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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잠 못 이루고 생각하는 '혹시 실패하면'

새벽 4시, 잠 못 이루고 생각하는 '혹시 실패하면'

새벽 4시, 잠 못 이루고 생각하는 '혹시 실패하면' 또 잠을 못 잔다 새벽 4시 12분. 천장만 본다. 내일 아니 오늘 미팅이 두 개인데. 침대에 누운 지 3시간째다. 눈은 감아도 머리는 안 감긴다. 계속 돌아간다. 숫자들이. 런웨이 4개월. MAU 2만. 수익은 0원. 처음엔 안 그랬다. 1년 전만 해도 잠 진짜 잘 잤다. '우리 서비스 대박 난다' 그 확신으로. 근데 요즘은. 매일 밤 이렇게 뜬 눈으로 천장 본다.언제부터였을까 3개월 차쯤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으로 '혹시' 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혹시 이거 안 되면? 혹시 투자 못 받으면? 혹시 팀원들한테 월급 못 주면? 처음엔 무시했다. '에이 무슨 소리야. 우리 잘 되고 있는데.' 그때는 진짜 그렇게 믿었다. 근데 6개월 차. 첫 투자 미팅에서 떨어졌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트랙션이 부족해요." 트랙션. 그 단어가 머리를 때렸다. 9개월 차. MAU 1만에서 정체. 열심히 했는데 숫자가 안 움직였다. 그때부터다. 매일 밤 이런 생각이 찾아온다. 낮에는 괜찮은 척한다 오후 1시에 일어나면. 일단 인스타부터 본다. 창업 일상 올려야지. "오늘도 화이팅 ☕️💻" 사진은 카페에서 맥북 펴고. 실제론 30분 동안 넷플릭스 봤는데. 팀원들 만나면 더 그렇다. "우리 이번 달 목표 달성하자!" "이번 기능 나가면 대박 날 거야." 대표가 흔들리면 안 된다고. 스타트업 책에서 봤다. 그래서 낮에는 최대한 밝게 산다. 미팅 가서도. "저희 서비스가요,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떨리는 목소리 숨기고. 정장 입고 가서 당당하게. 근데 집에 돌아오면. 가면을 벗는다. 그리고 불안이 쏟아진다.실패한 다음을 상상한다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실패했을 때의 장면들. 팀원들한테 말하는 장면. "미안한데, 우리 여기까지인 것 같아."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부모님한테 전화하는 장면. "아빠, 나 취업 준비 좀 해야 할 것 같아." 아빠가 뭐라고 할까. 학교 복학하는 장면. 28살에 4학년. 동기들은 다 3년차 직장인인데. 취업 준비하는 장면. 이력서에 뭐라고 쓰지? "창업 2년, 실패했습니다"? 면접 가는 장면. "창업은 왜 하셨어요?" "왜 접으셨어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구체적으로 상상된다. 너무 선명하게. 동기들 SNS를 본다 새벽 4시에 할 게 없으니까. 인스타를 켠다. 동기 A. "입사 1년 되는 날 🎉" 회사 로고 배경으로 셀카. 댓글에 축하 메시지 200개. 동기 B. "첫 월급으로 부모님 선물 💝" 효자네. 나도 하고 싶은데. 동기 C. "팀 회식 🍖" 회사 사람들이랑 웃고 있다. 안정적으로 보인다. 나는? 팀원들 월급 100만원 주는 것도 버겁다. 이번 달 내 생활비는 50만원. 동기들 연봉이 4천은 된다던데. 나는 월 50만원으로 산다. 그들의 삶이 부럽다. 안정적인 월급. 정해진 출퇴근 시간. 주말은 쉬고. 나는 매일이 불안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고. 주말도 없고. '그냥 취업할걸' 이라는 생각. 새벽마다 찾아온다.근데 아침이 오면 그래도. 아침은 온다. 알람이 울리면. 아니 오후 1시에 일어나면. 다시 또 시작한다. 노트북 펴고. 코드 짜고. 미팅 가고. 팀원들 만나고. "오늘도 화이팅" 인스타에 올리고. 왜 이러고 사나 싶으면서도. 왜인지 계속한다. 포기는 쉽다는 걸 안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복학하고 취업하면 된다. 근데 아직은. 아직은 아니다. 런웨이 4개월 남았고. MAU는 2만이고. 수익은 0원이지만. 아직은 해볼 만하다고. 낮에는 그렇게 믿는다. 불안과 함께 사는 법 요즘 깨달았다. 불안은 안 없어진다는 걸. 성공한 창업가들 인터뷰 보면. 다들 말한다. "처음엔 진짜 힘들었어요." 그 말이 이제 이해된다. 이게 그 '힘든' 거구나. 밤마다 찾아오는 불안. 실패를 상상하는 새벽. 동기들과 비교하는 나. 이게 다 과정이라고. 스스로 말해본다. 안 믿긴다. 근데 그렇게라도 말해야. 내일 또 일어날 수 있으니까. 불안은 함께 가는 동반자다. 창업이라는 여행의.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같이 간다. 새벽 4시마다 찾아오는 친구처럼. 그래도 계속한다 오늘도 잠 못 잤다. 내일도 아마 그럴 거다. 근데 오후 1시에 일어나면. 또 노트북 펼 거다. 팀원들한테 말할 거다. "이번 주 목표 가자." 투자자한테 메일 쓸 거다. "저희 서비스 미팅 한번 잡아주세요." 불안하지만. 무섭지만. 실패할까 봐 떨리지만. 그래도 한다. 26살의 나는. 아직 포기할 나이가 아니니까. 런웨이 4개월이면. 4개월 동안 증명할 시간이니까. 실패해도. 최소한 해봤다고는 말할 수 있으니까. 새벽 4시의 불안.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같이 갈 거다.불안은 동반자다. 없애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