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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해서 연봉 4천대 vs 지금의 불확실성

졸업해서 연봉 4천대 vs 지금의 불확실성

동기 취업 소식 오늘도 인스타에 취업 소식이 떴다. 동기 재현이다. 네이버 합격. 축하 댓글 50개 넘었다. 나도 '축하해ㅋㅋ' 남겼다. 근데 손가락이 무겁더라.재현이는 우리 과 수석 졸업이다. 토익 950, 인턴 2번, 공모전 상도 받았다. 나는 휴학계 냈을 때 재현이가 "너 미쳤냐"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때 나는 "1년 후에 보자"고 했다. 1년 6개월 지났다. 재현이는 연봉 4500이다. 나는 통장에 200만원 남았다. 계산을 했다. 재현이는 지금부터 매달 300만원씩 받는다. 세금 떼면 250 정도. 1년이면 3000만원이다. 나는? 런웨이 4개월이다. 4천대 vs 불확실성 새벽 3시에 엑셀을 켰다.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케이스 1: 작년에 복학했다면2024년 2월 졸업 2024년 상반기 공채 지금쯤 입사 6개월차 연봉 4000~4500 예상 지금까지 번 돈: 약 1500만원 부모님 잔소리: 0케이스 2: 지금 상황창업 1년 6개월 투자금 5000만원 중 4000 소진 MAU 2만 (근데 수익 0) 팀원 4명 월급: 각 100만원 내 월급: 0원 부모님 전화: 한 달에 1번으로 줄임엑셀 창을 3시간 동안 봤다. 숫자는 명확했다. 취업이 합리적이다. 100% 확실한 현금 흐름이다. 근데 마우스가 안 움직였다. 지난주 미팅 지난주에 투자사 미팅이 있었다. 40대 파트너가 물었다. "대학은 졸업하셨어요?" "휴학 중입니다." "아... 그럼 졸업하고 다시 오시죠. 그때 얘기해요." 미팅은 15분 만에 끝났다. 준비한 자료 30페이지 중 5페이지 보여줬다. 나올 때 파트너가 말했다. "어리니까 경험 쌓는다 생각하세요."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봤다. 26살이 어린가? 집에 와서 동기들 링크드인을 봤다. 프로필 사진들이 다 정장이다. '주니어 개발자', '마케터', 'Associate'라는 직함이 붙었다. 나는 'CEO'다. 근데 직원 4명이고 사무실도 없다. 어느 게 더 어른 같나? 팀원들 월급 날 매달 25일이 지옥이다. 팀원 4명 월급 날이다. 100만원씩 4명. 400만원이다. 통장에서 빠지는 걸 보면 심장이 떨린다. 얘네는 나 믿고 취업 안 했다. 동기들이 대기업 가는 거 보면서 "형, 우리 서비스 대박 나죠?"라고 물었다. 나는 "당연하지ㅋㅋ"라고 했다. 근데 집에 와서 계산했다. 런웨이 4개월이면 10월까지다. 10월 이후는? 모른다. 부모님한테 손 벌릴까? 아니다. 아버지가 "공부나 해라"고 하실 게 뻔하다. 추가 투자? 아까 그 미팅 결과를 봤다. 대출? 담보가 없다. 팀원들한테 "월급 못 줄 수도 있어"라고 말할까? 그럼 다 나간다. 그날 밤에 취업 공고를 봤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경력 3년 이상'이 대부분이다. 신입 공고도 있다. '24년 상반기 졸업 예정자'. 나는 휴학생이다. 창을 껐다. 재현이 축하 회식 어제 재현이가 단톡방에 "축하 회식 ㄱㄱ"라고 했다. 동기 7명이 모였다. 다들 취업했다. 나만 "사업 중"이다. 재현이가 물었다. "요즘 어때? 사업은?" "그냥 열심히 하고 있지ㅋㅋ" "투자 더 받았어?" "아직은... 미팅 많이 하는 중." 민수가 끼어들었다. "야 솔직히 힘들면 취업해. 우리 회사 신입 뽑는데." "ㄴㄴ 괜찮아." "연봉 4천은 줘. 너 스펙이면 충분해." 4천. 그 숫자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회식 끝나고 집 가는 길에 계산했다. 4천만원. 세후 3천. 월 250만원. 지금 나는 0원이다. 팀원들 월급 주고 나면 마이너스다. 250만원이면 뭘 할까? 부모님한테 용돈 드리고, 적금 들고, 옷도 사고. 지금은? 편의점 도시락도 고민한다. 새벽의 현타 어제 새벽 4시에 잤다. 오늘 오후 2시에 일어났다. 핸드폰을 봤다. 재현이가 회사 식당 사진을 올렸다. "점심 꿀". 연어 덮밥이다.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계란 3개, 김치, 햇반. 컴퓨터를 켰다. 노션에 오늘 할 일이 20개다. 하나도 안 하고 싶었다. 유튜브를 켰다. '26살 창업 성공'. '20대 IPO'. '학생 CEO 투자 받는 법'. 영상을 10개 봤다. 다들 성공했다. 나는? MAU 2만. 6개월 전이랑 똑같다. 수익. 0원. 1년 전이랑 똑같다. 투자. 거절 15번. 계속 늘어난다. 그때 팀원한테 슬랙 메시지가 왔다. "형 이번 달 월급 언제 들어와요? 카드값 나가서요ㅠ" "25일이지ㅋㅋ 걱정 마" 근데 통장 잔액은 200만원이다. 4명 주면 마이너스 200이다. 카드를 꺼냈다. 한도 300만원 남았다. 이걸로 돌려막기 할까? 선택지 요즘 계속 생각한다. '저 선택지도 좋을 수도 있었는데.' 친구들 인스타 볼 때마다 그렇다. 입사 인증, 회사 식당, 팀 회식, 워크샵. 댓글에 '부럽다', '축하해', '대단해'가 달린다. 내 인스타는? '창업 일상', '새벽 코딩', '팀 회의'. 댓글은 5개다. 다 팀원들이 단 것이다. 좋아요는 50개. 절반은 봇 같다. 근데 나는 계속 올린다. '성공한 척'. '여유 있는 척'. '확신 있는 척'. 실제로는? 매일 불안하다. 매일 흔들린다. 매일 후회한다. '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 질문을 100번 했다. 답은 매번 다르다. 월요일: 그래도 창업한다. 화요일: 취업할걸. 수요일: 모르겠다. 목요일: 창업이 맞다. 금요일: 복학할까? 주말: 일단 버틴다. 결국 아무것도 안 바뀐다. 그냥 흘러간다. 부모님 전화 어제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한 달 만이다. "아들, 요즘 어떠니?" "네 잘 지내요." "사업은 잘 되니?" "네 잘 되고 있어요." "투자는 더 받았어?" "곧 받을 것 같아요." "그래... 근데 아들아." "네?" "졸업은 언제 하니? 친구들 다 취업했다는데." 심장이 철렁했다. "엄마, 나 지금 잘 하고 있어요." "엄마는 걱정돼서 그래. 사업 안 되면 어쩌려고." "안 될 리 없어요. 투자도 받았고, 서비스도 잘 나가고." "그래도 학교는 나와야지. 졸업장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 "엄마, 나 바빠요. 먼저 끊을게요." 전화를 끊었다. 손이 떨렸다. 어머니 말이 맞다.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 사업 망하면 백업이 필요하다. 근데 인정하기 싫다. 내가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 같아서. 결론 없는 밤 지금 새벽 3시다. 내일 투자사 미팅이 있다. 자료는 안 만들었다. 만들어도 별로일 것 같다. 근데 가야 한다. 안 가면 끝이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본다. '연봉 4천대 vs 지금의 불확실성' 어느 게 맞는 선택일까? 답은 모르겠다. 5년 후에 알 수 있을까?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재현이는 지금 집에서 잘 자고 있을 것이다. 내일 아침 9시에 출근한다. 월급 통장에 돈 들어온다. 확실하다. 나는? 내일 미팅에서 또 거절당할 것이다. 통장은 비어간다. 불확실하다. 근데 그만둘 수 없다. 왜? 모르겠다. 그냥 여기까지 왔으니까. 팀원들이 있으니까. 포기하면 진 것 같으니까.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다. 그래도 내일 일어나면 노션을 켤 것이다. 코드를 짤 것이다. 미팅 자료를 만들 것이다. 그게 나다. 연봉 4천대를 포기하고 불확실성을 선택한 26살. 후회하냐고? 매일 한다. 그래도 계속하냐고? 어쩔 수 없다.오늘도 답은 없다. 그냥 내일도 해본다.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은 마음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은 마음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은 마음 런웨이 4개월 통장 잔고 확인했다. 회사 계좌 3800만원. 직원 4명 월급 각 100만원. 사무실비 없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4개월이면 끝이다.투자 미팅 잡혔다. 다음 주 화요일. 시리즈 A까지는 아니고 브릿지 투자. 5000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다. 투자자는 50대 남성. 지난번 미팅 때 "아직 어리시네요" 했던 그 사람이다. 피칭 자료 다시 고쳤다. 트랙션 강조. MAU 2만, MoM 25% 성장. 숫자로만 보면 나쁘지 않다. 근데 수익은 아직이다. 그게 문제다. 팀원들은 모른다. 런웨이 애기. 나만 안다. 대표니까. 26살 대표. 부모님 통화 어제 엄마한테 전화 왔다. 한 달 만이다. "밥은 먹냐" "학교는 언제 가냐" 똑같은 질문이다. "창업 잘 되냐" 물어봤다. "네, 잘 돼요" 했다. 거짓말이다. 잘 되는 건 아니다. 망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버티는 중이다."돈은 있냐" 이 질문이 제일 무섭다. "네, 있어요" 했다. 또 거짓말이다. 개인 통장은 180만원이다. 이번 달 카드값 나가면 50만원 남는다. 부모님은 대전에 산다. 아버지는 공무원 퇴직하셨다. 연금 나온다. 200만원 정도. 어머니는 파트타임으로 일하신다. 한 달에 80만원 정도 버신다. 그 돈으로 두 분이 사신다. 여유 없다. 나도 안다. 그런데 어머니가 말했다. "힘들면 얘기해" "돈은 걱정 마" 그 말에 가슴이 아팠다. 동기들 인스타 오늘 대학 동기 인스타 봤다. 김민수. 쟤 네이버 입사했다. 초봉 5500만원이다. 사진에는 신입 명찰이랑 환영 화환이 있었다. 댓글 50개 넘게 달렸다. "축하해" "부럽다" "회식 쏴라" 나도 축하 이모지 눌렀다. 진심이다. 근데 복잡하다.쟤는 이제 매달 월급 450만원 받는다. 세금 떼면 350만원? 나는 회사 돈에서 내 월급 안 뺀다. 팀원들 주기도 빠듯하다. 쟤는 점심 회사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저녁도 야근하면 나온다. 나는 편의점 도시락이다. 2500원짜리로 두 끼 때운다. 쟤는 주말에 쉰다. 나는 주말이 없다. 토요일도 코딩한다. 일요일도 데이터 본다. 쟤는 연차 15일이다. 나는 연차 개념이 없다. 부럽나? 모르겠다. 솔직히 조금 부럽다. 아니 많이 부럽다. 만약 투자 안 되면 시뮬레이션 돌려봤다. 투자 안 되면 어떻게 되나. 4개월 후 통장 바닥난다. 팀원들 월급 못 준다. 두 명은 자를 수밖에 없다. 개발자 1명, 디자이너 1명만 남긴다. 월급도 50만원으로 줄인다. 그렇게 해도 2개월이다. 그 다음은? 서비스 접는다. 회사 정리한다. 나는 복학한다. 25학번 1학기. 27살에 졸업이다. 취업 준비한다. 28살에 입사한다. 동기들보다 3년 늦는다. 아니면. 부모님한테 손 벌린다. 5000만원만 빌린다. 아니 3000만원만. 아니 1000만원만이라도. 그 생각만 하면 숨이 막힌다. 지난번 명절 설날 때 집에 갔었다. 작년 2월이다. 창업한 지 8개월 됐을 때다. 친척들이 모였다. 큰아버지가 물어봤다. "창업했다며? 돈 벌어?" 대답 못 했다. 아버지가 대신 말했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작은아버지가 웃었다. "요즘 애들 다 창업한다더라" "근데 성공하는 애들은 몇 명 안 되지" 술 취한 목소리였다. 어머니 표정이 굳었다. 나는 화장실 갔다. 10분 있다가 나왔다. 저녁 먹고 아버지랑 산책했다. 아버지가 말했다. "힘들면 그만둬도 돼" "학교 마치고 취업해도 늦지 않아" "아니에요" 했다. "조금만 더 해볼게요" 아버지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게 더 미안했다. 팀원들 월급날 매달 25일이 월급날이다. 100만원씩 보낸다. 송금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김준호. 개발자. 같은 과 동기다. 쟤도 휴학 중이다. 부모님이 사업하신다. 여유 있는 집이다. 100만원 받아도 용돈 수준이다. 근데 매달 고맙다고 한다. 박서연. 디자이너. 동아리 후배다. 24살이다. 집은 서울이다. 부모님이 맞벌이하신다. 쟤는 이 100만원으로 산다. 교통비, 식비, 통신비 다 여기서 나간다. 이재훈. 기획자. 학교 선배다. 28살이다. 전 직장 다니다가 왔다. 쟤는 전 직장에서 300만원 받았다. 지금은 100만원이다. 그래도 같이한다. "형 믿고 왔어요" 했다. 최유진. 마케터. 창업 동아리 동기다. 25살이다. 집은 부산이다. 자취한다. 월세 40만원이다. 100만원 받으면 60만원 남는다. 그걸로 산다. 이 사람들 월급 못 주면 어떻게 되나. 생각만 해도 미치겠다. 투자자 미팅 시뮬레이션 다음 주 화요일 준비한다. 피칭 자료 20페이지다. 노션에 정리했다. 예상 질문 리스트 만들었다. "수익화 계획은?" "경쟁사 대비 차별점은?" "팀 평균 나이가 어리지 않나?" "학교는 안 가나?" "실패하면 어떻게 할 건가?" 답변 준비했다. 외웠다. 거울 보고 연습했다. 표정 관리했다. 목소리 톤 조절했다. 정장 입을까 고민했다. 26살이 정장 입으면 코스프레 같다. 그냥 후드 입고 가기로 했다. 깔끔한 걸로. 검은색. 투자 받아야 한다. 받아야 한다. 받아야만 한다. 부모님한테 손 벌리고 싶지 않다. 아버지 문자 어제 밤 아버지한테 문자 왔다. 새벽 1시였다. "영준아 자니" "힘들면 얘기해" "아빠가 도와줄게" 읽었다. 답장 못 했다. 아버지는 퇴직금 받았다. 3억 정도 된다고 들었다. 거기서 빚 갚고, 집 고치고, 지금 1억 정도 남았을 거다. 그게 노후 자금이다. 두 분이 20년 쓸 돈이다. 거기 손대면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나는 26살이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27살에 복학해도 된다. 28살에 취업해도 된다. 30살에 다시 창업해도 된다. 근데 아버지는 다르다. 64살이다. 실패하면 끝이다. 회복 불가능하다. 내가 편하자고 부모님 노후 자금 쓸 수는 없다. 새벽 3시에 답장 보냈다. "안 자요 ㅋㅋ 코딩 중"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투자 미팅 있어요 잘 될 거예요" 거짓말은 아니다. 투자 미팅은 있다. 잘 될지는 모른다. 카페에서 지금 카페에 있다. 홍대 어딘가다. 아메리카노 4500원짜리 시켰다. 비싸다. 근데 와이파이 빠르고 콘센트 있다. 옆 테이블에 대학생들 있다. 과제하는 것 같다. "이거 내일까지인데 어떻게 해" "교수님한테 메일 보내볼까" 웃으면서 얘기한다. 저 나이 때가 그리워진다. 걱정이 과제뿐이었던 시절. 학점이 제일 큰 고민이었던 때. 지금은 다르다. 걱정이 생존이다. 고민이 현금흐름이다. 노트북 열었다. 피칭 자료 다시 본다. 숫자 확인한다. 문장 다듬는다. 다음 주 화요일. 5일 남았다. 투자 받으면 된다. 부모님 돈 안 써도 된다. 팀원들 월급 줄 수 있다. 6개월 더 버틸 수 있다. 투자 안 되면? 생각하기 싫다. 아메리카노 마신다. 식었다. 쓰다.손 벌리는 것보다 무너지는 게 더 무섭다. 근데 손 벌리면 진짜 무너질 것 같다.

복학 미정 - 선택이 아닌 상황

복학 미정 - 선택이 아닌 상황

복학 미정 복학 신청 기간이 지났다. 알람 꺼버렸다. 어차피 돌아가도 뭐 하나. 4학년 1학기 수업 듣고 있을 시간에 투자 미팅 하나 더 잡는 게 낫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새벽에는 학교 포털 들어가 본다. 동기들 수강신청 내역 보면서. "저건 꿀강이었는데" 하면서.선택이 아니었다는 핑계 "선택했잖아" 라는 말이 제일 싫다. 선택한 게 맞긴 한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투자 받았을 때. 팀원들한테 "너희 믿고 휴학한다" 했을 때. 그때는 6개월이면 될 줄 알았다. 1년 안에 시리즈A 받고. 복학해서 '창업한 선배' 로 캠퍼스 걸어다니는 상상. 지금 1년 6개월째다. 투자자들은 "트랙션이 애매하네요" 한다. MAU 2만이 적은 건지 많은 건지. 기준이 뭔지. 5만 되면 돈 주나. 10만 되면 주나. 부모님은 "그래도 졸업장은 따놔라" 하신다. 맞는 말이다. 근데 지금 복학하면. 이 1년 6개월이 뭐가 되는데.성공해야만 정당화된다 동기 단톡방에서 누가 입사 소식 올렸다. "축하해ㅋㅋ" 보냈다. 진심이다. 근데 떨린다. 3개월 전에는 "나도 잘 될 거야" 했는데. 이제는 "나는 잘 돼야 한다" 로 바뀌었다. 차이가 크다. 잘 되면. 복학 안 한 것도. 부모님한테 손 벌린 것도. 팀원들한테 월급 제대로 못 준 것도. 다 '과정' 이 된다. 미담이 된다.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았죠" 인터뷰 하는 거다. 근데 안 되면. 그냥 '대학도 제대로 안 나온 애' 가 된다. 친구들 연봉 받을 때 알바 면접 보는 거다. 부모님한테 "그래서 내가 뭐랬냐" 들으면서 편의점 야간 알바 하는 거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성공 아니면 실패. 회색 지대 없다. 그래서 더 무섭다. 돌아갈 수 없는 다리 학교 앞 지나갔다. 미팅 장소 가는 길에. 후배들 보였다. MT 가는 건지. 과잠 입고 웃으면서. 누가 술 사냐 얘기하면서. 2년 전 내 모습이다. 근데 이제 못 돌아간다. 물리적으로는 복학하면 되는데. 심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다시 앉아서 전공 수업 듣는다고 쳐. "여러분 이번 과제는요" 하는 거 듣는다고 쳐. 옆에 21살 애가 "형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물어본다고 쳐. 미치겠다. 투자 미팅에서 "저희 MAU가요" 하다가. 월 매출 얘기하다가. 런웨이 계산하다가. 다시 "과제 언제까지죠?" 하는 게. 상상이 안 된다. 다리를 건넜다. 뒤돌아보니까 무너지고 있다. 앞으로 가는 수밖에.정당화의 압박 팀원들한테 미안하다. 얘네들도 휴학했다. 나 믿고. "형이 하면 되지" 하면서. 근데 형도 잘 모른다. 다음 달 월급 어떻게 줄지도 모른다. 시리즈A 언제 받을지도 모른다. 이게 맞는 방향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회의 때는 확신 있는 척한다. "이번 분기 목표는요" 하면서. "우리 잘하고 있어" 하면서. 밤에 혼자 있으면 무너진다. 노션에 숫자 정리하면서. 런웨이 4개월. 유저 증가율 정체. 수익화 시점 불명. 실패하면 나 혼자 문제가 아니다. 얘네 인생도 꼬인다. 22살에 휴학해서 스타트업 했다가 망한 애들. 이력서에 뭐라고 쓰나. "대표라서" 책임져야 한다는데. 26살이 무슨 책임을 지나. 성공해야 한다. 정당화해야 한다.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증명해야 한다. 그게 유일한 길이다. 미정이라는 거짓말 "복학은 미정이에요." 투자자들한테는 이렇게 말한다. "올인하고 있다" 는 뉘앙스. 부모님한테도 이렇게 말한다. "아직 결정 안 했다" 는 뉘앙스. 사실은. 이미 정해졌다. 돌아갈 수 없다. 앞으로 가는 수밖에. 미정이 아니라 확정이다. 성공할 때까지. 아니면 완전히 망할 때까지. 중간 하차 없다. 브레이크 없다. 액셀만 있다. 무섭다. 솔직히. 근데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똑같이 할 것 같다. 이게 더 무섭다. 정당화될 그날까지 동기가 연락 왔다. "언제 복학하냐" 고. "미정" 이라고 했다. "잘 되고 있어" 라고 했다. 거짓말은 아니다. 애매한 진실이다. 잘 되고 있긴 한데. 느리다. 런웨이는 빠르게 줄어드는데. 성장은 더디다. 근데 멈출 수 없다. 여기서 포기하면. 지난 1년 6개월이 그냥 '방황' 이 된다. 계속 가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복학 미정" 이 "창업으로 인생 바꿨다" 가 된다. 그 날까지. 버틴다.돌아갈 수 없다면. 앞으로 가는 수밖에. 그게 맞든 틀리든.

성공한 젊은 창업가 뉴스를 피할 수 없는 이유

성공한 젊은 창업가 뉴스를 피할 수 없는 이유

성공한 젊은 창업가 뉴스를 피할 수 없는 이유 아침부터 시리즈 A 일어나자마자 폰을 봤다. 습관이다. 뉴스 알림 하나. "OO 대표, 27세에 시리즈 A 200억 유치." 아 씨. 커피도 안 마신 상태에서 이런 걸 보면 하루가 망한다. 알면서도 기사를 눌렀다. 27세. 나보다 한 살 많다. 아니지, 빠른 생일이면 동갑일 수도. 200억. 우리 엔젤 투자 5000만원의 400배다. 계산 왜 했냐.기사를 계속 읽었다. 창업 2년 차. MAU 50만. 월 매출 3억. B2B SaaS. 시장성 어쩌고. 우리는 창업 1년 6개월. MAU 2만. 월 매출 0원.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숫자는 자동으로 계산된다. 머릿속 엑셀이 돌아간다. 우리가 저만큼 가려면? 불가능. 아니 가능할 수도. 근데 언제? 댓글을 봤다. "대단하다", "부럽다", "역시 실력 있으면 나이는 숫자". 나이는 숫자. 맞는 말이다. 근데 투자사 미팅 갈 때마다 느낀다. "어리시네요" 하는 눈빛. 알고리즘이 모든 걸 안다 커피를 마시면서 유튜브를 켰다. 실수였다. 추천 영상 첫 번째. "25세 대표의 창업 성공 스토리." 두 번째. "20대에 회사 매각한 창업가 인터뷰." 세 번째. "대학생 때 시작해서 IPO까지." 알고리즘이 날 너무 잘 안다. 요즘 내가 뭘 찾아봤는지 다 알고 있다. 시리즈 A, 투자 유치, 젊은 창업가. 이런 검색어들. 유튜브는 친절하다. 내가 보고 싶은 것보다 봐야 하는 걸 보여준다. 아니, 보고 싶으면서 보기 싫은 걸 보여준다.클릭했다. 25세 대표. 배경이 멋진 사무실이다. 직원이 30명이래. 창업하고 3년. "처음엔 힘들었죠. 근데 시장이 필요로 하는 걸 만들다 보니." 시장이 필요로 하는 거. 우리도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댓글창을 열었다. 또 실수. "저도 창업 준비 중인데 용기 얻었어요", "나이는 핑계였구나". 나이는 핑계. 맞다. 근데 실제로 투자자들은 나이를 본다. 경험을 본다. "사업 경험이 있으세요?" 라고 물을 때 "이게 처음입니다" 라고 하면 끝난다. 링크드인의 축하 행렬 점심 먹으면서 링크드인을 봤다. 이것도 습관. "OO님이 새 직책을 시작했습니다: CEO at △△" "□□님이 소식을 공유했습니다: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알립니다" "◇◇님이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창업 5년, 드디어 IPO 준비" 축하 댓글이 수십 개씩. "축하합니다", "대단하세요", "응원합니다". 나도 댓글을 달았다. "축하드립니다!" 느낌표까지. 진심이다. 진심인데 속은 쓰리다. 우리 링크드인 페이지는 팔로워 120명. 직원들이랑 동아리 선후배들. 게시물 올리면 좋아요 10개. 차이가 너무 크다. 숫자로 보이니까 더 크게 느껴진다.피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저녁에 팀원들이랑 회의했다. 치킨 시켜 먹으면서. 막내가 말했다. "형, 이거 봤어요? 28세 대표가 IPO 하려나 봐요." 봤다. 아침에 봤다. "대박이네요. 우리도 열심히 하면 되겠죠?" 열심히 하면. 맞는 말이다. 근데 열심히의 기준이 뭐지. 우리는 안 열심히 하나? 매일 새벽까지 일한다. 주말도 없다. 밥 먹으면서도 서비스 얘기한다. 이게 열심히가 아니면 뭐가 열심히지. 차이는 결과다. 결과가 숫자로 나온다. MAU, 매출, 투자 금액.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숫자 없이는 아무것도 증명 못 한다. 집에 왔다. 새벽 2시. 인스타를 열었다. 스토리에 또 누가 올렸다. "시리즈 A 축하 파티." 케이크 사진. 샴페인 터트리는 영상. 우리는 엔젤 투자 받았을 때 치킨 먹었다. 치킨도 좋다. 근데 규모가 다르다. 자극이 연료인 이유 뉴스를 안 보면 되지 않냐고 물으면 거짓말이다. 봐야 한다.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경쟁사가 뭘 하는지. 투자 트렌드가 어떤지.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자극받고 싶다. 성공한 젊은 창업가 뉴스를 보면 기분이 나쁘다. 부럽다. 질투난다. 왜 나는 안 되지? 싶다. 근데 그게 연료가 된다. '나도 할 수 있어.' 가 아니라 '나도 해야 해.' 로 바뀐다. 미묘하게 다르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증명하고 싶어서. 나이가 어려도 된다는 걸. 경험 없어도 시장을 읽을 수 있다는 걸. 학교 안 다녀도 뭔가 만들 수 있다는 걸. 그래서 뉴스를 계속 본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대로 클릭한다. 링크드인에서 축하 댓글 단다. 피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피하고 싶지도 않다. 200억과 5000만원 사이 투자사 미팅이 내일 있다. 오늘도 기사를 봤다. "29세 대표, 시리즈 B 300억." 29세. 3년 후 내 나이다. PT 자료를 다시 열었다. 우리 강점, 시장 분석, 성장 가능성. 숫자를 고쳤다. MAU 예상치를 높였다. 매출 목표를 수정했다. 현실적이면서도 임팩트 있게. 새벽 4시에 자료를 저장했다. 침대에 누워서 폰을 봤다. 또 뉴스 알림. "26세 창업가, 글로벌 VC 투자 유치." 26세. 동갑. 폰을 엎었다. 눈을 감았다. 내일 미팅 잘하면 된다. 나이는 숫자다. 우리 서비스는 좋다. 시장은 있다. 그렇게 주문을 외우면서 잠들었다.시리즈 A 뉴스는 자극이다. 피할 수 없고, 피하면 안 된다. 이게 내가 버티는 이유니까.

새벽 4시, 잠 못 이루고 생각하는 '혹시 실패하면'

새벽 4시, 잠 못 이루고 생각하는 '혹시 실패하면'

새벽 4시, 잠 못 이루고 생각하는 '혹시 실패하면' 또 잠을 못 잔다 새벽 4시 12분. 천장만 본다. 내일 아니 오늘 미팅이 두 개인데. 침대에 누운 지 3시간째다. 눈은 감아도 머리는 안 감긴다. 계속 돌아간다. 숫자들이. 런웨이 4개월. MAU 2만. 수익은 0원. 처음엔 안 그랬다. 1년 전만 해도 잠 진짜 잘 잤다. '우리 서비스 대박 난다' 그 확신으로. 근데 요즘은. 매일 밤 이렇게 뜬 눈으로 천장 본다.언제부터였을까 3개월 차쯤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으로 '혹시' 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혹시 이거 안 되면? 혹시 투자 못 받으면? 혹시 팀원들한테 월급 못 주면? 처음엔 무시했다. '에이 무슨 소리야. 우리 잘 되고 있는데.' 그때는 진짜 그렇게 믿었다. 근데 6개월 차. 첫 투자 미팅에서 떨어졌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트랙션이 부족해요." 트랙션. 그 단어가 머리를 때렸다. 9개월 차. MAU 1만에서 정체. 열심히 했는데 숫자가 안 움직였다. 그때부터다. 매일 밤 이런 생각이 찾아온다. 낮에는 괜찮은 척한다 오후 1시에 일어나면. 일단 인스타부터 본다. 창업 일상 올려야지. "오늘도 화이팅 ☕️💻" 사진은 카페에서 맥북 펴고. 실제론 30분 동안 넷플릭스 봤는데. 팀원들 만나면 더 그렇다. "우리 이번 달 목표 달성하자!" "이번 기능 나가면 대박 날 거야." 대표가 흔들리면 안 된다고. 스타트업 책에서 봤다. 그래서 낮에는 최대한 밝게 산다. 미팅 가서도. "저희 서비스가요,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떨리는 목소리 숨기고. 정장 입고 가서 당당하게. 근데 집에 돌아오면. 가면을 벗는다. 그리고 불안이 쏟아진다.실패한 다음을 상상한다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실패했을 때의 장면들. 팀원들한테 말하는 장면. "미안한데, 우리 여기까지인 것 같아."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부모님한테 전화하는 장면. "아빠, 나 취업 준비 좀 해야 할 것 같아." 아빠가 뭐라고 할까. 학교 복학하는 장면. 28살에 4학년. 동기들은 다 3년차 직장인인데. 취업 준비하는 장면. 이력서에 뭐라고 쓰지? "창업 2년, 실패했습니다"? 면접 가는 장면. "창업은 왜 하셨어요?" "왜 접으셨어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구체적으로 상상된다. 너무 선명하게. 동기들 SNS를 본다 새벽 4시에 할 게 없으니까. 인스타를 켠다. 동기 A. "입사 1년 되는 날 🎉" 회사 로고 배경으로 셀카. 댓글에 축하 메시지 200개. 동기 B. "첫 월급으로 부모님 선물 💝" 효자네. 나도 하고 싶은데. 동기 C. "팀 회식 🍖" 회사 사람들이랑 웃고 있다. 안정적으로 보인다. 나는? 팀원들 월급 100만원 주는 것도 버겁다. 이번 달 내 생활비는 50만원. 동기들 연봉이 4천은 된다던데. 나는 월 50만원으로 산다. 그들의 삶이 부럽다. 안정적인 월급. 정해진 출퇴근 시간. 주말은 쉬고. 나는 매일이 불안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고. 주말도 없고. '그냥 취업할걸' 이라는 생각. 새벽마다 찾아온다.근데 아침이 오면 그래도. 아침은 온다. 알람이 울리면. 아니 오후 1시에 일어나면. 다시 또 시작한다. 노트북 펴고. 코드 짜고. 미팅 가고. 팀원들 만나고. "오늘도 화이팅" 인스타에 올리고. 왜 이러고 사나 싶으면서도. 왜인지 계속한다. 포기는 쉽다는 걸 안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복학하고 취업하면 된다. 근데 아직은. 아직은 아니다. 런웨이 4개월 남았고. MAU는 2만이고. 수익은 0원이지만. 아직은 해볼 만하다고. 낮에는 그렇게 믿는다. 불안과 함께 사는 법 요즘 깨달았다. 불안은 안 없어진다는 걸. 성공한 창업가들 인터뷰 보면. 다들 말한다. "처음엔 진짜 힘들었어요." 그 말이 이제 이해된다. 이게 그 '힘든' 거구나. 밤마다 찾아오는 불안. 실패를 상상하는 새벽. 동기들과 비교하는 나. 이게 다 과정이라고. 스스로 말해본다. 안 믿긴다. 근데 그렇게라도 말해야. 내일 또 일어날 수 있으니까. 불안은 함께 가는 동반자다. 창업이라는 여행의.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같이 간다. 새벽 4시마다 찾아오는 친구처럼. 그래도 계속한다 오늘도 잠 못 잤다. 내일도 아마 그럴 거다. 근데 오후 1시에 일어나면. 또 노트북 펼 거다. 팀원들한테 말할 거다. "이번 주 목표 가자." 투자자한테 메일 쓸 거다. "저희 서비스 미팅 한번 잡아주세요." 불안하지만. 무섭지만. 실패할까 봐 떨리지만. 그래도 한다. 26살의 나는. 아직 포기할 나이가 아니니까. 런웨이 4개월이면. 4개월 동안 증명할 시간이니까. 실패해도. 최소한 해봤다고는 말할 수 있으니까. 새벽 4시의 불안.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같이 갈 거다.불안은 동반자다. 없애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