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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카페에서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라고 답변 달기

밤 11시 카페에서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라고 답변 달기

밤 11시 카페에서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라고 답변 달기 또 같은 질문 밤 11시. 홍대 24시간 카페. 노트북 배터리 17%. 아메리카노 세 번째. 고객센터 채널 켜니까 미읽음 37개. 다 비슷한 질문이다. "이 기능 언제 나와요?" "유료 버전은 얼마예요?" "이거 왜 안 돼요?"복붙 답변 솔직히 템플릿 있다. 노션에 저장해둔 답변 100개.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검토 중이에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근데 오늘은 그냥 솔직하게 썼다.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저희도 빨리 만들고 싶은데, 개발 리소스가 부족해서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보내고 나니까 불안하다.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 며칠째 반복 월요일: 12시까지 답변 35개. 화요일: 1시까지 답변 41개. 수요일: 지금. 11시. 37개 남음. 팀원들한테 맡기고 싶다. 근데 초기 스타트업이 어디 그런가. 대표가 직접 응대해야 진심 전달된다고 믿는다. 민준이(개발팀장)는 "형 그냥 자동 응답 돌려" 라고 했다. 안 된다. 우리 유저 2만 명인데.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는 거 보여줘야지.실제로 바뀌는 건 없음 문제는 이거다. 답변은 달아주는데 해결은 못 해준다. "검토 중이에요" 달고 나면 실제로 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린다. 근데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개발 일정, 투자 미팅, 마케팅. 다 급하다. 그 기능 개발하려면 민준이 2주는 붙잡아야 하는데 지금 버그 수정도 밀려 있다. 결국 또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유저는 기다려준다 신기한 건 이거다. 진심으로 답하면 사람들이 기다려준다. "알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서비스 좋아요. 천천히 해도 돼요." "응원합니다 대표님!" 이런 댓글 보면 울컥한다. 새벽 1시 카페에서 혼자 눈물 글썽. 우리 서비스 무료인데. 광고도 아직 안 붙였는데. 이렇게 응원해준다.이게 일이다 민준이가 그랬다. "형 그거 일 아니야. 시간 낭비야." 아니다. 이게 일이다. 유저 피드백 안 듣고 사무실에서 기능만 만들면 아무도 안 쓰는 서비스 된다. 실제로 이번 주에 받은 피드백으로 다음 스프린트 우선순위 3개 바꿨다. "AI 편집 속도가 너무 느려요" "영상 길이 제한 풀어주세요" "협업 기능 필요해요" 이거 20명한테 들으면 트렌드다. 50명한테 들으면 필수 기능이다. 24시간 카페의 의미 왜 집에서 안 하고 카페 오냐고? 집에서 하면 침대가 보인다. 침대 보이면 '내일 하지' 된다. 카페 오면 주변에 사람들 있다. 다들 뭔가 하고 있다. 나도 해야 할 것 같다. 옆자리 대학생은 시험공부. 건너편 직장인은 노트북으로 야근. 창가 프리랜서는 태블릿으로 작업. 다들 밤늦게까지 뭔가 한다. 나만 놀 수 없지. 며칠째 월요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밤 11시쯤 카페 온다. 고객 답변하고, 피드백 정리하고, 다음 날 회의 자료 만들고, 집 간다. 반복이다. 지민이(마케팅)가 물었다. "형 그거 루틴이에요?" 루틴이라기보다는 의무. 창업하면 고객이 상사다. 상사 질문에 답 안 하면 짤린다. 우리는 아직 짤릴 수 없다. 템플릿을 벗어나는 순간 오늘 한 유저가 물었다. "서비스 언제까지 무료예요?" 템플릿 답변은 이거다. "아직 미정입니다. 공지 드리겠습니다." 근데 솔직하게 썼다. "솔직히 돈 벌어야 해서 곧 유료화할 거예요. 근데 지금 쓰시는 분들한테는 평생 무료 혜택 드릴게요. 초기부터 믿고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5분 뒤 답장 왔다. "진심 느껴져요. 유료 돼도 쓸게요. 화이팅!" 이거다. 이 맛에 한다. 투자자는 모른다 지난주 투자 미팅에서 말했다. "저 매일 고객 응대 직접 합니다." 투자자가 웃었다. "대표가 그걸 왜 해요? 외주 주세요." 설명했다. "초기 스타트업은 고객 목소리가 생명입니다." 고개 끄덕이더니 말했다. "확장성이 없네요." 확장성. 투자자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 근데 지금은 확장보다 생존이다. 2만 명 유저 붙잡는 게 먼저다. 답변 25개 남음 시계 보니까 자정 넘었다. 배터리 5%. 충전기 안 가져왔다. 옆자리 대학생한테 빌려야 하나. 민망하다. 근데 어쩌나. 답변 다 달고 가야 하는데. "저기요, 혹시 맥북 충전기..." "아 네! 여기요." 고맙다.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일 내일 아침 팀 회의. 민준이가 물을 거다. "형 어제 일찍 잤어?" "응, 12시에." 거짓말. 실제로는 새벽 2시에 집 갔다. 답변 다 달고, 피드백 정리하고, 회의 자료 만들고. 팀원들은 모른다. 대표가 밤마다 혼자 뭐 하는지.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나 이렇게 열심히 해" 같은 거. 그냥 묵묵히 한다. 이게 내 일이니까. 왜 하냐고 물으면 사실 잘 모르겠다. 돈 벌려고? 아직 월급도 100만원. 성공하려고? 확률 5%도 안 된다. 증명하려고? 누구한테? 그냥 한다. 시작했으니까. 유저들이 믿어주니까. 팀원들이 따라오니까.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이 답변에 진심 담아서 쓸 수 있는 동안은. 계속한다. 답변 완료 자정 넘어 1시. 마지막 답변 달았다. "검토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보내기 누르고 노트북 덮었다. 내일 또 30개 올라올 거다. 모레도, 다음 주도. 며칠째 반복. 몇 달째 반복. 이게 창업이다.고객 목소리 듣는 게 일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그렇게 믿으면서 답변 단다.

사무실 없이 카페에서 회의하는 스타트업의 민망함

사무실 없이 카페에서 회의하는 스타트업의 민망함

사무실 없이 카페에서 회의하는 스타트업의 민망함 아메리카노 한 잔의 무게 오전 11시. 홍대 카페 입성.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요." 6500원. 오늘 사무실 임대료다.창가 자리 앉았다. 콘센트 확인. 와이파이 비번 받음. 노트북 펴고 노션 켰다. 팀원들한테 메시지. "홍대 ㅇㅇ카페 2층, 12시까지 오셈" 이게 우리 출근이다. 사무실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00만원. 우리 런웨이로는 불가능하다. 카페가 답이다. 근데 매번 민망하다. 배터리 95%의 긴장감 팀원 2명 도착. 12시 10분. "커피 시켜야 되나?" "일단 앉아. 나중에." 노트북 3대 펼쳤다. 화면 공유는 서로 보여주기. 회의 시작. 기획 검토. "이 부분 UI 수정하면..." 옆 테이블 손님이 쳐다본다. 신경 쓰인다.목소리 낮췄다. "작게 얘기하자." 30분 지남. 배터리 78%. 충전 시작. 콘센트 하나에 멀티탭. 노트북 3대 + 휴대폰 2개. 완전히 점령한 느낌이다. 미안하다. 근데 어쩔 수 없다. 4시간의 민망함 1시간 지났다. 커피 다 마심. 직원 한 명이 일어났다. "저 아이스라떼 하나 더 시킬게요." 5500원 추가 과금. 우리 자리 유지비다. 바리스타가 테이블 닦으러 왔다. "혹시 더 주문하실 거 있으세요?" 눈치 100단이다. "아 네 조금 있다 더 시킬게요." 회의는 계속된다. 개발 이슈 논의. "이거 API 연동이 안 되는데..." 주변에 대학생들. 과제하는 중. 우리랑 똑같은 노트북. 똑같은 나이. 근데 우리는 회사다.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다.2시간 반 경과. 배터리 45%. 슬슬 배터리 세이브 모드. 밝기 줄였다. 눈 아프다. 투자자 미팅용 카페 3시. 투자자 미팅 있다. 팀원들 보냈다. "너희 먼저 가 있어. 나 5시에 간다." 자리 그대로 유지. 짐 놓고 감. 30분 뒤 돌아왔다. 자리 그대로다. 다행이다. 노트북 배터리 22%. 위험 수위. 4시 40분. 투자자 도착 전에 준비. 테이블 정리. 휴지통 비움. IR 자료 켬. 화면 밝기 최대. "안녕하세요!" 악수. 명함 교환. "여기서 뵙네요. 사무실은...?" "아 저희 리모트로 운영하고 있어서요. 유연하게." 거짓말은 아니다. 포장만 했다. 투자자가 주문했다. "저 카페라떼요." 나도 시켰다. 아메리카노 또. 오늘 세 번째다. 속 쓰리다. 회의 시작. 30분 예정. 배터리 11%. 충전하면 선 지저분하다. 참는다. 집중한다. "저희 MAU가 2만이고요..." 설명 중 배터리 경고. 5%. 노트북이 어두워진다.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충전 꽂았다. 민망하다. 투자자는 이해한다는 표정. 근데 나는 안다. 저 표정 뜻. '사무실도 없구나.' 저녁 7시의 현실 미팅 끝. 투자자 갔다. 결과는 모호하다. "검토해볼게요." 탈락이다. 안다. 테이블에 혼자 앉았다. 노트북 배터리 87%. 충전됐다. 근데 나는 방전됐다. 주변 보니 저녁 먹는 사람들. 우리는 점심도 안 먹었다. 김밥 시켰다. 카페에서 김밥. 완전 민망하다. 바리스타가 또 왔다. "손님 저희 8시에 마감이에요." 5시간 있었다. 커피 4잔. 계산하면 2만 6천원. 오늘 사무실비다. 사무실이 필요한 순간 집 왔다. 새벽 1시. 침대에 누웠다. 오늘 회의 정리한다. 노션에 기록. 투자 미팅 후기. "카페에서 진행. 배터리 이슈로 집중 어려웠음. 다음은 코워킹 스페이스 고려." 코워킹도 하루 1만원이다. 월 20일 쓰면 20만원. 그럼 월세 30만원짜리 사무실 알아볼까. 계속 계산한다. 근데 답은 없다. 돈이 없다. 내일도 카페다. 모레도 카페다. 다음 투자 받을 때까지. 친구 메시지 왔다. "야 우리 회사 사무실 개쩐다. 루프탑 있음 ㅋㅋ" 대기업 신입이다. 부럽다. 우리 사무실은 스타벅스다. 다음 라운드까지 사실 부끄럽다. 26살 대표. 사무실 없음. 명함에 주소는 집 주소다. 미팅 때 말 못 한다. "혹시 사무실 한 번 방문해도 될까요?" "아 저희 이사 준비 중이라..." 거짓말 또 한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살아남는 게 먼저다. 사무실은 시리즈 A 받고. 지금은 런웨이 4개월. 4개월 안에 트랙션 만들어야 한다. 그럼 카페든 어디든 상관없다. 증명하면 된다. 노트북 덮었다. 불 껐다. 내일 또 카페 간다. 배터리 풀충 해뒀다.사무실 없어도 회사는 돌아간다. 근데 마음은 안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