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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동아리만이 유일한 네트워크라는 불안감

창업 동아리만이 유일한 네트워크라는 불안감

창업 동아리가 내 전부라는 게 무섭다 오늘도 같은 사람들오늘 미팅 3개 했다. 다 같은 사람들이다. 아침엔 팀 미팅. 저녁엔 창업 동아리 선배. 밤엔 같은 과 후배. 결국 다 아는 사람들. 다 20대 초중반. 다 학생이거나 막 졸업한 애들. 투자사 대표 만나러 가면서 생각했다. 내 명함함에 있는 명함이 몇 개나 될까. 세어봤다. 12장. 그 중에 제대로 된 투자자나 사업가는 3명. 나머지는 다 동아리 사람들이다. VC 대표님이 물었다. "다른 투자사는 어디 만나보셨어요?"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아는 투자자가 없다. 엔젤 투자 받을 때도 선배 소개였다. "네트워크 넓히시면서 하세요." 조언을 들었다. 어떻게? 어디서? 누구를? 사회생활을 안 해봤다는 게대학교 3학년 때 창업했다. 인턴도 안 해봤다. 알바는 편의점이랑 과외 전부다. 명함 주고받는 법도 몰랐다. 엔젤 투자자 만날 때 명함을 한 손으로 받았다가 혼났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이메일 쓰는 것도 어렵다. "안녕하세요"로 시작해야 하나 "OO님"으로 시작해야 하나. 팀원들한테 물어보면 얘네도 모른다. 다들 비슷한 처지다. 링크드인 켜봤다. 연결된 사람 78명. 다 대학 동기들이다. 투자자나 사업가는 손에 꼽는다. 프로필 사진도 어정쩡하다. 정장은 없고 후드티 입고 찍은 거. 동기 녀석이 대기업 입사했다. 인스타에 명함 올렸다. "OO그룹 신입사원 OOO입니다." 댓글에 부장님들이 응원 메시지 달았다. 부럽다. 얘는 이미 회사 네트워크에 들어갔다. 나는? 창업 동아리 단톡방이 전부다. 투자 라운드는 어떻게런웨이 4개월 남았다. 시리즈 A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모른다는 거다. 투자사 리스트는 구글링하면 나온다. 근데 그 다음이 막막하다. 콜드메일 보내야 하나. IR 자료는 어떻게 만들지.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책정하지. 물어볼 사람이 없다. 선배한테 물어봤다. "나도 Pre-A까지밖에 안 받아봤어." 그 선배도 학생 때 창업했다. 결국 비슷한 처지다. 투자사 홈페이지 들어가면 "IR 문의" 폼이 있다. 거기에 사업계획서 넣고 보내면 끝인가? 그게 다인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대표들 모임 같은 데 가보고 싶다. 근데 어떻게 가지. 초대받아야 하나. 회비 내면 되나.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링크드인에서 투자자들한테 메시지 보냈다. 3명. 2명은 읽씹. 1명은 "좋은 기회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자동 답장. 이게 맞는 방법인가. 모르겠다. 동아리 선배가 말했다 "네트워킹 이벤트 가봐." 가봤다. 스타트업 밋업. 50명 정도 모였다. 대표들이 많았다. 명함 돌리는데 다들 능숙하다. "아 OO 대표님" "저번에 OO에서 뵀죠" 이미 다 아는 사이다. 나는 구석에서 맥주 마셔댔다. 말 걸기가 어렵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저는 AI 숏폼 서비스 하는데요" 이렇게? 촌스럽다. 한 명이 다가왔다. "어떤 일 하세요?" "AI 기반 숏폼 편집 서비스요." "아 몇 년차세요?" "1년 반이요." "학생이세요?" "...네." 대화가 끊겼다. "열심히 하세요" 하고 가버렸다.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여기 사람들은 이미 다 연결돼 있다. 나는 외부인이다.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팀 전부 20대 초중반이다. 다 학생이거나 갓 졸업한 애들.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 마케터 1명. 전부 나랑 동아리 출신이다. 실력은 있다. 근데 경험은 없다. 다들 이게 첫 회사다. 투자 받으려면 팀 소개가 중요하다고 한다. "저희 개발자는 전 OO에서 5년..." 이런 거. 우리는? "전 OO대학교 컴공과 4학년입니다" 이게 다다. 요즘 팀원들 얼굴이 어둡다. 동기들 취업 소식에 흔들리는 것 같다. 어제 개발자 한 명이 말했다. "형 솔직히 우리 회사 망하면 어떡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나도 모르겠어. 근데 해보는 거지." 이게 전부였다. 밤에 혼자 생각했다. 내가 팀을 이끌 자격이 있나. 나도 경험 없는데. 부모님은 모른다 한 달에 한 번 전화한다. "요즘 어떠니" "잘 지내요." 투자 받는 얘기 하면 모르신다. "투자? 돈 빌리는 거야?" "아니요 주식을 주고..." "그게 뭐야." 설명하다가 포기했다. 이해 못 하신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월급 받잖아" "저도 나중에 더 많이 벌어요" "언제? 졸업은 언제 하고?" 전화 끊고 나면 허무하다. 세대 차이인가. 아니면 내가 설명을 못 하는 건가. 아버지는 공무원이셨다. 평생 한 직장. 어머니는 주부. 창업은 남의 나라 얘기다. "돈 필요하면 말해" 이 말이 제일 싫다. 안 받고 싶다. 받으면 진 것 같다. 근데 통장 보면 100만원 남았다. 다음 달 팀원들 월급 어떻게 주지. 성공한 애들 보면 뉴스에 나온다. "25세 대표, 시리즈 B 100억 투자 유치." 인스타 보면 나온다. 창업 선배가 데모데이에서 상 받았다. 링크드인에도 나온다. "OO 스타트업, 글로벌 VC로부터..." 부럽다. 질투난다. 초조하다. 얘네는 어떻게 한 거지. 나랑 뭐가 다를까. 프로필 들어가서 본다. 경력 칸이 길다. "전 OO 인턴" "OO 프로그램 수료" "OO 액셀러레이터". 나는? "OO대학교 재학 중" "창업 동아리 회장" 끝. 네트워크가 다르다. 멘토가 있다. 투자자들을 안다. 나는 혼자다. 아니다. 창업 동아리 애들이랑만 있다. 새벽 3시에 이런 생각한다. 그리고 못 잔다. 결국 아는 사람들 오늘도 카톡 확인했다. 30개 알림. 다 같은 단톡방이다. 창업 동아리 방. OB 방. 학교 과방. 전부 같은 사람들이다. 새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걸 안다. 근데 어떻게 만나지. 행사 가면 어색하다. 말 걸기 부담스럽다. 명함 주고받아도 연락 안 한다. 결국 편한 사람들한테 돌아온다. 같은 나이. 같은 고민. 같은 불안. 팀원이 말했다. "형 우리 너무 갇혀 있는 거 아냐." 맞는 말이다. "나가보자" 라고 했다. 어디로? 어떻게? 둘 다 모른다. 투자자를 만날 자격 VC 파트너가 물었다. "멘토 있으세요?" "창업 동아리 선배요." "그 분은 어느 정도 규모 회사 운영하시나요?" "...시리즈 A 받으셨어요." 표정이 미묘했다. "음... 좀 더 시니어한 분들과..." 알겠다. 내 네트워크가 얕다는 얘기다. "다른 투자사는 어디 만나보셨어요?" 또 이 질문. "아직 많이는..." "이 분야 전문 투자자 아세요?" "검색해봤는데..." 대화가 안 이어진다. 준비가 안 됐다는 티가 난다. 집에 오면서 검색했다. "VC 파트너 연결 방법" "투자자 네트워킹 방법". 나오는 답변들. "업계 행사 참석" "소개 받기" "실적으로 증명". 결국 사람을 알아야 한다. 소개를 받아야 한다. 근데 소개해줄 사람이 없다. 창업 동아리 선배한테 부탁할까. 근데 그 선배도 네트워크가 넓지 않다. 루프다. 계속 같은 원 안에서 돈다. 이게 현실이다 27살에 창업한 선배가 있다. 지금 30살. 시리즈 B 받았다. 그 형이 말했다. "네트워크는 시간이 필요해. 나도 2년 걸렸어." 2년.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런웨이는 4개월이다. 시리즈 A는 최소 6개월 걸린다고 한다. 브릿지 투자 받아야 한다. 근데 브릿지 투자자도 모른다. 창업 동아리 교수님한테 물어봤다. "제자 중에 투자하시는 분 없으세요?" "글쎄... 한번 알아볼게." 일주일 지났다. 답 없다. 현실이 이렇다. 나는 사회생활을 안 해봤다. 네트워크가 없다. 혼자서 투자 라운드를 돌아야 한다. 가능한가? 모르겠다. 팀원들 보면 미안하다. 얘네 미래도 내 손에 달렸다. 무섭다.결국 아는 사람들한테만 물어보고 있다. 이게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