 그게 우리 회의다.회의인지 노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계속 간다. 치맥 들고.
- 08 Dec, 2025
사무실 없이 카페에서 회의하는 스타트업의 민망함
사무실 없이 카페에서 회의하는 스타트업의 민망함 아메리카노 한 잔의 무게 오전 11시. 홍대 카페 입성.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요." 6500원. 오늘 사무실 임대료다.창가 자리 앉았다. 콘센트 확인. 와이파이 비번 받음. 노트북 펴고 노션 켰다. 팀원들한테 메시지. "홍대 ㅇㅇ카페 2층, 12시까지 오셈" 이게 우리 출근이다. 사무실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00만원. 우리 런웨이로는 불가능하다. 카페가 답이다. 근데 매번 민망하다. 배터리 95%의 긴장감 팀원 2명 도착. 12시 10분. "커피 시켜야 되나?" "일단 앉아. 나중에." 노트북 3대 펼쳤다. 화면 공유는 서로 보여주기. 회의 시작. 기획 검토. "이 부분 UI 수정하면..." 옆 테이블 손님이 쳐다본다. 신경 쓰인다.목소리 낮췄다. "작게 얘기하자." 30분 지남. 배터리 78%. 충전 시작. 콘센트 하나에 멀티탭. 노트북 3대 + 휴대폰 2개. 완전히 점령한 느낌이다. 미안하다. 근데 어쩔 수 없다. 4시간의 민망함 1시간 지났다. 커피 다 마심. 직원 한 명이 일어났다. "저 아이스라떼 하나 더 시킬게요." 5500원 추가 과금. 우리 자리 유지비다. 바리스타가 테이블 닦으러 왔다. "혹시 더 주문하실 거 있으세요?" 눈치 100단이다. "아 네 조금 있다 더 시킬게요." 회의는 계속된다. 개발 이슈 논의. "이거 API 연동이 안 되는데..." 주변에 대학생들. 과제하는 중. 우리랑 똑같은 노트북. 똑같은 나이. 근데 우리는 회사다.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다.2시간 반 경과. 배터리 45%. 슬슬 배터리 세이브 모드. 밝기 줄였다. 눈 아프다. 투자자 미팅용 카페 3시. 투자자 미팅 있다. 팀원들 보냈다. "너희 먼저 가 있어. 나 5시에 간다." 자리 그대로 유지. 짐 놓고 감. 30분 뒤 돌아왔다. 자리 그대로다. 다행이다. 노트북 배터리 22%. 위험 수위. 4시 40분. 투자자 도착 전에 준비. 테이블 정리. 휴지통 비움. IR 자료 켬. 화면 밝기 최대. "안녕하세요!" 악수. 명함 교환. "여기서 뵙네요. 사무실은...?" "아 저희 리모트로 운영하고 있어서요. 유연하게." 거짓말은 아니다. 포장만 했다. 투자자가 주문했다. "저 카페라떼요." 나도 시켰다. 아메리카노 또. 오늘 세 번째다. 속 쓰리다. 회의 시작. 30분 예정. 배터리 11%. 충전하면 선 지저분하다. 참는다. 집중한다. "저희 MAU가 2만이고요..." 설명 중 배터리 경고. 5%. 노트북이 어두워진다.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충전 꽂았다. 민망하다. 투자자는 이해한다는 표정. 근데 나는 안다. 저 표정 뜻. '사무실도 없구나.' 저녁 7시의 현실 미팅 끝. 투자자 갔다. 결과는 모호하다. "검토해볼게요." 탈락이다. 안다. 테이블에 혼자 앉았다. 노트북 배터리 87%. 충전됐다. 근데 나는 방전됐다. 주변 보니 저녁 먹는 사람들. 우리는 점심도 안 먹었다. 김밥 시켰다. 카페에서 김밥. 완전 민망하다. 바리스타가 또 왔다. "손님 저희 8시에 마감이에요." 5시간 있었다. 커피 4잔. 계산하면 2만 6천원. 오늘 사무실비다. 사무실이 필요한 순간 집 왔다. 새벽 1시. 침대에 누웠다. 오늘 회의 정리한다. 노션에 기록. 투자 미팅 후기. "카페에서 진행. 배터리 이슈로 집중 어려웠음. 다음은 코워킹 스페이스 고려." 코워킹도 하루 1만원이다. 월 20일 쓰면 20만원. 그럼 월세 30만원짜리 사무실 알아볼까. 계속 계산한다. 근데 답은 없다. 돈이 없다. 내일도 카페다. 모레도 카페다. 다음 투자 받을 때까지. 친구 메시지 왔다. "야 우리 회사 사무실 개쩐다. 루프탑 있음 ㅋㅋ" 대기업 신입이다. 부럽다. 우리 사무실은 스타벅스다. 다음 라운드까지 사실 부끄럽다. 26살 대표. 사무실 없음. 명함에 주소는 집 주소다. 미팅 때 말 못 한다. "혹시 사무실 한 번 방문해도 될까요?" "아 저희 이사 준비 중이라..." 거짓말 또 한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살아남는 게 먼저다. 사무실은 시리즈 A 받고. 지금은 런웨이 4개월. 4개월 안에 트랙션 만들어야 한다. 그럼 카페든 어디든 상관없다. 증명하면 된다. 노트북 덮었다. 불 껐다. 내일 또 카페 간다. 배터리 풀충 해뒀다.사무실 없어도 회사는 돌아간다. 근데 마음은 안 돌아간다.
- 07 Dec, 2025
MAU 2만, 이게 성공인가 실패인가
MAU 2만, 이게 성공인가 실패인가 새벽 3시의 노션 페이지 또 비교하고 있다. 경쟁사 A는 MAU 5만.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는데. 경쟁사 B는 15만. 걔네는 투자 3억 받았더라. 우리는 2만.노션에 경쟁사 분석 페이지를 만들었다. 3개월 전에. 그때부터 매일 들어간다. MAU, DAU, 앱 순위, SNS 팔로워 수. 다 적어놨다. 엑셀 그래프까지 그렸다. 이게 건강한 습관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안 볼 수가 없다. 팀원들한테는 말 안 했다. "우리만 보자"고 맨날 얘기하면서. 정작 나는 매일 밤 남들 숫자 보고 있다. 2만이 뭔데 솔직히 2만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모른다. 처음 1000명 찍었을 땐 개쩐다고 생각했다. 5000 넘었을 땐 투자자들한테 자랑했다. 1만 넘었을 땐 팀 회식했다. 근데 2만 찍고 나니까. 별로 안 기쁘다. 왜냐면 다른 애들 보면 10만, 20만이더라. 유튜브에서 "창업 3개월 만에 MAU 5만" 이런 썸네일 보면. 우리는 뭐지? 싶다.투자자 미팅에서 물어봤다. "저희 숫자가 어떤가요?" 돌려 말하더라. "초기 단계니까요", "방향은 좋아 보여요".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명확한 답을 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비교의 늪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앱 대시보드 본다. 어제 가입자 몇 명, MAU 얼마. 그 다음 경쟁사 앱 순위 확인. 우리보다 위에 있으면 기분 나쁘다. 점심 먹으면서 경쟁사 인스타 본다. 좋아요 개수 센다. 댓글 읽는다. "완전 좋아요 ㅠㅠ" 이런 거 보면. 우리도 저런 댓글 달리나? 확인한다. 저녁에 팀 미팅하면서 "우리만 보자"고 한다. 근데 미팅 끝나고 혼자 또 본다. 경쟁사 블로그, 보도자료, 채용 공고까지.비교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벤치마킹이라고 하면 되니까. 근데 이건 벤치마킹이 아니다. 그냥 집착이다. 경쟁사가 투자 받았다는 기사 뜨면. 하루 종일 기분 안 좋다. 코딩도 안 된다. 그냥 기사 계속 읽는다. 댓글도 읽는다. "축하합니다!" 이런 거. 우리는 언제쯤 저런 기사 날까. 팀원들은 모른다 개발자 친구가 어제 물어봤다. "형 요즘 왜 그래? 예전엔 안 그랬잖아." 뭐가? 했더니. "맨날 다른 앱 얘기만 해." 아차 싶었다. 미팅 때 자꾸 경쟁사 얘기를 꺼낸 거다. "쟤네는 이런 기능 있던데", "저 디자인 괜찮지 않아?" 이런 식으로. 팀원들 입장에선 기분 나빴을 거다. 우리 걸 못 믿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대표가 흔들리면 팀도 흔들린다.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숨기려고 한다. 근데 새는 거다. 말투에서, 표정에서. 디자이너 친구는 아예 대놓고 말했다. "형, 우리 MAU 2만인데 뭐가 문제야? 6개월 전엔 0이었잖아." 맞는 말이다. 근데 위로가 안 됐다. 왜냐면 나는 숫자의 절대값보다. 상대적 위치가 더 신경 쓰이니까. 투자자들의 반응 지난주에 IR 미팅 3개 잡았다. 2만 숫자 보여줬다. 반응이 다 달랐다. 첫 번째 투자자: "오, 괜찮은데요?" 근데 표정이 별로. 투자 안 할 거라는 느낌. 두 번째 투자자: "시장이 어떻게 되는데 2만이에요?" 차갑다. 다음 슬라이드도 안 넘어갔다. 세 번째 투자자: "초기 트랙션으로는 나쁘지 않아요. 근데 성장률이..." 결국 문제는 성장률이다.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2만이 많냐 적냐가 중요한 게 아니구나. 얼마나 빨리 느냐가 중요한 거다. 근데 우리는 느리다. 한 달에 2000명씩 는다. 경쟁사는 5000명씩 는다. 숫자 뒤의 사람들 가끔 사용자 리뷰 읽는다. "진짜 편해요", "이거 없으면 불편할 듯". 이런 거 보면 좋다. 2만 명 중 누군가는 우리 서비스로 시간 절약하고 있다는 거니까. 근데 그 감동이 오래 안 간다. 리뷰 닫고 다시 대시보드 보면. 그냥 숫자다. 2만이라는 숫자. 경쟁사는 5만이라는 숫자. 이게 문제다. 사람을 숫자로만 본다. MAU, DAU, Retention Rate. 전부 숫자. 실제로 우리 서비스 쓰는 대학생, 직장인, 프리랜서. 그 얼굴은 안 보인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사람 안 본다. 숫자 본다. 그래서 나도 숫자에 집착하게 된 거다. 악순환이다. 성공의 기준 성공이 뭔지 모르겠다. 창업하기 전에는 단순했다. "서비스 만들어서 사람들이 쓰면 성공이다." 이렇게 생각했다. 근데 지금은 다르다. 2만 명이 쓰는데도 성공한 거 같지 않다. 왜? 남들이 더 많으니까. 그럼 5만 되면? 아마 그때도 10만 보면서 아쉬워할 거다. 10만 되면 20만 보고. 끝이 없다. 이 게임의 룰이 뭔지 모르겠다. 누가 정했나. MAU 몇이면 성공인가. IPO 해야 성공인가. 유니콘 되어야 하나. 선배 창업가한테 물어봤다. "형, MAU 얼마면 성공이에요?" 웃으면서 말하더라. "그거 네가 정하는 거야." 개소리처럼 들렸다. 근데 며칠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비교를 멈추는 법 멈추고 싶다. 이 비교를. 근데 어떻게 멈추나. 노션에 경쟁사 분석 페이지 지웠다. 어제. 5분 뒤에 다시 만들었다. 외워서. 브라우저에 경쟁사 즐겨찾기 삭제했다. 오늘 아침. 점심 때 다시 추가했다. 안 된다. 의지로는. 그래서 다른 방법 생각 중이다. 루틴을 바꾸는 거. 아침에 대시보드 보는 대신. 사용자 리뷰부터 읽기. 경쟁사 앱 순위 보는 대신. 우리 서비스 직접 써보기. 숫자가 아니라 경험에 집중하기. 말은 쉽다. 실천은 어렵다. 근데 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2만이 5만 돼도. 5만이 10만 돼도. 행복하지 않을 거다. 오늘 MAU 오늘 MAU는 20,347명이다. 어제보다 132명 늘었다. 경쟁사 A는 52,000명 넘었다. 어제보다 800명 늘었다. 이 숫자가 나한테 뭘 의미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근데 한 가지는 안다. 132명이 어제 우리 서비스를 찾았다는 것. 그들에게 우리가 필요했다는 것. 그거면 되는 건가. 잘 모르겠다.비교는 끝이 없다. 근데 오늘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