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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미정 - 선택이 아닌 상황

복학 미정 - 선택이 아닌 상황

복학 미정 복학 신청 기간이 지났다. 알람 꺼버렸다. 어차피 돌아가도 뭐 하나. 4학년 1학기 수업 듣고 있을 시간에 투자 미팅 하나 더 잡는 게 낫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새벽에는 학교 포털 들어가 본다. 동기들 수강신청 내역 보면서. "저건 꿀강이었는데" 하면서.선택이 아니었다는 핑계 "선택했잖아" 라는 말이 제일 싫다. 선택한 게 맞긴 한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투자 받았을 때. 팀원들한테 "너희 믿고 휴학한다" 했을 때. 그때는 6개월이면 될 줄 알았다. 1년 안에 시리즈A 받고. 복학해서 '창업한 선배' 로 캠퍼스 걸어다니는 상상. 지금 1년 6개월째다. 투자자들은 "트랙션이 애매하네요" 한다. MAU 2만이 적은 건지 많은 건지. 기준이 뭔지. 5만 되면 돈 주나. 10만 되면 주나. 부모님은 "그래도 졸업장은 따놔라" 하신다. 맞는 말이다. 근데 지금 복학하면. 이 1년 6개월이 뭐가 되는데.성공해야만 정당화된다 동기 단톡방에서 누가 입사 소식 올렸다. "축하해ㅋㅋ" 보냈다. 진심이다. 근데 떨린다. 3개월 전에는 "나도 잘 될 거야" 했는데. 이제는 "나는 잘 돼야 한다" 로 바뀌었다. 차이가 크다. 잘 되면. 복학 안 한 것도. 부모님한테 손 벌린 것도. 팀원들한테 월급 제대로 못 준 것도. 다 '과정' 이 된다. 미담이 된다.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았죠" 인터뷰 하는 거다. 근데 안 되면. 그냥 '대학도 제대로 안 나온 애' 가 된다. 친구들 연봉 받을 때 알바 면접 보는 거다. 부모님한테 "그래서 내가 뭐랬냐" 들으면서 편의점 야간 알바 하는 거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성공 아니면 실패. 회색 지대 없다. 그래서 더 무섭다. 돌아갈 수 없는 다리 학교 앞 지나갔다. 미팅 장소 가는 길에. 후배들 보였다. MT 가는 건지. 과잠 입고 웃으면서. 누가 술 사냐 얘기하면서. 2년 전 내 모습이다. 근데 이제 못 돌아간다. 물리적으로는 복학하면 되는데. 심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다시 앉아서 전공 수업 듣는다고 쳐. "여러분 이번 과제는요" 하는 거 듣는다고 쳐. 옆에 21살 애가 "형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물어본다고 쳐. 미치겠다. 투자 미팅에서 "저희 MAU가요" 하다가. 월 매출 얘기하다가. 런웨이 계산하다가. 다시 "과제 언제까지죠?" 하는 게. 상상이 안 된다. 다리를 건넜다. 뒤돌아보니까 무너지고 있다. 앞으로 가는 수밖에.정당화의 압박 팀원들한테 미안하다. 얘네들도 휴학했다. 나 믿고. "형이 하면 되지" 하면서. 근데 형도 잘 모른다. 다음 달 월급 어떻게 줄지도 모른다. 시리즈A 언제 받을지도 모른다. 이게 맞는 방향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회의 때는 확신 있는 척한다. "이번 분기 목표는요" 하면서. "우리 잘하고 있어" 하면서. 밤에 혼자 있으면 무너진다. 노션에 숫자 정리하면서. 런웨이 4개월. 유저 증가율 정체. 수익화 시점 불명. 실패하면 나 혼자 문제가 아니다. 얘네 인생도 꼬인다. 22살에 휴학해서 스타트업 했다가 망한 애들. 이력서에 뭐라고 쓰나. "대표라서" 책임져야 한다는데. 26살이 무슨 책임을 지나. 성공해야 한다. 정당화해야 한다.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증명해야 한다. 그게 유일한 길이다. 미정이라는 거짓말 "복학은 미정이에요." 투자자들한테는 이렇게 말한다. "올인하고 있다" 는 뉘앙스. 부모님한테도 이렇게 말한다. "아직 결정 안 했다" 는 뉘앙스. 사실은. 이미 정해졌다. 돌아갈 수 없다. 앞으로 가는 수밖에. 미정이 아니라 확정이다. 성공할 때까지. 아니면 완전히 망할 때까지. 중간 하차 없다. 브레이크 없다. 액셀만 있다. 무섭다. 솔직히. 근데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똑같이 할 것 같다. 이게 더 무섭다. 정당화될 그날까지 동기가 연락 왔다. "언제 복학하냐" 고. "미정" 이라고 했다. "잘 되고 있어" 라고 했다. 거짓말은 아니다. 애매한 진실이다. 잘 되고 있긴 한데. 느리다. 런웨이는 빠르게 줄어드는데. 성장은 더디다. 근데 멈출 수 없다. 여기서 포기하면. 지난 1년 6개월이 그냥 '방황' 이 된다. 계속 가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복학 미정" 이 "창업으로 인생 바꿨다" 가 된다. 그 날까지. 버틴다.돌아갈 수 없다면. 앞으로 가는 수밖에. 그게 맞든 틀리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