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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대
- 05 Jan, 2026
졸업해서 연봉 4천대 vs 지금의 불확실성
동기 취업 소식 오늘도 인스타에 취업 소식이 떴다. 동기 재현이다. 네이버 합격. 축하 댓글 50개 넘었다. 나도 '축하해ㅋㅋ' 남겼다. 근데 손가락이 무겁더라.재현이는 우리 과 수석 졸업이다. 토익 950, 인턴 2번, 공모전 상도 받았다. 나는 휴학계 냈을 때 재현이가 "너 미쳤냐"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때 나는 "1년 후에 보자"고 했다. 1년 6개월 지났다. 재현이는 연봉 4500이다. 나는 통장에 200만원 남았다. 계산을 했다. 재현이는 지금부터 매달 300만원씩 받는다. 세금 떼면 250 정도. 1년이면 3000만원이다. 나는? 런웨이 4개월이다. 4천대 vs 불확실성 새벽 3시에 엑셀을 켰다.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케이스 1: 작년에 복학했다면2024년 2월 졸업 2024년 상반기 공채 지금쯤 입사 6개월차 연봉 4000~4500 예상 지금까지 번 돈: 약 1500만원 부모님 잔소리: 0케이스 2: 지금 상황창업 1년 6개월 투자금 5000만원 중 4000 소진 MAU 2만 (근데 수익 0) 팀원 4명 월급: 각 100만원 내 월급: 0원 부모님 전화: 한 달에 1번으로 줄임엑셀 창을 3시간 동안 봤다. 숫자는 명확했다. 취업이 합리적이다. 100% 확실한 현금 흐름이다. 근데 마우스가 안 움직였다. 지난주 미팅 지난주에 투자사 미팅이 있었다. 40대 파트너가 물었다. "대학은 졸업하셨어요?" "휴학 중입니다." "아... 그럼 졸업하고 다시 오시죠. 그때 얘기해요." 미팅은 15분 만에 끝났다. 준비한 자료 30페이지 중 5페이지 보여줬다. 나올 때 파트너가 말했다. "어리니까 경험 쌓는다 생각하세요."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봤다. 26살이 어린가? 집에 와서 동기들 링크드인을 봤다. 프로필 사진들이 다 정장이다. '주니어 개발자', '마케터', 'Associate'라는 직함이 붙었다. 나는 'CEO'다. 근데 직원 4명이고 사무실도 없다. 어느 게 더 어른 같나? 팀원들 월급 날 매달 25일이 지옥이다. 팀원 4명 월급 날이다. 100만원씩 4명. 400만원이다. 통장에서 빠지는 걸 보면 심장이 떨린다. 얘네는 나 믿고 취업 안 했다. 동기들이 대기업 가는 거 보면서 "형, 우리 서비스 대박 나죠?"라고 물었다. 나는 "당연하지ㅋㅋ"라고 했다. 근데 집에 와서 계산했다. 런웨이 4개월이면 10월까지다. 10월 이후는? 모른다. 부모님한테 손 벌릴까? 아니다. 아버지가 "공부나 해라"고 하실 게 뻔하다. 추가 투자? 아까 그 미팅 결과를 봤다. 대출? 담보가 없다. 팀원들한테 "월급 못 줄 수도 있어"라고 말할까? 그럼 다 나간다. 그날 밤에 취업 공고를 봤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경력 3년 이상'이 대부분이다. 신입 공고도 있다. '24년 상반기 졸업 예정자'. 나는 휴학생이다. 창을 껐다. 재현이 축하 회식 어제 재현이가 단톡방에 "축하 회식 ㄱㄱ"라고 했다. 동기 7명이 모였다. 다들 취업했다. 나만 "사업 중"이다. 재현이가 물었다. "요즘 어때? 사업은?" "그냥 열심히 하고 있지ㅋㅋ" "투자 더 받았어?" "아직은... 미팅 많이 하는 중." 민수가 끼어들었다. "야 솔직히 힘들면 취업해. 우리 회사 신입 뽑는데." "ㄴㄴ 괜찮아." "연봉 4천은 줘. 너 스펙이면 충분해." 4천. 그 숫자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회식 끝나고 집 가는 길에 계산했다. 4천만원. 세후 3천. 월 250만원. 지금 나는 0원이다. 팀원들 월급 주고 나면 마이너스다. 250만원이면 뭘 할까? 부모님한테 용돈 드리고, 적금 들고, 옷도 사고. 지금은? 편의점 도시락도 고민한다. 새벽의 현타 어제 새벽 4시에 잤다. 오늘 오후 2시에 일어났다. 핸드폰을 봤다. 재현이가 회사 식당 사진을 올렸다. "점심 꿀". 연어 덮밥이다.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계란 3개, 김치, 햇반. 컴퓨터를 켰다. 노션에 오늘 할 일이 20개다. 하나도 안 하고 싶었다. 유튜브를 켰다. '26살 창업 성공'. '20대 IPO'. '학생 CEO 투자 받는 법'. 영상을 10개 봤다. 다들 성공했다. 나는? MAU 2만. 6개월 전이랑 똑같다. 수익. 0원. 1년 전이랑 똑같다. 투자. 거절 15번. 계속 늘어난다. 그때 팀원한테 슬랙 메시지가 왔다. "형 이번 달 월급 언제 들어와요? 카드값 나가서요ㅠ" "25일이지ㅋㅋ 걱정 마" 근데 통장 잔액은 200만원이다. 4명 주면 마이너스 200이다. 카드를 꺼냈다. 한도 300만원 남았다. 이걸로 돌려막기 할까? 선택지 요즘 계속 생각한다. '저 선택지도 좋을 수도 있었는데.' 친구들 인스타 볼 때마다 그렇다. 입사 인증, 회사 식당, 팀 회식, 워크샵. 댓글에 '부럽다', '축하해', '대단해'가 달린다. 내 인스타는? '창업 일상', '새벽 코딩', '팀 회의'. 댓글은 5개다. 다 팀원들이 단 것이다. 좋아요는 50개. 절반은 봇 같다. 근데 나는 계속 올린다. '성공한 척'. '여유 있는 척'. '확신 있는 척'. 실제로는? 매일 불안하다. 매일 흔들린다. 매일 후회한다. '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 질문을 100번 했다. 답은 매번 다르다. 월요일: 그래도 창업한다. 화요일: 취업할걸. 수요일: 모르겠다. 목요일: 창업이 맞다. 금요일: 복학할까? 주말: 일단 버틴다. 결국 아무것도 안 바뀐다. 그냥 흘러간다. 부모님 전화 어제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한 달 만이다. "아들, 요즘 어떠니?" "네 잘 지내요." "사업은 잘 되니?" "네 잘 되고 있어요." "투자는 더 받았어?" "곧 받을 것 같아요." "그래... 근데 아들아." "네?" "졸업은 언제 하니? 친구들 다 취업했다는데." 심장이 철렁했다. "엄마, 나 지금 잘 하고 있어요." "엄마는 걱정돼서 그래. 사업 안 되면 어쩌려고." "안 될 리 없어요. 투자도 받았고, 서비스도 잘 나가고." "그래도 학교는 나와야지. 졸업장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 "엄마, 나 바빠요. 먼저 끊을게요." 전화를 끊었다. 손이 떨렸다. 어머니 말이 맞다.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 사업 망하면 백업이 필요하다. 근데 인정하기 싫다. 내가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 같아서. 결론 없는 밤 지금 새벽 3시다. 내일 투자사 미팅이 있다. 자료는 안 만들었다. 만들어도 별로일 것 같다. 근데 가야 한다. 안 가면 끝이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본다. '연봉 4천대 vs 지금의 불확실성' 어느 게 맞는 선택일까? 답은 모르겠다. 5년 후에 알 수 있을까?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재현이는 지금 집에서 잘 자고 있을 것이다. 내일 아침 9시에 출근한다. 월급 통장에 돈 들어온다. 확실하다. 나는? 내일 미팅에서 또 거절당할 것이다. 통장은 비어간다. 불확실하다. 근데 그만둘 수 없다. 왜? 모르겠다. 그냥 여기까지 왔으니까. 팀원들이 있으니까. 포기하면 진 것 같으니까.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다. 그래도 내일 일어나면 노션을 켤 것이다. 코드를 짤 것이다. 미팅 자료를 만들 것이다. 그게 나다. 연봉 4천대를 포기하고 불확실성을 선택한 26살. 후회하냐고? 매일 한다. 그래도 계속하냐고? 어쩔 수 없다.오늘도 답은 없다. 그냥 내일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