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잠 못 이루고 생각하는 '혹시 실패하면'

새벽 4시, 잠 못 이루고 생각하는 '혹시 실패하면'

새벽 4시, 잠 못 이루고 생각하는 '혹시 실패하면' 또 잠을 못 잔다 새벽 4시 12분. 천장만 본다. 내일 아니 오늘 미팅이 두 개인데. 침대에 누운 지 3시간째다. 눈은 감아도 머리는 안 감긴다. 계속 돌아간다. 숫자들이. 런웨이 4개월. MAU 2만. 수익은 0원. 처음엔 안 그랬다. 1년 전만 해도 잠 진짜 잘 잤다. '우리 서비스 대박 난다' 그 확신으로. 근데 요즘은. 매일 밤 이렇게 뜬 눈으로 천장 본다.언제부터였을까 3개월 차쯤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으로 '혹시' 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혹시 이거 안 되면? 혹시 투자 못 받으면? 혹시 팀원들한테 월급 못 주면? 처음엔 무시했다. '에이 무슨 소리야. 우리 잘 되고 있는데.' 그때는 진짜 그렇게 믿었다. 근데 6개월 차. 첫 투자 미팅에서 떨어졌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트랙션이 부족해요." 트랙션. 그 단어가 머리를 때렸다. 9개월 차. MAU 1만에서 정체. 열심히 했는데 숫자가 안 움직였다. 그때부터다. 매일 밤 이런 생각이 찾아온다. 낮에는 괜찮은 척한다 오후 1시에 일어나면. 일단 인스타부터 본다. 창업 일상 올려야지. "오늘도 화이팅 ☕️💻" 사진은 카페에서 맥북 펴고. 실제론 30분 동안 넷플릭스 봤는데. 팀원들 만나면 더 그렇다. "우리 이번 달 목표 달성하자!" "이번 기능 나가면 대박 날 거야." 대표가 흔들리면 안 된다고. 스타트업 책에서 봤다. 그래서 낮에는 최대한 밝게 산다. 미팅 가서도. "저희 서비스가요,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떨리는 목소리 숨기고. 정장 입고 가서 당당하게. 근데 집에 돌아오면. 가면을 벗는다. 그리고 불안이 쏟아진다.실패한 다음을 상상한다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실패했을 때의 장면들. 팀원들한테 말하는 장면. "미안한데, 우리 여기까지인 것 같아."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부모님한테 전화하는 장면. "아빠, 나 취업 준비 좀 해야 할 것 같아." 아빠가 뭐라고 할까. 학교 복학하는 장면. 28살에 4학년. 동기들은 다 3년차 직장인인데. 취업 준비하는 장면. 이력서에 뭐라고 쓰지? "창업 2년, 실패했습니다"? 면접 가는 장면. "창업은 왜 하셨어요?" "왜 접으셨어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구체적으로 상상된다. 너무 선명하게. 동기들 SNS를 본다 새벽 4시에 할 게 없으니까. 인스타를 켠다. 동기 A. "입사 1년 되는 날 🎉" 회사 로고 배경으로 셀카. 댓글에 축하 메시지 200개. 동기 B. "첫 월급으로 부모님 선물 💝" 효자네. 나도 하고 싶은데. 동기 C. "팀 회식 🍖" 회사 사람들이랑 웃고 있다. 안정적으로 보인다. 나는? 팀원들 월급 100만원 주는 것도 버겁다. 이번 달 내 생활비는 50만원. 동기들 연봉이 4천은 된다던데. 나는 월 50만원으로 산다. 그들의 삶이 부럽다. 안정적인 월급. 정해진 출퇴근 시간. 주말은 쉬고. 나는 매일이 불안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고. 주말도 없고. '그냥 취업할걸' 이라는 생각. 새벽마다 찾아온다.근데 아침이 오면 그래도. 아침은 온다. 알람이 울리면. 아니 오후 1시에 일어나면. 다시 또 시작한다. 노트북 펴고. 코드 짜고. 미팅 가고. 팀원들 만나고. "오늘도 화이팅" 인스타에 올리고. 왜 이러고 사나 싶으면서도. 왜인지 계속한다. 포기는 쉽다는 걸 안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복학하고 취업하면 된다. 근데 아직은. 아직은 아니다. 런웨이 4개월 남았고. MAU는 2만이고. 수익은 0원이지만. 아직은 해볼 만하다고. 낮에는 그렇게 믿는다. 불안과 함께 사는 법 요즘 깨달았다. 불안은 안 없어진다는 걸. 성공한 창업가들 인터뷰 보면. 다들 말한다. "처음엔 진짜 힘들었어요." 그 말이 이제 이해된다. 이게 그 '힘든' 거구나. 밤마다 찾아오는 불안. 실패를 상상하는 새벽. 동기들과 비교하는 나. 이게 다 과정이라고. 스스로 말해본다. 안 믿긴다. 근데 그렇게라도 말해야. 내일 또 일어날 수 있으니까. 불안은 함께 가는 동반자다. 창업이라는 여행의.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같이 간다. 새벽 4시마다 찾아오는 친구처럼. 그래도 계속한다 오늘도 잠 못 잤다. 내일도 아마 그럴 거다. 근데 오후 1시에 일어나면. 또 노트북 펼 거다. 팀원들한테 말할 거다. "이번 주 목표 가자." 투자자한테 메일 쓸 거다. "저희 서비스 미팅 한번 잡아주세요." 불안하지만. 무섭지만. 실패할까 봐 떨리지만. 그래도 한다. 26살의 나는. 아직 포기할 나이가 아니니까. 런웨이 4개월이면. 4개월 동안 증명할 시간이니까. 실패해도. 최소한 해봤다고는 말할 수 있으니까. 새벽 4시의 불안.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같이 갈 거다.불안은 동반자다. 없애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거다.

부모님 전화는 왜 자꾸 피하게 될까

부모님 전화는 왜 자꾸 피하게 될까

부모님 전화는 왜 자꾸 피하게 될까 통화 거부 21회 엄마 전화가 또 왔다. 화요일 저녁 8시. 이번 주만 세 번째다. "나중에 할게요" 문자 보내고 거절 버튼을 눌렀다. 스물한 번째다. 지난달부터 세고 있다. 왜 세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숫자로 만들면 덜 미안할 것 같아서. 팀원들이랑 회의 중이었다는 핑계를 댔다. 실제로는 카페에서 혼자 틱톡 보고 있었다. 경쟁사 분석이라고 하면 일인데, 사실 그냥 보고 있었던 거다. 전화를 안 받는 이유를 안다. 통화하면 딱 세 가지가 나온다. "밥은 먹냐" "돈은 있냐" "졸업은 언제 하냐" 처음 두 개는 대충 넘어간다. "네 먹어요", "있어요" 하면 끝이다. 근데 마지막 질문. 이게 문제다.졸업이라는 단어 "졸업은 언제 하냐" 이 질문 앞에서 나는 27살이 아니라 중학생이 된다. 숙제 안 한 거 들킨 중학생. 학원 빠진 고딩. 용돈 다 쓴 대학생. 그 시절로 돌아간다. 목소리도 작아진다. "아... 그게... 다음 학기에..." 거짓말이다. 다음 학기에 복학할 생각 없다. 지금 복학하면 회사 접어야 한다. 매일 수업 들으면서 개발하고 투자 미팅 돌 수 없다. 근데 그걸 어떻게 말해. "엄마 나 학교 안 다닐 거 같아. 회사가 잘 될 것 같거든." 이렇게? 지난번에 한 번 말했다. 작년 설날에. "저 복학 좀 늦출게요. 회사가 지금 중요한 시기라..." 아빠가 끊었다. "중요한 시기가 언제 안 중요하냐. 졸업장 없으면 나중에 후회한다." 그 후로 안 꺼낸다. 엄마는 가끔 물어본다. 나는 "다음 학기요" 만 반복한다. 거짓말이 쌓인다. 통화할 때마다 쌓인다. 그래서 전화를 안 받는다. 5000만원의 무게 엔젤 투자 5000만원 받았을 때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나 투자 받았어. 5000만원." "우와 대단하다. 근데 그게 뭐냐?" 설명했다. 회사 지분 15% 주고 받는 돈이라고. 이걸로 1년은 버틸 수 있다고. 팀원들 월급도 주고 마케팅도 하고. "그래 잘됐다. 근데 졸업은 하고 하는 거지?" 또 졸업이다. 그때 깨달았다. 엄마한테 5000만원은 그냥 숫자다. 투자도, 지분도, 런웨이도 다 외계어다. 그냥 "우리 아들이 뭔가 하고 있구나" 정도. 진짜 중요한 건 졸업장이다. 눈에 보이는 거. 액자에 걸 수 있는 거. 친척들한테 자랑할 수 있는 거. "조카 대학 졸업했어요. 좋은 데 취업했고요." 이게 엄마가 원하는 문장이다. "조카 회사 차렸어요. 투자 받았고요." 이건 불안한 문장이다. 불안한 자랑이다.동기들의 인스타 어제 대학 동기 인스타를 봤다. 민석이. 입사 인증샷이었다. 네이버 사옥 앞에서. 정장 입고. 사원증 목에 걸고. "드디어 사회인 1일차 :)" 좋아요 342개. 댓글 67개. "축하해!" "부럽다ㅠㅠ" "네이버 대박" "민석아 저녁 쏴" 스크롤 내렸다. 지훈이도. 삼성전자. 수빈이도. 카카오. 다들 입사했다. 졸업하고 취업했다. 부모님이 원하는 루트를 탔다. 나도 댓글 달았다. "ㅊㅋㅊㅋ" 하트 이모티콘 세 개. 근데 속으로 계산했다. 민석이 연봉 5500만원쯤 될 거다. 네이버 신입이면. 지훈이는 6000 넘을 수도. 나는? 우리 회사 통장에 3400만원 남았다. 이번 달 월급 400만원 나가면 3000. 3개월 버틴다. 그 안에 투자 못 받으면 끝이다. 민석이는 매달 월급 들어온다. 12개월 계속. 내년에도. 모레도. 나는 3개월 후를 모른다. 부모님이 걱정하는 게 이해된다. 진짜로. 새벽 2시의 현타 가끔 새벽에 잠 못 잔다. 코딩하다가 멈춘다. 화면 보다가 생각에 빠진다. "나 뭐하는 거지?" 27살. 4학년 휴학 중. 회사는 1년 반. 수익은 0원. 직원 4명. 런웨이 3개월. 이게 이력서에 뭐라고 쓰이는 거지? "AI 스타트업 대표 (실패)"? 만약 지금 접으면. 복학하면. 빠르면 내년에 졸업한다. 29살에 신입 지원한다. "27살에 뭐 했어요?" "창업했습니다. 실패했고요." "배운 게 있다면?" "...돈 관리?" 면접관이 고개 끄덕일까? 민석이는 지금 경력 쌓는다. 1년 후면 경력 1년차다. 나는? 1년 후에도 "전 창업 준비 중입니다" 할 수도 있다.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나는 도박하는 거다. 확률 낮은 복권 긁고 있는 거다. "그냥 졸업하고 취업해라. 안정적으로 살아라." 틀린 말이 아니다.성공하면 다 괜찮을 거라는 착각 근데 나는 계속한다. 왜? 성공할 것 같아서? 아니다. 확신 없다. 그냥... 성공하면 다 괜찮을 것 같아서. 성공하면 엄마가 이해할 거다. "그래 네가 옳았구나" 할 거다. 졸업 안 한 것도, 전화 안 받은 것도, 다 이해될 거다. "우리 아들 회사 대표야. 직원 50명이야. 투자 50억 받았어." 이 말 한 번 하면. 그동안의 불안이 다 정당화될 거다. 근데 그게 착각인 걸 안다. 성공은 확률이다.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게 아니다. 스타트업 10개 중 9개는 망한다. 나도 알고, 부모님도 알고, 다 안다. 근데 나는 "우리는 그 1개다" 라고 믿는다. 믿어야 한다. 안 믿으면 못 한다. 부모님은 "9개 중 하나면 어쩔래" 라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부모니까. 이 간극을 메울 방법이 없다. 말로 설득할 수 없다. 그냥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전화를 안 받는다. 보여줄 게 없는데 뭘 말해. "아직이에요" 만 반복할 건데 왜 통화해. 아빠의 한마디 작년에 집에 갔을 때다. 추석. 아빠랑 둘이 산책했다. 동네 뒷산. 아빠가 말했다.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근데 졸업은 해라." "왜요? 졸업장이 뭐가 중요한데요." "보험이다." "보험이요?" "실패해도 졸업장은 있어야지. 그게 너를 지켜준다." 그때는 반발했다. "전 안 망해요"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요즘은 그 말이 자꾸 생각난다. 망하면 어쩌지? 29살에 학교 돌아가서 졸업하고 30살에 신입 지원하면? 동기들은 그때 대리고 과장이고 할 텐데? 아빠 말이 맞는 걸까? 근데 지금 복학하면 회사는? 팀원들은? 여기까지 온 1년 반은? 답이 없다. 엄마의 카톡 오늘 아침에 엄마한테 카톡이 왔다. "아들 요즘 바쁘지? 밥 잘 먹고 다녀라. 사랑한다." 읽고 답장 안 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네 잘 먹어요" 하면 거짓말 같고.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요" 하면 무거워지고. "저도 사랑해요" 하면... 눈물 날 것 같고. 그냥 안 읽은 척하고 싶었다. 근데 카톡은 읽음 표시가 뜬다. 저녁에 다시 문자가 왔다. "통화 가능? 5분만" 또 안 받았다. 미안하다. 진짜로. 근데 지금은 통화할 수 없다. 보여줄 게 없어서. 들려줄 좋은 소식이 없어서. "다음 달에 투자 받을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면 "그래 잘됐다 근데 졸업은?" 이 나올까 봐. 언젠가는 언젠가는 전화받을 거다. 좋은 소식 있을 때. 투자 받았을 때. 매출 나왔을 때. 기사 났을 때. "엄마 저 000 투자 받았어요. 10억." "와 진짜? 우리 아들 대단하다." "이제 괜찮을 것 같아요. 회사도 안정됐고." "그래 다행이다. 근데 아들아." "응?" "졸업은?" 또 그 질문이 나올 거다. 아마도. 근데 그때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졸업보다 더 큰 거 해냈잖아요." 엄마가 이해할까? 모르겠다. 근데 적어도 떳떳하게 말할 수는 있을 거다. 그때까지는 전화를 피할 거다. 미안하지만.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3개월. 다음 투자 유치까지. 그 후에 다시 생각한다. 졸업? 복학? 그건 그때 가서. 지금은 일단 버티는 거다.통화 거부 21회. 오늘도 하나 추가됐다.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근데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미안해 엄마.

틱톡을 '트렌드 분석'이라고 부르는 순간

틱톡을 '트렌드 분석'이라고 부르는 순간

틱톡을 '트렌드 분석'이라고 부르는 순간 11시 39분, 노션 켜놓고 노션 창 3개 띄워놨다. 피그마도 켰다. 그 상태로 틱톡 보는 중. "트렌드 파악하는 거야." 혼잣말이다. 믿진 않는다. 숏폼 20개째. 스크롤이 자동이다.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인다. 킥킥 웃으면서 보다가, 문득 멈춘다. '이거... 일하는 건가?'창업하고 이 질문 진짜 많이 한다. 일과 딴짓의 경계. 특히 밤에. 낮에는 괜찮다. 카페에서 맥북 펴고 있으면 일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실제로 코드도 짠다. 미팅도 한다. 근데 밤 11시, 침대에 누워서. 틱톡 보면서 '트렌드 분석'이라고 우기는 순간. 이건 뭐냐. 솔직히 모르겠다. 합리화의 단계 1단계: "우리 타겟층이 Z세대잖아." 맞는 말이다. 서비스 쓰는 애들 90%가 10대 후반~20대 초반. 틱톡 안 보면 어떻게 알아. 2단계: "요즘 트렌드 안 보면 뒤처져." 이것도 맞다. 숏폼 편집 툴 만드는데 숏폼을 안 보면 안 된다. 당연하다. 3단계: "레퍼런스 모으는 거야." 노션에 '트렌드 분석' 페이지도 있다. 가끔 URL 저장한다. 진짜로. 4단계: "..." 더 이상 할 말 없음. 그냥 재밌어서 보는 거다.새벽 2시까지 본 적 있다. 200개 넘게. 레퍼런스는 3개 저장했다. 효율 1.5%. 근데 그 3개가 다음 날 기획 회의에서 쓰였다. "이런 전환 효과 어때요?" 그래서 또 헷갈린다. 진짜 일 vs 가짜 일 팀원들이랑 이 얘기 한 적 있다. 치킨 먹으면서. "형 틱톡 보는 거 일이에요 딴짓이에요?" CTO 재민이가 물었다. 걔도 똑같이 한다. "일이지. 트렌드 파악." "근데 3시간씩 봐요?" "...그건 좀 많긴 하다." 다들 웃었다. 우리 다 똑같다.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핑퐁한다. '경쟁사 분석'이라고 부른다. 실제로는 킥킥거리면서 본다. 근데 가끔, 진짜로 일이 되는 순간이 있다. "어? 이 트랜지션 미쳤는데?" 하면서 스크린샷 찍는다. 슬랙에 공유한다. "이거 구현 가능해?" 그게 진짜 기능이 된다. 그러니까. 100개 보면 1개가 일이다. 나머지 99개는 딴짓이다. 근데 그 1개 때문에 100개를 봐야 한다고 우긴다. 수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 투자자 앞에서 VC 미팅 갔다. 지난주. "요즘 Z세대 트렌드를 어떻게 캐치하세요?" 질문 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매일 틱톡, 인스타 릴스 보면서 분석합니다. 저도 타겟층이니까요." 자신감 있게.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음... 2-3시간?" 실제로는 5시간이다. 반으로 줄여 말했다.투자자 표정이 미묘했다. '그게 일이야?' 같은 느낌. "효율적인 방법 같네요." 말은 그렇게 했다. 믿는 것 같진 않았다. 투자는 안 됐다. 3주 뒤 거절 메일 왔다. "팀 구성은 좋으나 트랙션이 부족" 틱톡 때문은 아니다. 근데 좀 찔렸다. 부모님 전화 왔을 때 "준아, 요즘 뭐 해?" "일 열심히 하고 있어요." "힘들지?" "괜찮아요." 거짓말은 아니다. 일은 한다. 근데 그 순간 폰에 틱톡 켜져 있었다. 화면에는 고양이 영상. 통화 끝나고 씁쓸했다. '나 진짜 뭐하는 거지?' 부모님은 내가 맥북 앞에서 밤새 코딩하는 줄 안다. 실제로는... 반반이다. 코딩 반, 틱톡 반. 그렇게 말하면 실망하실까 봐 못 한다. 동기 취업한 날 고등학교 동기 인스타 스토리. "네X버 입사했습니다 🎉" 축하 DM 보냈다. "ㅊㅋㅊㅋ 대박" 근데 기분이 묘했다. 걔는 출근한다. 9시에 일어나서, 사무실 간다. 칼퇴한다. 월급 받는다. 나는? 오후 1시에 일어나서, 카페 간다. 맥북 켜고 틱톡 본다. '트렌드 분석'이라고 한다. 누가 더 일하는 거지? 연봉 4천만원. 걔네 초봉이다. 나는 월급도 없다. 투자금으로 버틴다. '난 창업가야. 다르지.' 되뇌었다. 확신은 없었다. 그날 밤, 틱톡 3시간 봤다. 레퍼런스는 1개 저장했다. 진짜 질문 틱톡을 보는 게 일인가? 대답하기 어렵다. 개발자가 유튜브 보면서 튜토리얼 찾는 건 일이다. 당연하다. 기획자가 경쟁사 앱 써보는 것도 일이다. 맞다. 그럼 숏폼 편집 툴 만드는 대표가 숏폼 보는 건? 논리적으로는 일이다. 근데 감정적으로는 딴짓 같다. 특히 30개째 고양이 영상 볼 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일이 아니다. 기준을 만들어봤다 고민 끝에 규칙 정했다.10개 보면 1개는 스크린샷 찍기 30분에 한 번은 노션에 메모하기 새벽 2시 넘으면 끄기3번을 못 지킨다. 어제도 4시까지 봤다. 1번도 잘 안 된다. 재밌는 건 저장만 하고 분석은 안 한다. 2번은... 가끔 한다. "요즘 ~~~ 트렌드" 이런 식으로. 그리고 다시 본다. 규칙이 의미 없다. 나를 못 속인다. 솔직하게 틱톡 보는 거, 80%는 딴짓이다. 인정한다. 근데 그 20%가 진짜로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도 나오고, 트렌드도 잡힌다. 문제는 20% 찾으려고 100% 시간 쓴다는 거. 비효율적이다. 안다. 근데 어쩌겠어. 나도 20대다. 재밌다. 보고 싶다. '일'이라고 포장하면 죄책감이 덜하다. 그래서 계속 그렇게 부른다. 팀원들한테는 "야, 틱톡 너무 많이 보지 마." 회의 때 말했다. "형도 보잖아요." 재민이가 태클. "나는 일로 보는 거야." "저희도요." 다들 웃었다. 우리 다 안다. 서로 거짓말하는 거. 근데 뭐, 괜찮다. 우리 모두 20대고, 숏폼 만드는 회사다. 틱톡 안 보고 어떻게 만들어. 결론은 없다 틱톡이 일인지 딴짓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인 것 같다. 비율이 문제다. 2:8이면 딴짓이다. 8:2면 일이다. 나는 지금 3:7 정도? 아니, 솔직히 2:8. 개선하고 싶다. 근데 안 된다. 내일도 틱톡 볼 거다. '트렌드 분석'이라고 부르면서.창업가의 자기기만. 오늘도 레벨업.

월 100만원씩 4명이 일하는데 수익은 0원입니다

월 100만원씩 4명이 일하는데 수익은 0원입니다

월 100만원씩 4명이 일하는데 수익은 0원입니다 오늘의 지출 카페 라떼 4500원. 점심 김밥 4000원. 저녁 치킨 18000원. 오늘 하루 26500원 썼다. 근데 오늘 매출은 0원이다. 어제도 0원. 그제도 0원. 이번 달 내내 0원.25일이 무서운 이유 팀원 4명. 나 빼고. 월급 각각 100만원씩. 총 400만원. 서버비 50만원. AWS 청구서 볼 때마다 심장 쿵. 광고비 100만원. 페이스북, 인스타, 구글. 유저는 늘어야 하니까. 합치면 550만원이 매달 25일에 빠져나간다. 근데 들어오는 돈은 0원이다. 엔젤 투자금 5000만원. 지금 남은 거 2200만원. 계산기 두들겨봤다. 4개월. 4개월 후면 통장이 텅 빈다.팀원들 몰래 하는 계산 민수는 개발. 프론트엔드 다 걔가 한다. 지훈이는 디자인. UI/UX 감각 좋다. 현우는 마케팅. SNS 운영하고 광고 돌린다. 수진이는 영업. 파트너사 미팅 다닌다. 다 나보다 한두 살 어리다. 학교 후배들. "형, 저희 믿어요." 이 말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얘네들 알바하면 월 150은 벌 텐데. 취업하면 신입이어도 3000은 받는다. 근데 나한테는 100만원. "나중에 성공하면 스톡옵션으로 보상할게." 이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건지 요즘 매일 생각한다. 새벽 3시에 민수가 커밋 올린 거 보면 눈물 난다. 얘도 잠은 자야 하는데.부모님한테는 말 못 한다 엄마가 어제 전화했다. "요즘 어떠니? 돈은 모아지고 있고?" "네. 잘 되고 있어요." 거짓말이다. 아빠는 공무원이었다. 정년퇴직 2년 남았다. 평생 월급 꼬박꼬박 받으며 사셨다. 그런 아버지한테 "투자금 4개월 후면 바닥입니다" 라고 말할 수가 없다. 작년에 창업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 표정 기억난다. "그래. 해봐라. 근데 1년 해보고 안 되면 취업해라." 벌써 1년 6개월 지났다. 안 된 건 아니다. 유저는 2만 명이다. 근데 돈을 못 버는 거다. 이게 더 무섭다. 아예 망한 것도 아니고. MAU 2만의 함정 월간 활성 유저 2만 명. 숫자로 보면 괜찮아 보인다. 투자 미팅 갈 때 이 숫자 말하면 반응 좋다. "오, 견인력은 있네요?" 근데 다음 질문이 칼이다. "수익 모델은요?" "...지금은 유저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수익화?" "다음 분기부터 프리미엄 모델 도입 예정입니다." 계획은 있다. 근데 확신은 없다. 무료로 쓰던 사람들이 돈 낼까? 월 9900원짜리 구독권. 누가 살까? 밤마다 이것만 생각한다. 유저 2만 중에 1%만 전환돼도 200명. 200만원이다. 5%면 1000만원. 근데 현실은 0.1%도 안 될 것 같은 불안. 경쟁사를 볼 때마다 비슷한 서비스 하는 곳 3개 안다. 하나는 시리즈 A 받았다. 30억. 하나는 MAU 10만. 우리보다 5배 많다. 하나는 작년에 문 닫았다. 세 번째 거 보면 위로된다. 우린 아직 살아있으니까. 첫 번째 거 보면 자괴감 든다. 우린 왜 못 받았을까. 두 번째 거 보면 조급해진다. 우린 왜 안 늘어날까. 경쟁사 대표 나이 봤다. 32살. 나보다 6살 많다. 경력도 네이버 5년 다녔다. 나는 대학교 4학년 휴학생이다. 투자자들이 날 보는 눈이 느껴진다. "애가 열심히는 하는데..." 열심히는 하는데. 이 말이 제일 무섭다. 동기들 인스타그램 요즘 인스타 잘 안 본다. 보면 흔들려서. 그래도 가끔 본다. 동기 재현이가 삼성 입사했다. 축하 댓글 500개. "연봉 얼마야?" DM 왔는데 답 안 했다. 수지는 공기업 들어갔다. 9급 공무원. "칼퇴 최고" 라는 스토리 올렸다. 나는 칼퇴가 뭔지 모른다. 퇴근 개념 자체가 없다. 민재는 대기업 마케터 됐다. 신입인데 4000 받는다고 들었다. 나는 월급이 없다. 나한테는 월급 줄 사람이 없으니까. 부럽냐고 물으면 솔직히 부럽다. 매달 통장에 돈 꽂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근데 후회되냐고 물으면 아니다. 아직은. 새벽 4시의 계산 지금 시각 새벽 3시 47분. 오늘도 계산기 두들긴다. 광고비를 50만원으로 줄이면? 2개월 더 버틴다. 팀원 월급을 80만원으로 깎으면? 절대 못 한다. 내가 알바라도 뛰면? 언제 개발하지. 추가 투자 받으면? 지금 실적으로는 힘들다. 부모님한테 손 벌리면? 차라리 접겠다. 대출 받으면? 담보가 뭐가 있나. 모든 경우의 수 다 계산해봤다. 결론은 하나다. 4개월 안에 수익 만들거나. 망하거나. 그래도 출근은 한다 오늘도 카페 간다. 1시에 일어나서. 민수랑 2시에 회의. 새 기능 기획. 지훈이랑 3시에 디자인 리뷰. 현우는 광고 성과 보고. 전환율 0.8%래. 수진이는 파트너사 미팅 갔다. 좋은 소식 있대. 애들 얼굴 보면 힘이 난다. 진짜다. "형, 이번 업데이트 대박날 것 같아요." 민수 이 말에 웃었다. "그래. 대박 나야지." 대박 나야 한다. 4개월 후에 우리가 살아있으려면. 매출 0원인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26살 대표가 증명하려면. 오늘의 지출 2 저녁 치킨 18000원. 팀원들이랑 나눠 먹었다. "형, 오늘 제가 살게요." 민수가 말했다. "야, 됐어. 내가 산다." 100만원밖에 못 주면서 치킨값도 못 내면 안 되지. 카드 긁었다. 개인 카드. 회사 카드 아니다. 요즘 팀 경비는 다 내 개인 카드로 긁는다. 회사 통장은 월급이랑 서버비 때문에 아껴야 해서. 오늘 하루 총지출 44500원. 오늘 매출 0원. 내일도 똑같을 것이다. 모레도. 글피도. 근데 나는 내일도 카페 간다. 팀원들 만나러. 우리 서비스 만들러. 0원짜리 매출이지만 20000명이 쓰는 서비스. 언젠가는 돈을 벌 서비스. 그렇게 믿는다. 믿어야 한다. 안 믿으면 내일 못 일어난다.4개월.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 우리 한번 해보자.

대학교 4학년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 비교의 악순환

대학교 4학년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 비교의 악순환

대학교 4학년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 비교의 악순환 새벽 3시의 인스타그램 또 잠이 안 온다. 코딩하다가 막히면 습관처럼 인스타그램을 켠다. 피드 첫 번째. 민수 친구 입사 축하 글. 사진 다섯 장. 정장 입은 민수, 회사 로비, 동기들이랑 회식. 좋아요 347개. "축하해!!", "부럽다 ㅠㅠ", "연봉 얼마야?" 댓글 줄줄이. 스크롤. 지현이도 내정자. 대기업. "22년간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아요 521개. 또 스크롤. 준영이는 공기업. "드디어 사회인 1일차." 한 명도 아니고. 일주일 사이에 다섯 명. 나는 지금 카페 구석에서 에너지드링크 세 번째 캔 따고 있다. 오늘 투자 미팅 두 번 다 거절당했다. "좋은데요, 근데 트랙션이 아직..." 같은 소리. 통장엔 380만원. 다음 달 팀원들 월급 400만원.폰 잠금. 다시 켠다. 민수 프로필 들어간다. 스토리 본다. 신입사원 연수. 회사 식당. "오늘 메뉴 개꿀." 회사 카드로 끊은 스벅. 부럽냐고? 솔직히 모르겠다. 부러운 건 확실성이다. 매달 250만원이 찍히는 통장. 4대 보험. 명함에 적힌 회사 이름. "뭐 하세요?" 물으면 3초 안에 설명 끝나는 직업. 나는? "AI 기반 숏폼 편집 툴 만들고 있어요." "아 유튜브요?" "아니... 그게 아니라..." 5분 설명해도 "아 그렇구나..." 하는 반응. 근데 민수 월급으로는 내 꿈 못 산다. 이게 문제다. 점심 먹다가 온 카톡 오후 2시. 일어났다. 엄마 카톡. "아들 밥 먹었니" "응" "민수 엄마가 민수 취업했다고 자랑하시더라" "..." "너는 학교는 언제 가니" 읽씹. 답장 못 하겠다. 우리 부모님 세대한테 '창업'은 '백수'랑 비슷한 말이다. 특히 졸업도 안 하고 하는 창업은. "요즘 젊은 애들은 다 창업한다며?" 이런 반응. 아니 다 안 한다고. 내 과 120명 중에 나밖에 없다고. 지난번 명절 때. 큰아버지가 물었다. "취업은 안 하고 뭐 한다고?" "창업했어요." "아 장사? 뭐 파는데?" "아니 서비스를..."설명 포기했다. 아빠는 더 직접적이다. "1년 반 했으면 됐다. 이제 취업 준비해라. 너 학점 괜찮잖아." "아빠, 지금 투자 받았고 서비스 성장하고 있어." "그래서 돈은 버니?" "아직은..." "봐라. 안 되는 거야." 안 되는 게 아니라 안 된 거다. 아직. 차이를 모르신다. 통화 끊고 나면 항상 이런 생각. '아 취업할까.' 10초 뒤. '미쳤나. 지금 포기하면 1년 반이 뭐가 되냐.' 이 루프를 하루에 세 번씩 돈다. 팀 회의에서 나온 말 저녁 7시. 팀원들이랑 치킨 시켜놓고 회의. 주형이가 말했다. "형, 솔직히 물어봐도 돼요?" "어 말해봐."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해요? 돈 없잖아요." 다들 침묵. 현우가 거든다. "저는 괜찮은데, 근데 집에서 취업하라고 난리예요. 제 친구들 다 취업했거든요." 알지. 나도 안다고. "4개월 더 해보자. 그때까지 MAU 5만 만들고, 수익화 모델 하나는 검증하자. 그때도 안 되면..." 말 끝을 못 맺었다. 그때도 안 되면 뭐? 해산? 그 말을 어떻게 하냐. 민지가 웃으면서 말한다. "괜찮아요 대표님. 저희 믿고 있어요." 고맙지만 미안하다. 쟤네도 26살이다. 내 나이. 친구들 취업하는 거 보면서 여기 있는 거다.회의 끝나고 혼자 남았다. 치킨 먹다 만 것 포장해 달라고 했다. 내일 아침 먹으려고. 아껴야 한다. 카페 나오는데 옆 테이블 대학생들 얘기가 들렸다. "너 삼성 지원했어?" "응 근데 떨어질 듯." "에이 너 학점 되는데?" 부럽다. 삼성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게. 난 삼성 서류도 못 넣는다. 휴학생이라. 복학하면? 졸업하고 취업하면 28살. 그때 신입으로 들어가서 3년 차면 31살. 그때까지 남들 따라가는 인생. 싫다. 그건 싫다. 성공한 20대 창업가 기사 밤 11시. 침대에 누워서 또 폰. 기사 하나 떴다. "25세 창업가, 시리즈A 50억 투자 유치." 클릭 안 하려다가 했다. 사진 본다. 나랑 동갑. 정장 입고 투자자들이랑 악수. "고등학교 때부터 코딩 시작, 20살에 첫 창업, 23살에 엑싯, 25살에 재창업." 아 닫아야지. 근데 계속 본다. "성공 비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뻔한 말. "부모님 지원? 없었습니다. 모두 제 힘으로." 진짜? 의심된다. 댓글 본다. "요즘 애들은 이렇게 대단해?" "나 25살 때 뭐 했지..." "부모 찬스 아닐까?" 마지막 댓글. "이런 애들은 소수고 대부분 망한다는 거 아무도 안 알려줌ㅋㅋ" 좋아요 1200개. 폰 던진다. 이불 뒤집어쓴다. 왜 비교하냐고? 안 하고 싶다. 근데 자꾸 비교하게 만든다. 인스타도, 기사도, 부모님도, 세상이. 26살. 이 나이에 성공 못 하면 늦는다는 강박. 누가 만든 건지 모르겠는데 다들 믿는다. 나도 믿는다. 민수는 대기업 2년 차 되면 28살. 나는? 28살에 뭘까. 유니콘? 아니면 백수? 둘 중 하나다. 중간은 없다. 이게 무섭다. 새벽 코딩과 다짐 새벽 1시. 결국 일어났다. 노트북 켠다. 코드 짠다. 새 기능. 유저들이 원하던 거. 3일 안에 배포하겠다고 공지했다. 손이 움직인다. 머리는 복잡한데 손은 안다. 이걸 왜 하는지. 언제 시작했는지. 1학년 때. 과 친구들이랑 해커톤 나갔다. 밤새서 만든 앱. 상 못 받았다. 근데 재밌었다. 내가 만든 게 작동하는 게. 누군가 쓰는 게. 2학년 때. 동아리에서 토이 프로젝트. 우리끼리 쓰려고 만든 시간표 앱. 과 전체로 퍼졌다. 500명이 썼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이거 직업 될 수도 있겠다.' 3학년 여름. 창업 결심. 부모님한테 말씀드렸다. "1년만 해보게 해주세요." "안 되면?" "취업할게요." "약속이다." 지금 1년 6개월. 약속 깼다. 근데 그만둘 수가 없다. MAU 2만. 적은 숫자 아니다. 2만 명이 내가 만든 걸 쓴다. 매일. 리뷰 읽는다. "이거 없으면 일 못 해요." "개발자분들 사랑해요." "유료 전환하면 바로 결제할게요." 이게 나를 붙잡는다. 돈? 아직 없다. 명예? 아무도 모른다. 안정? 없다. 근데 있다. 내가 만든 게 누군가한테 쓸모 있다는 것. 이게 전부다. 민수는 회사 톱니바퀴 하나다. 나쁜 말 아니다. 톱니바퀴도 필요하다. 근데 나는 톱니바퀴 되기 싫다. 기계 자체를 만들고 싶다. 새벽 3시. 기능 완성. 커밋. 푸시. 배포 예약. 침대로 기어간다. 내일 또 일어나면 또 비교할 거다. 민수 봤나, 준영이 연봉 들었나, 나는 뭐 하고 있나. 근데 괜찮다. 비교는 하루만 하는 거다. 일은 365일 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 솔직히 말한다. 확신 없다. 4개월 뒤에 망할 수도 있다. 부모님 말씀이 맞을 수도 있다. 민수가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근데 안 해봤는데 어떻게 알아. 대학교 4학년들. 지금 대부분 취업했다. 현명한 선택이다. 비난 안 한다. 부럽기도 하다. 근데 나는 다른 길 간다. 멍청할 수도 있다.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간다. 비교는 계속될 거다. 인스타는 계속 열릴 거다. 새벽마다 현타 올 거다. 근데 아침마다 노트북은 열릴 거다. 코드는 짜질 거다. 미팅은 나갈 거다. 망하면 그때 가서 취업한다. 28살? 30살? 늦었다고? 그럼 뭐 어쩔래. 그게 내 인생인데. 지금은 26살. 창업 1년 6개월 차. 통장에 380만원. 팀원 4명. MAU 2만. 이게 내 스펙이다. 민수 스펙이랑 비교하면 진다. 당연히. 근데 나는 나랑 비교한다. 1년 전 나. 6개월 전 나. 어제 나. 그거면 된다.내일도 인스타 열 거다. 또 비교할 거다. 근데 내일도 코딩할 거다. 그게 답이다.