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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
- 15 Dec, 2025
성공한 젊은 창업가 뉴스를 피할 수 없는 이유
성공한 젊은 창업가 뉴스를 피할 수 없는 이유 아침부터 시리즈 A 일어나자마자 폰을 봤다. 습관이다. 뉴스 알림 하나. "OO 대표, 27세에 시리즈 A 200억 유치." 아 씨. 커피도 안 마신 상태에서 이런 걸 보면 하루가 망한다. 알면서도 기사를 눌렀다. 27세. 나보다 한 살 많다. 아니지, 빠른 생일이면 동갑일 수도. 200억. 우리 엔젤 투자 5000만원의 400배다. 계산 왜 했냐.기사를 계속 읽었다. 창업 2년 차. MAU 50만. 월 매출 3억. B2B SaaS. 시장성 어쩌고. 우리는 창업 1년 6개월. MAU 2만. 월 매출 0원.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숫자는 자동으로 계산된다. 머릿속 엑셀이 돌아간다. 우리가 저만큼 가려면? 불가능. 아니 가능할 수도. 근데 언제? 댓글을 봤다. "대단하다", "부럽다", "역시 실력 있으면 나이는 숫자". 나이는 숫자. 맞는 말이다. 근데 투자사 미팅 갈 때마다 느낀다. "어리시네요" 하는 눈빛. 알고리즘이 모든 걸 안다 커피를 마시면서 유튜브를 켰다. 실수였다. 추천 영상 첫 번째. "25세 대표의 창업 성공 스토리." 두 번째. "20대에 회사 매각한 창업가 인터뷰." 세 번째. "대학생 때 시작해서 IPO까지." 알고리즘이 날 너무 잘 안다. 요즘 내가 뭘 찾아봤는지 다 알고 있다. 시리즈 A, 투자 유치, 젊은 창업가. 이런 검색어들. 유튜브는 친절하다. 내가 보고 싶은 것보다 봐야 하는 걸 보여준다. 아니, 보고 싶으면서 보기 싫은 걸 보여준다.클릭했다. 25세 대표. 배경이 멋진 사무실이다. 직원이 30명이래. 창업하고 3년. "처음엔 힘들었죠. 근데 시장이 필요로 하는 걸 만들다 보니." 시장이 필요로 하는 거. 우리도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댓글창을 열었다. 또 실수. "저도 창업 준비 중인데 용기 얻었어요", "나이는 핑계였구나". 나이는 핑계. 맞다. 근데 실제로 투자자들은 나이를 본다. 경험을 본다. "사업 경험이 있으세요?" 라고 물을 때 "이게 처음입니다" 라고 하면 끝난다. 링크드인의 축하 행렬 점심 먹으면서 링크드인을 봤다. 이것도 습관. "OO님이 새 직책을 시작했습니다: CEO at △△" "□□님이 소식을 공유했습니다: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알립니다" "◇◇님이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창업 5년, 드디어 IPO 준비" 축하 댓글이 수십 개씩. "축하합니다", "대단하세요", "응원합니다". 나도 댓글을 달았다. "축하드립니다!" 느낌표까지. 진심이다. 진심인데 속은 쓰리다. 우리 링크드인 페이지는 팔로워 120명. 직원들이랑 동아리 선후배들. 게시물 올리면 좋아요 10개. 차이가 너무 크다. 숫자로 보이니까 더 크게 느껴진다.피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저녁에 팀원들이랑 회의했다. 치킨 시켜 먹으면서. 막내가 말했다. "형, 이거 봤어요? 28세 대표가 IPO 하려나 봐요." 봤다. 아침에 봤다. "대박이네요. 우리도 열심히 하면 되겠죠?" 열심히 하면. 맞는 말이다. 근데 열심히의 기준이 뭐지. 우리는 안 열심히 하나? 매일 새벽까지 일한다. 주말도 없다. 밥 먹으면서도 서비스 얘기한다. 이게 열심히가 아니면 뭐가 열심히지. 차이는 결과다. 결과가 숫자로 나온다. MAU, 매출, 투자 금액.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숫자 없이는 아무것도 증명 못 한다. 집에 왔다. 새벽 2시. 인스타를 열었다. 스토리에 또 누가 올렸다. "시리즈 A 축하 파티." 케이크 사진. 샴페인 터트리는 영상. 우리는 엔젤 투자 받았을 때 치킨 먹었다. 치킨도 좋다. 근데 규모가 다르다. 자극이 연료인 이유 뉴스를 안 보면 되지 않냐고 물으면 거짓말이다. 봐야 한다.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경쟁사가 뭘 하는지. 투자 트렌드가 어떤지.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자극받고 싶다. 성공한 젊은 창업가 뉴스를 보면 기분이 나쁘다. 부럽다. 질투난다. 왜 나는 안 되지? 싶다. 근데 그게 연료가 된다. '나도 할 수 있어.' 가 아니라 '나도 해야 해.' 로 바뀐다. 미묘하게 다르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증명하고 싶어서. 나이가 어려도 된다는 걸. 경험 없어도 시장을 읽을 수 있다는 걸. 학교 안 다녀도 뭔가 만들 수 있다는 걸. 그래서 뉴스를 계속 본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대로 클릭한다. 링크드인에서 축하 댓글 단다. 피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피하고 싶지도 않다. 200억과 5000만원 사이 투자사 미팅이 내일 있다. 오늘도 기사를 봤다. "29세 대표, 시리즈 B 300억." 29세. 3년 후 내 나이다. PT 자료를 다시 열었다. 우리 강점, 시장 분석, 성장 가능성. 숫자를 고쳤다. MAU 예상치를 높였다. 매출 목표를 수정했다. 현실적이면서도 임팩트 있게. 새벽 4시에 자료를 저장했다. 침대에 누워서 폰을 봤다. 또 뉴스 알림. "26세 창업가, 글로벌 VC 투자 유치." 26세. 동갑. 폰을 엎었다. 눈을 감았다. 내일 미팅 잘하면 된다. 나이는 숫자다. 우리 서비스는 좋다. 시장은 있다. 그렇게 주문을 외우면서 잠들었다.시리즈 A 뉴스는 자극이다. 피할 수 없고, 피하면 안 된다. 이게 내가 버티는 이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