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함께하는

4명이 함께하는 스타트업, 관계 관리가 가장 어려워

4명이 함께하는 스타트업, 관계 관리가 가장 어려워

4명이 함께하는 스타트업, 관계 관리가 가장 어려워 오늘도 말 한마디 조심했다 카페에서 팀 회의했다. 1시간 반. 서비스 방향성 얘기하다가 민수가 말했다. "형, 근데 이거 정말 되는 거 맞아요?" 순간 멈췄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될 거야"라고 하면 무책임해 보이고. "모르겠어"라고 하면 팀이 무너질 것 같고. 결국 "우리가 해봐야지 뭐"라고 얼버무렸다. 민수 표정이 애매했다. 확신 찬 리더십을 원하는 건지. 솔직함을 원하는 건지. 26살 대표한테 뭘 기대하는 건지 모르겠다. 회의 끝나고 민수한테 따로 물어봤다. "너 요즘 힘들어?" "아니요, 괜찮아요." 아니다. 목소리가 다르다. 그냥 넘어갔다. 더 파고들면 어색해진다.친구 같은데 친구는 아니다 우리 팀 4명. 나 포함해서. 다 대학 동기거나 과 선배다. 예진이는 디자이너. 민수는 백엔드. 상현이는 마케팅. 나는 프론트엔드 겸 대표. 창업 전엔 그냥 친구였다. 술 마시고 게임하고 대학 과제 같이 했다. 지금도 저녁 먹으면서 농담한다. 예전처럼. 근데 다르다. 분명히 다르다. 예진이가 디자인 수정 요청하면 "이거 다시 해줄래?"라고 못 한다. "이 부분 피드백 좀 주고 싶은데"라고 돌려 말한다. 상현이가 마케팅 예산 쓴 걸로 결과가 안 나오면 직접 말 못 한다. 팀 회의에서 "우리 예산이 한정적이니까"라고 에둘러 말한다. 친구였으면 "야 이거 뭐야"라고 했다. 지금은 못 한다. 내가 월급 주는 사람이니까. 아니, 월급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100만원씩 주니까.성과 얘기가 제일 무섭다 지난주 투자자 미팅 있었다. 망했다. "팀 역량이 보이지 않아요." 그 말이 계속 맴돈다. 사실 맞는 말이다. 우리 서비스 MAU 2만인데 3개월째 정체다. 예진이 디자인은 예쁜데 UX 개선이 느리다. 상현이 마케팅은 열심히 하는데 전환율이 안 나온다. 민수 코드는 깔끔한데 속도 최적화가 부족하다. 이걸 어떻게 말하지. "예진아, 너 디자인 속도 좀 올려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말하면 상처받는다. 예진이는 밤새워 작업한다. 나도 안다. 근데 결과가 중요하다. 투자자는 과정 안 본다. "상현아, 마케팅 성과가 좀..." 이것도 못 한다. 상현이는 우리 중에 제일 나이 많다. 28살. 취업 포기하고 나랑 했다. 책임감 느껴진다. 그래서 팀 회의에서 "우리 모두 더 분발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한다. 추상적으로. 아무도 안 찔리게. 근데 그럼 아무것도 안 바뀐다. 어제 예진이한테 직접 말했다. "예진아, 이번 UI 작업 언제까지 가능해?" "이번 주는 힘들 것 같아요." "우리 데모데이가 2주 남았는데..." "알아요. 근데 지금도 밤 3시까지 하는데요." 말을 멈췄다. 더 밀어붙이면 관계가 깨진다. 그냥 "알았어, 최대한 해보자"라고 했다. 밤에 예진이한테 카톡 왔다. "형, 제가 부족한 거 알아요. 죄송해요." 가슴이 아팠다. 내가 뭘 하고 있나.월급이 제일 미안하다 이번 달 월급 날 다가온다. 통장에 500만원 남았다. 4명 월급 400만원. 사무실비, 서버비 빼면 마이너스다. 월급 100만원씩 준다. 친구들이 취업하면 신입도 3000만원은 받는다. 우리는 연봉 1200만원이다. 4대보험도 없다. 퇴직금도 없다. 매달 송금할 때마다 메시지 쓴다. "이번 달도 고생했어. 조금만 더 힘내자." 빈말 같다. 본인도 믿지 않는 말. 상현이가 농담처럼 말했다. "형, 우리 언제 월급 200 받아요?" "곧. 수익화 되면." "그게 언제인데요?" "...곧." 곧이 언제인지 나도 모른다. 투자 받으면?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이번 IR 피칭 3곳 다 떨어졌다. 민수 부모님이 "제대로 된 회사 다녀라"라고 하신다는 얘기 들었다. 민수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눈빛이 달랐다. "괜찮아요, 형. 저 여기 좋아요." 근데 정말 괜찮을까. 예진이는 카드값 밀렸다고 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진짜다. "형, 우리 회사 법인카드 없죠?" "...미안." 내 통장도 빈다. 부모님한테 손 벌리고 싶지 않다. 근데 이번 달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대전 계신 부모님한테 전화해야 한다. "아빠, 나..." 이 말이 목에서 안 나온다. 나이가 계속 걸린다 투자자 미팅에서 물어봤다. "대표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26살입니다." "아, 학생이시네요." "휴학 중입니다." "졸업은 언제 하시고요?" "...미정입니다." 표정이 바뀌었다. 아. 또 이거다. "젊은 게 장점이긴 한데, 경험이 좀..." 말을 흐렸다. 다 안다. '어린애들 장난'이라고 생각한다는 거. 팀원들 앞에서는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 Z세대가 타겟이잖아. 우리가 제일 잘 알아." 근데 혼자 있으면 불안하다. 정말 나한테 이걸 맡겨도 되나. 예진이가 물어봤다. "형, 우리 안 될 것 같으면 말해줘요. 저도 준비 있어야 하잖아요." "뭔 소리야, 될 거야." "근데 형도 불안해 보여요." 들켰다. 숨기려고 했는데. "나이가 어려서 걱정돼요?" 상현이가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니고..." "저는 솔직히 그래요. 형이 26살인 게. 근데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말을 멈췄다. 알아. 다 알아. 나도 내가 어리다고 생각한다. 경험 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인정하면 팀이 무너진다. "우리 나이도 다 20대 중반이잖아. 함께 배우는 거지." 이렇게 말했다. 설득력 없어 보였다. 대표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 월요일 아침. 아니, 낮 1시. 일어났다. 민수한테 카톡 와 있다. "형, 오늘 몇 시에 모여요?" 10시에 온 메시지다. "2시쯤?" 답장 보냈다. "네." 짧다. 기분 나쁜 짧음. 카페 도착했다. 2시 10분. 다들 와 있다. 노트북 켜고 작업 중이다. "미안, 늦었어." "괜찮아요." 괜찮지 않은 목소리다. 예전에는 다 같이 늦게 왔다. 1시, 2시. 근데 요즘 팀원들은 11시쯤 온다. 나만 늦는다. 대표가 제일 늦는다. "우리 출근 시간 정할까?" 상현이가 말했다. "그래, 좋지. 몇 시?" "11시요?" "11시." 근데 나는 11시에 못 일어난다. 새벽 4시에 자니까. "형은 개발자니까 밤에 집중하는 거 이해해요. 근데 우리는..." 예진이가 말했다. "우리는?" "일과가 있으면 좋겠어요. 뭔가 회사 같은 느낌?" 회사. 맞다. 우리는 회사다. 친구 모임 아니다. 스터디 그룹 아니다. 근데 나는 대표처럼 안 행동한다. "알았어. 내가 맞춰볼게." 거짓말이다. 못 맞춘다. 지금까지도 못 맞췄다. 저녁 회의에서 민수가 말했다. "형, 우리 제대로 된 사무실 구할 생각 없어요? 카페에서만 하면..." "돈이 없어서." "그래도..." "지금은 안 돼. 나중에." 나중에. 항상 나중에다. 월급도 나중에 올려주고. 사무실도 나중에 구하고. 복지도 나중에 만들고. 근데 나중에가 언제인지 모른다. 대표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비전 제시? 나도 내일이 불안하다. 의사결정? 혼자 결정하면 독단이라고 하고 물어보면 우유부단하다고 한다. 책임? 다 내 책임이다. 망하면 내 잘못이다. 그게 무섭다. 동기들 인스타가 제일 독이다 어제 대학 동기 인스타 봤다. 입사 인증샷. "네이버 입사했습니다🎉" 좋아요 300개. 축하 댓글 50개. 연봉 5000만원은 받을 거다. 우리는 같은 학번이다. 같은 수업 들었다. 근데 걔는 네이버 다니고 나는 런웨이 4개월 남은 스타트업 대표다. 스크롤 내렸다. 또 다른 동기. "카카오 최종 합격!" 부럽다. 솔직히 부럽다. 내가 뭐 하고 있나. 26살에 친구들 월급 100만원씩 주면서 희망 고문하고 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돼"라고 말하면서 본인도 확신 없다. 상현이가 말했다. "형, 저희 동기들 다 취업했어요. 저만 이러고 있어요." "곧 된다고." "곧이 언제요?" 대답 못 했다. 예진이 카톡 프로필 사진 봤다. 여행 사진이다. 제주도. 언제 갔다 왔지? 우리 팀은 휴가도 제대로 못 쓴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아니, 시간은 있다. 근데 쉬면 안 될 것 같다. 매일이 급하다. 부모님한테 전화 왔다. "취업한 친구들 보니까 어때?" "괜찮아요." "넌 언제 졸업하고?" "나중에요." "나중에가 언제야. 네 친구들은 다 직장 다니는데." 끊었다. 혼자 생각했다. 내가 잘못 선택한 건가. 친구들처럼 취업할 걸. 월급 안정적으로 받고 주말에 쉬고. 근데 그럼 평생 후회할 것 같다. 해보지도 않고. 근데 지금도 후회한다. 팀원들한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얘들 인생이 꼬이는 건 아닐까. 책임감이 너무 무겁다 새벽 3시. 잠이 안 온다. 내일 민수 생일이다. 케이크라도 사줘야 하나. 5만원. 통장에서 5만원이 아깝다. 이게 말이 되나. 예진이가 감기 걸렸다고 했다. "형, 오늘 집에서 작업해도 돼요?" "그래, 푹 쉬어." "근데 데드라인이..." "괜찮아, 건강이 먼저지." 거짓말이다. 데드라인 미루면 안 된다. 투자 미팅이 이번 주다. 근데 억지로 나오라고 할 수 없다. 내가 4대보험도 안 해주면서. 상현이 부모님이 병원 입원하셨다고 했다. "형, 내일 하루만 쉬어도 될까요?" "당연하지. 가봐야지." "죄송해요." "뭔 죄송해. 당연한 거지." 근데 속으로는 불안하다. 일정이 밀린다. 마케팅 캠페인 런칭이 이번 주인데. 내가 대신 할 수 있나. 모른다. 상현이만 할 수 있다. 이게 회사 맞나. 아파도 미안해하고. 가족 일 있어도 눈치 보고. 내가 만든 회사가 이런 곳이다. 창업할 땐 '수평적 문화'라고 했다. 지금은 '미안한 문화'다. 민수가 이직 제안 받았다고 했다. "형한테 먼저 말하고 싶어서요. 네이버에서 연락 왔어요." "가고 싶어?" "...모르겠어요. 근데 연봉이..." 말을 멈췄다. 알아. 우리 12배는 줄 거다. "가." "형?" "가. 네가 결정해. 난 뭐라고 안 할게." "근데 형은..." "나는 괜찮아. 네 인생이 중요하지." 겉으론 쿨한 척했다. 속으론 무너졌다. 민수 없으면 서비스 못 돌린다. 나 혼자 백엔드 다 할 수 없다. 근데 붙잡을 수 없다. 내가 뭘 줄 수 있나. 밤에 민수한테 카톡 왔다. "형, 저 안 갈게요. 우리 끝까지 해봐요." "너 결정한 거 해. 나 신경 쓰지 마." "아니요. 저도 믿어요. 우리가 만드는 거." 고맙다. 근데 미안하다. 내가 민수 인생 책임질 수 있나. 없다. 근데 민수는 날 믿는다. 이 무게가 너무 무겁다. 그래도 아직은 오늘 아침. 아니, 점심. 카페에서 모였다. 다들 피곤해 보인다. 나도 피곤하다. "오늘 뭐부터 할까?" "데모 준비요." "그래, 데모." 2주 후 데모데이다. 투자자 50명 앞에서 10분 발표한다. 이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투자 못 받으면 3개월 후 끝이다. "우리 할 수 있을까?" 예진이가 물었다. "모르겠어. 근데 해야지." "만약 안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점심 먹으면서 예전 얘기 나왔다. 창업 처음 할 때. "우리 유니콘 만들자!" 그때는 다 웃었다. 지금은 아무도 안 웃는다. 유니콘은커녕 생존이 목표다. "그래도 우리 여기까지 왔잖아." 상현이가 말했다. "맞아, 망하지 않고." "긍정적이네." "뭐, 어쨌든." MAU 2만. 적은 숫자 아니다. 2만 명이 우리 서비스 쓴다. 매일 로그인한다. 누군가는 우리가 필요하다. "다음 달에 프리미엄 기능 오픈하면 어떨까?" 민수가 말했다. "수익화?" "응. 해봐야지." "근데 유저들이 돈 낼까?" "모르지. 근데 안 하면 계속 모르잖아." 맞다. 해봐야 안다. 저녁 회의 끝나고 맥주 마셨다. 편의점 맥주 4캔에 만원. 회식비다. 치킨은 못 시킨다. "형, 우리 언제 성공해요?" 예진이가 물었다. "곧." "또 곧이네." "이번엔 진짜야." "맨날 진짜래." 다들 웃었다. 피곤한 웃음이다. 근데 포기한 웃음은 아니다. 집에 돌아왔다. 새벽 1시. 노트북 켰다. 코드 짜야 한다. 내일 배포 목표다. 카톡 왔다. 상현이다. "형, 자기 전에. 오늘 고생했어." "너도." "우리 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 근데 해보는 거지." "그래, 해보는 거지." 코드 짰다. 3시간. 배포했다. 에러 없다. 작은 성취다. 내일 또 카페 간다. 팀 만난다. 회의한다. 고민한다. 부딪친다. 미안해한다. 그래도 계속한다.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근데 아직은 포기 안 한다. 팀원들도 아직 있다. 그럼 나도 계속한다. 26살. 어린 나이다. 경험 없다. 돈도 없다. 근데 시간은 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게 20대 아닌가. 아닐 수도 있다. 근데 믿고 싶다.관계 관리가 제일 어렵다는 게 웃긴 일이다. 4명밖에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