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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은
- 03 Dec, 2025
대학교 4학년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 비교의 악순환
대학교 4학년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 비교의 악순환 새벽 3시의 인스타그램 또 잠이 안 온다. 코딩하다가 막히면 습관처럼 인스타그램을 켠다. 피드 첫 번째. 민수 친구 입사 축하 글. 사진 다섯 장. 정장 입은 민수, 회사 로비, 동기들이랑 회식. 좋아요 347개. "축하해!!", "부럽다 ㅠㅠ", "연봉 얼마야?" 댓글 줄줄이. 스크롤. 지현이도 내정자. 대기업. "22년간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아요 521개. 또 스크롤. 준영이는 공기업. "드디어 사회인 1일차." 한 명도 아니고. 일주일 사이에 다섯 명. 나는 지금 카페 구석에서 에너지드링크 세 번째 캔 따고 있다. 오늘 투자 미팅 두 번 다 거절당했다. "좋은데요, 근데 트랙션이 아직..." 같은 소리. 통장엔 380만원. 다음 달 팀원들 월급 400만원.폰 잠금. 다시 켠다. 민수 프로필 들어간다. 스토리 본다. 신입사원 연수. 회사 식당. "오늘 메뉴 개꿀." 회사 카드로 끊은 스벅. 부럽냐고? 솔직히 모르겠다. 부러운 건 확실성이다. 매달 250만원이 찍히는 통장. 4대 보험. 명함에 적힌 회사 이름. "뭐 하세요?" 물으면 3초 안에 설명 끝나는 직업. 나는? "AI 기반 숏폼 편집 툴 만들고 있어요." "아 유튜브요?" "아니... 그게 아니라..." 5분 설명해도 "아 그렇구나..." 하는 반응. 근데 민수 월급으로는 내 꿈 못 산다. 이게 문제다. 점심 먹다가 온 카톡 오후 2시. 일어났다. 엄마 카톡. "아들 밥 먹었니" "응" "민수 엄마가 민수 취업했다고 자랑하시더라" "..." "너는 학교는 언제 가니" 읽씹. 답장 못 하겠다. 우리 부모님 세대한테 '창업'은 '백수'랑 비슷한 말이다. 특히 졸업도 안 하고 하는 창업은. "요즘 젊은 애들은 다 창업한다며?" 이런 반응. 아니 다 안 한다고. 내 과 120명 중에 나밖에 없다고. 지난번 명절 때. 큰아버지가 물었다. "취업은 안 하고 뭐 한다고?" "창업했어요." "아 장사? 뭐 파는데?" "아니 서비스를..."설명 포기했다. 아빠는 더 직접적이다. "1년 반 했으면 됐다. 이제 취업 준비해라. 너 학점 괜찮잖아." "아빠, 지금 투자 받았고 서비스 성장하고 있어." "그래서 돈은 버니?" "아직은..." "봐라. 안 되는 거야." 안 되는 게 아니라 안 된 거다. 아직. 차이를 모르신다. 통화 끊고 나면 항상 이런 생각. '아 취업할까.' 10초 뒤. '미쳤나. 지금 포기하면 1년 반이 뭐가 되냐.' 이 루프를 하루에 세 번씩 돈다. 팀 회의에서 나온 말 저녁 7시. 팀원들이랑 치킨 시켜놓고 회의. 주형이가 말했다. "형, 솔직히 물어봐도 돼요?" "어 말해봐."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해요? 돈 없잖아요." 다들 침묵. 현우가 거든다. "저는 괜찮은데, 근데 집에서 취업하라고 난리예요. 제 친구들 다 취업했거든요." 알지. 나도 안다고. "4개월 더 해보자. 그때까지 MAU 5만 만들고, 수익화 모델 하나는 검증하자. 그때도 안 되면..." 말 끝을 못 맺었다. 그때도 안 되면 뭐? 해산? 그 말을 어떻게 하냐. 민지가 웃으면서 말한다. "괜찮아요 대표님. 저희 믿고 있어요." 고맙지만 미안하다. 쟤네도 26살이다. 내 나이. 친구들 취업하는 거 보면서 여기 있는 거다.회의 끝나고 혼자 남았다. 치킨 먹다 만 것 포장해 달라고 했다. 내일 아침 먹으려고. 아껴야 한다. 카페 나오는데 옆 테이블 대학생들 얘기가 들렸다. "너 삼성 지원했어?" "응 근데 떨어질 듯." "에이 너 학점 되는데?" 부럽다. 삼성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게. 난 삼성 서류도 못 넣는다. 휴학생이라. 복학하면? 졸업하고 취업하면 28살. 그때 신입으로 들어가서 3년 차면 31살. 그때까지 남들 따라가는 인생. 싫다. 그건 싫다. 성공한 20대 창업가 기사 밤 11시. 침대에 누워서 또 폰. 기사 하나 떴다. "25세 창업가, 시리즈A 50억 투자 유치." 클릭 안 하려다가 했다. 사진 본다. 나랑 동갑. 정장 입고 투자자들이랑 악수. "고등학교 때부터 코딩 시작, 20살에 첫 창업, 23살에 엑싯, 25살에 재창업." 아 닫아야지. 근데 계속 본다. "성공 비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뻔한 말. "부모님 지원? 없었습니다. 모두 제 힘으로." 진짜? 의심된다. 댓글 본다. "요즘 애들은 이렇게 대단해?" "나 25살 때 뭐 했지..." "부모 찬스 아닐까?" 마지막 댓글. "이런 애들은 소수고 대부분 망한다는 거 아무도 안 알려줌ㅋㅋ" 좋아요 1200개. 폰 던진다. 이불 뒤집어쓴다. 왜 비교하냐고? 안 하고 싶다. 근데 자꾸 비교하게 만든다. 인스타도, 기사도, 부모님도, 세상이. 26살. 이 나이에 성공 못 하면 늦는다는 강박. 누가 만든 건지 모르겠는데 다들 믿는다. 나도 믿는다. 민수는 대기업 2년 차 되면 28살. 나는? 28살에 뭘까. 유니콘? 아니면 백수? 둘 중 하나다. 중간은 없다. 이게 무섭다. 새벽 코딩과 다짐 새벽 1시. 결국 일어났다. 노트북 켠다. 코드 짠다. 새 기능. 유저들이 원하던 거. 3일 안에 배포하겠다고 공지했다. 손이 움직인다. 머리는 복잡한데 손은 안다. 이걸 왜 하는지. 언제 시작했는지. 1학년 때. 과 친구들이랑 해커톤 나갔다. 밤새서 만든 앱. 상 못 받았다. 근데 재밌었다. 내가 만든 게 작동하는 게. 누군가 쓰는 게. 2학년 때. 동아리에서 토이 프로젝트. 우리끼리 쓰려고 만든 시간표 앱. 과 전체로 퍼졌다. 500명이 썼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이거 직업 될 수도 있겠다.' 3학년 여름. 창업 결심. 부모님한테 말씀드렸다. "1년만 해보게 해주세요." "안 되면?" "취업할게요." "약속이다." 지금 1년 6개월. 약속 깼다. 근데 그만둘 수가 없다. MAU 2만. 적은 숫자 아니다. 2만 명이 내가 만든 걸 쓴다. 매일. 리뷰 읽는다. "이거 없으면 일 못 해요." "개발자분들 사랑해요." "유료 전환하면 바로 결제할게요." 이게 나를 붙잡는다. 돈? 아직 없다. 명예? 아무도 모른다. 안정? 없다. 근데 있다. 내가 만든 게 누군가한테 쓸모 있다는 것. 이게 전부다. 민수는 회사 톱니바퀴 하나다. 나쁜 말 아니다. 톱니바퀴도 필요하다. 근데 나는 톱니바퀴 되기 싫다. 기계 자체를 만들고 싶다. 새벽 3시. 기능 완성. 커밋. 푸시. 배포 예약. 침대로 기어간다. 내일 또 일어나면 또 비교할 거다. 민수 봤나, 준영이 연봉 들었나, 나는 뭐 하고 있나. 근데 괜찮다. 비교는 하루만 하는 거다. 일은 365일 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 솔직히 말한다. 확신 없다. 4개월 뒤에 망할 수도 있다. 부모님 말씀이 맞을 수도 있다. 민수가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근데 안 해봤는데 어떻게 알아. 대학교 4학년들. 지금 대부분 취업했다. 현명한 선택이다. 비난 안 한다. 부럽기도 하다. 근데 나는 다른 길 간다. 멍청할 수도 있다.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간다. 비교는 계속될 거다. 인스타는 계속 열릴 거다. 새벽마다 현타 올 거다. 근데 아침마다 노트북은 열릴 거다. 코드는 짜질 거다. 미팅은 나갈 거다. 망하면 그때 가서 취업한다. 28살? 30살? 늦었다고? 그럼 뭐 어쩔래. 그게 내 인생인데. 지금은 26살. 창업 1년 6개월 차. 통장에 380만원. 팀원 4명. MAU 2만. 이게 내 스펙이다. 민수 스펙이랑 비교하면 진다. 당연히. 근데 나는 나랑 비교한다. 1년 전 나. 6개월 전 나. 어제 나. 그거면 된다.내일도 인스타 열 거다. 또 비교할 거다. 근데 내일도 코딩할 거다. 그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