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대표의

SNS에 브랜딩하는 대표의 이중성

SNS에 브랜딩하는 대표의 이중성

SNS에 브랜딩하는 대표의 이중성 아침 10시, 업로드 버튼 앞에서 침대에 누워서 인스타 스토리 편집 중이다. 어제 카페에서 찍은 사진. 맥북 앞에 앉은 내 뒷모습. 커피 잔이 옆에 있고, 화면에는 대시보드가 떠 있다. "업로드 하지 말지" 5분째 고민 중이다. 사실 그 사진 찍을 때 실제로는 넷플릭스 보고 있었다. 피곤해서 일 손 놓고 쉬던 중이었다. 근데 문득 '아 사진 찍어야지' 싶어서 급하게 대시보드 켰다. 이게 가식인가? 브랜딩인가?결국 올렸다. "오늘도 열심히💪" 이라는 텍스트와 함께. 조회수가 올라간다. 100, 150, 200. 근데 마음이 찝찝하다. 브랜딩이라는 이름의 연극 우리 회사는 직원 4명짜리 스타트업이다. 사무실도 없다. 다들 집에서 일한다. 그런데 SNS에는 "팀과 회의 중💡" 사진을 올린다. 사실 그 날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오프라인 회의였다. 평소엔 슬랙으로만 소통한다. 근데 그걸 굳이 설명할 필요 있나? 투자자 소개받을 때도 SNS가 중요하다고 했다. "창업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게 신뢰감을 준대요." 그래서 올린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카페에서 노트북 앞에 앉은 사진. 팀원들과 포스트잇 붙이며 브레인스토밍하는 사진. 밤늦게까지 코딩하는 사진. 근데 안 올리는 것도 있다.새벽 4시까지 유튜브 보다 잔 날. 팀원한테 짜증 낸 날. 투자 미팅에서 거절당한 날. 통장에 200만원 남은 거 보고 식은땀 난 날. 그건 안 올린다. 당연히. 근데 그게 진짜 나인데. 조회수라는 마약 스토리 조회수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본다. 500 넘으면 기분 좋다. "오늘 컨디션 좋은데?" 싶어서 더 올리고 싶어진다. 200 이하면 불안하다. "요즘 사람들이 관심 없나?" 걱정된다. 웃긴 건, 실제 사업이랑은 별 상관없다는 거다. 인스타 조회수 높다고 MAU가 늘어나지 않는다. 근데 자꾸 신경 쓰인다. 선배 대표가 그러더라. "SNS는 도구야. 목적이 되면 안 돼." 맞는 말이다. 근데 실천이 안 된다. 팔로워 1000명 넘었을 때 이상하게 뿌듯했다. 투자 받았을 때보다 기뻤다. 솔직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 얼마 전에 팀원이 물었다. "형은 인스타에 왜 맨날 일하는 것만 올려요?"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다른 거는 보여주기 싫어서? 실은 나도 넷플릭스 본다. 친구들이랑 술도 마신다. 요즘은 롤도 다시 시작했다. 근데 그걸 올리면 "놀 시간에 일이나 하지" 소리 들을 것 같다. 특히 투자자나 비즈니스 관계자들한테. 26살 대표가 게임한다고 하면 신뢰 떨어질까? 20대 창업가가 평일 낮에 친구들이랑 논다고 하면? 그래서 안 올린다. 일하는 모습만 큐레이션해서 올린다. 그게 내 브랜드니까. 근데 가끔 답답하다. 진짜와 가짜 사이 작년에 유명한 창업가 인스타 봤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명상한대. 팀원들이랑 저녁 회식도 자주 하고. 투자 유치 소식도 올리고.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그래서 따라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운동하는 사진 올렸다. (사실 그 날 하루만 그랬고 다음 날부터 다시 1시에 일어났다) 팀 회식 사진도 올렸다. (월급 밀려서 미안한 마음에 내가 쏜 거였는데) 근데 댓글이 달렸다. "부럽네요! 저도 이런 팀 만들고 싶어요." 그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사기꾼이 된 것 같았다. 보여주기와 숨기기의 균형 요즘은 생각을 바꿨다. SNS는 하이라이트 릴이다. 전체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매일 성공하는 사람 없다. 다들 힘든 거 숨기고 좋은 것만 보여주는 거다. 그걸 인정하니까 좀 편해졌다. 이제는 올릴 때 기준이 있다. "이게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나?" 도움 안 되면 안 올린다. 조회수 높아도. 개인 계정은 따로 만들었다. 친구들만 팔로우하는 비공개 계정. 거기엔 진짜 일상을 올린다. 롤 게임 중인 화면. 편의점 야식 먹방. "오늘 투자 미팅 망했다" 같은 솔직한 얘기. 그게 진짜 나다. 비즈니스 계정은 브랜딩용이다. 회사를 알리는 창구다. 거기서는 대표 역할을 한다. 역할극인 거 맞다. 근데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나한테 정직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연극인가 어제 후배가 물었다. "형, 인스타 계속 신경 쓰면서 힘들지 않아요?" 솔직히 힘들다고 했다. 근데 필요하다고도 했다. 우리는 작은 회사다. 알려지려면 SNS가 중요하다. 대표가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그게 싫으면 안 해도 된다. 근데 그럼 성장이 더디다. 결국 선택이다. 브랜딩을 할 거냐, 말 거냐. 나는 하기로 했다. 대신 규칙을 정했다. 하루에 30분만 신경 쓴다. 조회수는 주 1회만 확인한다. 개인 계정에서는 진짜 나로 산다. 완벽하진 않다. 가끔 새벽에 몰래 조회수 확인한다. 다른 창업가 인스타 보면서 비교한다. 근데 예전보단 낫다. 적어도 내가 연극하고 있다는 걸 안다. 무대 위에 있을 때와 내려왔을 때를 구분한다. 이중성을 인정하기 결국 우린 다 이중적이다. 회사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가 다르다. SNS에서의 나와 실제 나도 다르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자기 자신을 속이면 안 된다. 나는 SNS에 브랜딩한다. 회사 알리려고 의도적으로 올린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다. 밤에 혼자 있을 때 불안하다. "이거 의미 있나?" 싶을 때 있다. 팀원들 월급 주고 나면 통장 텅 빈다. 그런 것도 나다. 근데 그걸 SNS에 올릴 필요는 없다. 브랜딩은 전략이다. 진짜 나를 지우는 게 아니다. 비즈니스를 위한 선택적 공개다. 그 차이를 아는 게 중요하다. 요즘은 인스타 올릴 때 덜 고민한다. "이게 회사에 도움 되나?" 생각하고 올린다. 도움 안 되면 안 올린다. 끝. 개인 계정에는 마음대로 올린다. 친구들한테 진짜 나를 보여준다. 거기서 충전한다. 둘 다 나다. 대표인 나와 26살 이영준이라는 사람.결국 연극이 나쁜 건 아니다. 무대 내려와서 가면 벗을 줄만 알면. 나는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내일도 올릴 거다. 근데 밤엔 가면을 벗는다. 그게 내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